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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가치로 세상을 바꾸는 젊은 기업 취재 리포트 : 녹색 당-찬 기업, 첫 번째 이야기]

 

‘유휴공간이 가진 가능성 속에서, 생활의 태도를 경작하다’

대도시 안에서 ‘생태적 자립’을 제시하는 팀, 문화로놀이짱

 

지도가 안내하는대로 마포구에 위치한 월드컵경기장 정류장에 내려 횡단보도를 건넜다. 공사장 분위기를 풍기는 슬레이트 벽이 우두커니 보였다. 이곳에 공공제작소가 있다고? 듬성듬성 세워져있는 슬레이트 벽 사이로 보이는 널따란 공터로 들어가자 저 멀리 컨테이너로 지은 건축물이 나타났다. ‘비빌기지’. 건물에 새겨진 커다란 타이포그래피와 은근히 풍겨오는 투박한 멋스러움에 목적지를 제대로 찾았음을 알았다.

비빌기지는 국가적인 위험을 대비하여 석유를 비축해둔 산업시설이자 군사시설인 ‘마포석유비축기지’에 위치한 공공제작소이다. 거대한 5동의 석유탱크가 묻혀있는 이곳은 2000년대에 들어와 월드컵경기장이 조성되며 운영이 종료되었다. 석유는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대규모 석유탱크는 매봉산에 그대로 묻혀있는 상태이다. 이곳에 방치된 관리사무소 건물을 처음 공공제작소로 재생운영하기 시작한 곳이 바로 사회적기업 ‘문화로놀이짱’이다. 이들이 둥지를 틀면서 시간이 흘러 ‘명랑에너지발전소‘, ’생활기술융합제작소‘가 추가로 조성되었고, 현재는 다양한 활동과 교류가 일어나는 시민문화공간으로 확장되었다.

내가 이곳의 명성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한 건축가로부터였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근처 주차장이 있는 널따란 공터를 비공식적으로 점령해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실험하는 집단이 있다는 말은, 자연스럽게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대도시 서울 한복판에 그런 아나키스트 같은 집단이 있다고? 수소문해 본 결과 내가 전해 들은 이야기가 과장된 말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현재는 공동작업장이자 생활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어른들의 놀이터이자 대안적인 삶을 실험하는 ‘비밀’기지로서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는 장소로 건재하고 있다.

이곳에서 둥지를 틀며 대범한 시도를 시작한 ‘문화로놀이짱’ 5명의 멤버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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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동 월드컵경기장 근처 황량한 주차장 부지 깊숙히 자리한 현대적 건물, 비빌기지가 위치해 있다.


‘사회와 삶의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 사회적 함의가 담긴 제작활동을 꾀하다’

 

혜진: 문화로놀이짱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아름: 문화로놀이짱은 사물을 제작하는 제작소이자 직장이기도 하고 다양한 실험을 모의작당해서 기획하는 실험공간 같은 곳이예요. 제작소로서의 역할은 폐자제를 이용해 사물을 만드는 ‘업사이클’ 작업을 하고요.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나 삶의 문제들을 가지고 (담론화까지는 아니더라도) 함께 나누며 사회적 함의가 담긴 프로그램 등 광의의 제작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요.

혜진: 문화로놀이짱을 세우게된 계기와 문화로놀이짱을 세울 무렵의 삶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아랑: 20대 후반에서 30대로 넘어갈 때 제게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자’라는 목표가 있었어요. 저 뿐만 아니라 홍대 앞에서 문화예술 기획이나 교육활동을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것이 화두였고요.

당시 저희는 문화예술교육 기획을 하는 단체로서 10대들에게 홍대 앞의 문화예술을 소개해주고 체험활동을 기획하는 일들을 하고 있었고요. 홍대 앞에서 교류하는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이 운영하는 가게, 마을, 활동, 창작물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정서적 안정감을 얻곤 했어요. 다들 생긴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고 그 방식이 존중받는 분위기였기 때문일 거예요. 나름의 경제적 활동을 하면서도 다양한 자기 활동을 주도해 가는 삶이 가능하겠구나… 돈을 벌기 위해 획일적인 삶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그런 홍대 앞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가 심리적으로 안전망이 되어주었어요.

