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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비례대표] 프리랜서 예술 노동자 성지수의 출마의 변

작성자
jisu4632
작성일
2019-11-09 18:40
조회
269

출마의 변

안녕하세요? 성지수입니다.

저는 공연예술과 축제를 만드는 청년 여성 예술가입니다. 또한 미투 생존자와 연대하고 안전한 창작 환경을 마련하고자 자발적 연대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과 KTS(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 워킹그룹의 일원이기도 합니다. 2년 간 학교에서 연구와 근무를 병행한 경험이 있어 연구자로서의 정체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2020년 제21대 총선의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라는 새로운 중책을 맡고자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좋은 세상 되라고 이렇게까지 고생하는데, 세상이 나를 너무 괄시하는 거 아니냐!”

얼마 전 저의 동료가 고함처럼 내지른 푸념에는 참 많은 것이 담겨있었습니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자발적 연대체 활동과 창작 활동,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와 가사노동까지를 모두 감당해냈던 지난 2년 동안의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말이었습니다. 같이 있던 사람 모두 아무런 첨언도 하지 못하고 함께 웃을 뿐이었습니다. 잠을 쪼개며 일과 일과 일, 그리고 또 일을 하지만 저축은커녕 당장 점심메뉴로 만 원이 채 안 되는 백반을 먹어도 될지 고민하는 삶을, 우리 대부분이 공유하고 있었으니까요.

왜 창작 활동을, 자발적인 문화 변혁 운동을, 가사 노동을 이렇게나 열심히 하는데도 저와 제 동료들은 여전히 가난할까요? 왜 생계를 위해 또 다른 ‘일’을 해야만 할까요? 왜 ‘현장 연극인’에는 끼지 못하고 꼭 ‘일부 페미니스트 연극인’으로 분류되는 느낌일까요? 무능해서? 그렇지 않습니다.

저와 저의 동료들은 미투운동을 기점으로 참 많은 것을 이루었습니다. 국가지원금을 받는 예술사업 선정자들은 의무적으로 성인지감수성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게 되었고, 지원 단계에서부터 예방에 관한 서약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위계 질서가 강력한 공연예술계의 문화 전반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자발적으로 약속과 규칙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하였습니다. 10월에는 ‘성폭력반대공연예술인의날’ 행사를 개최하여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하고,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참 많은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저 역시 포럼 <미투 이후 연극계 나의 현장은 어떻게 달라졌는가>(2018)나 대학로X포럼 <예술대학 내 교수들의 위계와 폭력>(2019)를 공동기획 및 진행하기도 하고, 연극 축제 ‘화학작용’의 사무국장을 역임하며 이 축제를 '창작문화의 전면적인 변화를 위한 예술 언어 실험의 장'으로 전환하여 <화학작용4 오프스테이지 편: 우리의 연극은 그렇지 않다>(2019)로 꾸리기도 하였습니다. 외국의 공연예술계 미투운동 이후의 움직임을 공부하기 위해 ‘Chicago Theatre Standards’의 번역 감수도 했으며, ‘삼일로 공부방’을 공동 기획하여 “예술과 젠더”라는 제목으로 국내 창작자와 연구자들을 모아 스터디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하며 크고 작은 결실을 만들어 오느라 정말 바쁘고 힘든 나날을, 우리는 보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여전히 가난합니다. 제 동료들 역시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제안하고 실행한 <예술노동 적정임금 찾기>라는 실험에서 한 동료는 자신의 ‘시급’이 380원이라는 걸 발견했으니까요. 게다가 저는 여전히 여러 자리에서 ‘현장 연극인’이라는 카테고리보다는 여성-청년-예술인으로 분류되어 호명되곤 합니다.

당연히, 사회적인 인정이나 경제적 보상을 바라고 뛰어든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 혼자 좋으려고 한 일도 아닌데, 나만 지쳐서 나가떨어지고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을까봐 두렵기만 합니다.

2020년은 한국연극의 해입니다. 처음 아셨지요? 얼마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모처의 음식점에서 대부분이 중장년 남성인 연극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렇게 지정했다는 것을, 저도 기사를 검색해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박양우 장관이 만났다는 '현장 연극인들'에 저와 제 동료들의 얼굴은 없었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선포한 한국연극의 해는 도대체 어떤 해가 될 것인가. 저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60대 중심의, 단 한 명의 여성도 없는, 적폐청산의 대상이 포함"되었던, 지난 2017년 문체부가 위촉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임위원 구성도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2년 간 정말 달라진 것이 있기는 한가, 내가 그동안 힘 써왔던 것은 어디로 갔는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좀 더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는 이런 일에 아주 익숙합니다. 공연예술은 돈이 안 되니까요. 그러니 가치가 없다고 여겨집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 사회나 정치처럼 '중요한 일'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곤 합니다. 노동이 아니라 그저 좋아하는 일, 노는 것 정도로 얘기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노동이 아닌 걸 하는 사람, 놀지 않는데도 사회가 '논다'고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이 예술가 말고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늘 불안감과 우울증을 안고 살아가는 많은 프리랜서들과 활동가들, 그리고 가사 노동자와 양육자 등 그림자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 연구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온갖 소일거리를 감당하는 지식 노동자들, 방송연예계나 영화처럼 산업화된 문화분야의 '카메라 밖' 사람들.

모두 '숫자'로 계산되지 않지만 우리 사회를 함께 굴리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문득 밀려오는 자책의 감각에 시달려야 하는 것일까요? 나는 하루 종일 바쁘고 힘들지만 돈이 되지 않으니 실은 가치가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이 느낌, 내 생계를 책임져주지 않는 이 일을 나의 업이라고 불러도 되는가 하는 이 부끄러움….

