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꽃이 활짝 핀 봄, 두번째 평화버스가 서울을 출발했습니다.  이른 아침 시청역 주변에는 7대의 버스가 나란이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슬렁 걸어오는 사람들의 얼굴도 제법 낯설었습니다. 하나 같이 사드로 고통받는 성주 소성리를 방문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습니다. 겨우 4시간 남짓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애써 8시간 넘게 버스를 타겠다는 이들. 하지만 다들 그곳에 가야 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앞서 지난 3월 18일에도 소성리에는 5,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누구는 참외 같은 하우스 농사를 짓는 성주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유사이래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과장인지 아닌지 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성주에 모인 까닭은 분명했습니다. 주한미군의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배치. 지난해 2016년  7월 예고도 없이 국방부는 성주군 성산포대에 사드가 배치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주민들은 커녕 군수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정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북한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건강문제가 더 큰 걱정이었습니다. 함께 배치되는 엑스밴드 레이다는 일본 같은 다른 나라에서도 인체에 주는 영향 때문에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던 터였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자료는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없었습니다. 결국 주민들의 반대 때문인지, 애초에 다른 계획이 있었던 건지 사드 예정 부지는 같은해 9월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로 옮겼습니다. 더 가까운 김천의 주민들이 다시 피해를 받게 되었고, 원불교는 성지를 잃어버릴지 모르게 되었습니다.

 

이번 두번째 소성리 방문에는 녹색당 당원들도 많이 참여했습니다. 첫번째 평화버스는 전국 대의원대회가 있었기 때문에 참여한 당원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꼭 가야할 것 같아서” 참여했다는 당원들이 많았습니다. 누구는 이제 가보아서 미안하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그 가보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음이 무얼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미안함이 싫지 않았습니다.

버스에는 탈핵 활동가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들도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저는 군사기지가 핵발전소와 무척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거대한 도시를 지탱하기 위해 핵발전소와 송전탑이 놓이듯이, 국가는 안보라는 이름으로 걱정을 끊임없이 재생산해내고 더 많은 무기와 더 많은 기지를 필요로 합니다. 언제나 빼앗기는 것은 변방이고, 그들이 필요로하는 에너지 보다 더 많이 빼앗겨 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군사기지 주변에도 그렇게 고향을 빼앗겨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미 평화로운 마을에 전쟁무기는 필요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지요.

 

소성리는 백여 가구, 130여명의 주민들이 사는 아주 작은 마을입니다. 가구수와 주민들의 숫자를 듣고 아실테지만  소성리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은 시골 마을이기도 합니다. 부녀회의 대부분이 70~80대 할머니들이라고 합니다. 하우스 농사가 많아서 다들 허리가 굽을데로 굽은 할머니들을 뵙고 마음이 더 무거웠습니다. 밀양이 그랬던 것처럼 이 나라가 만들어내는 괴물들은 우리의 약점을 잘도 찾아냅니다. 가장 약한 사람들이 사는 곳을 찾아냅니다.

이 괴물들은 법도 잘 알고 있습니다. 평화버스에 앞서 성주를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소성리 마을의 활동가로부터 국방부가 한번도 마을을 찾아온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드 배치 부지가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을 찾아올 이유가 없었다는 이유였습니다. 제주 강정에서 주민들의 땅을 수용하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동원했던 해군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이나라의 군대가 국민을 상대로 전쟁이라도 벌이는 걸까 화가났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으니 찾아오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탈해졌습니다. “인사라도 하러 올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때 보았던 활동가의 쓴 웃음이 기억납니다.

몇 해 전 찾아갔던 교토부의 교가미사키가 생각났습니다. 그곳도 소성리와 마찬가지로 엑스밴드 레이다가 설치되면서 주민들이 설치를 반대했던 곳입니다. 교가미사키 주민들은 주민설명회만 16차례나 진행했다는 이야기가 기억났습니다. 지진 같은 사고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 여러차례 만남을 가졌다고도 했습니다. 소성리 주민들은 누구를 만나야 하나요.

 

버스를 타고 4시간을 넘게 달려오니 소성리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능히 5,000명은 되어 보였습니다. 제가 버스를 타고 온 서울 뿐만 아니라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많은 버스가 왔습니다. 성지를 지키기 위해 모인 원불교 교인들도 무척 많았습니다. 경찰도 이미 2,000여 명이 이 작은 마을에 계속 상주하고 있다고 하니 마을이 터져버릴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좁은 2차선 도로를 빼곡히 채운채로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어쩌면… 정말 어쩌면 사드를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미군이라고 해도 쉽게 지나갈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 마음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실제 마을 주민들의 마음이 그랬을 겁니다.

마음이 조급한 쪽은 국방부나 미군일지도 모릅니다. 국방부는 롯데로부터 골프장 부지를 제공받기 전부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원래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하지만 국방부는 그마저도 애둘러 미군시설이라는 핑계를 댔습니다. 미군은 국내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최소 1년이 걸리기 때문에 국방부는 모든 수단을 써서 이를 피하려고 했습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겠다는 것도 그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국방부는 롯데로부터 토지를 제공받기 전에 용역을 주고, 설계를 하기 전에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대선 전까지 어떻게든 사드의 부품들을 골프장 부지에 배치해서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겠다고 노골적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압박 뿐만 아니라 전쟁위협까지 떠안아야 할지 모르는 위험한 전쟁무기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진행해도 되는 걸까요.

 

마을 회관 앞에서 범국민 평화행동을 진행하고 다함께 사드 예정 부지를 향해 걸었습니다. 왜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것은 별로 없는 걸까 생각했습니다. 길가에는 양 옆으로 봄을 입은 하얀 꽃들이 가득했습니다. 사실 구호도 외치고 화난 기분도 내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유가 우스웠지만 그보다는 그냥 이 마을이 참 이쁘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화를 내는 것보다 다시 소성리를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난 기분만 내려놓고 소성리를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실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이곳이 얼마나 지켜야 하는 곳인지 이야기해주세요.” 이제 우리는 소성리를 경험한 사람들이니까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소성리를 알고 있는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입니다. 추상적인 안보라는 말보다 우리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더 힘이 있다고 믿고 싶었습니다.

 

사드 반대 전국행동에서도 가능하다면 매달 소성리를 방문하는 평화버스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한번 찾아와달라는 말 뿐입니다. 더 마음이 생긴다면 별이 가득한 소성리의 밤을 몇 일이라도 함께 지켜도 좋습니다. 괴물이 되어버린 이 나라가 작은 마을을 먹어치우지 않도록 우리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성주에 오면 마을 주민들의 구호를 자주 듣게 됩니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자주 외치다 보면 평화가 올까요. 우리가 평화가 되어 성주 소성리에 가야할 때입니다.

 

박정경수(전국사무처 활동가)

평화 버스 6호차에 탄 녹색당원들.

성주에 도착하기 전 왜관에 들러 미군기지 캠프캐럴 앞에서 발언하는 김주온 공동운영위원장.

버스를 타고 오면서 녹색당 현수막도 발견!

버스에 내려 마을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시골 마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소성리 범국민행동에 참가한 녹색당원들

김주온 공동운영위원장과 서울녹색당 사무처장 엘리 님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동에서 공연중인 어린이들

평화행진을 통제하는 경찰들. 경찰들의 줄도 끝이 없습니다.

소성리에서 펄럭이는 녹색당 깃발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길목 진밭교 옆에서 농성중인 원불교 교무님들

소성리는 원불교의 성지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동 후 행진중인 참가자들

소성리를 방문한 녹색당 당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