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 작가. 생태 영성가

 

엉뚱한 데로 새는 농업 예산 차단
조건 없이 모두에게 일정액 지급
보조금 부정수급 폐단도 사라질 것

지금 서울구치소에 있는 국정 농단의 주범 박근혜 씨는 재산이 많은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가난한 국민들은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에게 하루 세 끼와 잠자리를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 박근혜 씨는 수돗물 값이나 티브이 시청료, 청소비 등 공과금도 면제받고 있다. 전기세도 안 내고 있다.

몇 년 전, 가만히 감방에 앉아서 1년에 360억인가를 벌었던 에스케이 최태원 씨도 한 푼도 안 냈다. 이런 수감자들에게서 1박 3끼를 그들의 평균 일당에 맞게 받아내야 하지 않을까?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일당이 억대가 넘는 황제 노역을 하는 이들에게 나라에서 공짜로 침식을 제공하는 게 과연 맞나?

그렇다. 두말할 나위 없이 그렇다. 국가라는 기구는 이렇게 최소한의 공공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대 재벌도 노숙자와 고속도로 통행료가 같은 것은 이 때문이다. 담배 한 갑을 이들에게 똑같은 값에 파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는 농민기본소득제를 어떻게든 쉽게 설명해 보려고 위와 같은 예를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농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라에서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 배당권은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처럼 천부의 기본권이다. 공공성의 최고 형태다. 아쉽지만 자세한 논거는 지면 관계상 다 설파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 시민으로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나라에 엄청나게 기여한다는 사실만은 기억하기 바란다.

최태원 씨가 감방에 꼼짝 못하고 들어 앉았어도 에스케이 주주이기 때문에 배당 수익을 수 백억 올렸듯이 아무것도 않고 가만히 농사만 지어도, 농촌에 살고만 있어도 수확물과 별개로 생활이 가능한 액수의 배당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농민기본소득 제의 핵심이다.

농민은 농민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라는 주식회사에 핵심 주주인 셈이다. 주주는 배당받을 권리가 있고 그 배당금이 농민기본소득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웬만한 농업·농촌 문제는 다 풀린다.

당장, 연로한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화사기(보이스피싱)가 사라질 것이다. 매달 일정한 생활비가 나오니까 무리하게 안 먹고 안 써 가며 저금을 할 일도 없고 돈을 많이 뭉쳐둬야 할 이유도 없다. 전화사기꾼들이 털어먹을 게 없으니 발길을 돌리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농촌에 젊은이가 늘어날 것이다. 결과 보고서니 평가서니 하는 것 없이 농촌 청년에게 생활이 가능한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자유롭게 재능과 끼를 발휘하는 젊은이들의 둥지가 여기저기 생겨날 것이고 그들은 지역민에게 즐거움과 활기와 예술과 편의를 제공할 것이다. 방과 후 아이들을 돌볼 것이고 농산물 홍보대사가 될 것이고 노인회관의 도우미가 될 것이며 다양한 공방의 운영자가 될 것이다.

늙은 농민들이 아득바득 보험에 들어서 한 푼도 못 써 보고 세상을 뜨는 일도 없을 것이다. 농사라는 고된 노동은 자기를 실현하는 치유의 일거리로 변할 것이다.(이는 시범 사업으로 입증된 사실들이다) 그 달 받은 농민기본소득은 그 달 팡팡 써 버리면 된다. 부동산이나 현금다발로 묶여 있지 않다 보니 장바구니 시장경제는 팽팽 돌아갈 것이다.

현재 30여 군데 지방정부에서 지급하는 농민 월급제를 한 단계 향상시킬 필요가 있겠다. 지방조례를 제정한 18개 지자체도 천편일률적인 조례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농민 월급제는 기껏 제한적인 대상에게 수확물을 담보로 무이자 빚을 주는 셈이다.

현재 복잡한 계산식을 거쳐 다양한 명목으로 지급되는 각종 복지 관련 돈, 노령화 관련 돈, 생활보조 관련 돈, 직불제 관련 항목들을 통합하여 조건 없이, 모두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완전한 농민기본소득제를 위한 10년 계획, 또는 20년 계획의 설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조건 따지고 부정수급 파헤치고, 위반한 사람들 시비 가리고, 처벌하고, 환수하고 그러느라고 들어가는 간접비가 엄청나다. 법정 분쟁까지 가는 수도 있다. 이 비용이 기본소득 재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 감방에서 박근혜 씨와 최태원 씨를 조폭이나 좀 도둑과 똑같이 공짜로 먹이고 재우듯이 모든 농민 또는 농촌인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면 각종 농민 지원금과 보조금이 한 쪽으로 몰리는 폐단도 사라질 것이다.

현재는 매년 그 사람이 아들딸, 사위, 며느리까지 동원하여 그럴싸하게 법인이라고 만들어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나랏돈 따 빼먹고 그것이 능력인 양 거들먹거리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 지역에도 복지사업, 보조사업, 지원 사업 빼먹고는 법에 걸려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경우를 본다.

농민기본소득제를 하면 진짜 실력 있고 신실한 사람들이 부상할 것이다. 14조 6000억 원의 농업예산이 엉뚱한 데로 다 새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안 될 것이다. 농사 건 축산이건 과수 건 투기하듯이 땅과 하늘을 오염시켜 놓고는 툭하면 보상하고 책임지라면서 생떼를 쓰는 투기 농부들도 사라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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