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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정치적인 녹색 9 : 녹색당 최초의 대선후보는 언제쯤?

자유토론
작성자
하승수
작성일
2019-05-19 19:08
조회
391

녹색당 창당스토리 9번째이자 마지막입니다. 창당스토리는 2012년 대선을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그 이후의 얘기들은 다음 기회에 또 정리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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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명목상의 왕이 있는 국가를 제외하면, 대체로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있다. 의원내각제 국가라고 해도 왕이 없으면 대통령은 있다. 누군가는 총리(수상)을 임명하고, 국가에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에는 권한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의원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들은 대통령을 직접선거로 뽑을 필요는 없다. 대통령은 평상시에 명목상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같은 나라는 간접선거(선거인단만 투표권을 가지는 방식)로 대통령을 뽑는다.

유럽에서도 의원내각제가 아닌 국가들은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기도 한다. 오스트리아, 핀란드같은 국가들은 이원집정부제라고 해서 대통령을 직접 선출한다. 프랑스도 그렇다. 국민들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국회중심으로 구성되는 내각과 함께 집행권을 갖는 형태이다.

대통령 선거는 1명을 뽑는 선거여서 모든 나라의 선거방식이 똑같을 것같지만, 그렇지 않다. 결선투표제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대통령을 직접 뽑는 국가들은 대체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어 있으면, 1차 투표에서는 정당들이 자유롭게 후보를 낸다. 1차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있으면 그 후보가 당선되지만, 선거를 해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면, 1등과 2등만 뽑아서 결선투표를 한다.

결선투표제가 있는 국가에서는 한국과는 달리 1차투표에서는 ‘후보단일화’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 다양한 정당이 대선 1차 투표에서는 후보를 내고 경쟁한다. 그 다음에 2차투표(결선투표) 단계가 되었을 때에, 2차투표에 오르지 못한 정당들은 누구를 지지할지 고민하게 된다.

의의로 1차투표에서 녹색당 후보(또는 녹색당 출신후보)가 2등안에 들어서 결선투표에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현재 오스트리아의 대통령인 ‘판 데어 벨렌’은 녹색당 대표출신인데, 1차 투표에서 2등을 했고 결선투표에서 이겨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핀란드에서도 2012년 대선에서 녹색당 후보가 대통령 결선투표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이렇게 각 나라의 선거제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선거가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선관위에 내야 하는 기탁금이 3억원에 이르는 등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소수정당들은 자유롭게 후보를 내기도 어려운 분위기이다. 결선투표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당이 선거에 후보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왜 민주(진보) 세력이 단결(연대)를 해야지 독자후보를 내느냐’는 식의 얘기가 선거 때마다 나온다. 그리고 후보단일화를 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이명박 정권시절인 2012년에 창당한 녹색당도 첫 번째 맞는 대선에서 고민에 빠졌다. 박근혜 대 문재인의 구도가 분명해진 2012년 대선이었다. 신생정당인 녹색당 입장에서 1) 독자후보를 낼지? 말지?, 2) 독자후보를 안 낸다면 다른 후보를 지지할지? 등에 대해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당시에는 전반적으로 이명박 집권 동안 벌어진 4대강 사업 등을 심판하려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리고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한 우려도가 컸다. 그래서 정권교체를 하려면 당시의 야권이 연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매우 강했다.

녹색당 내부적으로는 2012년 4.11 총선에서 낮은 득표율을 받고 등록취소까지 당한 처지여서, ‘아직까지 대선은 무리다’라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다.

그래서 2012년 10월에 열린 재창당대회에서는 대선과 관련해서 다소 모호한 결정을 했다. 결정내용은 대선대책특별기구를 구성하고, 탈핵.탈토건 등 녹색당이 주장하는 핵심의제와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구체적인 대응방안의 수립과 실행은 대선대책특별기구에 위임하기로 하고, “다만, 당원전체의 의견수렴이 필요한 독자후보 출마나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와 관련해서는 당원전체를 대상으로 한 동의 과정을 거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사실상 독자후보를 출마시키지 않고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도 하지 않는 방향을 잠정적으로 설정한 것이었다. 문구를 읽어보면 그런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에서 의사결정은 다소 모호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그 모호함도 정치적 판단의 결과이다. 재창당대회에서 이뤄진 모호한 결정은 사실상 ‘녹색당은 대선에서 독자후보 출마도, 다른 후보 지지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시에 소수정당의 독자후보출마-완주가 어려운 정치적 조건이었고(실제로 2012년 대선에서는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도 완주를 하지 못하고 중도사퇴를 했다), 녹색당 내부적으로도 대선을 치를 역량이 아직 갖춰있지 못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치와 정책지향이 다른 후보를 지지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에 아쉬움을 표시하는 당원들도 있었다. 대통령선거를 통해 정당의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데,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 고민은 단지 2012년 대선때만의 고민이 아니다. 결선투표제도 없는 상황이고 고액의 기탁금이 부담되는 상황에서 녹색당은 대선때마다 이런 고민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2017년 대선에도 녹색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역시 후보를 내기 어려운 여러 상황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후보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역시 존재했다.

그렇다면 2022년 3월에 치러질 대선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2022년에는 대선만 있는 것이 아니라, 6월에 지방선거가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더라도 정당의 입장에서 3월 대선을 건너뛰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어쨌든 정치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앞선 선택이 뒤의 선택을 할 때에 조건이 된다.

앞으로도 녹색당은 많은 선택지들에 부딪힐 것이다. 당원들의 지혜를 모아 현명한 선택들을 해 나가고, 그 선택들을 잘 실행해나갈 때, 녹색당원들이 바라는 세상은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녹색당도 선택의 결과이다. 2011년 ‘기존 정당에서는 녹색정치가 불가능하므로 녹색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무모해 보이는 선택이 오늘의 녹색당이 있게 했다.

그 선택은 녹색당에 참여한 개개인들의 선택이기도 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러 얼굴들이 떠오른다. 창당초기의 어려움과 혼란 속에서도 당직을 맡아서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 열악한 상황에서 상근.반상근을 했던 활동가들, 당선가능성도 희박한 선거에 출마를 자임했던 후보들, 지금도 같이 활동하고 있는 당원들.

우리 모두가 선택했던 길은 순탄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택은 스스로에게 당당한 선택이었다고 믿는다.

우리는 잘못된 시스템에 순응하지 않았고, 시스템을 바꾸려고 노력해 왔다. 우리는 이 세상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했고, 그래서 정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우리의 선택이 희망과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 지금의 세상을 너무 늦지 않게 바꿀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과 낙관을 잃지 않으며, 비폭력과 평화의 힘을 통해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녹색당 강령 전문중에서)”

전체 1

  • 2019-06-29 17:52

    좋은 글 감사합니다 :)
    1편부터 모두 읽었는데 감동적인 부분도 있고, 흥미로운 부분도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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