이렇게 삶의 방식을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돈, 소비, 그리고 상품과 시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상품’이라는 것이 오로지 ‘소비’를 위해서 생산되다보니 시장주도하에서 ‘획일화’되어 버린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졌고요.

이런 현상과는 다른 형태의 시장을 만들어 보자라는 취지로 ‘시장만들기’를 시작했어요.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찾을 수 있는 ‘시장’, 자기가 원하는 대로 표현하고 만나고 관계맺을 수 있는 시장,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원을 교류하는 시장이요. 경제적 가치로서의 공유라기보다는 소박하고 절제된 소비를 하며 서로가 필요한 것들을 공유하다 보면 충분히 삶의 자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이러한 ‘자립’은 곧 ‘자존’의 문제와 연결된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노네임노샵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 대안교육공간 민들레사랑방, 그리고 저희 문화로놀이짱 이 세 주체가 함께 만들기 시작한 ‘00시장’ 이라는 것이예요.

홍대 앞에 있던 광장에서 열렸는데요, 당시에 그 공간은 관리주체가 없는 빈터였기 때문에 허가받지 않고 자유롭게 3년 정도 시장을 열수 있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00시장’에서 ‘나눠쓰는 가게’, ‘빌려주는 가게’, ‘고쳐주는 가게’, ‘아는만큼 가르쳐주는 가게’, ‘표현하는 가게’ 등을 열었어요. 이름에서 드러나듯 서로의 삶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장’이 되었고요. 이 시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보면서, 개인적으로 일어난 변화는 내가 내 삶의 생산자가 되는 것이 가능하구나라는 깨달음이었고,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생산자가 되어보는 기회가 교육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부족하구나라는 절박함을 느끼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런 문제의식이 정책에 쉽게 반영되지 않았고, 우리가 직접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직접 ‘문화로놀이짱’이라는 사회적기업으로서 활동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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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소개 문구에서 업사이클 제품 생산에서 나아가 재료와 제작 태도,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흔적이 보인다.

혜진: 문화로놀이짱이라는 이름을 달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아랑: 공공시장을 할 때에 문화로놀이짱은 문화예술교육기획을 하는 집단이었어요. 10대들과 홍대 앞의 문화자원 즉, 공간적 자원, 활동들과 관련된 자원과 사람을 연결시켜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어요. 특정한 지역과 세대를 연결한다는 의미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문화’와 ‘놀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길로()자와 마당장(場)자를 쓴 사업명을 지어 활동했고 그렇게 이어져 팀이름이 되었죠.

 

‘‘공터’는 우리에게 넓은 실험실이 되어주었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가 되어주기도 해요.’

 

혜진: 인터뷰를 위해 이 공간을 찾았을 때, 허허벌판에 들어선 현대적 건축물에 독특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이 공간이 ‘비빌기지’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게 된 주체가 바로 문화로놀이짱이잖아요. 이 공간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아랑: ‘비빌기지’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게 된 주체는 문화로놀이짱 외에도 9개의 팀과 개인이 있습니다. 저희들은 ‘비빌기지’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하나의 주체이고요, 마포석유비축기지에 처음 둥지를 튼 사람들이고요. 비빌기지는 자급하고 순환하는 삶을 지향하는 문화생산자들의 자발적인 커뮤니티입니다. 2014년 가을부터 현재까지 문화비축기지 공원 공사가 진행중인 이행기 공간에서의 부엌텃밭과 작업장, 도서관 등의 시민참여적 공간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가보면 문화로놀이짱의 역사에는 늘 공간문제가 있었어요. ‘00시장’이 열렸던 ‘공터’는 우리에게 넓은 실험실이 되어주었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가 되어주기도 했거든요. 그러면서 이 경험을 토대로 좀 더 일상적이고 공동의 자원이 될 ‘거점’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그 후로 ‘00시장’에서 시도했던 공유시스템들이 자리잡을 수 있는 ‘빈 곳’을 찾아나서기 시작했어요. 월드컵 경기장 계단 아래 자투리 공간, 옥상, 다리밑, 강주변 등 직접 발품을 팔면서 공간을 찾아다닌 거예요. 일종의 버려진 공간, 틈새공간, 유휴공간 안에서 공유도구와 재료를 공유하고, 나아가 생활 생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겠다는 목표를 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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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트, 큼지막한 컨테이너와 목재료로 투박하지만 멋스럽게 만들어진 공간이 묘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 ‘관리’라는 명분 하에 투여되는 ‘행정 권한’이 우리의 상상력과 자율성을 제약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

