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의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유림 녹색당원.
낙태죄 폐지를 위해 현장을 뛰며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여성의 권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지난 11월 말, 조국 민정수석은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유도약 도입을 요구하는 시민 23만여 명의 청원에 대해 청와대의 답변을 발표했습니다.

이렇듯 낙태죄 폐지 여부가 사회적으로 적잖은 이슈가 되면서 그동안 꾸준히 낙태죄 폐지를 외쳐온 녹색당의 활동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 행보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림 녹색당원과 낙태죄 폐지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유림이고요.
성과재생산 포럼이라는 곳과 건강과대안 젠더건강팀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낙태죄 폐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라고 하는 연대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녹색당원이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정당으로서 녹색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인지만 하고 있었지만 녹색당이란 곳이 어떤 활동과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와 함께 활동하는 친구들이 적잖은 수가 녹색당원이었어요. 그들을 통해서 친근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녹색당에 대해 호기심이 커지고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이다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 계기가 ‘밀양’이라는 현장을 통해서 예요. 실제 현장에서 연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본 것 같아요.

당원을 가입한지는 얼마되지 않았어요. 2016년도 초반이었어요. 당시 선거를 앞두고 있었거든요.
그 전에는 정당을 가입한다는 것에 거리낌이 있었어요.
한 정당의 당원이 된다는 것은 시민단체를 후원하거나 굿즈를 사서 지지를 하는 등과는 다른 느낌이었던거 같아요.

나의 정치적인 자아가 이 정당에 귀속되어야만 할 것 같고 나의 가치관이 이 정당의 목소리와 100% 일치해야만 할 것 같고, 정당의 당원이 된다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의 범위가 축소되어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요.

어쨌든 정당이라는 것은 대표하는 곳으로서 내가 정치적 입장에 대해 위임을 하고 뜻을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당원이 된다는 것이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그리고 정당정치에 대해서 냉소적이었어요. 군소 정당이 가진 한계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총선이 되니까 내가 누군가에게 표를 주어야 하고 누군가는 내 표를 얻게 될 텐데 이왕이면 내가 가진 정책적 가치관과 일치하는 정당에게 소신껏 투표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중에서 녹색당이 가장 제 목소리를 잘 대변해 주었고요. 소수정당이지만 기왕이면.. 내 표를 가져가려면 어느 정도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가입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녹색당이 저의 정치적 자아를 100% 대변해 준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적어도 녹색당이라는 곳이 의존이라는 것을 많이 고민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은 다 의존하며 살아가잖아요. 자연에도 의존하고 지구에도 의존하고 다른 역할을 하는 사회구성원들 간에 서로 의존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 의존이란 것 자체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저는 질병을 가진 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약을 하나 먹어도 그 약에 들어가는 성분들이 자연에서 추출한 성분이고, 그 약이 만들어지기까지 무형과 유형의 노동력이 있을테고, 그것이 인간에게 안전하게 쓰이고 치료효과를 가져오기까지 수많은 실험과 임상시험 등등 다양한 과정을 거치잖아요. 그런 하나하나의 과정이 모두 의존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고리에 대해서 어떻게 더 의존을 잘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저는 그 중심에 저에게 닿는 지점이 많았던 거 같아요.

 

 

당원님의 주된 활동이 낙태죄 폐지 관련 활동인데요. 이 낙태죄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공부를 하면서 질병을 가진 몸들, 그런 몸들에 개입하는 여러 힘과 자본과 권력과 사회적인 문화 체계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그 공부를 마치고 나서 우연히 제안을 하나 받게 되었어요.

대학원 졸업 후 여성건강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 언저리에서 일테면 위촉연구직 같은 활동을 하면서 여성건강 관련 언저리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재생산을 하는 몸, 여성의 재생산을 넘어서 사회적 재생산, 이런 재생산을 하는 다양한 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고 포럼(성과재생산포럼)을 꾸려서 이것에 대해 담론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받게 되었고요.
2016년도에 3차 포럼을 준비하던 중에 주제를 ‘낙태죄, 생명권 선택권을 넘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발제를 하게 되었어요. 낙태죄라는 이슈에 대해 어떤 담론을 이야기하고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9월에 낙태를 시술한 의사에 대한 의료법 시행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그 때 갑자기 자발적으로 ‘검은시위’라고 불리는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저희도 그 상황에 대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모아졌어요.

