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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과 녹색당 (1) 결선투표제

자유토론
작성자
김수민
작성일
2016-04-21 17:18
조회
1693

정치개혁과 녹색당 (1) 결선투표제

몇줄요약
1. 결선투표제는 현재의 단순다수대표제보다는 민의를 공정하게 반영하는 제도다.
2. 국민의당은 2012년 트라우마 때문에 결선투표제를 원할 수밖에 없다.
3. 결선투표제를 실시할 경우 거대정당은 분열되기 쉽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결선투표제에 동의하지 않을 공산이 높다.
4. 결선투표제가 갖는 '두 차례 투표'라는 특성은 강자 또는 보수파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
5. 결선투표제는 군소정당에게 '사퇴압력으로부터의 자유', '선거 완주로 인한 정당 홍보'라는 장점이 있다.
6. 하지만 결선투표제 도입은 여러 갈래로 군소정당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의당은 최대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녹색당은 잃어버릴 것도 거의 없겠지만)

이번 총선 결과로 이런저런 정치개혁 방안들이 논의됩니다.
하지만 논의 양상은 참 일방적입니다.
한쪽에서는 무작정 "양당제를 해소할 수 있다"거나 "정치다양성이 구현된다"는 식으로
단정적으로 회자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국 실정에 안 맞다"는 식으로 묵살되고 있습니다.

그 방안들은 어떠한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녹색당과 같은 정당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발휘할지
나아가 그 방안들이 정치개혁이 맞기는 한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요즘 가장 많이 회자되는 정치개혁방안은 단연 결선투표제인 것 같습니다.
한 번 투표해서 1위를 당선자로 삼는 현제도(단순다수대표제)를
1, 2위를 가려낸 뒤 마지막 투표로 당선자를 가려내는 제도로 바꾸자는 이야기입니다.

결선투표제는 크게 두 가지의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1) 많은 유권자들이 거부하는 후보는 단단한 지지층이 있어도 탈락시킬 수 있다.
2) 군소후보들이 1차 투표에서 안정적으로 완주할 수 있게 되어 정치다양성이 보장된다.

1)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자신을 확고하게 지지하는 투표자 45%를 확보했지만
50% 이상의 유권자에게 비토를 받는 정치인은
당선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이라는 '오직 하나뿐인 자리'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2)는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각 정당에게 결선투표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짚어보면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 국민의당은 원하고,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원하지 않을 듯

국민의당은 대선 결선투표제를 가장 강력하게 희망하는 정당입니다.
국민의당은 창당 당시부터 대선 결선투표제를 당론으로 삼은 바 있습니다.
2012년 안철수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2012년 총선 직후 대선 주자 인기도는
박근혜-안철수-문재인 순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자연스레 박-문-안 순으로 재정렬됩니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후보단일화가 불가피했습니다.
본인이나 주변에서는 3자구도로 계속 가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새누리당은 응집력이 강하므로 비-새누리당이 분열되면
새누리당이 이긴다고 하는 프레임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에
여론의 압력을 안철수는 절대 넘어설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안철수의 지지표 가운데서는 당시 민주통합당(문재인)을 좋아하지 않은
무당파나 새누리당 온건 지지층이 적지 않게 섞여 있었다는 것입니다.
문재인과의 단일화에 돌입하는 순간 이 지지층의 이탈이 표면화되었습니다.
한편 민주당 지지층인 동시에 안철수를 지지했던 여론 중 일부,
특히 호남쪽은 "어차피 단일화가 되기 때문에 걱정을 놓고
일단은 민주당 후보(문재인)을 지지해보자"는 쪽으로 쏠려가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3등후보가 되고 만 안철수에게 남은 선택지는
오로지 결선투표제일 뿐입니다.
현행 투표제하에서는 독자완주와 후보단일화 뿐인데
어느 쪽이든 크게 욕을 먹습니다.
독자완주를 하려고 하면 "야권을 분열시킨다"고 할 테고
더민주와 단일화에 나서면 "더민주랑 한 편이다"는 인식에 갇힙니다.
새누리당과의 단일화? 당장 호남 지지층부터 달아날 것입니다.