 

당시 경험을 잠깐 말씀드리자면, ‘00시장’을 열었던 홍대 앞 공터는 관리가 안되는 땅이어서 제약없이 운영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커피프린스라는 드라마가 뜨면서 그 골목이 ‘커피프린스 골목’이 되고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구청이 그곳을 ‘윗잔다리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관리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관리부서가 생김에 따라, 이런 시장과 같은 행사도 허가를 받아야 하며, 활동 내용에 제약이 따랐어요. 특히 다양한 삶의 지향과 양식을 교류하고 공유하는 ‘장’을 위한 ‘공터’ 라는 곳이 저희에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는데, ‘관리’라는 명분 하에서 투여되는 ‘행정 권한’이 우리의 상상력과 자율성을 제약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공터’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또 한가지는 ‘스스로 자기 삶을 구성하는 힘’을 키우기 위한 공유자원이 필요하단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일시적인 거점인 시장으로는 일상적 관계를 만들기 어려웠거든요. 우리가 상상하는 사회적 자원이자 시스템을 제안해보기 위해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문화로놀이짱’이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고 나서부터는 정책이 관리하는 대상이 되다보니 마포구라는 행정기관의 협조를 구하면서 공간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2010년 8월에 구청에서 방치상태였던 석유비축기지를 알려주었어요. 저희는 공원과 가까운 이 곳이 우리의 활동취지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소유주를 찾기 시작했고, 이 땅의 소유주가 서울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서울시의 담당부서가 없는 방치된 행정사각지대였던 거예요. 그래서 허가를 받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어요. ‘00시장’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요. 그래서 이곳을 허가할 사람은 없고 모든 책임은 우리가 지고 점유하겠다는 비공식적인 합의를 거쳐 무작정 2010년 8월 말에 이사를 오게 된 거죠.

혜진: 발을 디디고 현재와 같은 공간이 되기까지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을 것 같아요.

아랑: 막상 이곳에 와보니 아무런 기반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모든 것을 구축해야만 했어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무모하게 이사를 먼저 와 버렸던 거죠. 정말 난감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시설들을 구축해 나갔어요. 수도부터 전기시설, 통신시설까지.. 기반 시설 하나하나를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멤버들의 감각이 늘어갔어요. 그 전까지는 운 좋게 열려있는 기회를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는 정도였다면 이곳에서는 직접 우리가 만들어갈 수 밖에 없었거든요.

처음에는 이곳에 오래있을 계획이 아니었어요. 주변이 너무 어둡고 산이 있어서 무섭기도 했고요. 그저 빨리 여러 활동들을 제시한 후에 떠나려고 했는데 공간을 우리의 힘으로 지어가다보니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되었어요.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이 장소가 ‘비빌기지’의 첫 발원지예요. 이곳에서 재료와 공유할 수 있는 도구들을 놓아두고, 활동을 지속하고, 생활 생산에 대한 정신을 확산하고, 재료창고와 공방을 함께 만들고, 우리의 생존활동을 하는 노동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취지가 실현된 것이죠. 그러다가 사계절을 나게되고 그 과정에서 이 공간에 대한 애정이 생기게 되고 지금까지 있게 되었네요.

혜진: 비빌기지에 다양한 팀들이 모여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모이게 되었나요?

