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대위원 총회 참석 

 

이 정 화 (대구당원) 

 

전화 한 통으로 나의 정치 행보는 시작되었다. 제비뽑기에서 대의원으로 뽑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흥미로웠다. 정치판은 저질스러운 말을 주고받으며, 파헤쳐 보니 구린내 나는 뒷돈거래와 뇌물수수, 자기편 봐주는 온상이었다. 그런 정치를 해온 사람들이 돈 많고 가방끈이 아주 길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하고 권력을 사유화 시키고 있었다는 것을 시민들은 뼛속깊이 알고 있었다.

추첨을 통해 대의원을 뽑는다고 하니 우선 재미있었다. 정치를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는 것 아닌가. 흔쾌히 수락하고 대의원 총회를 기다렸다. 사전모임을 할 때 작년 총회 영상을 보았다.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부의장을 뽑았다. 추첨 민주주의에서 더 나아가 적극 가위, 바위, 보 민주주의의 열의가 아주 뜨거워 보였다. 이번 총회는 자발적인 추천으로 총회를 진행하는 의장과 부의장들의 모습이 신나 보였다. ‘장’ 자리를 꿰어 차고 으스대거나 권력남용을 하려했던 기존 정치인들과는 참 달라 보인다.

긴 시간 총회를 진행하던 의장이 “남성분들의 질문이 많은데 여성 대의원님들도 질문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 달라”는 발언을 했다. 득달같이 “질문하는데 여성 남성 구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진행발언에 의장이 바로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이 신선하기 짝이 없었다. 의식을 하고 늘 깨어 있으려 해도 몸에 베인 습관은 불시에 튀어나온다. 정확한 인식으로 바로 잡고, 기꺼이 실수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바로 대인배가 아닌가. 정치는 이런 대인배 들이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총회가 끝나고 이번 선거 출마자들의 소개와 인사말을 들으니 참 감동스러웠다. 대단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짧은 인사말만 들었지만 속 깊이 하고자 하는 일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출마자들은 청년이 대다수이다. 그래서 그런지 생기 있고 명랑했다. 정치를 신나게 하려는 젊은이들은 원칙과 상식이 오염되지 않아 보였다. 후배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는 진화되어 온 것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추첨 민주주의가 시민들을 더 성숙하게 만들 수 있는 대안이라는 믿음이 커졌다.

신고리 원전 공론화 위원회가 추첨을 통해 일반 시민들이 참여했다. 결과는 내 생각과 달랐지만 전문성이 없는 시민도 책임감을 갖고 공부하고 토론하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사례이다.

녹색당은 더 오랫동안 고민하고 준비해 온 사람들의 모임이다. 나서서 실천을 했던 그렇지 않았던 간에 차별에 저항하고 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소중한 가치를 만들어 가려는 이들이 스며들어 있는 곳이다. 미래 사회를 만들어 가는 중요한 인적 자산이다.

반나절 정치 행보는 누구나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고, 정치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는 길이 지름길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