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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민을 밀고 나가는 근성 (은평 메밀국수) by 보코

작성자
녹색당 전국사무처
작성일
2018-05-17 13:29
조회
796

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아직 5월인데 몇 차례의 봄비가 지나가더니, 한낮의 햇빛은 이제 뙤약볕 못지않게 쨍쨍하다. 나는 작은 연립주택에 살고 있는데 벌써...모기가 나타났다. 두둥. 윙윙거리는 소리를 쫓아 파리채를 휘두르다가 ‘지구 온난화’라는 단어를 자연스레 떠올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 가끔은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버거운데 다른 존재들과는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든다. 힝. 혼자 구시렁구시렁 거리면서 은평구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서울시 은평구 아선거구 (구산동/대조동) 구의원으로 출마 선언한 녹색당 이상희 후보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녹색당 후보가 추천하는 맛집을 맛보러(으흐흐) 점심시간에 맞춰 약속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이동하는 길에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다 이런 걸 발견했다. 은평구에서 만든 홍보자료에는 ‘은혜와 평화의 땅’이라고 적혀있었다.

구민들을 위한 헌장도 만들었단다. 나름 지자체 최초라는 부심이 엿보인다.

서울시를 커다란 시계로 보면, 은평구는 11시 방향쯤에 있다. 경기도 일산과 가깝고 교통편도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과거에는 서울과 이북을 연결하는 관문 역할도 했다고. 하긴 여전히 남아있는 ‘구파발’이나 ‘역촌’과 같은 지명에서 공간에 쌓인 시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서울에 남고 싶은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 같은 느낌도 얼핏 든다. 서울의 중심 구역 개발에 따라 밀려난 주민들, 급등하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외곽의 낡은 주택을 찾아 들어온 젊은이들이 북적이며 사는 곳. 이 곳의 구의원으로 출마한 그녀는 은평구에 대한 나의 인상을 주의 깊게 듣더니 몇 가지 말을 덧붙였다.

“은평구는 나름 대안 운동을 열심히 해 온 동네에요. 마을 만들기나 도서관 만들기 운동, 각종 협동조합이나 동네를 기반으로 한 시민 모임들까지. 하지만 박원순 씨가 시장이 되면서 협치 국면이 되자 견제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을 못 했어요. 견제 기능 없이 협치만 하니까 빈 구멍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녹색 녹색한 바람막이를 입고 나타난 그녀. 요새 유니폼이란다.

그녀는 실은 천안 토박이다. 천안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지역을 기반으로 복지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에서 10년 넘게 활동했다. 천안시 사회복지 예산을 분석하고 시민들과 정책 워크숍을 열었다. 연차가 알토란처럼 차곡차곡 쌓일수록 활동의 한계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을 제안해도, 자원이나 권한이 없어 실행까지 연결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스스로의 역량 부족에 대한 스트레스도 경험치와 함께 쌓였다.

고민을 잔뜩 마음에 품고 과감하게 일을 그만뒀다. 1년 남짓 탱자탱자 놀았다. 빵집에서 아르바이트해서 네팔에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에 평소 좋아하는 선배 활동가가 천안시장으로 출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 저 사람이라면 천안이 정말 달라질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 선거를 열심히 도왔다. 비로소 정치가 피부로 와 닿았다.

“선거 운동을 겪으면서 정치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생겼어요. 동시에 화딱지도 났고요. 정치판이 달라진 게 없잖아요. 이번에 충남 인권 조례를 폐지시킨 도의원들이요. 그 중 몇몇은 제가 10년 전 의정 감시 활동을 할 때도 도의원이 하던 사람들이에요. 우리가 제대로 된 구의원, 도의원을 경험할 자격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

지방의회의 의원들이 어떤 짓을 하느냐에 따라 협치의 결과는 쪼개질 수도 있었다. 정치의 힘을 실감하고 나자 녹색당 사무처의 공고가 눈에 띄었다. 정책팀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사무실과 가까운 서울 은평구로 집도 옮겼다. 나이 서른여섯의 첫 독립이었다. 일과 삶터를 한 번에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녀는 나이 먹고 독립하는 건 은근히 더 어렵다며 웃음기 서린 푸념을 늘어놓았다.

“제가 이 나이에 어디 일반 직장 들어간다고 해서 (물론 받아주지도 않겠지만) 고분고분하게 살진 않을 것 같더라고요.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녹색당 운동을 하려면 어떤 방식이어야 할까 고민이 더 깊어졌어요. 제가 현장 활동가 출신이다 보니 지역에서 몸 움직이고 사람들 만나는 게 훨씬 재미있더라고요. 녹색당의 좋은 정책을 동네로, 일상으로, 가까이 가져오고 싶었어요.”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는 개인적 삶에 대한 고민과 활동에 대한 고민이 나란히 보폭을 맞춰 걷는 삶에 관한 것이었다. 고민을 끌어가는 힘, 그 안의 근성이 느껴졌다. 한눈팔지 않고, 곁다리 짚지 않고, 묵묵히 고민을 다음 행보로 밀고 나가는, 그런 근성 말이다.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그녀와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메밀국수 집 앞에 도착했다.

메밀 막국수 말고도 메뉴가 다양하다.

