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518m 상징탑이 광주정신을 상징할 수 없다

지난 6월 26일, 이용섭 신임 광주시장 당선인과 광주혁신위원회 도시재생분과위원회는 5.18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518m 상징탑을 만들고, 건설 방안에 대해 공론화 방식으로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도시의 상징을 건축물 형식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이용섭 광주시장 당선인의 견해에 광주 녹색당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5.18 광주민중항쟁은 인권과 평화를 상징하는 광주의 숭고한 정신이며, 이를 계승하고자 하는 광주시의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정신은 거대한 높이의 탑을 쌓고, 랜드마크를 만들어낸다고 해서 계승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워싱턴 시에 세워져 있는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비는 멀리서 보이지도 않고 땅 밑으로 걸어 내려가게 만들어져 있다. 기념물은 멀리서 잘 보이도록 높이 세워져야 하고, 높이 우러러 보아야만 기념이 된다는 기존의 통념을 깬 형식이라 그 자체로 파격적이었다.

높이 올려다보고 우러러 기념하자는 뜻이 아니라 땅을 보고 걷다가 고개를 숙여 더 낮은 곳으로 걸어 내려가면서 검은 벽에 새겨진 죽은 자들의 이름을 보도록 설계되어 있는 이 기념물에 사람들은 찾아와 아는 이들의 이름을 찾고, 새겨진 이름의 글자들을 손으로 어루만지고 입맞추고 꽃을 바친다. 전쟁의 승전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잃은 사람과 가치를 돌아본다.

월스트리트의 ‘두려움 없는 소녀상’이나 전 세계적으로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알리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보아도 표현 방법에 따라 시민들에게 충분히 사랑받는 상징물을 제작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 아닐 수 없다. 대형건축물을 통해 광주를 랜드마크화 한다는 이용섭 당선인과 혁신위의 견해에 광주녹색당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518m 상징탑은 민주와 인권의 광주정신을 상징할 수 없다.

555m로 세워진 서울 제2롯데월드 타워는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안전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도시의 경관을 해치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형건축물이 어떻게 5.18 정신을 담은 상징물이 될 수 있겠는가. 대형건축물에 대한 충분한 숙고 없이 ‘공론화’라는 절차를 앞세워 대형 상징탑 건립을 부추기는 것도 적절치 않다.

특히, 오늘도 청와대 앞에서는 옛 전남도청 복원을 요구하는 5.18 유가족들의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이용섭 당선인은 518m 기념물 설치보다는 오히려 지금 유가족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그 상처를 어루만지며 옛 전남도청 복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시민들께 묻고 함께 지혜를 모아가는 행보를 보여주길 바란다.

 

2018년 6월 27일

광주녹색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