낙태죄가 존치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시민사회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리고 이제 정말 낙태죄가 폐지되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라는 공감대가 이루어졌어요. 그 때부터 대응을 계속 하게 된 것 같아요. 이 대응이 이어지다보니 사업으로도 이어지면서 적극적인 활동 동력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낙태죄로 인한 피해나 사회적 폐해의 심각성을 체감했던 경험을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낙태죄로 인한 폐해는 다양한 지형을 가져왔어요. 1970년대는 인구정책의 맥락에서 여성에게 안전하지 못한 피임기술을 보급하거나 인구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왔죠. 그 때도 낙태죄는 있었어요. 그런데 동시에 모자보건법이라는 것을 시행함으로서 국가가 인구를 조절하는데 적극적인 도구로 사용해 왔죠. 낙태죄가 당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고요.

그런데 이것이 알려지게 된 계기가 2010년도에 한국판 진오비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의 모임’ 또는 한국에서 본인들을 ‘프로라이프’ 세력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낙태를 시술한 산부인과 의사들을 실제로 고발하고 사건이 기소되는 상황들이 이어졌고요. 그 상황에서 위헌소송도 있었고요. 2010년~12년에 거쳐 낙태가 불법이라는 것이 세상에 퍼지게 되었어요.
이런 낙태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 생명권 결정권의 특정한 프레임도 명징하게 나타나게 되었고요. 그게 절대적인 프레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요.

그리고 그 이후로 굉장히 많은 사건들이 있었어요. 낙태라는 것이 불법임이 천명되고 나서부터는 가장 대표적으로는 낙태죄를 악용해서 여성을 협박하는 사례들이 많이 나타났죠.
전 남자친구, 전 남편, 이혼소송을 해서 양육권을 다툴 때, 혼인을 하려다가 파혼 후에 민사청구를 할 때 소송에 대해 자신의 지위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 데이트폭력이나 가정폭력을 행한 후 신고되지 않게 하기 위한 입막음을 위해서 낙태죄를 활용해 협박하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어요.
2012년도에는 여고생, 그리고 중국인 여학생들이 인공임신 중절 시술 중에 사망하는 사건들이 발생했어요.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직접 낙태 시술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이고, 임신이라는 것은 시간적 사건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는 점점 더 불러오고, 결국 엄마 손을 잡고 병원에 갔을 때에는 모든 수술에는 위험성이 따르기 마련인데.. 위험이 발생할 때 즉각적으로 상위 병원에 연락을 해서 즉각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낙태를 담당한 의사도 망설이게 되었던 거예요. ‘이게 불법인데 내가 이것을 전원을 하면, 불법시술을 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을까, 문제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상황에서 여성이 사망을 하는 사고들이 일어났어요.

그렇게 낙태죄가 불법임이 천명되고 나서 처벌을 두려워한 나머지 의사들이 위축이 되어서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하지 않겠다고 플랜카드를 붙이게 되는 시절도 있었어요.
심지어 인공임신 중절을 간절히 원하는 여성의 심리를 이용해서 의사들이 성추행, 성폭행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있었고요.
그래서 현 정부에서는 ‘낙태죄가 사문화되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은 악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예요.

이 낙태죄라는 것이 언제든 국가주도의 인구조절과 나아가 국가폭력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국가가 인간의 가장 존엄한 인권의 중심이 되는 신체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낙태죄와 모자보건법을 이중적으로 활용함으로서 어떤 사람에게는 아이를 낳으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거든요.
어떤 존재는 아이를 낳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법에 명시함으로서 그 존재에 대한 사회적차별을 강화하는 이런 기재를 통해서 국가가 언제든 개인의 재생산과 신체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는 썩은 뿌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낙태죄의 동향이 궁금해요. 한국사회에서 낙태죄 폐지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OECD 가입국 중에서 낙태가 불법인 국가가 폴란드, 한국 정도 밖에 없는 거 같아요. (이스라엘도 미프진이 도입되어있고 칠레도 최근 부분 합법화 되었습니다. )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공임신중절은 여성의 기본적 권리이자 재생산 건강의 차원에서 가장 기초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고요.