앞으로 국민의당은 계속 결선투표제를 주창할 것입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결선투표제를 원하지 않을 공산이 높습니다.

일단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이회창-이인제 분열로 정권을 내준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2012년 대선에서는 과반 득표율로 정권을 재창출한 경험이 있죠.
이렇게만 보면 결선투표제가 새누리당에게 불리하지 않아 보입니다.

더민주도 1여다야구도에서 결선투표제를 실시해 야권표를 결집해야
정권교체를 하는 데 더 유리해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더민주가 결선투표제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혹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새누리든 더민주든 거대 정당은 결선투표제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라는 거대 양당은
"적에게 유리한 짓을 하면 안 되니까, 이 상태로, 우리 당으로
뭉쳐야 한다"라는 위협 속에서 형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새누리당은 분열될 공산이 매우 커지고
더민주도 분열은 막더라도 국민의당을 재흡수할 수 있는 요건이 매우 약화됩니다.

국민의당(안철수)이 대선을 완주해버리겠다는 게 확실시되면
더민주는 결선투표제로 기울어질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것에 대비해서 현명하고 신속하게 움직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오히려 결선투표제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굳혀버리고
"안철수는 단일화에 응하든지 역적이 되든지 알아서 해라"라고
통첩을 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치킨 게임으로 들어가는 거죠.

그리고 남 핑계를 댈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 의석수는 120석 이상으로
국회내에서 필리버스터 등으로 법안 처리를 막을 수 있는 수준은 됩니다.
새누리당이 결선투표제에 완강하게 반대해버리면 더민주는 새누리당 핑계를 대면 됩니다.
지금 국회 구도 때문에 결선투표제를 관철시키려면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더민주 둘 다를 설득해야 하는데 이게 매우 어렵고,
둘 중 하나라도 설득하려고 해도 상대 당이 간절히 원하는 법안을 대신 들어주는
엄청난 거래 같은 게 필요한데, 이 경우도 지탄을 받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면 결선투표제는 다음 대선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실현 어려운가?
그것은 두고 볼 일입니다.
새누리당은 영원히 결선투표제를 반대할까요?

결선투표제는 투표를 두 차례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두 차례 모두 투표를 하는 계층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상식적으로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특정 정당을
굳건하게 지지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지지자로 많이 거느린 당이 이깁니다.
1차투표에서 투표를 안 했더라도 "어?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는데?
쟤들이 이기는 꼴은 못 보지"라면서 결선투표에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표를 받는 정당과 후보가 유리합니다.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새누리당이 결선투표제에서 잘될 수도 있다는 근거입니다.

또 하나, 새누리당이 분열되어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면?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결선투표제를 반대해왔던 것이
분열의 후과를 막기 위해 결선투표제를 찬성하는 것으로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나중에 결선투표제를 찬성하게 되는 것으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물론 1차투표에서 새누리당을 찍지 않았던 사람들이 결선투표에도
계속 참가하여 새누리당에 대한 반대표를 행사하는 규모가 커지거나
심지어 1차투표에 기권했다가 새누리당 집권을 막으려고 결선투표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다면(또는 그렇다고 예측된다면)
새누리당으로서는 결선투표제를 반대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두 차례 투표'가 '보수 우위' 또는 '강자 우위'를 굳혀준다는 판단이 들면,
그리고 그럼에도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결선투표제의 대안으로
한 번에 투표하면서도 '최선', '차선~차악', '차악'을 가려낼 수 있는
선호투표제가 있습니다. 자신의 선호순위를 투표용지에 표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제도도 맹점이 있습니다.
후보수가 많아질수록 맹점이 두드러집니다.
가령 7명이다. 그러면 1순위부터 7순위까지 다 표기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가능하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아마 3, 4순위부터는 '겐또' 찍듯이
숙고하지 않고 찍을 공산이 높습니다.

현실적으로는 1,2순위까지만 찍게 하는 것이 그나마 대안이 아닐까 합니다만
이 경우에는 결선투표제의 효과를 온전히 내기 어렵습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3위 이하 후보들의 표가 2순위로 어디를 지목했는지 계산하게 되는데
이렇게 최종집계를 끝내도 한 후보가 과반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 그러면 결선투표제는 군소정당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

뚜렷하게 예측되는 장점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사퇴 압력'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입니다.