그녀에 대한 첫인상을 인제야 말하자면 ‘남에게 절대 싫은 소리 못할 것 같은 성실한 사람’의 캐릭터였다. 역시 첫인상은 전부를 말해주지 않는다. 저런 근성은 언제부터 단단해진 걸까.

“요즘 저는 되게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활동을 할 때는 직접 앞에 나서기보단 뒤에서 조직하거나 기획하는 일을 해왔으니까요. 제 얼굴이 알려지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정치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요. 그랬는데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 이후 페미니즘을 깊게 만나면서 스스로 달라진 것 같아요. 그동안 너무 남의 눈을 의식하고 살았구나 싶어요. 원래 내 모습대로, 있는 그대로 살자, 이런 다짐을 하게 되었어요. 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니까 제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싶은 의욕과 마음도 커지더라고요.”

속이 뻥 뚫리는 맛

캬. 속이 뻥 뚫리는 대목이다. 마침 주문한 막국수가 나왔다. 새콤달콤 매콤한 양념장에 아삭한 양배추의 식감과 찰진 메밀면은 무척 조화로웠다. 반찬은 열무김치, 배추김치, 무생채가 전부였다. 창문으로 비치는 쨍한 봄볕 아래 시원한 막국수를 삼키며 그녀는 다부지게 말했다.

“누군가는 녹색당이 이상적인 구호만 얘기하는 데 아니냐, 신선놀음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소리 들으면 정말 화나요. 저는 녹색당이 이야기하는 정책들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피켓 들고 정당연설회 하는 게 전부처럼 보이지만 사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못 한 게 더 커요. 녹색당의 정책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보여주고 싶어서 저는 정치해요. 4년 내내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구의원이 될 거예요.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주민과 지방의회를 연결하는 구의원이 되어서 정치 효능감을 높이고 싶어요.”

(좌) 천안에서 이상희 후보를 응원하러 온 친구들 (우)명함이 버려져 있으면 속상해여 흐규흐규


녹색당 은평구의회 이상희 후보의 추천 공간

메밀 마을 (서울특별시 은평구 대조동 194-28)

연중 메밀 막국수를 먹을 수 있다. 판 메밀, 메밀만두국, 메밀만두, 메밀부침 등 메밀을 주 재료로 한 메뉴가 다양하다. 찬 음식이 부담스러울 땐 들깨 옹심이칼국수를 비롯해 청국장이나 보리밥 등 식사도 가능하다. 전골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메뉴는 7,000원이다. 한 마디로 막걸리와 탁월하게 잘 어울리는 메뉴들이 많다.

전환마을 부엌 밥풀꽃 (서울특별시 은평구 구산동 연서로15길 8)

(사진출처 : 밥풀꽃 페이스북 @babfullggot)

직접 농사지은 텃밭 채소, 국산콩으로 만든 간장과 된장을 사용해 밥상을 차리는 곳이다. 점심 밥상은 11시 30분부터 3시까지 가능하며 가격은 7,000원이다. 메뉴는 때마다 제철 식재료에 따라 달라지며 도시락이나 케이터링도 가능하다. 작은 공연, 야시장, 기억 마켓, 자급자족 학교 등 다양한 행사도 열리는 동네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구산동 도서관 마을 (서울특별시 은평구 연서로 13길 29-23)

(사진출처 : 구립 구산동도서관마을 gsvlib.or.kr)

구산동 주민들의 요구로 지어진 도서관이다. 일반 가정집 3채를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는데 옛 주택의 방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대한민국 건축 대상도 받은 곳이라 타 지역에서 일부러 견학을 하러 오기도 한다고. 골목길 사이에 위치해 있고, 어린이 자료실, 청소년 자료실 외에도 마을 자료실, 만화 자료실이 따로 있다. 이상희 후보는 혼자 짱 박혀 만화책 보기 좋은 곳이라고 소곤소곤거렸다.

살림의료생협 (서울특별시 은평구 구산동 2-36)

(사진출처 :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cafe.daum.net/femihealth)

은평구를 거점으로 한 의료 협동조합이다. 의사 선생님 얼굴 5분 보면 약 받고 주사 맞고 끝나버리는 여타 병원과 달리 몸의 상태에 대해 상의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은평구에 살지 않아도 조합원이 될 수 있고, 조합원이 되지 않아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은평구에 살지 않지만 아파도 굳이 버스를 타고 찾아가는 이유다. (내 마음속 주치의 선생님) 살림 치과와 운동센터 다짐도 함께 운영되고 있으며 그 외에 걷기, 텃밭, 요리, 여성주의 책 읽기 등 다양한 소모임에도 참여할 수 있다.

새싹공간 (은평구 통일로 67길 9 2층)

(사진출처 : 새싹공간 페이스북 facebook.com/ssspace.ep)

‘은평, 청년, 네트워크’를 키워드로 한 공간이다. 은평구에서 활동하는 사람 모두에게 열려있다. 해먹 의자가 있는 회의실, 공유 주방, 컴퓨터와 복합기, 스크린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한 마디로 회의하다가 중간에 도시락도 까먹고 영화도 볼 수 있는 그런 공간. 월~금요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대관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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