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글의 장르 중에서 소설을 쓴다는 것은요? 그 중에서 장편 소설을 쓰며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걸까요?

소설 ‘밀림무정’,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허균 최후의 19일’ 등 50여편이 넘는 소설을 펴낸 한국의 대표적인 장편소설 작가 김탁환 작가는 녹색당원입니다. 그의 몇몇 작품은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대장 김창수’ 등 영화로 선보여지기도 했죠.

세월호 참사 현장의 수색과 수습을 담당했던 故김관홍 잠수사의 증언을 다룬 소설 <거짓말이다’>를 비롯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장편을 5권이나 집필하며 작품을 통해 사회적인 발언을 했고, 그 계기로 제게 있어서 김탁환 작가는 정치적 현안의 일선에서 작품 활동을 한 작가로서 깊은 인상을 갖게 했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당시 작품을 통해 사회적 정치적 발언을 했지만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이기도 했던 故김관홍 잠수사의 벗이기도 했고, 세월호 유가족분들과 그 만큼 치열하게 소통을 했던 소설가는 드물 것입니다.

그는 지난 2016년 총선 때 녹색당의 전국 순회 북콘서트인 ‘숨통이 트인다 북콘서트’에 참여해 당원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어느덧 1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흐르고 촛불 정국, 정권교체, 그리고 2018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그간의 소식을 당원과 공유할 겸, 그리고 녹색당 정당후원회 응원 차 녹색당원 김탁환 작가를 인터뷰했습니다. 김탁환 작가가 생각하는 녹색당, 그리고 그가 기대하는 녹색당은 어떤 모습일까요.

 

△ 김탁환 작가와 함께한 2시간의 인터뷰를 짧은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한창 집필 중에 있는 작가 김탁환을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습니다

 

저는 작가님의 소설 <거짓말이다>를 매우 인상깊게 읽었어요. 그 이후에도 많은 소설을 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작가님의 최근 근황이 궁금해요.

제가 세월호 참사가 난 2014년부터 2017년 초까지 세월호 참사에 관해서 책을 5권 썼더라고요. 집중해서 세월호 피해자들 만나서 인터뷰하고 답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책 작업을 했었고요.

지금은 장편 작업을 진행중인데,
지난 가을에 ‘대장 김창수’라는 소설을 출간했어요. 그 소설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까 3년 동안의 제가 했던 세월호 관련 경험이 그 이후의 작업에도 스며드는 것 같고요. 그 연장선 속에서 변주해서 다른 작품들을 쓰고있지 않나 싶어요. 겨울은 장편 쓰기 좋은 계절이니까 지금은 푹 작품 속에 들어가 있죠.

세월호 참사 관련된 소설을 쓰면서 흔히 이야기하는 ‘사회파’ 소설들을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당대의 문제를 다루는 사회파 소설들을 준비하고 있고요. 역사물들은 제가 꾸준히 해오던 과정 속에 있으니까 역사물도 역시 계속 준비하고 있고. 이 두 가지 정도의 방향을 가지고 작업해 오고 있어요.

 

소설 <거짓말이다>를 보면서 작가님은 현장형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증과 학습을 통해서 글을 쓰는 역사물 외에도 현장에 뛰어들어서 실제 인물들을 취재하며 작업으로 녹여내는 과정이 작가로서의 하나의 정치참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녹색당의 프로파간다도 ‘생활정치’, ‘일상정치’의 가치를 강조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작가로서 녹색당원답게 작품활동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작가님이 어떤 계기로 녹색당원이 되었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제가 작가다보니 장편 작업들을 하면 작업 과정 중에 그 소재에 점점 이끌려요.
한 인물을 다루면 그 인물에 깊게 들어가고 작품속 인물들과 평생 스승과 제자처럼 살아가게 되거든요.

이전에 <밀림무정>이라는 소설을 쓰게 되었는데 그것이 한국 호랑이를 다루는 소설이었어요. 개화기, 일제 강점기 때 한국 호랑이가 주인공(주물공이라고 해야하나요. ^^)이었어요. 그 당시 호랑이에 대한 책도 많이 읽으면서 공부했었는데 그러면서 ‘한국범보존기금’이라는 곳, 한국 호랑이 보호 단체죠. 그곳에서 호랑이를 보호하는데 전심전력을 다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고요. 라조지구라고 블라디보스톡 위 쪽에 호랑이 보호구역 지역을 직접 찾아서 호랑이가 사는 밀림을 답사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2~3년 동안 그 작업을 하고 책을 내고 나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인간이 자연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특히 근대로 접어들면서 인간과 자연이 대결하면서 인간이 마지막으로 정복하는 대상이 대형 맹수들이거든요. 바다에서는 그 대상은 고래가 될테고 육지에서는 호랑이나 사자, 코끼리와 같은 존재들이 되겠죠. 인간이 그들과 싸우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자연에 대한 정복욕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던 거 같아요.

