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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게시판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합니다.

작성자
하승수
작성일
2020-02-04 18:00
조회
3422

녹색당원들께 

 

경제성장과 물질적 풍요를 쫓는 이 사회에서, 차별과 혐오가 넘쳐나는 이 사회에서, ‘다른 사회’와 ‘다른 삶’을 꿈꾸며 정치라는 세계에까지 발을 내딛은 저의 동료, 동지, 친구들께.

 

송구스럽지만,  2020년 4.15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글을 씁니다. 출마선언문이 아니라 불출마선언문입니다. 

 

그러나 너무 마음 무겁지 마십시오. 저는 불출마하지만, 녹색당은 출마합니다. 그리고 저는 녹색당의 원내진입을 이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지금은 누가 국회의원이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느 정당이 국회로 들어가느냐가 중요한 때입니다. 

 

부디 녹색당이 제도권 정치에서 역할을 할 기회를 주십시오. 총선 이후 당내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녹색당이 국회에 들어가면 녹색당의 국회의원이 생기는 것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제가 불출마를 하는 이유는 당의 의사결정기구의 결정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19일 열린 78차 전국운영위원회에서는 공동운영위원장들에게 최근 당내 사안들에 대한 책임과 함께, 총선준비를 정해진 시기에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총선 불출마를 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저는 이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존중합니다. 이 결정에 따르는 것이 정당인으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한국 진보정당의 역사를 보면, 대표자가 당의 의사결정기구의 결정에 반발해서 탈당을 하는 일까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일들을 보며, 녹색당의 정치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정당에서 정치를 한다는 것은, 많은 혜택을 받는 것입니다. 지원도 받고 지지도 받고 사랑도 받습니다. 그렇기에 정당의 대표자는 자신의 거취에 관한 의사결정기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불출마 권고를 받아들임으로써 정치적 책임을 지려고 합니다. 

 

물론 저는 지난 12월 이뤄진 녹색당 1단계 비례후보 선출절차에서 이미 예비후보로 선출된 상황입니다. 2,996명의 당원들께서 저에게 지지를 보내주신 그 뜻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국회의원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정치적 기여는 충분히 있습니다. 국회에는 의원회관도 있지만, 본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녹색당이 국회에 진입한다면, 녹색당 후보자들은 의원회관으로, 당의 대표자를 맡고 있는 저는 당원들과 함께 국회 본관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원내정당이 되면 국회 본관에 공간이 주어지고, 정치부 기자들이 모여있는 정론관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생깁니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원내에서 정치협상 테이블을 만들고, 정치협상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립니다. 

 

저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제도권 정치의 바깥에 있어온 사람이지만, 2018-2019년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지는 정치협상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여러 정당들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조율해서 미흡하나마 선거제도 개혁이 성과를 내는데 기여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깨달은 것은 ‘정당’의 중요성입니다. 만약 개별 국회의원을 설득해서 선거제도 개혁을 하려 했다면, 100% 실패했을 것입니다. 

 

만약 녹색당이 국회에 들어간다면, 총선 이후 당내 논의를 거쳐 제 공동운영위원장 임기가 끝나는 9월까지 원내정당의 대표자로서 정치협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기후위기, 정치개혁 등과 관련해서 녹색당이 중요한 ‘역사적 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독일녹색당이 1998년 탈핵을 이끌어냈던 것처럼, 오스트리아 녹색당이 2020년 ‘2040년 탄소배출 순제로’ 합의를 이끌어낸 것처럼, 한국에서도 녹색당이 큰 변화를 만들어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녹색당이 국회로 들어가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국회의원이 되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어느 정당이 국회로 들어가느냐입니다. 개별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매우 적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당이 정당답게 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녹색당은 그런 정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녹색당의 원내진입을 위해 저는 후보자가 아니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곧 시작될 2단계 비례대표 후보 선출절차를 통해 확정될 녹색당의 후보들을 잘 뒷받침해서 녹색당의 원내진입을 꼭 이뤄내고 싶습니다.

 

또한 공동운영위원장으로서 지고 있는 책임을 다시 한번 무겁게 자각하고, 조직의 재정비를 위해 제가 해야 할 역할들, 할 수 있는 일들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당이 어려운 상황이기에, 제게 허용된 권한범위 내에서 안팎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당의 조직운영을 개선하고 활동가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번 저의 부족함에 대해, 그리고 불출마 선언을 올리는 것에 대해, 당원들과 지지자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희망을 갖고 다시 뛰자고 제안드립니다.

 

지금의 시대는 녹색당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고, 2020년이야말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때입니다.

 

기후위기를 막아내고 차별과 불평등을 없애 나가는 길에 끝까지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년 2월 4일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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