아랑: 2013년부터 놀이짱은 ‘생각하는 손들의 공공지대 만들기’란 비전으로 활동을 확장하게 되었어요. 비단 마포석유비축기지란 유휴지 만이 아니라 자본이 만들어내는 질서 속 틈새공간들을 찾아 ‘다르게 사는 삶을 꿈꾸고 함께 일구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는’ 시도를 함께하는 생각하는 손들과 만나서 협력하는 지대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문화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계신 임정희 선생님께서 저희들에게 지속가능한 삶과 활동을 꿈꿀 수 있게 수년간 저희들을 가르쳐 주시고, 만나주시며 꿈을 키워주셨고요. 2014년 봄, 이곳 마포석유비축기지 재생 사업 계획과 재생을 위한 건축공모가 있을거란 사실을 알게되었어요.

아름: 처음에 비슷한 취지의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포석유비축기지 주차장 부지를 중심으로 함께 상상하고 제안하고 실행하는’ 모임을 만들자고 발신하고, 라운드테이블에 초대하기 시작했어요.  2014년 겨울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논의하는 만남을 가졌고 다양한 가능성들을 함께 상상하며 교류해 왔고요. 지금 이 곳에 자리잡은 분들도 그 멤버이기도 해요.이 친구들 덕분에 지금의 비빌기지가 형성된거죠. (별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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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빌기지에는 직접 재배한 식재료로 요리를 하고, 다양한 방식의 캐터링 모임이 가능해 보이는 널다란 야외식당이 자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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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사와 도시농부 활동들이 일어나고 있는 장소라 그런지 푸른 빛이 역력하다. 텃밭 뿐만 아니라 토마토와 다양한 종류의 허브 모종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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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 전문가이며 녹색당원이기도 한 마을기술자, 김성원님이 비빌기지에서 워크샵을 통해 직접 제작한 화덕.


‘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위로부터의 개발을 반대하며 시민들이 발의하고 운영하는 공간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 

 

‘ 시를 상대로 이곳이 가진 장소와 활동들의 가치를 알리고 탈석유 시대를 지향한다면서 시에서 진행하는 재생 사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어요.’

 

혜진: 장소가 참 멋진데요. 이런 장소를 구축하기까지 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해 주진 않았나요?

아랑: 공적자원이나 사회적자원으로 토대를 구축한 부분도 있어요. 대부분 주체들이 주도적으로 활동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들이었구요. 그들이 먼저 비빌기지와 같은 형태를 만들어 보자고 했던건 아니었어요. 저희가 이사온 첫 해에는 이곳에 벽돌만 있었고, 한쪽에도 그저 돔형의 밭이었는데, 함께 무언가를 심고, 쉼터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공유작업장을 만들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차에 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이런 공간 활용 사업을 한다고 해서 제안을 하게 되었죠. 사실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에는 행정적으로는 소위 불법으로 점유했었기 때문에 언제 쫓겨날지 몰라서 컨테이너로 짓기도 했어요.

2011년 벽돌공방 옆 노지에  ‘명랑에너지 발전소’란 이름으로 ‘어른들을 위한 비밀기지’를 만들었어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원으로 조성하게 되었고요. 불안정한 공간이기에 컨테이너로 ‘공간적 실험’을 시도했어요. 명랑에너지발전소는 기획자 송수연, 디자이너 최빛나씨와 협업한 공간입니다. 이렇듯 우리들 힘만으로 불가능했을 일들을 이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동료, 선배,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거죠. 컨테이너로 1층 2층 만들어 확장해 나가면서 다른 팀들이 입주하게 되고 협업들을 많이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입주되어 있는 인원들은 그 과정에서 한번씩은 일을 같이 해봤던 분들이 많고요. 2014년 ‘마포석유비축기지 라운드테이블’이란 주간 모임이 정례화되면서 도시농부들과 그들의 부엌, 제작소를 주축으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순환가치를 만들어 가겠다는 실험을 합의하게 되었어요. 모두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위로부터의 개발을 반대하며 시민들이 발의하고 운영하는 공간에 동의하고 있었고요. 기관의 선발이나 지원으로 구축되었다기보다 다양한 주체들이 자발적이고 자연스럽게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되었어요. 비빌기지 건축은 생활건축연구소 홍윤주 건축가가 작업했어요. 지금의 멋진 텃밭들은 ‘자란다’ 박정자 선생님과 비빌기지 멤버들, 홍대텃밭다리 친구들이 함께 일궈주었구요. 공간 작업은 비빌기지 멤버들과 협업하는 설비 전문가(우리는 반장님이라 부르죠)와 목수들이 함께했구요.