국제적인 동향을 보면 흥미로운 것이, 인공임신중절을 합법적으로 허용할 경우에 인공임신중절이 줄어들어요.

처음에 몇년의 경우에는 음지화된 것이 드러나기 때문에 다소 늘어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인공임신중절을 합법적으로 한다는 것은 이 시술이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전세계 사례로 볼 수 있어요.
이것을 보고 어떻게 낙태를 허용하는데 오히려 중절율이 줄어들 수 있냐고 질문을 하곤 해요.
그 분들은 여성들이 낙태를 허용하면 득달같이 산부인과로 가서 인공임실 중절을 밥먹듯이 할 것이다라는 전제로 이야기해요. 그래서 이것을 허용하면 성이 문란해 질 것이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렇게 인공임신중절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면 인공임신중절이 줄어드는 이유를 저는 두 가지로 보고 있어요.

첫 번째는 지금까지는 개인이 원치 않는 아이, 가족이 원치 않는 아이, 나아가 사회가 원치 않는 아이. 이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여성이 혼자 책임지고 알아서 해야 했고 사회가 어떠한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면, 이제는 사회가 개인이 그 인생에서 어떤 재생산을 하고 살아나갈 것인지 이 과정에서 개인에게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두 번째는 여성이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 중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고 생각하면 두렵고 어디에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대해서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충분히 교육을 받고요,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고, 선택지를 인지함으로 인해 여성이 나의 몸과 맺는 관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지점도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국제적인 동향도 점차 낙태죄를 폐지하는 경향에 있고요.
내부의 허용사유에 있어서도 허용사례를 늘려가는 추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권의 경우를 말씀드리기 이전에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인공임신중절의 범법여부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의 관점에 대한 것인데요.
개인이 낙태를 할지 말지, 임신을 중지한다는 것이 윤리적인지 윤리적이지 않은지에 대한 가치관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는 거예요. 이것은 국가가 임신을 중지하겠다고 판단한 여성에게 사법권을 동원해서 어떤 식의 조치를 하는가, 여성이 임신 중절을 선택했다고 해서 국가가 국가권력을 동원해 형사처벌을 한다는 것이 정당한가. 낙태죄에 대한 이해가 쉽게 윤리적인 것으로 수렴되곤 해요. 사실 윤리의 주체는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국가가 개인의 윤리를 강제할 수 있는 심판자와 담지자의 역할을 하는 것, 수많은 다른 윤리적 문제에 대해 처벌하지 않으면서 여성의 임신중지에 대해서 국가가 색출하고 징벌하고 위협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정당한가.

그리고 심지어 낙태죄가 전사회적으로 인공임신중절을 낮추는데도 도움이 안되고 여성의 사회적지위와 관계들을 위협하고 심지어 여성을 더욱 2중적 3중적 폭력에 노출되게 함에도 국가가 이것을 여전히 유지하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이것은 철저하게 국가의 사법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윤리적인 논쟁은 이 자리에서 어떤 공론장에서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윤리적인 의식을 시민사회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가, 좀 더 아이를 잘 키우고 차별없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임신을 중지하기 위한 여성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그 판단 대신에 다른 사회적 가능성을 둘 수는 없을까하는 것은 당연히 고민이 되어야 하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가 여성을 처벌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정치권은 눈치를 보는 것 같아요.

막강한 유권자 권력으로서 종교계가 존재하고 있고 이것이 종교계에서 이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그런 종교계의 분들은 이 사안에 대한 이해관계자로 정치권에서는 인정하는 것이죠.
이것이 윤리적인가 아닌가에 대한 토론만 계속되고 있는 거예요. 이것은 적합한 아젠다는 아니라고 봐요. 결론이 도출되지 않고 쳇바퀴 돌듯이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며 쳇바퀴 돌듯한 논쟁만 반복될 것이라고 봐요.