자연에 대해서 생태에 대해서 야생에 대해서 깊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죠.

당시 저는 진보정당 당원이었어요. 그 때 진보정당이 이곳저곳 쪼개지는 시점이었는데요. 다른 진보정당으로 가는 것보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 속에서 녹색당이 눈에 들어왔어요. 인간과 자연의 만남과 대결, 소통, 지구라는 행성 전체에 대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크게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작품을 써보는게 어떨까라는 생각으로요. 그러던 차에 녹색당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녹색당이 주장하는 의제들 중에서 특별히 관심이 가는 주제가 있으세요? 

처음에는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요.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에 가서 강연들을 들으면서 지질학이나 핵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공부하면서 점차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던 거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핵발전에 대한 생각들을 하고 있고요.

근본적인 관점에서 핵에 대해 작품으로 건드려 보고 싶은데 아직은 공부가 조금 부족한 거 같아요.

 

이제 정치, 그리고 녹색당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정권 교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녹색당이 투쟁해야 할 사안들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잖아요. 소수정당 녹색당의 당원으로서 작가님이 녹색당 정당활동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녹색당은 다른 당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매 국면마다 어떤 당은 잘하고 어떤 당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겠지만 길게 보고 우리가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작업들, 녹색당만이 할 수 있는 작업들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제대로 잘 못해서 뭐라 말씀하기 조금 그런데.. (^^)
호흡을 길게 가지고 녹색당만이 생각하는 쟁점들을 잘 잡아서 더 날카로워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소수정당으로서 힘든 부분이 있고 정치적 구도나 상황이 안좋을수록 처음으로 돌아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으로 돌아가서도 차근차근 밟아나가면 그 안에서 새로운 길들이 있는 것 같아요. 잘 풀리지 않는다고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했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잘 해 나가기 위해서는 특별함들이 녹아있어야 하는거니까… 그 특별함을 어떻게 잘 지켜내고 현실 정치에서 구현해 내는가 하는 것. 요즘 제가 생각하는 화두이기도 해요.

시간은 빨리 흐르기 때문에 선거가 닥치고 여러 정치적 사안들에 마주치게 되는데 그럴 때 방향을 틀지 말고 무엇을 못하고 있나 정리하고 새롭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죠. 글을 쓰는 일을 하는 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녹색당이 투쟁하고 있는 의제들 중에 정권 교체 이후에도 오히려 퇴보하는 것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성주의 사드배치 문제라든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라든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로 인한 건설 재개 결정이라든가.
당원들은 힘이 빠지기도 하고 녹색당이 과연 이런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들기도 할 거예요. 당원으로서 이런 정국을 보시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시나요. 

녹색당에서 채택하고 있는 의제들을… 저는 작가니까 작가로서 바꾸어서 생각해 보면,
‘아 그런 주제들이면 하나 쓰는데 최소한 3년은 걸리겠다.’ 제대로 쓰려면 3년에서 10년 가까이 걸릴 것 같고요. 그것이 대여섯개 되면 ‘아.. 그것은 평생을 다해도 그 문제들에 대해서 살짝 살짝 건드려보기라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녹색당이 파헤쳐서 들어가야 할 주제들이 인류의 삶에서 지금 맞닥드려서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것은 녹색당이 마주한 숙제이기도 하고 저도 작가로서 다루고 싶은 문제이기도 하고 여전히 이 세상 사람들도 그것이 문제라는 것은 알지만 쉽지 않으니까 나서서 해결하려 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있는 거 같아요.

탈핵, 동물권, 소수자인권, 평화, 민주주의… 녹색당의 의제들은 상당히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당장 답을 찾을 수 없더라도 녹색당이 나서서 깊은 수준까지 파고들면서, 난관에 봉착하고 다시 파고들고 난관에 봉착하는… 그런 꾸준한 작업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 문제를 가지고 쭉 내려갔더니 ‘아. 바닥이 여기까지였다’라는 한계까지 보여줘야 사람들이 그 노고를 믿게 되는 거 같아요. 작품도 그렇고요.

 

작가님이 한국 사회에서 글을 쓰면서 작가로서 살아가는 삶을 정치적으로 보면 참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님의 작품 뿐만 아니라 장편작가로서 (물론 지금은 유명해 지셔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시겠지만) 현재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글을 쓰며 생계를 챙기며 삶을 영위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요. 한국 사회에서 작가로서 어떤 태도로 작업을 하고 계시는지 이야기 해 주실 수 있으세요?  

