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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녹색당이 선거연합에 참여하는 데 ‘반대’합니다.

작성자
Sojung Ahn
작성일
2020-03-15 20:02
조회
497

안녕하세요. 경기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안소정입니다. 아마도 그간 진행되었던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녹색당 선거본부를 향해 가장 많은 문제제기를 했던 전운위원 중 한 명이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녹색당이 선거연합에 참여하는 데 ‘반대’합니다.

 

젠더폭력, 기후위기, 노동위기, 농업위기, 지방소멸의 위기 등을 일으키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를 깨고 녹색전환의 사회를 열자고 존재하는 정당이 녹색당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2년 한국 사회에 녹색당이 창당 했을 때, 자본주의를 지탱하기 위한 자본권력과, 그에 기생하는 정치인, 관료, 학계, 언론계 등 이 사회권력 전체가 얼마나 공고하게 엮여 있는지 몰랐습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강력한 본드 삼아 자본주의 기생권력들이 얼마나 공고하게 버티고 있는 지, 양당 중심의 기성정치가 서로를 적대적 공생관계 삼아 그 구조를 지키는 데 얼마나 뻔뻔하게 기여하고 있는 지 우리는 모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터와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정치가 필요하다고 만들어 진 정당이 녹색당이었습니다.

 

녹색당이 여권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것은 그간 녹색당이 정치적으로 내왔던 목소리를 원천적으로 뒤집는 선택입니다.

 

무엇인가를 얻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내어주는 것입니다.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함으로써 녹색당이 얻을 수 있는 최대 이익은, 의석입니다. 의석을 얻으면 국회의원 1-2명, 국회의원 1명 당 9명씩 지원되는 보좌관 인력, 원내 정당에 교부되는 정치지원금, 국회건물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 등이 부여될 것입니다.

이 눈에 보이는 실질적 이익을 얻는 대가로 녹색당은 8년 동안 내왔던 정치적 목소리와 정치적 명분을 내어줘야 합니다. 녹색당이 여권비례연합당에 참여하는 것은 녹색당이 한국 정치지형에서 갖고 있던 정치적 존재 의미를 상실하는 결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름으로만 포장 된 ‘미래를 위한 통합’, ‘민주진보연합’이 아닌 진짜 미래를 위한 통합과 민주적인 일상과 진보적인 사회개혁을 위한 연합이 우리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에 더 부합합니다.

녹색당은 민주당이 나눠주는 의석을 받기위해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기보다 미래한국당과 여권비례연합당 모두를 반대하는 참여연대, 경실련, 민주노총 등 570여 개 시민단체의 편에 서야 합니다.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등 여러 소수 진보 정당들에 시민사회와 힘을 합쳐 우리 양당정치가 말아먹은 삶을 지키기 위한 정치 연합을 구축하자고 제안해야 합니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정치개혁 완성’, ‘각 정당의 이름을 버리지 않고 선거연합을 해서 다당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제도 개혁’, ‘기후위기, 농업위기, 노동위기, 성차별 사회 대응’ 등을 22대 국회에서 쟁취할 공동의 정치적 목표로 수립하고, 이런 변화를 위해 힘을 합쳐 시민들에게 호소하자고 해야 합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기를. 갑자기 밀려들어 온 선거연합의 소용돌이에서 다시 우리의 중심을 잡고, 녹색당의 이름으로 유권자를 설득하고, 당원도 가입시키자고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녹색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기반도 지키고 녹색당도 지키자고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상황이 어렵고 마음이 약해질 때 우리는 요행을 바라기 쉬워집니다. 여러 달 동안 당내 갈등을 겪으며 녹색당 조직에 대한 신뢰도, 참여하고 있는 개개인의 힘도 많이 약해져 있을 시기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녹색당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가치가 어디에 있는 지를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됩니다.

정치의 자신감은 우리가 표방하는 가치와 정책, 그리고 그를 지탱하는 조직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특정 개인에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녹색당도 창당부터 가치정당과 정책정당을 지향해 왔지만 실상 지난 8년간 특정 소수의 인물들에 기대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선거연합 이슈에 당 전체가 휩쓸려 가고 있는 지금이 바로 녹색당 조직의 힘이 매우 취약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녹색당이 특정 인물에 대한 무조건적 믿음 대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녹색당이 발 딛고 있는 가치와 그를 정치적 성과로 관철시키기 위해 어떤 것이 가장 유리할 지를 두고 치열한 토론과 합의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곳이면 좋겠고, 그 과정이 우리의 정치적 결정의 근거가 되길 바랍니다.

투표 이후의 결과가 녹색당이 그 정체성에 내상을 입는 결과가 되지 않길, 소용돌이처럼 몰아치던 시간이 끝난 후 우리가 짚어야 할 것을 잃지 않고 짚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전체 3

  • 2020-03-15 23:58

    좋은 글 잘 봤습니다
    항상 고생 많은 점 고맙고 감사합니다!!
    이상과 현실은 참 괴리가 있죠
    정의당이 빠지더라도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등과 시민사회단체가 연합하는 선거연합을 만들면 3%이상 득표해서 원내진입가능합니다
    그런데 연합정당은 가능하지만 선거연합은 현행 선거법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런 부조리한 부분도 개혁하고 바꾸는 입법이 필요하고 역설적으로 원내진입해서 군소정당을 위한 개혁입법을 추진해야하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이상도 좋지만 현실도 중요하다는 점 말씀드리고 싶네요


  • 2020-03-15 20:18

    저는 연합정당에 찬성하지만 호소력 있는 멋진글입니다. 님이 있어 우리 녹색당의 오늘과 내일이 기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 2020-03-15 23:01

    한마디 한마디에 공감합니다. 소정님이 지키고자 힘을 내게 해줄 그런 녹색당일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