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거대 스포츠 이벤트로 오지 않는다
-2032년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유치 동의안 통과에 부쳐

지난 20일 서울시의회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출한 ‘2032년 제35회 하계올림픽대회 서울-평양 공동개최 유치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제출 된 동의안에서 서울시는 서울-평양 올림픽의 총 소요예산을 3조8,570억 규모로 산정하고, 이 중 서울시가 1조1,571억을 부담할 것(SOC 예산 제외)이라고 밝혔다.

14조원 이상이 쓰인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평창올림픽을 위해 구축한 인프라 관리비용에 대한 문제제기와 올림픽 이후 황망해진 지역사회에 대한 언론보도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사계절이 다 돌기도 전에 이미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와 미래세대에게 실질적 부담이 되었다. 2014년 인천에서 개최된 아시안게임은 어떤가. 대회 후 매년 100억원 규모의 운영적자가 인천시를 짓누르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부담은 우리 시민들의 몫이 되었다. 이 정도의 경험이라면 충분히 학습되지 않았는가? 대체 얼마나 더 큰 비용을 시민들에게 부담시키는 경험을 해야 다시는 이런 발상을 하지 않을 수 있는가.

단지 비용부담의 문제가 아니다. 평화는 남북의 대립이 해소되고 신뢰가 쌓이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 대한 서울의 비전과 노력 없이 메가스포츠 이벤트로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전시 행정적 발상에 불과하다. 상호신뢰 구축은 우리 안의 적대와 편견을 제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쫓아낸 이들의 삶, 배제된 시민들의 삶을 추적해보면 올림픽이라는 행사가 우리 사회의 상호신뢰를 구축하고 적대와 편견을 제거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전혀 할 수 없다 1988년 상계동의 기억은 용산에서, 옥바라지 골목에서,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아현동에서, 쫓겨나는 임차상인들의 삶에서, 서울 도처에서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한편, 허술하기 짝이 없는 동의안을 통과시킨 서울시의회에도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다. 유치전략이라고 언급되어 있는 방안은 실제 유치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라 기대목표일 뿐이다. 게다가 경제적 기대효과를 강조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경험하고 있는 메가스포츠 이벤트 이후의 운영적자를 조금만 검토했더라면 문제를 제기 했어야 한다. 100만원 규모의 마을공동체 보조금 사업을 위해 시민들이 제출하는 제안서가 이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정확하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시민들의 편에서 이 사안을 살펴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에 통과된 ‘2032년 서울-평양올림픽 공동개최 유치 동의안’에 대해, 시민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해명해야 할 것이다. 2032년과 그 이후를 살아갈 시민들을 볼모삼아 자신의 정치적 치적을 쌓는 의도가 아니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우리가 만들어 갈 평화는 누군가의 삶을 배제하거나 미래와 자연을 볼모 삼으면서 만들어질 수 없다. 녹색당 서울시당은 지속가능하고 평화로운 서울, 어떤 생명의 삶도 배제하지 않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동료시민들과 함께 나아갈 것이다.

2018년 12월 21일
녹색당 서울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