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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의변] 김은희(여성공동정책위원장 후보)

작성자
녹색당 관리자
작성일
2016-08-09 16:59
조회
1920

서울 양천당원 김은희입니다.

전국당 선거 후보등록기간 첫 날이 지나고 있습니다. 깊은 밤에도 한 더위 공기가 좀 갑갑하네요. 공동정책위원장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당내선거에 나설 의사가 없음은 밝혔지만, 선거공고가 시작되고 내내 가슴 한 구석이 무거웠습니다. 등록하는 후보가 계시지 않아 기간이 연장되는 우여곡절을 지켜보면서 “내가 감당할 책임감의 끝이 어디일까?” “꼭 나라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무엇일까?”를 스스로에게 질문해왔습니다. 쉬이 결론을 내기는 어려웠어요. 어쩌면 머리로만 생각했다면 고민을 계속하거나 결심이 바뀌지는 않았겠지요. 짐짓 냉정한 듯 했으면서도 그만큼은 녹색당, 함께 해 온 녹색당사람들에 대한 애정이었나 봅니다.
당원들께서 함께 해보자 마음 내어주신다면 다시 공동정책위원장에 나서보려고 합니다.

마감을 하루 앞두고 뒤늦게 나서는 발걸음이라, 무엇을 해보겠노라 거창한 이야기를 담는 것은 오히려 더 어색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주말에 녹색당원이기도 한 지인께서 간간히 보내주시는 메일을 열어보니, GNP나 GDP가 아닌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지역을 분석한 『일본에서 가장 행복한 지역주민』이라는 보고서를 소개해주셨더군요. 전에도 살펴본 보고서였지만, 서두에 적힌 내용이 새삼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람의 행복이란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이라고요. 과연 그런가 싶으면서도 당직을 맡았던 3년을 돌이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나온 소설가 한창훈의 연작소설 중에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라는 책이 있어요. ‘어느 누구도 다른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는 단 한 줄의 법을 가진 섬나라 이야기입니다. 빈부귀천이 없어서 행복이라는 말조차 모르고, 순리대로 아무 걱정 없이 사는 곳이랍니다.
그간 ‘나는 지금 행복한가?’를 질문하지 않았던 것 자체가 행복이었나, 다른 어떤 이유를 더 찾는 것은 자만이고 욕심이었나 싶더군요.
(본의 아니게 요 며칠 사이 여러 분들의 연락을 챙겨 받지 못하고 덮어두어 죄송합니다. 계속 듣는 말이.. 나서는 사람이 없으니 대안이 없지 않나, 공석으로 두기도 어렵고 새로 역할을 맡을 분들께도 미안하지 않겠나 그런 이야기였기에 마음 불편하기도 하고, 상황에 떠밀려서가 아니라 결국 결정은 제 몫이다 싶어서 그랬습니다.)

어제 밤에는 이번 당직선거에 출마한 여성당원 두 분과 술 한 잔 앞에 두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세상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겠나 싶어 우울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는 말에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난 자리였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오늘만 해도 주민들의 반대에도 개의치 않고 성주에 사드를 설치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여전하고, 갑을오토텍에는 폭력적으로 용역이 들이닥치고, 서울시청 앞에서는 강제집행 당사자들의 말하기대회가 열려야만 했고, 세월호특조위 위원장은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데, 정치는 제몫을 하지 못한 채 국회에서는 한가하게 접대용 밥값 3만원이 너무 낮다고 하는 얘기나 하고 있는 형국이니까요.

지금 우리 사회, 그리고 녹색당이 놓인 처지는 우애와 낙관만으로 헤쳐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 많이 토론하고 실천하면서 함께 버텨내야 하는 시간도 짧지 않을 겁니다. 버텨낸다는 것은 그저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굽히지 않고 맞서 견디어 내는 것입니다. 5년의 경험을 토대로 초기 녹색당의 밑그림을 다시 다듬고, 대안적 정책정당으로서도 보다 구체화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녹색당이 ‘여성당원이 다수인 정당’을 넘어 이제는 성평등 문화와 여성주의가 내부시스템에 녹아들어 작동되는 체제를 구축하는, 말뿐인 ‘진보’가 아닌 ‘진보하는’ 정당의 면모를 만들어가도록 하는 일도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선이 녹색당에는 먼 이야기 같지만, 2017년 대선을 경유하지 않고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테고 그러자면 기득권정치의 입장에서 보아도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서의 존재감을 녹색당 스스로 구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녹색당이 중요하게 여기는 풀뿌리민주주의도 아래로부터의 방향성 뿐만 아니라 그 토대 자체의 건강함과 풍성함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우리는 단단해져야 합니다.

당원들의 ‘자유로운’ 에너지(free energy)를 통해 더욱 새로운 활기를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2016. 8. 1.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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