혜진: 아무래도 공식 허가를 받지 않고 운영되어 여러 변수가 많을텐데요. 지금은 이곳 상황이 어떤가요?

아랑: 놀이짱의 점유 활동과는 다르게 ‘비빌기지’는 형성과정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보려 했었어요. 라운드테이블에서 새로운 공원 모델, 공터와 공유지, 대안적 삶을 지지하는 지대 만들기 등의 이슈들이 사회적경제라는 이름의 공공자원과 만나 좀 더 규모감있게 현실화되는 과정이 있었거든요. 2015년 초 ‘생활기술랩’이란 사업으로 마포석유비축기지 주차장부지에 물리적 공간을 조성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거죠. 재생사업과 절묘하게 만난거에요.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이 사회적자원을 가지고 이행기 공간 실험을 해보기로 했어요. 당시에는 마포 석유비축기지 재생사업에 주차장 부지는 포함되지 않았었거든요. 오히려 대기업이 미디어 콤플렉스를 짓는 다는 소문이나 다른 개발 계획들이 준비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탈석유시대를 준비하는 시민들의 배후기지로 ‘비빌기지’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꿈을 꾸고 우리들의 자원들까지 모아 ‘물리적 공간’을 만들게 되었죠. ‘마포석유비축기지 공원화 사업’에 주차장 부지가 포함되게 되고(2015년 8월),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2015년 12월) 올해 1월에는 퇴거명령을 공식적으로 받았어요. 서울시는 이곳에서 일단 퇴거한 이후에 공원이 완성되면 프로그램으로 참여하라는 입장이었고요. 과정에서 입장에 차이, 지금까지 형성된 가치에 대한 차이들을 확인하는 시간들을 경험했어요. 이 공간은 몇 년간 우리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온 장소인데 이곳에 시의 일방적인 개발계획에 따른 결정에 물러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를 상대로 이곳이 가지고 있는 장소의 가치, 사람들의 활동들, 시가 진행하고 있는 재생사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 탈석유 시대를 지향한다면서 이곳이 지향하고 있는 가치를 소멸시키려는 지점을 지적하고 이곳에 갖춰진 공원화사업의 재검토를 주장해 왔어요.

다행히 현재는 퇴거명령이 잠정 중단된 상태에서 합의 중에 있어요. 어떻게 이곳이 가지고 있는 장소성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공간활용을 해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중이예요.


‘업사이클링, 저희가 가진 일련의 활동들은 상징적인 활동, 태도를 제시한다는 데 더 방점이 있는 것 같아요.’ 

 

혜진: 지금까지 공간 이야기를 많이 하였네요. 이제 ‘문화로놀이짱’이 주력하는 생산활동,업사이클’에 대해 이야기 해 주시겠어요? 버려진 재료들을 재활용해서 제품을 만들어 내는 친환경 생산활동 정도로만 알고 있는데요. 업사이클이 가진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가요?

은영: 재료자체가 가진 가치를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 주셨으면 해요. 저희는 특히 오래된 가구에서 나오는 나무를 사용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 활동을 할 때가 있어요. 7-80년대에 쓰여진 나무가 가진 가치는 지금 만들어 낼 수 없거든요. 그런 재료들은 저희에게 매우 귀한 재료들이예요. 시대적인 특성이 있는 재료들을 해석해서 다시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 디자인적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요즘 빈티지 가구나 제품이 많이 생산되고 있는데 저희가 만들어 내는 제품들은 새 재료를 사용해 일부러 빈티지 느낌을 만들어 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혜진: 이런 업사이클 작업들은 실제로 제품으로 구현하는데 많은 품이 들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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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가구와 목재료를 수거해 놓은 문화로놀이짱의 재료 창고, 차곡차곡 수거해 모아둔 오래된 나무 물품들.