그밖의 효과는, 글쎄요, 현실에 대입을 해보면 고개를 젓게 됩니다.

결선투표제가 다음 대선에 도입되었을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정의당'이 될 것입니다.
그 요인은 최소한 무려 세 가지나 됩니다.

첫째, 결선투표제가 기성 거대정당의 분열을 유도할 경우
그 싸움에 치여 군소정당은 더욱 뒤로 밀려납니다.
그것은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바 있죠.

둘째, 감이 확 오는 예시를 해보겠습니다,
1차투표에서 어쨌든 2위를 해야 결선투표제에 진출합니다.
그런데 만일 더민주의 문재인과 국민의당이 안철수가
2위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한다면?
정의당 표는 두 후보쪽으로(아마 문재인쪽으로 훨씬 많이 가겠죠)
끌려들어가게 될 겁니다.

셋째, 거대정당은 더욱 군소정당을 외면하게 됩니다.
일단 결선투표에 돌입하게 되면 거대정당은 군소정당을 크게 신경쓸 이유가 없습니다.
정의당이든 녹색당이든 그 지지자들은 절대 다수가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보다
정권교체를 훨씬 희망할 텐데요. 당 방침이 어떻게 되든
새누리당 아닌 나머지 한 후보를 찍을 것입니다.
군소정당은 거대정당과 정책 또는 장관직을 놓고 협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요컨대 결선투표제에서 군소정당은
후보를 완주시켜서 당을 홍보하는 효과 이외에는 그다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물론 정의당처럼 잃을 게 있는 정당과
그렇지도 않은 녹색당 사이에는 차이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결선투표제든 무엇이든 그것이 더 공정한 선거제도라면
찬성하는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제도가 개혁되면 우리도 잘 될 것이라는 기대는 썩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는 보장은 아무것도 없고 그 거꾸로 될 가능성도 충분히 크게 열려있기 때문입니다.

선거제도가 개혁되고 나서 독자적 대안정당이 흥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 대안정당이 스스로 지지 기반을 다지고 넓혀나가야
선거제도 개혁에도 이롭고 개혁된 이후에도 과실을 챙길 수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전체 1

  • 2016-04-22 01:56

    전체적인 문제의식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현행 대통령 선거나, 결선투표제나 녹색당이나 정의당 같은 군소정당이 가질 수 있는 레버리지가 없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고 봅니다. 정의당 입장에서도 더 나빠질 것은 없을 것 같고, 국민의 당(또는 안철수) 입장에서만 상당한 운신의 폭이 제공되겠네요. 2012년 선거와 같은 구도를 생각한다면, 더민주 입장에서도 환영할만한 일이기도 하구요. 기실 이번 총선에서 수많은 더민주 지지자들이 안철수의 낙선과 호남에서 국민의당 패배를 바랬던 많은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2012년과 같은, 아니 그보다 더 한 어깃장을 놓아 어부지리 승리를 새누리당에게 안겨줄 것이 큰 걱정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걱정과 관련해서, 결선투표제는 다야 체제에서 매우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단, 국민의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그것이 정권교체에 해당할만큼 그들이 야당에 가깝다는 전제하에서 그렇습니다. 국민의당이 제2야당인지, 제2여당인지는 향후 20대 국회 활동을 보면 가닥이 잡히겠지요.

    아마도 후속 글에서는 정당명부 비례(연동제이든, 균형비례(이병석 안)이든지요) 또는 그와 연계된 의원 내각제를 다뤄주시려나요?
    개인적으로는 100%의석에 연동되는 정당명부 비례(아마도 대부분의 군소정당들이 바라마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와 의원내각제가 도입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전자는 꽤 많이 논의됨에도 불구하고 후자는 개헌의 필요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아직 훨씬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네요. 당장 더민주의 대부분의 지지자들이 가장 두려워 했던 것이 새누리당 중심의 의원내각제 개헌이었으니까요. 이제는 그런 걱정은 넣어뒀겠지만, 정당명부 비례의 확대와 함께한다면 의원내각제를 해도 일본과 같은 구도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꼭 논의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김수민 대변인께서 다뤄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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