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도전기 1] 전 서울시 비례후보 이유진 탈핵특별위원장

“내년 지방선거는 2020 총선 원내진입의 척도가 될 것”

– 녹색당이 시작하고 실현된 정책들 많아, 국내외에서 한국 녹색당의 역할 중요

– 선거는 당의 성장과 조직화 계기, 후보 개인 발굴이 아니라 팀워크를 만들어가야

 

2014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전국에서 열심히 뛴 후보를 비롯한 활동당원들이 참여하는 평가워크숍이 열렸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창당한 녹색당의 첫 번째 지방선거. 2012년 총선이 창당 한 달 후에 있어서 제대로 준비하기 어려웠다는 걸 감안하면 실질적인 첫 번째 선거였다. 11명의 지역구 후보들이 모두 낙선했고, 전국 비례득표율은 0.76%.

평가워크숍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독한 녹색당’이 되자는 말이었다. 높은 현실의 벽을 경험했으니 현실 정당으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해 다음 지방선거는 제대로, 독하게 준비해보자는 다짐이었다.

다음 지방선거가 3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자로, 선거운동본부장으로, 자원활동으로 선거를 경험한 당원들을 인터뷰해서 지방선거와 녹색당의 의미를 되새기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점검하는 기회를 가지려고 한다. ‘팀의 정치’를 얘기를 하는 녹색당이기에 후보 한 명의 경험이 아니라 당의 경험으로 남기기 위한 노력은 더욱 필요하다.홈페이지를 통한 한 달간의 인터뷰내용을 포함해 선거준비를 위한 매뉴얼이 8월 중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 기획 및 진행 : 지방선거 기획단

 

‘당내 선거 최다 출마자’. 지방선거 도전기를 써보자고 했을 때 모두가 첫 번째 대상을 이 사람으로 꼽았다. 2012년 국회의원 비례후보, 2014년 서울시비례후보, 2016년 동작갑 지역구후보였던 이유진탈핵특별위원장. 문재인정부가 신고리 5,6 호기 공론화를 비롯해서 탈원전 정책을 발표한 이후라 정신없이 바쁜 그를 만났다.

 

국내외에서 한국 녹색당의 역할 중요해

“촛불 이후 들어선 문재인정부가 핵발전 관련 정책변화를 시작한 것은 지난 5년 동안 녹색당 역할도 컸다. 앞으로 5년동안 에너지와 기후변화 관련된 논의가 많이 될 것이라서 방향에 관한 준비를 하고 있다. 5년 전에 탈핵을 내걸고 녹색당이 창당했는데 이제 정부가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탈핵은 선언만으로는 안 된다. 5년 뒤 다른 정권이 들어와도 되돌리기 힘든 소위 ‘불가역적 탈핵시대’를 시작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열정적으로 최근 상황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었다.

지난 해 2016년 9월에 3기 운영위원장의 임기가 끝났지만 탈핵특위위원장, 국제연대 활동으로 여전히 왕성한 당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2년동안 임기가 끝나면 당 활동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은 당내 상황을 비춰보면 역시 녹색정치인의 대표 주자답다.

올해 3월,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세계 녹색당 총회(대회)에 참석하고 온 소감을 물었다. 녹색당이 창당하고 처음으로 참석하는 세계녹색당대회였기 때문에 남다른 소회를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 가 봤더니 세계 녹색당에서 한국녹색당이 가지고 있는 위치가 중요해 보였다. 한국은 당원도 많고 국제연대에 대한 관심과 열의도 크다. 이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기여를 해야 한다. 뉴질랜드 선거제도 개혁 운동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 컨퍼런스 제안서를 보낸 상태이다. 5년 뒤에 세계 녹색당 대회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열리는데 브뤼셀에 있는 세계녹색당 사무처도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옮길 계획이라서 사무처에서 한국 유치를 신청한 상태다. 재미있지 않은가? 3월에는 사드 관련해서 미국 녹색당과 공동성명서를 낸다든지 하는 활동도 했다.” 이번 세계녹색당대회 참여를 계기로 녹색당에는 국제특별위원회가 승인되어 활동을 막 시작했다.

(2014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지역 총회에서는 기후변화 관련 발표를 하기도 했고, 이 때 세계녹색당 운영위원으로 선출되어 활동 중)

 

감격적인 창당대회, 하지만 비례후보라서 마이크 못쓰고, 녹색당은 초대받지 못해…

본격적으로 선거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유진위원장은 2012년 창당 한 달만에 참여한 총선의 녹색당의 첫 번째 비례대표 후보 1번이었다. 그 총선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물었다.

“아무래도 창당대회에서 비례후보에서 출마한다고 선언을 했을 때가 감격적이었다. 당이 만들어질지 걱정이었는데 첫 출발을 알릴 때가 인상깊었다.”  하지만 생애 첫 정당이라는 당원들이 많은 당시에는 선거경험이 많이 부족했다. 뭘 준비하고, 뭘 할 수 있는지 제대로 모르기도 했다. 이제 막 녹색당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터라 녹색당을 찍어달라고 요청하기엔 시간이 너무 없고 수단도 부족했다.