저는 연대 활동을 하며 이렇게 비가시화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것이 몇몇의 ‘괴물’이라기보다 우리의 노동을 보이지 않게 만들며, 우리의 노동이 만든 자원을 독식하는 그 괴물들을 보호하고 옹호하는 부당한 사회 구조 자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와 이 시대를 함께 살아나가는 내 동료의 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 사회를 획기적으로 바꿔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출마합니다. 일부 '미투 그룹'이 아니라, 연극인을 비롯한 예술계의 당당한 현장 구성원으로서, 한국사회를 지탱하는 한 사람의 노동자이자 시민으로서 "나 여기 있다!" “우리의 가치를 인정하라!”고 말하려고요. 우리의 목소리를 정치로 가시화하여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말입니다.

[2020여성출마프로젝트] 전 과정에 참여하면서도 끝까지 '내가 출마하는 건 좀... 앞으로 창작활동도 계속 하고 싶고...'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창작을 위해서는 좋은 정치가 필요하다.

누구도 대신 해 주지 않을 테니 내가 하면 된다.

내가, 한다.

제가 하겠습니다.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에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요구하는 사람을 넘어 책임지고 바꾸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저는 일 잘하는 기획자이며 연출가입니다. 제 작품을 잘 만들기 위해 짜던 판을, 이제 보다 평등하고 안전한 한국 사회를 위해 구상하겠습니다.

자유롭고 평등한 예술의 힘으로! 인간의 존엄함 위에 꽃피는 예술의 힘으로 말입니다!

우리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우리를 소외시키며 입 다물게 하는 이 사회를 바꾸겠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혁명과도 같은 큰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어떤 요구 조건이나 자격이 필요 없는 기본 소득을 꿈꿉니다. 지난 10월 26일 저는 국제 기본소득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거리로 나가 전 세계 기본소득 지지자들과 함께 각국 정부에 기본소득을 외쳤습니다. 나를 더 이상 시장에 내놓지 않아도 되는 사회,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위해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을 만들겠습니다.

먼 미래의 일인 것처럼 보이지만 원래 변화는 한 순간에 옵니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시대에 녹색당이 말하는 탄소배당과 토지배당을 바탕으로 하는 기본소득이야말로 일상을 바꿀 혁명입니다.

아울러 현 국회가 저들끼리 싸우느라 내팽개쳐 수 개월 째 계류 중인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제도화하겠습니다. 예술인의 사회적,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고 성희롱과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니 우리 녹색당의 이름으로 해내겠습니다.

녹색당! 저는 2016년 11월에 녹색당에 입당하였습니다. 2018년에는 서울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녹색당이 여성이자 청년이며 월 백 만원도 못 버는 나에게 사회가 붙이는 딱지를 붙이지 않는다는 점, 그렇게 '분류'되지 않고도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판이며, 그러한 목소리들이 모여 지구를 움직이는 장이라는 것을 직접 경험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우리 당은 어느 누구보다 빠르게 이윤택 사건에 대한 논평을 내며 연극인들과 연대한 단체이기도 합니다. 연극인들조차 괴로움과 충격에 휩싸여 선뜻 무언가를 시작하지 못했을 때, 녹색당은 가장 먼저 지지의 목소리를 내 주었습니다. 소수자와 손을 잡는 정당! 저와 제 동료들은 녹색당이 이야기하는 이 문구의 진정성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저의 출마 선언과 동시에 많은 수의 ‘연극쟁이’들이 녹색당에 입당하는 것으로 응원과 지지를 표현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에는 이 연극쟁이가 녹색당에 힘을 보탤 차례입니다. 이제는 바로 저 성지수가 우리 당을 위해 헌신할 시간입니다. 촛불로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함께 하였음에도 사회와 정치로부터 배제당하고 삭제되고 있는 사람들이 제가 느꼈던 녹색당의 진정성을 경험하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어가는 데 동참하도록 힘쓰겠습니다. 우리 당의 원내 진출을 위해 사력을 다하여 뛰겠습니다.

축제처럼 흥겨운 총선을 만들겠습니다. 연극처럼 감동이 있는 총선을 만들겠습니다.

글로벌 스펙을 지닌 녹색당, 저력을 과시하는 녹색당, 활기차고 유능한 녹색당, 8년 간 탄탄히 준비되어 이제는 거침없이 국회로 가 낡은 정치판을 시원하게 뒤엎는 녹색당을, 여러분께, 또 국민들께 반드시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는 “선거는 축제”라는 말이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만나기 어렵지만 비슷한 고민과 바람을 가진 사람들을 몸소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데서 오는 희열이 넘치는 시간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선거는 한 편의 연극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메시지와 전달 방식을 고민하는 사람부터 얼굴 혹은 스피커가 되어 마이크를 잡은 사람, 그리고 다소 소소해 보이는 역할을 맡은 사람까지 모두가 마음을 하나로 모아 전력을 다해야만 비로소 한 명의 관객, 한 명의 유권자를 감동시킬 수 있으니까요.

저는 녹색당과 함께 할 총선이라는 축제가 정말 기대됩니다. 저는 녹색당이라는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 갈 2020년 총선의 감동 드라마가 벌써부터 눈앞에 그려지는 것만 같습니다.

흥 넘치는 축제를, 눈물나는 드라마를, 당신과 함께 만들기를 원합니다.
2020 연극의 해를 맞아 녹색당을 주인공으로 하는 한 편의 반전 드라마를 써내겠습니다.

저와 함께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2019년 11월 5일

성지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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