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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게시판


아주 정치적인 녹색3 : 단일이슈정당이라는 오해를 넘어서

자유토론
작성자
하승수
작성일
2019-03-23 11:32
조회
276

2011년 8월부터 2012년 3월초까지 진행된 녹색당 창당 준비기간 동안 3군데의 사무실을 거쳤다.

처음에는 임시로 서대문쪽에 있던 ‘초록당 사람들’ 이 있던 사무실에서 실무를 시작했다. 그 사무실은 여러 단체들이 함께 쓰던 사무실이었다.

그 다음에는 서촌에 있던 단체사무실의 방 하나를 빌려 공동으로 쓰기 시작했다. 당시 1층에는 길담서원이 있었다(그 이후 길담서원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이사를 했는데, 우연히 녹색당이 그 건물에 들어가게 되어 지금도 녹색당 사무실 아래에는 길담서원이 있다. 묘한 인연이다^^).

그리고 2011년 12월에 영등포에 사무실을 빌려 처음으로 독자공간을 쓰기 시작했다.

그 무렵 ‘국제녹색당’이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한번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실 녹색당 창당준비를 시작하기 전에는 ‘국제녹색당’이라는 정당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런데 막상 창당을 하려니까, ‘국제녹색당’이라는 정당이 먼저 등록되어 있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떤 정당인지 보니까 핵발전에 찬성하는 정당이었다. 녹색당이 지향하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정당인데, 어쩐 일인지 ‘국제녹색당’이라는 당명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비를 내는 당원이 한명도 없는 것으로 선관위 자료에 나와 있었다. 이런 정당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런데 그 국제녹색당 사무총장이라는 분이 연락을 하고 영등포에 있던 녹색당사로 찾아 왔다.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물으니까, ‘자기들도 총선을 준비하려 하는데 협력같은 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얘기를 하길래,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돌려보냈다.

하나의 에피소드인데, 이 에피소드를 얘기하는 이유는 ‘왜 녹색당인가’에 관한 얘기를 꺼내기 위해서이다.

녹색당 창당을 막 준비하던 2011년 7-8월 무렵이었을 것이다. 필자가 녹색당 창당에 참여한다고 하니까, 어떤 지인이 ‘탈핵 단일 이슈로 정당을 창당할 필요까지 있느냐?’는 질문을 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오해였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직후여서 탈핵이 매우 중요한 시기였고, 창당준비 시기에 녹색당은 핵발전 문제를 정치의 의제로 만드는 것에 주력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녹색당이 탈핵 단일 이슈 정당이라는 것은 큰 오해였다.

전세계 녹색당들을 보더라도, 핵발전, 기후변화같은 문제 만이 아니라,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는 활동, 무분별한 민영화에 반대하며 사회의 공공성을 지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활동만으로 정당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 이후에도 상당히 많은 분들이 ‘녹색당이 기존 진보정당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을 해 왔다. 특히 다른 진보정당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질문이 많았다.

그런 질문을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탈성장’이다. 그동안 이 사회를 지배해왔던 경제성장주의에서 벗어나서 파괴와 경쟁의 문명을 공생.공존(함께 살자)의 문명으로 바꾸자는 것이 바로 녹색당만의 정체성이다.

진보정당 활동을 제대로 해 왔던 분일수록 ‘탈성장’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녹색당은 별도의 정당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것이었다. 사실은 진보정당도 경제성장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당시에 필자가 썼던 한 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정리한 대목이다.

“더 이상 국내총생산(GDP)의 증가로 표현되는 경제성장은 지속가능하지도 않고,사람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지도 못하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이루지도 못한다. 성장을 추구하는 이상, 각종 개발사업을 벌이고 경쟁과 시장화를 맹신하는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은 성장중독증에서 벗어나고, GDP에서 벗어나는 ‘탈성장’을 얘기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진보는 성장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왔던 권영길 후보도 몇% 성장률을 공약할 정도였다.

요즘 차기 정부의 과제로 ‘탈토건’이 거론된다. 물론 토건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토건사업을 벌여왔던 사람들의 주된 논리가 경제성장율이었던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몇% 경제성장율을 달성하기 위해 토건사업을 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토건세력의 논리이다.

영리병원의 문제도 비슷하다. 의료의 시장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의료산업을 키워서 경제성장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의 밑바탕에는 성장중독증이 깔려 있다.

따라서 탈토건이나 의료공공성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이상 GDP증가에 얽매이지 않고, 성장률에 얽매이지 않는 ‘탈성장’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해야 한다.”

필자만이 아니라 창당과정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탈성장’에 공감하고 있었고, 그런 문제의식이 창당발기취지문에도 담겼다.

“우리 사회는 성장지상주의와 개발만능주의의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상처는 곪을 만큼 곪아 기후변화와 핵 사고에서부터, 빈부격차를 조장하는 금융위기 등으로, 우리의 ‘공동체’를 지리멸렬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성장일변도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행복과 성숙을 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강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문제의식은 보다 명확해진다. <강령전문>에서 “우리는 성장과 물신주의, 경제 지상주의를 넘어서는 정당”임을 밝히고 있고, <생태적 지혜> 부분에서, “개발주의와 성장주의는 공동체와 생명, 자연을 파괴하고 있으며, 성공과 승리만을 바라보는 경쟁과 차별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탈성장, 탈토건 사회를 위해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막고, 성장만능주의를 넘어서야 합니다. 성장보다 공동체와 개인의 행복과 성숙을 추구할 것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창당 이후에도 탈성장은 녹색당 정책의 밑바탕에 깔린 문제의식이었고, 2016년 총선에서 녹색당 정책기조는 “성장중독 탈출, 행복이 우선이다”로 요약되었다.

http://www.kgreens.org/wp-content/uploads/2016/02/2016election_pledge_sheets.pdf

그러나 ‘탈성장’이라는 철학을 정책과 활동으로 구체화하면서 시민들의 지지와 호응을 끌어내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앞으로도 녹색당이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 첨부자료 :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 취지문

** 이어질 글의 제목들만 소개합니다.

  • 강령과 당헌의 작성과정 : 추첨제 대의원, 여성과반수 대표제, 청년녹색당의 탄생
  • 2012년 총선에 참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
  • 생소한 선거법, 돈없는 것도 서러운데 마이크까지 빼앗기고
  • 녹색당을 포기 못하다보니 ‘녹색당 더하기’가 탄생
  • 재창당대회의 복병, ‘반(反) 정당의 정당’
  • 창당이후 처음 맞는 대선,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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