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

존재를 난도질하는 그 권력이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방증한다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맞아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문구로 신촌역에 게시된 광고가 이틀 만에 훼손됐다. 누군가 나와 일상을 공유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지독히도 힘들었던 누군가가 이 광고물을 난도질했기 때문이다.

이번 광고물 훼손은 단순한 재물손괴가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명백한 혐오범죄이자 폭력이다. 이번 광고는 퀴어와 앨라이 517명의 얼굴 사진으로 만들어졌다. 누군가의 얼굴을 보면서도 전광판에 흉기를 대어 찢어발긴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이는 광고물에 대한 단순한 불만에서 기인한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전광판 너머의 성소수자가 자신을 드러낸 것에 가하는 섬뜩한 경고이기 때문이다.

존재를 난도질하는 그 권력의 실재가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방증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존재를 드러내는 과정 자체가 투쟁이었고, 누군가는 그 투쟁의 결과물을 쉽게 치워버렸다. 성소수자가 내 일상 속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난도질하고야 마는 것이 바로 차별이자 폭력이며, 그것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권력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권력을 권리라 착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직까지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한 국회는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이 크다. 21대 국회는 이와 같은 혐오범죄가 더는 발생할 수 없도록 입법에 박차를 가하라. 또한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는 이번과 같은 혐오범죄가 더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하라.

광고물을 아무리 찢어발긴다한들, 그럼에도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소중한 가족과 친구를 다치게 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라. 우리는 당신과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안전한 세상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권리야 빛나라. 존재야 반짝반짝 더 찬란하게 빛나라!

 

2020. 8. 3.

녹색당 서울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