아름: 저희가 하는 일련의 작업들은 상징적인 활동에 더 방점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전시나 큰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 통상의 시장에서 통용되는 제작방식은 구조물을 단기간에 설치하고단 한번 사용하고 모두 폐기하는 방식이에요. 자재를 재활용하는 비용보다 부셔서 폐기하는 비용이 훨씬 저렴하거든요. 이런 작업의 경우, 저희는 구조물을 만들 때 자재로 혹은 구조물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제작해요. 다시 쉽게 해체하고 적재할수 있도록 만들어요. 대량으로 규모가 큰 작업의 경우 폐자재를 사용할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다시  자재로 사용하거나 구조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조체를 만들어요. 단순히 폐자재를 사용하여 사물을 제작하는 것보다는 순환적 제작활동을 하는 것에 더 방점을 찍고 활동하고 있어요. 당연히 시간도 비용도 품도 많이 들죠. 이런 문제들을 설득하고 함께 이해하고 경험하고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풀어보고싶어요. 재료들을 모두 수거해서 가공하는 과정이 더 많은 에너지를 소진되게 하고 심지어 때론 환경에 더 악영향을 끼칠때도 있죠. 아이러니하죠. (모두 웃음)

하지만 중요한 것은 태도인 것 같아요. 저희에겐 이런 일을 하는 어떤 일관된 방식과 태도가  있거든요.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일하고 재료에 쉽게 굴복해요. ‘아 이런 재료로는 더 이상 가공이 어려워. ’ 이렇게 재료가 가진 한계에 생산자가 굴복하니까 재료와 제품을 대하는 감수성도 다르게 되더라고요. 일반적인 대량 생산공정과 다르게 사람이 원하는 목적에 맞추는 것보다 재료에 맞추는.. 이런 작업들을 하다보니 돈을 벌기 위해 일반적인 시공작업들을 할 때 제대로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생산과정이나 사물을 대하는 태도부터 감수성까지 다르니까 그런거 같아요. 하나를 만들더라도 기능성이나 목적도 중요하지만 사후 관리를 생각한다던지.. 더 비효율적이지만 이런 일관된 태도는 분명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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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놀이짱의 목공방 창고에는 직접 수거해 차곡히 쌓아둔 재료들이 보인다. 오래된 나무일수록 그 시대를 담고 있는 만큼 소중한 재료가 된다.

처음 문화로놀이짱을 취재하겠다는 명분은 재활용을 통한 제품생산, ‘업사이클’이라는 기술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업사이클과 친환경 생산활동에 한정해서 설명하기엔 이들의 활동은 보다 큰 차원의 사회 가치들을 대변하는 듯했다. 소비하지 않고 자립하는 삶의 기술을 전파하겠다는, 어찌보면 약간은 무모한 이들의 실험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더 많은 주체들을 초대하여 확장되고 있다는 것. 대도시 안에서 이루어지는 불법(?)적 저항적 공간 점유 활동까지.. 이들의 활동은 실험이자 대안활동이고, 운동이라고 표현될 수 있겠다 싶다.

문화로놀이짱이 강조했던 것은 자신들은 ‘프로토타입’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마치 녹색당이 정책 아젠다를 제시하고 원내 정당이 그것을 집행하도록 사회를 움직이는 구조와도 비슷하다고나 할까.

공적 공간을 점유해 자립 생태계를 만드려는 무모한 시도, 그것을 설득하는 지난한 시간과 끈기, 제작과 노동 그리고 사물에 대한 다른 가치관까지 한 가지 키워드로 정의내릴 수 없는 팀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획일화되어 가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다른 삶의 태도들이 건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실험들이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 문화로놀이짱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이들이 구축해온 그릇 안에 앞으로 담겨질 새로운 주제들이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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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놀이짱’을 구성하고 있는 다섯명의 멤버들. 왼쪽부터 김정석, 안연정(아랑), 오아름, 김은영(꼼), 정영재(알콩)

 

비빌기지에서 실행되는 다양한 실험과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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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제작소 : 해결사들의 수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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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키친 : 강연과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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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생활 : 키우기와 먹기

(별첨) 비빌기지 친구들을 소개해 보면,

1. 공용제작소를 운영하는 달바목공
나무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합니다. 목공작업을 통한 몸과 마음의 가다듬습니다.
목재의 재사용이 가능한 제작방법을 연구합니다.

