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녹색당 당원 동지 여러분, 최혁봉입니다.

당 내외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시기에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스럽습니다만, 공동운영위원장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저는 후쿠시마 사태 직후 창당한 녹색당의 가치에 희망을 걸고 당원이 되었습니다. 강정, 밀양 그리고 영덕과 같은 현장에서 만난 당원들을 통하여 당의 강령과 의제가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에서 소외된 사람을 대변하고 현실을 변화시키는 의지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고 감화를 받았습니다. 당의 철학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많은 당원들을 만나면서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용기도 얻었습니다. 이 후 탈핵, 기본소득, 농업과 같은 녹색당의 의제를 공부하면서 녹색당의 가치에 더욱 매료되었고 현실화하기 위해서 지방선거에 출마하기도 하였습니다.

작년 여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추가 선출 공고를 접하고 후보등록을 할 때만 해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공부하는 자세와 경청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공동운영위원장직을 수행해 보니, 저의 능력과 여건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지난 시절 정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람이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 현실에서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직임 상 개인의 어려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위원장단과 사무처의 활동에 까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공동운영위원장 역할과 전업 농부를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데 생각이 도달했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판단을 내리고 애초에 출마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이 들지만, 안타깝게도 당무를 수행하면서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저는 소득의 100%를 농사에서 얻는 ‘전업농’입니다. 유기농법 및 비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가족들이 감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후보로 나설 때만 해도 바쁠 때는 인력을 구해서 하면 되겠다 싶었지만, 막상 해보니 농사일이라는 것이 일상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생각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남아있는 가족에게 그 부담이 고스란히 떠넘겨지는 상황에 직면했고, 심리적으로 공동운영위원장 직을 수행하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난제를 껴안고 공동운영위원장직을 지속하는 것은 저 자신에게나 당에게나 좋지 않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유로 인하여 공동운영위원장직 사퇴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위에 열거한 사실을 인정하고 하루라도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남은 분들이 새로운 팀을 짜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면서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백남기 농부님 장례식장에서 함께 밤을 지샜던 당원들, 박근혜 탄핵 국면으로 차가운 거리에서 만났던 당원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적극 지지해 주신 녹색당 농부들과 농특위에 죄송한 마음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계속 수고해 주실 위원장단과 전국사무처에 특별히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이제 다시 평당원으로 돌아가 저에게 맞는 역할을 감당하도록 하겠습니다.

2017. 1. 17
최혁봉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