“비례대표는 마이크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주로 알릴 수 있는 게 대학교 앞이었다. 육성으로 연설을 하는데 감당이 안 되어서 목이 상했고 당원이 하는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으면서 선거운동을 했다. 당시 비례후보 3명, 지역구 2명, 5명 후보로 치루느는데… 선거운동을 할 게 별로 없었다. 기자회견도 하고 액션도 해야 하는데 선거법 제약도 많았고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우리가 초대받지 못하는 곳들이 너무 많았다.” 면서 선거준비가 부족했다고 한다. 초대하지 않아도 찾아갔고, 무조건 녹색당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 중앙에 자리를 차지해서 사진으로라도 녹색당을 알리려고 했던 당시 이유진위원장이 떠오른다.

(2012년 4월 1일, 핵안보정상회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장면. 녹색당 피켓이 잘 보이도록 자리선정에 애를 쓰는 모습)

“당시에는 당에서도 뭘 지원해야 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당시에는 한국사회에 녹색당을 선 보인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였다. 당시 녹색당이 얘기했던 동물권, 칼퇴근법, 탈핵 같은 의제는 2017년도에는 괄목할 정도로 주요 이슈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우리가 던진 의제들이 많이 받아들여지고 논의되고 있다.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본다. 처음에 녹색당 탈핵 얘기할 때 어감도 그렇고 이상적이다 과격하다 대안은 있냐는 반응이었는데. 그때 만든 대안을 정부에서 얘기하는 정도까지 왔다”. 선거경험이 없는 지역당이나 당원들은 여전히 선거를 준비한다면 뭘 준비해야할지 막막해한다. 선거법의 제약이 생각보다 컸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니 막상 선거운동기간에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을 수 있다.

 

대의원대회 결의로 광역 비례 결의, 지역구 출마지역은 비례득표 높아

두 번째로 맞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이유진위원장은 녹색당 후보로 출마했다.

“서울시 비례후보였는데,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니, 17개 광역시도에서 비례는 꼭 나가자, 투표용지에서 녹색당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고 했는데,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잘 논의가 안 되었다. 드라마틱하게 대의원대회에서 당원들이 발의한 결의문이 통과되면서 더 많은 후보가 나가게 되었다. 지역 선거에서는 지역의 현안 과제를 던질 수 있고, 공간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것은 유리한 점이다. 지역과 밀착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고, 서울같은 경우는 은평, 서대문에서 출마했었는데 신선한 바람이었다. 지역에서의 선거운동 이렇게 할 수 있구나 하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지역구 출마 지역은 녹색당 비례득표율이 높았다. “

(서대문에 출마한 이태영후보 연설회에 함께 참여한 모습. 비례후보는 지역구 후보자와 함께 할 경우는 마이크를 쓸 수 있다. 녹색당 지역구 후보자들은 음악이 있는 연설회를 진행했고, 자전거를 몰고 유세를 다니면서 녹색당 이미지를 잘 각인시켰다.)

(완공 전인 롯데월드타워로 인한 지반 침하 등 시민안전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 등 이슈대응을 위한 활동도 꾸준히 했으나, 언론의 관심이 적었기 때문에 확산되기 어려웠다)

선거는 참 빨리도 돌아온다.  2014년 지방선거는 2012년 총선과 비교해 선거준비는 달라졌을까. “그 때도 여전히 열악했다. 공보물도 충분히 발송할 수 없었다. 하루 일정 액션 방문 등등 하기는 했으나 선거를 위해서는 미디어 전략 시민참여 일정 등등 미리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당시에도 녹색당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에 급급한 느낌이었다. 지금은 건설이 끝난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항의성 피켓팅도 하고, 관악산 도봉산, 비건축제 등에 많이 갔으나, 여기에서 누굴 만나고 어떤 시민들을 만날지에 대한 판단보다는 행사를 찾아가는 정도에 머물렀다. 당시에도 사람 돈 경험 같은 당의 자원과 전략이 부족했다. 선거를 처음 해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해 보면서 배우는 상황이었다”.

 

“녹색당 선거에서 가장 힘든 것이 후보. 후보 발굴보다는 팀 체계를 만들어야”

2년 전 호주녹색당 닉맥킴(Nick Mckim)의원 초청행사에서 닉맥킴의원은 본인이 의원이 된 스토리를 얘기하면서 “자연해설사를 하면서 환경운동을 하고 있을 때 녹색당 의원인 밥 브라운이 찾아와서, 후보 출마를 권했는데 3번을 거절했다. 그런데도 계속 찾아와서 결국 술자리에서 승낙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한국의 녹색당도 비슷하다는 얘기를 했더니 “전세계 녹색당 사람들은 참 shy(수줍은, 꺼리는) 한 사람들의 모임”인 것 같다면서 후보를 만드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했었다.

