전라북도 의회와 지역 시의원들에 대한 시대유감 ‘왜 부끄러움은 우리들의 몫인가’

 

전라북도가 주관하고, 인구보건복지협회 전북지회가 주최하려 했던 “썸에서 운명으로, 미혼남녀 프로젝트”가 이번에 여러 시민들과 여성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되뇌이기도 부끄러운 제목인 ‘썸에서 운명으로 미혼남녀 프로젝트’는 현재 전라북도 고위공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여성인권의식, 성평등의식, 출산율을 바라보는 저열한 관점들을 총체적으로 드러낸 사안이 아닐 수 없다.

 

1981년에서 1991년까지의 솔로 미혼남녀 공무원 2명이상을 추천받아 혼인관계증명서,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를 증명한 뒤 1박2일 동안 부안의 모 펜션에 모여 ‘미혼 남녀들을 썸에서 운명으로 느끼게 하여’ 저출생을 극복하겠다는 발상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미혼남녀’들이 겪고 있는 전반적인 삶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저출생 문제에 대해 편협하고 지엽적으로 생각하는 안일한 사고방식을 드러낸다.

 

다시 말하면, 전라북도는 저출생율의 원인을 단순히 낮은 결혼율과 출산율에만 맞추고 여자를 그저 아이를 생산하는 자궁으로, 결혼과 가족을 아이 생산과 성장의 도구로 인식하여 저출생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이 해석하는 미혼남녀에는 젠더적 관점은 1도 찾아볼 수 없는 생물학적, 성별이분법적인 젊은이들만 있을 뿐이다. 앞으로도 전라북도가 저출생의 사회적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계속 청년층과 중장년층 사이의 세대별 격차와 인식은 끝없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이제, 전라북도는 단순히 출생률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수많은 청년들과 여성들이 중장년의 세대들과는 또 다른 어떠한 시대적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왜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 목매여 하루하루의 생존에만 집중되어 있는지, 무리없는 삶을 인생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가능성을 느껴볼 여지가 없는 삶으로 내몰리고 있는지 깊이 고민한 적 있는가?

왜 사랑하는 이들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누리기보다는 현재 나의 단돈 몇백원의 주머니 사정을 먼저 걱정하게 되는지,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기쁨을 지금 당장 선택하지 못하고, 질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즐기기보다는 하루의 절반이상을 버텨내는 노동으로 씨름하고 생존의 불안으로 고민하며 내일과 또 그 다음을 견뎌내는 삶에 대해 어째서 두려워하고 있는지 전라북도 의회 차원의 심도 깊은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전라북도의 미혼 남녀가 왜 썸에서 운명으로 이어지지 않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 와중에 정읍의 한 시의원이 부부의 날과 정읍사 여인을 연계한 문화상품 개발을 위해 진행한 5분 시정 발언에서 이혼 가정을 사회적인 상처의 대상과 안타까움으로 표현하고, 청소년 문제와 사회적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하여 오히려 이혼가정에 대해 상처가 될 수 있는 무례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게다가 현시대의 문화상품으로 얼마나 어울릴지 미지수인 ‘정읍사’는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 가요이기는 하나 그 내용은 행상을 나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오히려 여성의 정조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무책임한 발언과 사업방식은 오히려 가족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 도민의 삶을 챙겨야 하는 도의회와 시의회의 난망한 상황을 엿보게 한다. 여성인권와 다문화 가정. 가족 다양성에 대해 마땅히 고민해야 할 현재의 국회와 지방정부, 이를 감시. 집행하는 도. 시의원들은 이 시대의 변화와 요구를 받아들이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다. 출산율에 급급하여 허술한 프로젝트를 만들거나 오히려 정상가족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기도 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사업으로 도민들의 세금을 축낼 뿐이다.

 

결국, 녹색당에서 소리높여 외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한 정치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지금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의회에 들어가야 하고, 혈연 이외의 다양한 방식의 가족을 이루고 사는 이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이번 가정의 달 5월에 전라북도의 예산으로 투입되어질 각종 지방 사업들과 행사들에서 여성성에 대한 무지와 정상가족에 대한 편견,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가 어떻게 표현될지, 그로 인해 우리들에게 얼마나 많은 부끄러움을 안겨주게 될 지 자못 우려스럽다.

 

3월 26일 전북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