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소리 좀 집어치우고 시대에 맞는 장미축제 만들어야
– 아름다움은 꽃과 여성의 외모가 아닌, 존재 모두가 그 자체로서 빛날 때 발현된다

 

시대역행, 환경폐해의 주범이 아닌 모두를 위한 서울장미축제를 요구한다!
중랑구 주최 서울장미축제가 ‘서울에서 가장 예쁜 축제’라는 슬로건을 걸고 중랑천 일대에서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올해에는 리틀로즈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본 행사기간 전후 일주일간 연장 운영하니 사실상 장미축제는 17일간 계속된다. 중랑구는 물론 노원구, 동대문구 등 인근 자치구 주민들, 그리고 서울시 전역에서 방문객이 몰리는 대규모 행사이다. 중랑구는 2018년 서울장미축제의 성과로 230만 명이 넘는 방문객, 25억 원의 참여부스 판매액, 235억 원의 직접경제효과, 지역 브랜드 가치 제고, 주민자긍심 고취 등을 내세웠고, 언론을 통해서도 이 점이 부각되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이 축제에서 주목해야 할 전부일까?

장미 아가씨, 아내의 날 등 시대 역행하는 여성 대상화 코드를 이제는 전환해야
지난 2015년에 서울장미축제의 마스코트가 ‘장미 아가씨’로 정해져, 현재까지 각종 홍보물에 쓰이고 있다. 각 지역의 ‘○○아가씨 선발대회’가 90년대 말부터 성 상품화와 외모지상주의 논란으로 폐지되어 온 흐름에 정확하게 역행하는 상황이다. 작년 9월에 열린 서울장미축제 자문회의에서도 이 점이 지적된 바 있다. ‘여심을 잡는 장미 뷰티존을 마련하고, 화장품 회사 협찬을 필수적으로 받겠다’는 장미축제 감독(15~19년 축제감독)의 운영 계획은, 당시 성평등 관점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판을 반영·개선하지 않고 올해 축제에도 동일한 컨셉으로 이어가고 있는 상황은 문제다.

장미축제, “주인공은 너야 너”라는 말 속에 숨은 함정
장미축제는 본 행사 3일 중 하루를 ‘아내의 날’로 정하고 있다. 이 기획에서, ‘아내’는 축제의 주인공이 되는 것 같지만, 사실상 아내가 처한 불평등한 현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다만 겉모습을 치장하는 행사로만 채워져있다. 더 나아가 ‘아내’라는 말 자체가, 어원적으로도 그렇고, 가정내에서 남편을 내조하는 것으로 여성의 성역할을 규정짓는 사회적 통념을 드러내고 있는데, 왜 여성은 누군가의 ‘아내’로서만 주인공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여성자신 그대로 주인공일 수는 없는가? 또한 가족 내에 속하지 않거나, 비혼이거나, 그 외 다양한 형태로 가구를 꾸리고 있는 여성들은 왜 이 축제의 주인공이 될 수 없는가?
과거 역사에서 장미는 ‘인권회복’의 의미로도 많이 사용되어왔는데, 오직 외형적 아름다움만 부각하여 여성을 대상화하는 축제보다 장미의 인문학적 의미를 되새겨 성별과 관계없이 모두의 인권과 인간됨을 회복하는 축제의 장이 되게 할수는 없는걸까? ‘연인의 날’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연인이 아닌 사람도 엄연히 이 축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생명인 장미의 생육환경을 존중하는 장미 축제를 만들자
지금까지의 축제에 대한 결과보고와 향후 발전계획들을 살펴보면, 장미라는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보다는, 야간조명과 인공적인 구조물 설치 등에 대한 예산과 구성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장미축제가 규모뿐만 아니라 가치와 정당성 측면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생태 환경 조성이 급선무다. 지난 축제 자문회의에서 제안되었듯, 화훼단지에 장미재배 환경을 조성하는 등, 장미의 생태계적 선순환적 흐름을 기본전제로 하여 축제 후에도 장미에게 적합한 환경을 유지하는 등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제로서 거듭나게 하자. 축제 기간 동안 어마어마하게 버려지는 일회성 소모품과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또한 우리 지역의 생태 환경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축제의 주인공이다
‘아름다운 축제’는 축제의 외형만을 아름답게 꾸며낸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아름다움을 고정관념에 근거한 외적 기준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말 여성이 즐거운 축제를 만들고 싶다면, 여성의 외모나 삶의 기준에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고, 존재 자체를 조명하고 삶에 힘이되는 축제, 다양한 형태의 관계와 공동체를 존중하는 장미축제를 만들어 나가자. 그리고 장미가 사람의 볼거리 수단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중랑천변에 자리잡고 살 수 있도록 고민하는 생태적인 장미축제를 만들어 나가자.

2019년 5월 20일
중랑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