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교육정책 집담회에서 나온 질문들에 대한 답변>

2월 3일 저녁 7시 30분부터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녹색당 교육정책 집담회가 열렸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40여명의 당원, 교육활동가들이 참석하였습니다.녹색당의 교육 정책은 꽤 오랜 시간동안의 진통 끝에 대략의 윤곽을 잡았습니다. 지난 집담회는 그것을 처음으로 공표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었습니다.

그날, 많은 분들이 녹색당의 교육 정책에 대해 조언과 질문을 던져 주셨습니다. 시간이 너무 없었던 관계로 글로써 정리하여 답변드린다고 하였는데요, 그 약속을 좀 뒤늦게 지키게 되었습니다.(작성: 이계삼)

질문> 녹색당의 교육 정책은 ‘평민교육’과 ‘시민교육’ 중에서 어느 편에 더 가까이 가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평민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시는지.

=> 당연히 둘 다 중요합니다. 시민교육과 평민교육은 지금 한국에서는 모두 다 매우 갈급한 영역입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평민교육적 관점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 배려, 존중, 공존 같은 시민교육적 가치는 어쨌든 ‘민주화 시대’를 통과하면서 그나마 그 개념이라도 소개되었지만, 평범한 민중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일상적 ‘삶의 기술’을 중시하는 평민교육적 관점은 우리 교육에는 거의 불모지와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정치가 그러하듯, ‘먹고 사는 문제’와 직접 연관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질문> 녹색당은 교육 정책을 ‘교육(배움)’이라고 쓰고 있다. 결국 가르침보다 배움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장인데, 가르침은 끝내 소멸하고 배움만 남는 것은 옳은 것인가, 교육(가르침)은 불필요한 것인가? 敎學相長이라는 말이 참 중요하다.

=>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 교육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가르침의 과잉, 배움의 몰락’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모두가 청년과 청소년을 향해 가르치려고 드는 체제입니다. ‘기성세대’, ‘자본’, ‘지역사회’, ‘언론’, ‘명사(名士)’들이 모두 그러한 것 같습니다. 가르침과 배움은 서로 함께 북돋워주며 자라나는 것이지만, 지금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는 ‘가르침’의 체제를 ‘배움’으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중대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DSC08068질문> 녹색당이 제안한 ‘교육과정위원회’가 핀란드의 교육 개혁을 이끌었던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은 수준의 독립성, 정책 연계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

=>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입니다. 어쨌든 한국사회에서도 교육은 ‘백년대계’이고, 정치적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는 꽤 이루어져 있다고 판단합니다.
녹색당의 제안은 ‘교육과정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국가 기구가 아니라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합의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노사정위원회의 현실을 보더라도 사회적 합의 모델이 얼마나 정착하기 어려운지를 알 수 있습니다만, 그래서 녹색당과 같은 기존의 정치구도에서 자유로운 새로운 정치세력이 이런 사회적 합의를 주도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녹색당은 교육의 여러 요소중에서도 ‘교육과정’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교육과정 혁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실제로 교육과정 혁신이 이루어진다면, 말하자면 학교 교육을 통해 예체능 교과와 실과형 교과가 인지 교과와 같은 수준으로 자리잡게 된다면 덩달아 교육평가, 학교 서열화, 대학 교육개혁이 동시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녹색당은 중등교육 6년 중 1년의 안식년제를 제안하고 있다. 녹색당의 안식년제는 영국의 gap year에, 정부가 시행하는 자유학기제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에 가까운데, 나도 안식년제가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 2016년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1학년 1학기 ~ 2학년 1학기 중에서 한 학기를 학교 단위의 선택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의 트랙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을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도입은 배움 주체의 배움과 성장에 대한 교육적 고려라기보다는 이른바 ‘중2병’으로 지칭되는 ‘통제의 어려움’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에 기울어져 있으며, 6개월이라는 시간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관조하고 설계할 체험을 이루어내기에는 짧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부모와 배움 주체의 자기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시행된다는 점에서도 우려스럽습니다.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에 공교육 학교에 대한 맞벌이 부모가 겪게 될 양육의 시간 및 비용 문제와 공교육 학교에 대한 배움 주체 개별자의 필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 학생안식년제가 인상적이지만, 전면적으로 시행되었을 때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을 때 생기는 혼란, 왜곡을 막아낼 방안이 있는지?

=> 학생안식년제는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를 염두에 둔 발상입니다. 지금, 에프터스콜레를 실험하는 공간들이 한국에서도 여러 군데 생겨나고 있습니다. 에프터스콜레는 공교육 트랙에서 빠져나온 청소년들이 1년 정도 머물면서 기숙 생활을 통한 대화와 토론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면서 여러 가지 삶의 기술을 습득하는 학교입니다. 에프터스콜레는 학생안식년제가 도입되면 한국에서도 활발해질 것입니다. 녹색당의 학생안식년제 논의는 당연히 한국식 ‘에프터스콜레’를 도입하려는 운동과 함께 진행될 것입니다.