저는 궁금해요.
종교계에서 인공임신중절에 대해 인정하지 못한다면 이 결정을 하는 여성들을 국가가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왜 문제시하고 있지 않는지… 이것은 명백하게 국가권력이 개인을 침해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인공임신중절을 판단한 여성은 국가권력에 의해 사법권에 의해서 징벌당해도 괜찮다고 보는 것인지..

사실 정치라는 것의 기본적인 역할은 이런 섞여있는 목소리를 논의하기 위한 틀을 잡아나가고 어떤 공론장의 셋팅을 해나가는 것이냐가 정치잖아요. 그런데 이것에 관련되어 있다는 사람들 다 모여서 이야기해봐라고 손놓고 있는 지점이 만연해 있어요.

 

당원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녹색당에서 많은 힘이 되어주고 계세요.

정당이기 때문에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임신중지라는 사안을 말하기 위해서는 이 전후에 있는 모든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여성의 몸, 건강, 섹슈얼리티, 그리고 출산 이후에 일어나는 양육 등의 문제들, 내가 누군가와 어떤 식의 관계를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 등에 대한 모든 문제들이 ‘재생산권리’에 대한 모든 문제들에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상속에서 발견되는 어떤 불편함 같은 것을 사회적인 요구로 함께 드러내는 작업을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내가 응급피임약을 먹고 싶은데, 왜 응급피임약은 이렇게 과정이 복잡하고 비쌀까 하는 질문을 통해 실질적으로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까, 여성단체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선거나 정책을 통해서 다양하게 바꿔나가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예를 들어, 내가 병원에 가서 의료인으로부터 불쾌감을 느끼거나 충분한 진료를 받지 못한 경우 등의 경우에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이라든지 생리대에 관련된 여러가지 이슈들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사소한 불편함을 모두 사회적 언어로 번역하고 그것을 하나의 운동의 맥락이 아니라 정당차원에서도 정책으로 고민하고, 선거에서 득표수로서 이 요구를 드러내는 등의 다양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낙태죄를 폐지 한다는 것이 여성이 이제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 봐요.
물론 중요한 시작이지만, 더 나아가 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이 어떤 식의 관계를 맺고 다음 세대의 사회구성원을 이 세상에 초대하는 전 과정에 대한 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고민하는 시작이 될 거라고 봐요.
그리고 이 고민에는 나의 몸과 나의 신체, 나의 섹슈얼리티를 가지고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느낀 모든 불편들이 사회적인 단계에서 표현되고 검토되는 과정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있어서 녹색당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어떤 단어를 떠올리세요? 

녹색당은 ‘캣맘’이다.

제가 동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밤에 길고양이들 밥을 주러 나가요. 그곳에는 저처럼 밥을 주고 계신 분들이 계세요.

동네마다 다들 계실거예요. 저도 제가 잘 알지 못하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지만 누군가도 저와 같은 심정으로 밥을 주고 계세요.

저는 녹색당이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서 외부에서 바라봤던 시간도 길었고 (물론 주변에 활동하는 사람도 많지만) 정당에 가입하고 나서도 여전히 100%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녹색당의 활동이나 가치관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목소리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한국사회의 정당정치 환경에서 제약을 받을 거라고 당연하게 예단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실은 이것이 어떤 식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더라도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활동들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녹색당이 수많은 연대자리에서 보여왔던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는 성과가 보여지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캣맘들이 고양이들에게 밤마다 먹이를 주면서 매번 물을 갈아주고, 물이 얼까봐 날이 추운날에 스티로폼을 덧대어 주고 하는 일들을 보면서 감동을 느낄 때가 있어요. 이 활동은 작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들이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그런 마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져서 연대감을 서로 느끼게 되어요. 그런 연대감을 느끼게 하는 곳이 녹색당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다른 정당과는 다르게 캣맘과 같이 무언의 신뢰감을 가진 관계들을 녹색당이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