저는 이제 전형적인 장편 작가니까요.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하고 작업을 해내는 그런쪽이니까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퇴고할 때까지 절대시간이 필요하고요. 아무래도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니까 시간을 쏟는다는 것은 경제적인 기반이 필요하고요. 늘 외줄을 타고 가는 것 같아요. 잘 조화를 이루면서 작업을 해 가려고 해요.

제가 생각했던 것은. 처음에는 지나간 시간 속에서 교훈을 얻고 문제의식을 발전시키는 시대물 작업을 많이 했었고, 그 작업들이 시간을 정하진 않았지만 20년 이후에 당대의 문제에 대해서 제가 작업을 해온 시간동안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익숙해진 부분들.. 테크닉이라면 테크닉, 세계관이라면 세계관이 숙성되고 나서 당대에 관한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거 같아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인간이 던질법한 큰 주제들을 가지고 소설작업을 해 나가고 싶고 그것이 녹색당에서 가지고 있는 의제들과 거의 대부분 만나요. 그래서 녹색당원으로서 정체성을 더 굳히게 되지 않나 싶어요.

 

작가님 작업 중에 세월호 김관홍 잠수사를 다룬 소설 <거짓말이다>가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던 거 같아요. 저도 인상깊게 읽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조금 더 해 주실 수 있으세요? 

작업을 하면서 현장을 많이 찾았고 그 안에 들어가서 실제 사람들을 많이 만나요. 그 분들의 고통이 상상 이상으로 커요. 김관홍 잠수사 도움을 받아서 작업들을 했는데 김탁환 장편 소설이라고 나갔지만 김탁환-김관홍 장편소설 이렇게 두 사람이 같이 작업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 소설의 모델이 되었던 주인공이 책이 나오기 전에 세상을 떠났으니까 그 충격은 상상을 못하죠. 작가로 살면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큰 불행인거 같아요.

힘든 건 힘든거고 같이 작업한 것은 잘 마무리하는게 김관홍 잠수사가 원했던 것이기도 하니까 잘 마무리를 해야했고요. 아직 다 정리는 안되지만 그 책을 통해서 김관홍 잠수사의 활동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제게 의미가 있죠. 20년 넘게 소설가로 살았지만 소설책을 내고 ‘고맙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거든요. 다른 작품들과는 결이 다른 소설이었던거죠.

1기, 2기, 3기 이렇게 나눌 수 없지만.. 제가 새로운 결로 작품을 쓸 수 있게 한 첫 번째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요. 살면서 계속 <거짓말이다> 라는 소설을 쓸 때의 태도로 돌아갈 것 같아요. 여러 작품을 쓰면서 언젠가 그 방식으로 돌아가서 그 당시 썼던 소설가의 마음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정치적으로 직접 영향을 행사할 수 있을 법한 소재여서 인상 깊어요. 

사람들에게 그 책을 읽혀서 영향을 주려고 의도적으로 쓴 책은 맞아요. 목적이 있는 글쓰기였어요. 그게 아니면 김관홍 잠수사나 다른 세월호 피해자들을 만날 수 없었겠죠. 그 당시의 그 상황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송곳같은 작품이 되길 바라면서 썼어요. 여러사람의 바람이 모여서 작품이 되었던 것 같고요. 저는 손을 빌려준 사람이었죠.

 

한창 집필작업에 몰두 중인 시기에도 녹색당의 제안이라면 흔쾌히 수락하는 당원. 김탁환 작가

 

그 외에 작가님 작품들 중에서 녹색당원들에게 추천해 주실 책 하나 소개해 주실수 있으세요? 

두 편 정도 생각나는데요.
우선은 아까 말씀드린 <밀림무정>이라는 소설이 생각나요.
호랑이에 대한 소설이니까 호랑이가 돌아다니는 곳을 그려낼 수 있어야 하잖아요. 자연을 그리는 거죠. 구체적으로는 가을부터 겨울을 지나 봄까지 눈 내린 개마고원을 그려야 하는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도시는 쓸 수 있겠어요. 인간이 사는 곳은 그 시대가 조선시대가 되었던 현대가 되었던 비슷하니까요. 집 있고 골목 있고, 사람들이 음식 만들어 먹고, 비슷하잖아요.