질문> 녹색당의 교육 정책에서는 배움의 ‘내용’에 대한 강조, 청소년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권리에 대한 강조가 좋다.

=> 그렇습니다. 녹색당은 교육개혁의 중요한 방향을 입시제도, 무상교육 등 교육비용이 아니라, 청소년과 청년의 사회경제적 정치적 권리로 잡았습니다. 교육개혁의 주체는 당연히 배움주체인 청년과 청소년입니다. 이들이 무언가 물질적인 권리를 부여받게 된다면 당연히 종속적 존재가 아니라 주체로 스스로 자신의 배움을 개척해나갈 것입니다. 그랬을 때 교육과정과 입시제도, 교육재정 문제가 변화의 좌표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학교 폭력 문제도 교육 과정이 바뀐다면 줄어들 것입니다. 학교에서 하루 종일 국어영어수학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같은 비중으로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교과와 요리, 목공, 농사 등 실과 교과를 이수하면서 ‘몸을 쓰는’ 일상으로 변화하게 된다면 학교 폭력과 따돌림 등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화하거나 완화될 것이라 판단합니다.
DSC08060질문> 녹색당의 교육 공약의 또다른 특징은 대안교육, 평생교육 기관에도 공교육비를 지원하고, 학력 인증을 해줌으로써 공교육 개념을 확장하자는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교육자본이 공교육에 진출하고, 극우가 학교를 설립하고 공교육에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우리나라에서 공교육은 사실상 학교 교육만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온당하지 않습니다. 배움은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일생토록 일어나는 것입니다. 학교의 공교육 독점이 실은 교육 개혁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공교육 학교는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보다 훨씬 많은 책무를 요구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기에 어려운 여건 속에 놓여 있습니다. 학교 교육을 위해서라도 공교육의 영역은 확장되어야 합니다.

대안교육과 평생교육에 공교육비를 지원하고, 학력 인증을 해 주는 등의 지원을 해 준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이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교육 자본이 공교육에 진출하는 일, 이를테면 메가스터디가 사립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나, 교학사 검인정 역사교과서를 추진하는 세력이 사립학교를 설립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녹색당의 공교육 정책은 공교육 확장(대안교육, 평생교육기관의 학력인증과 재정지원)과 함께 중등교육을 ‘종합학교’로 통합하는 것입니다. 인문과정과 직업과정을 통합하고, 소수의 영재교육기관(과학, 예술 분야)을 제외한 여러 다양한 학교를 종합학교로 통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종합학교는 덴마크나 스웨덴과 같은 단선형 종합학교를 지향합니다(9학년 무렵에 인문과정과 직업과정으로 분화되지 않고 끝까지 통합형으로 밀고나감으로써 직업교육과정도 동시에 섭렵케하는 통합형 교육과정).

따라서, 현재의 자립형사립고나 외국어고는 종합학교로 통폐합됩니다. 거대 사교육자본이 중등 종합학교를 위해 거액의 자본을 투자할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극우세력은 이미 교학사 교과서를 통해서도 드러났듯 그들의 교육적 역량은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고 판단합니다.

질문 > 녹색당의 교육 공약에는 ‘노작교육’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노작 행위’ 자체를 거부하는 주체가 분명히 존재하리라고 본다.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교육과정에 대한 선택과 거부의 권리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각론으로 가야 하겠지만, 중등 교육과정에서도 교육과정에서도 필수과정과 선택과정을 분리하여 스스로 인지(주지)교과 / 예체능교과 / 실과 교과에 대한 자기 선택의 영역을 확보하고, 자신의 취향과 진로 전망에 걸맞는 비중으로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DSC08066질문 > 녹색당의 교육정책으로 구현될 미래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그림을 그려주었으면 좋겠다.

=> 동의합니다. 녹색당의 정책은 당연히 고정된 실체를 전제하고 있지 않으며, 이런 정책 제안을 통해 많은 배움 주체들의 상상력을 추동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그런 ‘스토리텔링’을 통해 무언가 그림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질문> 녹색당의 교육 공약은 평가 시스템의 혁신을 이야기한다. 기존의 평가 도구(시험) 대신, 일상적 관찰과 대화, 토론에 의한 교사의 기록으로 평가를 전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 교사로서 걱정되는 것은, 교사들은 글쓰기를 무지하게 싫어하고, 이런 시험 중심의 평가에 매우 익숙한 사람들인데, 이런 전환은 교사의 역량이 매우 중요한데, 가능할지 의문이다.

