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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의변] 최혁봉(남성공동운영위원장 후보)

자유토론
작성자
녹색당 관리자
작성일
2016-08-09 16:53
조회
2597

안녕하세요? 최혁봉 당원입니다.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선거에 출마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저는 농부입니다. 전남 보성 벌교에서 12년 째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자연과 맨살을 대하는 농사야 말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온전한 인간이 되는 좋은 길이며, 사회적으로도 다시 되돌아가야 할 삶의 형태라 여겨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사회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제주 강정마을로 인해서 입니다. 해군기지 건설의 정당성이나 합리적인 절차도 없이 강압적으로 구럼비를 발파한다는 소식을 듣고 분개했습니다. 그리고 제주에 가는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것이 2012년 3월입니다. 강정에서 만난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통하여 국가폭력의 문제를 바라보았고, 저항의 정신을 배웠습니다. 그동안 사회문제에 너무 무관심하였음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강정의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후 밀양, 삼척, 영덕, 기장으로 이어지는 탈핵운동에 일부 동참하면서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훼손된 민주주의에 대해 깊이 각성하게 되었습니다. 행정대집행을 앞둔 밀양 평밭마을 127번 움막에서 일주일간 지내면서 통제되지 않는 권력의 비극을 보았습니다. 나뭇잎 부딪히는 바람소리에도 검은 제복의 침탈일까봐 두려워 떨던 밀양할머니들의 그늘진 얼굴이 생생합니다. 밤하늘에 울려 퍼지던 할머니들의 상처가 아팠습니다.

열심히 땀 흘려 농사를 짓는데도 형편이 나아지지를 않았습니다. 전업농으로 살기를 결심하고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농촌은 국가의 내부 식민지로 전락되어 있으며, 보통의 농민은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몸으로 체득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저는 정당정치의 필요성에 대해 숙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회문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녹색당의 출사표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 11월 10일 전남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하였습니다. 저는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되어 2년간 위원장직을 수행하였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2014년 지방선거에 전남도의원 후보로 출마하여 22.01%의 득표를 하였습니다. 2016년 총선에서는 지역구 출마 논의가 불발로 끝났으나, 선거기간동안 서울에서 활동했습니다.

개인능력의 부족을 인식하면서도, 매 순간 당원으로서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했습니다. 녹색당에는 자발성을 가진 당원이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역할을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당내의 몇 가지 중요한 역할을 경험하다보니, 당원으로서의 책임감도 느끼게 됩니다. 지나친 의무감이라기 보다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자연스러운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공동운영위원장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녹색당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현재 수행해야 할 과제라 여기는 몇 가지 사항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창당 이후 녹색당은 건강한 당 조직 구축과 핵심 의제 발굴에 주력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전국당과 지역당을 비롯하여 당내의 모든 기구가 수평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립했습니다. 풀뿌리 정당으로서 권력 분산의 원칙을 확립했습니다. 여남동수 운영위원장 체제와 대의원 전원 추첨제를 정착시켰습니다. 녹색당의 자랑스러운 정치 원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당조직 전반에 개선되어야 할 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녹색당의 상황은 바뀌고 있습니다. 가꾸어온 원칙은 지키되 바뀐 상황에 맞게 변화해야 합니다. 지난 역사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정당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적합한 권력관계, 소통체계 등을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정당활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거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구조를 갖추어야 합니다. 다행히 언급된 문제에 대해서는 총선 이후 당내에서 오랫동안 숙의중입니다. 논의의 결과를 반영하면서 당조직의 전반을 고치는 역할이 새로운 대표단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녹색당에 있어서 지역별 당원모임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지역모임은 녹색당의 기초단위로서 당원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공간입니다. 우리당의 손과 발로서 시민을 직접 만나는 현장입니다. 지역모임이 안정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전국녹색당에서 다각도로 지원해야 마땅합니다. 지역모임에 당원들께서 보다 쉽게 참여하고, 당원으로서의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도와야 할지 열심히 경청하고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풀뿌리 정당으로서 지역 거점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전략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단 한명의 녹색당 지방의원도 없습니다. 우리의 현실을 인정하고 2018년 지방선거를 착실히 준비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 드린대로, 저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도의원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22.1%라는 적지 않은 지지율을 얻었습니다만, 오히려 선거가 끝나고 나서 앞으로 어떻게 바닥 민심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막막했습니다. 선거를 치르면서 그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시골지역에 얽히고 섥혀있는 견고한 이해관계망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확실한 묘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과정에서 느꼈던 막막함을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이 비슷한 처지에 있음을 기억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방선거 후보자는 최소한 1년 전에 발탁하고, 당선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모임이 정당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가장 많은 힘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녹색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입니다. 녹색당은 그동안 다양한 의제를 발굴했습니다. 녹색당 창당의 동인이 된 탈핵을 비롯하여 기본소득, 동물권, 소수자인권, 미세먼지, 주거권등의 의제가 녹색당의 고유한 영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제가 자리를 잡은 이유는 사회적 요청과 더불어 의제를 붙들고 최선의 노력을 하고 계신 당원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모든 의제는 동등한 무게를 지니고 있고 다 소중합니다. 그러나 녹색당 안팎으로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녹색당의 대표적인 의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는 탈핵과 농업·먹거리 의제라 생각합니다. 에너지와 먹거리 문제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제이면서 가장 새로운 문제입니다. 두 분야에는 산업사회의 부작용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두 의제는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하는 녹색당의 취지와 가장 부합합니다. 탈핵은 이미 녹색당의 대표적인 의제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농업·먹거리 의제는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저는 농업·먹거리 의제를 확대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농업과 관련된 통계자료들 이를테면 식량자급률, 농촌인구 고령화, 농지감소, 농가소득, 농가부채등의 데이터는 농업의 현실이 얼마나 암울한지 보여줍니다. 주식인 쌀도 유전자 조작을 시도하고, 농업의 기업화로 신성한 먹거리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밥상위에는 불안한 음식들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암울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녹색당의 발언이 강력히 요청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백남기 농부님 물대포 사고에 보여준 녹색당원들의 진정성이 여러 농민단체들의 마음을 열고 있습니다. GMO(유전자조작) 벼 상용화 문제에 당원들께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셔서 농민단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농업 의제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었습니다. 게다가 먹거리 의제는 시민들의 보편적인 공감대가 작용하는 분야입니다. 녹색당이 먹거리 관련 전문성을 확보하고 정책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서 농업먹거리특별위윈회의 동료 위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현재 녹색당의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농부가 녹색당의 대표단으로 출마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동료의원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습니다. 농부의 대표단 활동을 막는 장애물을 찾고 함께 해결하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장애물을 해결하는 과정을 축제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에 마음이 녹았습니다. 동료들이 보여준 진심어린 연대의 마음이 아니었다면, 공동운영위원장 출마는 저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녹색당 당원으로 계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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