그런데 인간이 없는 그냥 자연을 그리는 것이라. 게다가 북한 땅 개마고원이어서 가보지 못하는 곳이고 겨울이고… 눈 내리면 다 하얀데 그게 참 어려웠어요. 그 안에도 생명들이 있더라고요. 그 식물과 동물과 광물과 이런 모습들을 그려내려고 발버둥쳤던 것 같아요. 골짜기 골짜기마다 어떻게 다른지 잘 쓰려고요.

환경, 생태에 대한 개념이 머릿속에 명확하게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런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묘사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어요. 제가 써 놓고 제가 감동받기도 했고요. ㅎㅎ 해발 1천 700미터, 2천 미터가 넘는 겨울의 풍경들을 글로 만들어 내는 거죠. 그런 것을 접하면 인간들만 사는 이 곳에서 아등바등 사는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어요. 여전히 지구는 인간의 삶과 인간들이 살지 않는 공간의 삶이 함께 공존한다는 것, 그런 생각을 함께 나누면 좋겠어요.

그리고 최근 페미니즘 이슈를 접하면서 남녀 차별의 문제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열녀문의 비밀>이라는 소설을 쓸 때였어요. 영화 <조선명탐정> 첫번째 이야기의 원작이기도 한데요.

소설에서 계속 고민했던 것은 조선 후기의 시대상이었어요.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 1800년도 전후 즈음이 극단적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사회였어요. 대표적으로 ‘열녀문’이라는 컨셉이 있죠. 남편이나 가문을 위해 헌신하다가 죽은 여성을 기리는 비석이 세워지곤 했잖아요. 그런데 그 당시에 ‘열녀문 만들기’ 열풍이 있었어요. ‘열녀문이 우리 가문에 필요하니까 너는 먼저 간 남편을 따라 죽어라!’ 라는 강요. 그렇게 여성들이 죽는거죠. 강제로 자결을 강요하는 분위기. 그래서 여성이 무고하게 죽고나면 집에서 상을 달라고 요청하고 위에선 상을 주고. 이런 현상들이 꽤 많이 조선 후기에 나타나기 시작한거죠.

그런 사건들을 실제로 접하면서 그 중에 한 사건을 소설에서 다루었어요. 조선 시대 한 가문이 가문의 한 여성에게 자결을 강요한 사건. 그 당시 자결하지 않으려고 여성 주인공이 몸부림치는 과정. 여러가지 형태의 남녀차별이 있지만 아주 직접적으로 ‘죽어라’ 라는 것을 강요하는 현상은 정말 충격적이었고. 그런 사건이 꽤 많이 존재했었어요.

저도 딸이 둘 있는데 제 딸들이 10년쯤 지나서 이 작품을 읽고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가 생각하게끔 해주고 싶었고요. 그래서 페미니즘에 관련해서 근대나 현대의 문제, 당대의 문제로 이야기해 볼 수도 있지만 조선시대 역사로 들어가서 여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2016년 총선, 녹색당의 전국 순회 북콘서트에 특별 게스트로 출연한 김탁환 작가

녹색당 후보들의 출마선언을 모은 책 <숨통이 트인다>를 낭독하는 김탁환 작가

김탁환 작가, 임순례 감독, 황윤 감독. 문화예술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녹색당원들

 

작가님이 기대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요즘 제일 많이 고민하는 것은 바람직한 삶과 그 삶이 살아가는 현실간의 괴리예요.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마음에서 비롯되던지 도덕이나 윤리에서부터 비롯되던지.
‘어떻게 살아야 옳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마음에 있잖아요.

그런데 제 부모님들, 저희 윗세대들은 늘상 이런 이야길 했던거 같아요.
‘너 그렇게 양심적으로 살면 안돼. 그렇게 착하게 살면 안돼. 어리숙하게 살면 안돼’ 이런 말이요.
그렇게 살면 항상 누군가 와서 뒤통수를 친다는 거죠. 양심적으로 옳게 도덕적으로 옳게 살지 말라는 거죠. 착하게 이타적으로 살면 항상 손해 보고 누군가 뒷통수를 치고 사기 당하고.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어르신들은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하시거든요.

두 가지 가치가 엉켜 있는 거죠. 착하고 올바르게 살라고 가르치면서 그렇게 살면 손해보니까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하는.. 자기 이익을 챙기고 손해보지 않는 삶을 추구하라고 하는. 그 두 가지 삶의 관점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같아요.

착하고 바르게 판단해서 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그것이 정당하고 옳다는 것을 누구나 이해하고, 그런 삶의 태도를 추구하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합의해 나가는 그런 사회로 우리가 가야된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잘못된 경험이나 나쁜 관행 속에서 만들어졌던 이 모순을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일상으로 들어오면 여전히 경쟁이 심하고, 그런 상황 속에서 친구를 위해 양보를 하고 손해를 보는 도덕률들이 늘 뒤로 밀리니까요.