2. 공유도서관을 운영하는 라라미디어 라지웅
시민 대상의 페스티발에서 타장르와 결합한 공연을 지향합니다.
어린이 대상 기초 인터렉티브 미디어 아트 와 공연 참여를 통하여 미디어 감수성을 개발합니다.
문화 생태 도서관(가칭)의 컨텐츠 (인문학/미디어아트/음악/생활기술/심리 상담)를 축적하고 가공하여 구성원의 질적 향상과 시민과의 소통을  목적으로하는 커뮤니티 공간을 지향합니다.

3. 부엌농장을 운영하는 마르쉐@친구들
생산자와 고객간의 직거래 활성화를 통한 대안적 유통망 구축과 도시농업 활성화 및 도시농업 생산자들의 일자리 만들기, 우리농업과 지역 농산물의 중요성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증진을 위한 활동을 합니다.

4. 소생공단
대량생산에 반대되는 개인 중심의 소규모 생산 문화를 확산시키고 창의적 디자인을 발휘하는 한국 생산자들을 대내외적으로 알립니다.
일회적 소비가 아닌, 물건이 삶과 관계를 풍요롭게 하는 가치 중심의 사용자 문화를 확산시킵니다.
적정기술의 보급을 통해 자급 및 자립의 기반을 넓히고, 소규모 생산의 홍보를 위해 매체/콘텐츠를 자체 생산합니다.

5. 비빌기지를 설계하고 조성한 생활건축연구소 홍윤주
생활형 건축. 사용자중심의 일상공간을 연구하고 기록합니다.

6. 생활밀착형 건축웹진 ‘진짜공간’ 출판
존엄한 삶터. 생활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동네를 지향합니다.
프로그램의 공간화 연구. 단독의 형태 보다 과정에 집중합니다.
공간을 기반으로한 다양한 문화컨텐츠 개발, 건축의 다원적 접근, 문화예술공연활동, 공유와 전유를 위한 공간워크샵 개발 등을 진행합니다.

7. 인디레이블 카바레사운드
뮤지션들의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인프라와 시스템을 제공하며, 뮤지션들의 길잡이와 지속가능한 음악활동을 위한 시도를 지원합니다. 
악기레슨, 워크샵(녹음, 제작 등) , 뮤직비지니스 강의 등 개인방송 녹음을 위한 인프라와 시스템을 쉐어합니다. 

8. 비빌기지 부엌농장을 운영하는-자란다
도시텃밭 공동체로 관심있는 누구나 회원 참여가 가능합니다.
비닐, 제초제, 화학비료, 농약, 등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농사를 짓고, 농부 워크숍에 참여하여 도시텃밭에 적합한 농사를 배웁니다. 청년들의 도시농부로서의 삶을 실험해 볼 수 있도록 돕습니다.

9. PaTI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효자맥주
맥주를 매개체로 다양한 아트웍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가양주 문화를 복원합니다.
신토불이 식재료를 이용하여 한국적인 맥주를 연구합니다.
맥주 만들기 워크숍을 통하여 맥주를 직접 만들어 먹고자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공간을 제공합니다.
술은 음식의 일종으로서 건강한 음식문화를 지향합니다.

10. PaTI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키친스카우트
키친스카우트는 시장문화의 조력자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장을 돕습니다.
야외형 시장에 필요한 키트(일회용품을 쓰지 않는)를 제작하고 대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11. 김수향 – 카페 수카라 대표
비빌기지 키친팜(부엌농장)공동으로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12. 문화로놀이짱
‘소유에서 공유로’, ‘소비에서 생산으로’를 모토로 재활용 목재를 활용한 제작문화 연구 및 공유활동을 합니다.
생활기술, 적정기술, 업사이클링 제작기술을 공유하고 다양한 시민들이 ‘자기 삶을 생산하고’,‘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배우고,익히며’,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구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듭니다.
업사이클링 제작방식을 통한 생산물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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