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쿠, 나 혼자 그 돈을 어떻게 받아요?” [2년의 약속] 모금액을 전달하려 했을 때 김인철 진흥고속 지회장이 한 얘기다. 본인 외에도 민주버스 노조 운동을 하다 해고된 사람이 강원도에만 네 명이 더 있는데 그 분들도 어려운 살림이라한다. 조합원 개개인들이 10만원, 20만원씩 각출을 해서 교통비로 사용하면서 투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만 그 기금을 받을 수는 없다며 극구 사양을 하시면서 기금전환을 부탁해오셨다. 그래서 [2년의 약속]을 함께 준비했던 유성철사무국장과 논의 끝에 [민주버스 강원협의회]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기금을 전환해보기로 했다. 기금을 보내주신 분들 중 동의해주시는 분에 한해서 기금을 [민주버스 강원협의회]로 전환할 계획이고 나머지 분들에게는 다시 돌려 드릴 방법을 찾기로 했다.

누군가 내게 올 한해를 돌아볼 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언제인지 묻는다면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은행 통장정리기 앞에 섰을 때라고 대답할 것이다. 통장에 들어온 연말 보너스를 확인하는 순간을 얘기하는 거냐고? (물론 그런 게 있다면 그때도 좋겠지만^^) 그건 아니고 [2년의 약속]에 후원을 해주신 분들을 확인하기 위한 거였다. 금방 끝날 거라 생각했던 인쇄가 다음페이지로 넘어가고 또 넘어갈 때, 진료실 책상 앞에서 다시 통장을 꺼내들고 그 이름들을 볼 때 나는 한동안 마음이 뭉클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분들 중엔 생면부지의 분들도 있지만 친분이 있는 분들도 있었다. 통장 잔고가 바닥이 날까봐 물건 주문하는 게 무섭다는 분부터 너나 할 것 없이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은 ‘보통사람들’이었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건 가난한 사람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건 그 어려움을 (지금 혹은 전에) 겪어 본 사람들이었다.

배는 물결을 거스를 때뿐만 아니라 물결을 따라 갈 때에도 시동을 끄지 않는다. 자기 동력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이제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 일상은 늘 그렇듯 징그럽고 누추한 세상과 그 세상을 자꾸만 닮아가는 나를 확인하는 순간들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이름들을 떠올릴 것이고, 그로 인해 어두운 바닥으로 떨어져가는 내 지친 마음들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다. 길을 잃어버릴 수는 있어도 희망을 잃어버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그 이름들은 내게 끝내 말할 것이다.

 

어딘가에 빛이 있다는 말을 믿지 못한다. 하지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단 한사람이 이 세상에 남아있는 한 아직 희망은 있다고 나는 믿게 되었다. 2014년의 내 삶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저 높은 곳에 있지 않아도, 술 취한 몸으로 골목을 헤매거나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물음표가 되어 파김치가 된 몸을 뉘일 때에도 나는 가끔 공중부양의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러면 희망을 집어삼키는 블랙홀 같은 이 한국사회의 어둠속에도 작은 불빛들이 보였다. 마치 저 먼 하늘에서 이 세상의 어둠을 바라보고 있을 세월호 아이들에게 작은 불빛하나로 남고 싶었던 내 벗들처럼. 그 이름들은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는 것을 2014년의 나는 믿게 되었다. 2년의 약속 후원자분들의 이름이 새겨진 액자를 건네받은 김인철 지회장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춘천 녹색당원 양창모)

2년의 약속 액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