=> 당연히 그런 걱정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평가 체제를 혁신하는 그런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어렵겠으나, 그렇다고 불가능한 체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평가 체제는 배움 주체를 모두 낱낱의 인간으로 존중하고, 그의 성장과 배움의 전인적 성격을 대화와 관찰을 통한 기록으로 구현하는 것이기에, 교사의 자발성과 헌신을 추동하는데 있어서 기존의 줄세우기식 평가 체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긍정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전환의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으나, 끝내 성공하리라고 믿습니다.

질문> 여전히, 녹색당의 교육 정책이 배움 주체들의 당사자성이 부족하다고 본다.

=>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선거때까지 남은 시간이라도 청소년 당원들과 학교비정규직, 대학 교육 주체(대학생, 연구자 등)들과의 대화를 통해 더 다듬어 나가고 보충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녹색당의 교육 정책>

1) 교육과정 혁신을 통한 교육의 녹색화
가. 교육과정 혁신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교육과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사회적 대토론을 시작하겠다.
나. 생태위기, 경제위기, 사회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과정으로 혁신하겠다.
다. 인지 교과를 축소하고, 노작과 예술, 체육 등 ‘몸을 쓰는 교육과정’으로 혁신하겠다.
라. 농사·급식과 연계한 먹거리 교육과 에너지 자립 교육을 도입하고 구현하겠다.
마. 학교 텃밭, 학교 숲 등 생태학습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고, 거대 학교, 과밀 학급의 학생 수를 줄임으로써 교육공간을 녹색화하겠다.

2) 배움 주체들의 사회경제적·정치적 권리 보장
가. 청소년·청년에게 월 4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
나. 일정 시간 이상의 학습노동 금지를 법제화하겠다.
다. 중등교육과정 6년 중 1년은 학생 안식년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고, 초·중·고등학생의 1년 수업일수 중 10% 범위 내에서 학기 중 휴식을 보장하는 방안을 공론화하겠다.
라. 학생회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등 학교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학생 참여를 제도화하겠다.
마. 지역별 청소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 교육현안의 의사결정에 관한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
바. 대학 자치를 위한 대학평의회 구성을 제도화하고, 학생 대표의 참석과 의사결정 권한을 보장하겠다.

3) 교육 평가 체제의 근본적 혁신
가. 국가 수준 일제고사를 전면 폐지한다.
나. 초등 교육 평가를 폐지하고, 년 2회 담당 교사 주도의 학급 단위 성취도 평가만 시행한다.
다. 중등 교육의 평가는 학생성장기록부(학생이력철)의 기록 및 서술식 평가로 대체한다.

4) 교육공공성의 확장 ; 교육 다양성 보장, 학교 바깥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 강화
가. 학교 밖 교육기관에도 공교육비를 지원하며, 다양한 교육기관의 자유로운 설립을 지원하겠다.
나. 평생교육 체제를 정비하고 지원할 것이다.

5) 국가주의적 교육에 대한 반대와 교육의 자유권 옹호
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며, 검인정 체제를 넘어 모든 교과서의 자유발행제를 시행하겠다.
나. 인성교육진흥법을 폐지하겠다.
다. 지역 및 학교, 교사 단위의 교육과정 편성 및 선택권을 보장하겠다.

6) 학교 서열화 전면 폐지와 학력차별 금지 법제화
가. 중등학교를 ‘종합학교’로 전환하겠다.
나. 학력차별금지법을제정하겠다.
다. 대학통합네트워크(공동학위대학)를 구축하겠다.

7) 지역을 살리는 교육 지원 체제 수립을 지원하겠다.
가. 농어산촌의 작은 학교를 되살리고, 자원 교사를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하겠다.
나. 지역에 남아 지역을 활성화시킬 인재에 대한 교육과 고용을 지원하겠다.

8) 국가의 교육 행정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고, 교육 자치를 확대하겠다.
가. 교육부를 폐지하고, 권한을 지역으로 분산 이관하겠다.
나. 단위 학교의 실질적 자치권을 보장하겠다.

9) 교원양성과정의 혁신과 비정규직 교육노동자의 권익 보호
가. 교원 임용고사제 폐지, 사범대의 구조조정을 통해 교대와 같은 목적형대학 전환, 교·사대 교육과정을 현장실습 및 사회체험 3년을 포함한 6년제로 전환하는 등 교원 양성과정의 혁신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겠다.
나. 교감직을 폐지하고, 교장직을 선출보직으로 전환하며, 교장직 임기 순환제를 시행하겠다.
다. 기간제 교사의 권익을 정규직 교사와 같은 수준으로 보장하겠다.
라. 학교 비정규직의 법적 경제적 권익을 보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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