 

이제 다시 녹색당으로 돌아와서요. 작가님, 녹색당 칭찬 한 번 해주세요. ㅎㅎ 작가님은 ‘녹색당’ 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세요? 

‘진심’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진짜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계산을 하기 전에 정말 이것이 중요하고 소중하니까 지키려는 마음. 그것이 녹색당의 가장 중요한 부분 같아요. 그래서 제가 녹색당원을 만날 때도 진심으로 만나게 되는 거 같아요.

그 다음에 생각나는 게 ‘관계’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처음에는 그냥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따지지만 관계라는 게 참.. 사람을 넘어서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과 식물의 관계도 있는 것 같고 동식물의 관계도 있는 것 같고. 무생물의 관계도 있는 것 같아요.

한번은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요. 사람의 몸이라는 건 이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요소들로 만들어져 있거든요. 내 뼈는 석회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자연 속에 있는 석회가 내 몸에 있는 석회와 같은 거예요. 내 생명이 다하면 내 뼈의 석회가 자연으로 가고 자연에 있는 석회도 돌고 돌아 내 뼈를 이루고. 이런 관계들. 지구라는 생태계 속에서 그 여러 관계 속에 한 존재로 내가 있는 거니까 그 관계를 생각하는게 중요한 거죠.

그 여러 관계 중에서 ‘나는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할래.’ 하는 태도는 나를 둘러싼 관계를 일부러 차단시키는 거죠. ‘이 관계만 생각하고 나머지는 몰라. 그들은 나와 관계 없어.’ 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나와 관계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모든 존재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 주는 것이 녹색당인 것 같아요.

선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요즘 많이해요. 흔히 그런 말 하잖아요. 멋진 영화를 보면 국민 한 명이라도 그 사람이 고통받거나 고립되어 있으면 국가가 그 한 사람을 구하려고 하는. 대표적인 영화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였잖아요. 그런데 진짜 그럴 수 있을까. 한 국가가 한 사람의 고통과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라도 행한 적이 있는가. 한 적이 없다면 왜 없는가. ‘이게 나라냐.’ 라는 구호가 촛불 정국 때 많이 외쳐졌고, 정권이 바뀌면서 상황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거든요.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고 이들을 위해서 사회와 국가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왜 여전히 이것은 해결이 안되는지가 물음이예요.

하나의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죠. 국가가 내 삶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 줄 것이라 기대하고 세금도 내고 국민의 의무도 행하는데요. 국가가 정말 그런가. 재난 재해와 같이 극단적인 불행에 닥쳤을 때 이 상황에 닥친 국민을 위해 국가가 국가로서의 약속을 지켰는지. 쭉 살펴보면 지금까지 단 한번도 지킨 적이 없어요. 그럴 때 또 다른 이데올로기가 들어가죠. 약속을 안 지키지만 지킨 것처럼 바꿔치기 한다든지 하는 숱한 예가 있고요.

거슬러 올라가 광주항쟁부터 시작해서 세월호 참사, 촛불정국을 지나서 우리가 더 많이 고민해야 할 지점인 거 같아요. 국가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들. 4대강사업부터 원전수출까지. 나중에 시기가 지나서 문제제기가 되면 여러 잘못을 행한 책임자들이 ‘국가’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정책적 집행이었다는 연유로 무죄 판결을 받잖아요. 국민의 판단이 아닌 국가가 판단해서 행해지는 비일비재한 잘못들. 국가의 잘못으로 인한 피해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국가’란 도대체 뭔지 고민이죠. 개인과 개인이 착하고 선하게 지내는 것으로 세상이 좋아지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 개인의 삶의 문제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국가라는 시스템에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것이 그 이유인 것 같아요.

 

녹색당이 정당후원회를 개설했는데요. 이제 작가님과 같은 당원 뿐만 아니라 비당원도 저희 같은 정당에 후원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 의미가 매우 커요. 이런 녹색당에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주실 수 있으세요? 

당원 분들이 좋아하시려나.. 녹색당에서 목표로 하는 후원금액이 달성되면 후원해주시는 분들을 모시고 북콘서트를 하고요. 제가 부족하지만 제 소설 작품들 열 권 정도 사인본을 드리겠습니다.

이것을 당원 분들이 원하실까. 잘 모르겠지만. ^^ 많은 후원 바랍니다.

 

 

촬영 : 라용 / 인터뷰 : 유한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