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1일부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재난으로 인해 생계에 타격을 입은 사람들을 구제하고자 했던 긴급재난지원금의 도입 취지와 달리, 홈리스, 이주민, 탈가정 여성/청소년 등 소외계층을 고려하지 못한 지급 기준과 방식들로 인해 ‘정상가족’에서 벗어난 많은 약자들이 수급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접근성이 취약한 홈리스의 경우 공인인증서와 카드사 홈페이지를 이용하기 어렵고,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노숙지가 달라 담당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하기도 어렵다. 또한 채무로 인해 본인 명의로 사용이 가능한 카드나 통장이 없어 재난지원금을 은행 창구에서 신청하는 것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결국 홈리스는 주거, 생계, 의료 모든 부분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방안으로는 온/오프라인 신청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세대주에게만 지원금을 일괄 지급하는 방식은 가정폭력 등 다양한 사유로 탈가정한 여성과 청소년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부양의무를 지닌 세대주가 모든 가족구성원을 책임감 있게 부양하리라는 ‘정상가족주의’에 대한 굳건한 믿음 아래 수립된 현행 지원금 지급 방안이 ‘정상가족’에서 벗어난 이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성실히 내고 있는 이주민들도 영주권자나 결혼이민자를 제외하고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도입의 취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보호막조차 없이 재난을 맞은 이들을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와 일시보호시설 등을 거점으로 홈리스들에게 찾아가는 행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분증이 없거나 주민등록이 말소된 노숙인도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가정폭력 피해자와 홈리스를 별도 가구로 인정하여 탈가정 피부양자들이 재난지원금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덧붙여 신용카드, 선불카드, 상품권 등 활용도가 떨어지거나 신청 절차가 복잡한 지역화폐 지급 방식이 아닌 현금 지급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사용 가능 가맹점을 일일이 검색해야 할뿐더러 주소지 인근 지역 상점에서만 활용이 가능한 지역화폐는 주소지와 거주지가 다른 홈리스들에게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지며, 홈리스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인 주거공간을 얻고자 할 때에도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만 17세 미만의 탈가정 청소년의 경우 법정대리인의 협조 없이 본인 명의의 통장과 카드를 소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지원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인터넷에 접근하기 어렵거나 본인 명의 공인인증서나 카드, 통장을 소지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생계급여 수급자나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수급자들에게 지원했던 것처럼 현금 지원 방식을 택해야 한다. 특히 채무로 인해 통장과 카드를 사용하기 어려운 홈리스들에게는 압류방지 통장을 개설하여 지급하거나 공무원 입회하에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재난을 함께 겪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소수자를 타자화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는 재난 상황에 처한 모든 이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

 

2020년 5월 18일

서울녹색당

 

*홈리스 재난지원금 지급 청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9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