새로운 정치의제를 제기하고, 주체를 확장해가고 있는 녹색당에서 후보발굴은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이유진위원장은 “이번 세계녹색당 대회 갔을 때 보니, 영국에서는 1년 이상 전부터 후보를 정하고 그 사람 중심으로 팀워크를 맞춰나가고 있었다. 각 지역별로 어떤 후보가 나와야 하고, 왜 당선이 되어야 하는지 명확히 하고 모금과 조직을 위한 팀을 꾸리고 있었다. 그 사람과 함께 지역에서 정치를 하는 단위로 묶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팀워크가 중요하다. 매 선거 때마다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정치인으로서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그런 팀으로 묶여 나가야 하는 것이 필요한게 아닐까. 선거 앞두고 후보 찾는 것은 이미 늦을 수도 있다. 지역에서 계속 일하면서 마음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후보 개인 발굴보다는 같이 뛸 수 있는 팀워크가 필요하다” 고 했다.

 

선거를 통해 당원 성장의 가장 좋은 기회, 녹색당이 시작하고 실현된 정책들 많아

2016년 20대 총선에는 드디어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다. 캐나다 녹색당 대표이며, 유일한 국회의원인 엘리자베스 메이(Elizabeth May)의원을 롤모델로 생각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엘리자베스 메이는 한 지역구에서 3번째 출마해서 결국 당선된 캐나다 전설적 인물이다. 당직 선거뿐 아니라 공직후보자에 여러 번 출마하면서 이유진을 ‘소비’한다는 비판적 의견들도 있었지만, 스스로는 롤모델을 세우고 선거의 의미를 정립해가고 있다.

“관악동작 녹색당도 지난 해 총선 지역구 출마를 통해 당원 발굴 많이 되었고 큰 성장동기가 되었다. 한 계단을 또 올라가는 계기로 다음 지방선거도 준비했으면 좋겠다. 이번 지방선거는 다음 2020년 총선의 척도이기도 하다.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데, 녹색당의 실력과 자원과 결과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너무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지 않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목표를 잡았으면 좋겠고, 그걸 위해 조직진단이 필요한 것 같다. 지난 총선은 아쉽기는 했지만 현재 규모로 이 정도 얻은 것은 너무 낙담할 정도는 아니다.”

실제로 2016년 총선을 전후에서 전국적으로 약 2천명이 당원이 가입했다. 정당 당원가입은 선거와 필리버스터와 같이 정치적 이슈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이유진위원장은 ‘긍정의 아이콘’으로 유명하다. 선거에 대해서도 긍정적 목표와 비전을 제시했으면 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내년에는 꼭 당선자가 생겼으면 한다. 특히 지역구도에 따라 운동장이 많이 기울어져 있어서 오히려 새로운 곳에 기회를 주는 곳이 있으니 놓치지 말아야 하고, 서울 경기는 비례 득표도 중요하다. 인지도 상승의 척도니까. 제주 등은 장기적으로 녹색당이 강한 지역으로 집중도 되었으면 좋겠다. 선거를 녹색당 조직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모든 광역에서 비례후보가 출마하고, 그 후에 사무실과 상근자를 만들고, 당원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선거를 준비한다면, 어떤 경우에는 낙선되어도 사무실과 상근자를 남기면 또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발판이 된다. 현재는 전국당의 상근 당직자 ·10명 서울 경기 등등 전국적으로 30명이 안되는데, 그것은 상시적으로 녹색당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그 정도라는 것이다. 당 사무실이 있는 곳이 몇 군데 안 된다. 모든 광역단위에 2020년까지 반드시 사무실과 2명 이상의 상근자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우는건 어떨까. 이를 위해서는 예산이 얼마가 되어야 하고 그럼 얼마나 성취가 가능한지 분석을 해 봤으면 좋겠다.“

(2015년 관악동작 당원총회를 통해 국회의원 후보로 선출되던 당시. 관악동작 당원모임은 선거일까지 선본으로 전환해 활동하였다)

후보자들은 가장 선거에 깊게 결합하는 당원들이다. 당과 당원들에게는 큰 자산이다. 얼마 전 문재인정부 내각구성 시기에 한 일간지에서 환경부장관으로 여성이 입각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유진위원장을 한 명으로 거론했고, SNS 등에서 많은 당원들이 지지와 희망을 피력했다. 녹색당의 자산이자 대표적인 녹색정치인인 이유진위원장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표현된 것이었다. 스스로 녹색당의 정치인의 모델이 되어가고 있는 이유진위원장은 “최근 녹색당이 노동당, 민중연합, 우리미래 등과 함께 4개정당 연석회의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거제도 개혁 운동으로 판을 바꾸는 것도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역구에서 해 보니 너무 장벽이 높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연대 연합 필요하다. 그걸 위해서는 기본적인 신뢰가 필요한데 이런 과정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가면 좋겠다. 지역에 따라서는 지역구 조정이나 후보 단일화도 필요하지 않겠나. 아직 의원은 없지만 현재 상황에서 잘 하고 있으니 너무 위축되지 말자.“ 며 힘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