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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정치적인 녹색4 : 녹색당 강령과 당헌은 어떻게 탄생했나?

자유토론
작성자
하승수
작성일
2019-03-26 11:56
조회
506

녹색당 강령과 당헌은 어떻게 만들어졌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대답은 간단하다. ‘회의’의 결과물이다.

이 때 회의는 여럿이 모여서 의논한다는 의미의 회의(會議)를 말한다.^^

회의는 때로는 낭비적이고 피곤하게 느껴지지만, 때로는 회의를 하지 않았다면 생각하지도 못했을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과 뜻이 모여지는 것도 회의를 통해서다. 물론 서로 어떤 지점에서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끝날 수도 있는게 회의이다.

녹색당 창당과정에서 숱한 회의들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나는 회의는 강령과 당헌을 작성하기 위해 대전에서 모였던 1박2일 워크샵이었다.

당원수가 1천명을 넘어 2천명에 도달해가던 즈음인 2012년 1월 17-18일 대전 동구 청소년수련관에서 녹색당 강령.당헌 작성 워크샵이 열렸다.

창당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창당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강령과 당헌을 준비했어야 했다. 그래서 2011년 10월 30일 발기인 대회가 끝난 후에 강령과 당헌 작성에 참여하고 싶은 당원들을 공개모집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모이기 쉬운 대전에서 초안작성위원회 워크샵을 하게 됐던 것이다.

이 워크샵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정말 길었고, 예측불가능했고, 치열했던 회의였기 때문이다. 시간제약상 강령팀과 당헌팀을 나눠서 회의를 했는데, 강령쪽에 참여했던 당원들의 얘기에 따르면 회의는 새벽 4시반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그 다음에 뒷풀이를 했다고 하니, 밤을 꼴딱 새운 셈이다.

당헌쪽도 마찬가지였다. 새벽까지 회의를 했는데, 당헌논의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한줄 한줄 얘기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날은 워크샵이었고, 강령과 당헌 작성을 위한 회의는 여러 차례 열렸고, 온라인으로도 의견수렴을 했다. 물론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6개월 내에 창당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나쁜 법조항이 제약요소였고, 2012년 4월 총선도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녹색당의 창당취지를 생각하면, 몇몇 사람들이 밀실에서 강령과 당헌을 작성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물리적인 제약속에서도 최대한 공개적인 논의를 해 보려 했다. 참여한 당원들이 한줄 한줄 읽어가면서 토론을 했기에, 녹색당의 강령과 당헌은 누가 작성했다고 말할 수 없다. 그야말로 회의의 결과물이다.

녹색당의 당헌에서 특징적인 부분을 꼽는다면, 여성과반수 대표제, 추첨제 대의원대회, 청년녹색당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여성과반수 대표제를 명시하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처음에는 여남동수대표제로 제안됐었다가, 중간에 '여성이 대의기관과 위원회 구성시에 50%이상 되어야 한다'는 ‘여성과반수대표제’로 최종 문구가 정리되었다. 해외의 많은 녹색당들이 유사한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참고가 되었다.

당헌에서 최대 쟁점은 대의원을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 였다. 1월 17-18일 워크샵 기록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초안 작성위원들간에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습니다만, 한가지 의견차이가 존재한 점이 있었습니다. 대의원을 어떻게 뽑을 것인가의 문제였는데, 기존의 정당들과는 달리 대의원 전원을 추첨제로 뽑자는 제안이 있었고 토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초안작성위원들 간에 의견차이가 있어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지금은 추첨제 대의원대회가 7년째를 맞지만, 창당준비 당시에는 녹색당 내부에서도 추첨제 방식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추첨제+선출제를 병행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그러나 추첨제를 할 거면 전면적으로 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좀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 진보신당에서 대의원의 10%를 추첨제로 선출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할 경우에는 선출직으로 뽑힌 대의원과 추첨으로 뽑힌 대의원간에 이질성이 존재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전면추첨제를 도입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좀더 우세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추첨제로 당헌을 정리하게 되었다.

청년녹색당에 대해서도 꽤 많은 논의가 있었다. 청년녹색당이라는 조직을 당헌에 명시하고 별도로 둘 필요가 있느냐? 는 의견도 있었고, 외국 녹색당의 영그린스(Young Greens)처럼 독자성이 있는 조직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러 토론 끝에 35세 이하 당원들은 청년녹색당원모임을 자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정리됐다.

지금 다시 1박2일동안 강령과 당헌을 토론하라면 할 자신이 없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2012년 1월에는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정말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으로 토론에 참여했다.

녹색당 강령과 당헌을 읽을 때마다 드는 자부심의 원천은, 그 속에 담긴 가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느 한 사람이 만든게 아니라 당원들이 함께 만든 강령과 당헌이라는 점도 있다.

그리고 여성과반수 대표제, 추첨제 대의원대회는 지금까지 비교적 잘 지켜나가고 있다. 다른 정당에서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제도들이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녹색당이다.

이제는 녹색당이 정착시켜온 민주주의 제도들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도입되는 일만 남았다. 녹색당이 국회로 들어가 여성과반수대표제를 입법하고 추첨제 민주주의를 사회 곳곳에 확대시키는 꿈을 현실로 만들 때가 되었다.

** 이어질 글의 제목들만 소개합니다.

  • 2012년 총선에 참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
  • 생소한 선거법, 돈없는 것도 서러운데 마이크까지 빼앗기고
  • 녹색당을 포기 못하다보니 ‘녹색당 더하기’가 탄생
  • 재창당대회의 복병, ‘반(反) 정당의 정당’
  • 창당이후 처음 맞는 대선, 어떻게 해야 하나?
전체 2

  • 2019-03-26 20:05

    아주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위원장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19-03-26 23:38

      잘 읽고 계시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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