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시간 다 절약... 이렇게 좋은 걸, 공직선거엔 왜 적용 안 할까?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 선거방식인 선호투표제의 장점들... 수백년 지속 '반장선거' 이제 사라지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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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지난 6월 3일 서울 잠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제4,5,6투표소에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은 8·17 전국당원대회 당대표 본선거에 '선호투표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선호투표제 채택을 둘러싸고 지도부 내 이견과 당대표 후보 간 치열한 공방이 일주일간 이어졌으나, 최종적으로 민주당은 선호투표제 실시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의결하며 논쟁을 일단락지었다.
민주당이 선호투표제를 실시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 11일 원내대표 보궐선거와 5월 13일 국회의장 경선에서 이미 권리당원 투표를 선호투표제로 진행했다. 당시 선호투표제에 대한 당내 의문이 있자,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선호투표제는 "결선투표를 위한 비용과 시간을 아끼기 위한 것"이라 답하며 "우리나라도 대선 등의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선호투표제 동시 도입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 과반의 지지도 얻지 못했는데 단 1표만 많아도 당선되는 현재의 공직선거법 제도보다, 과반의 지지를 얻어야 당선이 되는 결선투표제가 더 좋다. 둘째, 결선투표는 두 번 치러야 하지만 선호투표제는 한 번 투표로 결선투표의 효과를 낼 수 있으니 비용과 시간이 절약된다. 이렇게 좋은 제도를 왜 공직선거에서 실시하지 않는가? 나는 당내 선거를 뛰어넘어 공직선거에도 선호투표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한다.
선호투표제에 대해 알아보자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제일 좋아하는 한 명에만 기표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들의 순위를 매겨 투표하는 방식이다. 집계 방식은 다음과 같다. 1순위로 선택된 후보의 표를 집계하고, 과반 득표자가 있다면 개표가 종료되고 그가 당선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다면 가장 적은 1순위 표를 얻은 후보를 탈락시킨다. 이때 탈락하는 후보를 1순위로 찍었던 투표용지들에 적힌 2순위 후보에게, 이 탈락하는 표를 이양한다. 왜냐하면 탈락하지 않고 잔류한 후보 중에 그 유권자가 가장 지지하는 사람이 곧 2순위 후보이기 때문이다.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이것을 쉽게 투표 용지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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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호투표제의 표 집계 방식 과반수의 표를 얻는 당선자가 나올 때까지 선호 순위에 따라 표를 계속 이양함 |
ⓒ 김찬휘 |
투표수가 15이므로 8표를 얻어야 과반이 된다. 1순위 8표 이상의 득표자가 없으므로, 1순위 최저 득표자인 '최OO'이 탈락한다. 그렇게 되면 '최OO'을 1순위로 적은 2표 중 1표는 2순위 '이OO'의 표로 귀속되고, 다른 1표는 2순위 '박OO'의 표로 귀속된다. (그림의 직선 화살표 참조) 그렇게 되면 '서OO'는 6표 그대로이고, '이OO'은 5표, '박OO'는 4표가 된다. 역시 과반 득표자가 없다.
이번에는 남은 3명 중의 최저 득표자인 '박OO'이 탈락한다. 그럼 '박OO'을 1순위로 뽑은 첫 번째 표는 '서OO'로, 두 번째 표는 ('최OO'은 이미 탈락했으므로) 3순위인 '서OO'로, 세 번째 표도 '서OO'로 귀속되므로(그림의 점선 화살표 참조), '서OO'가 9표가 되어 과반이 넘어 당선되게 된다( 1차에 '최OO'로부터 넘어온 1표는 3순위 '이OO'로 귀속되지만 당락에는 변동이 없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조화인가'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 보면 매우 합리적이다. 1순위로 '박OO'을 하고 2순위로 '서OO'을 찍은 유권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박OO'이면 되면 제일 좋지만, 그게 안되면 '서OO'가 되는 것이 그나마 제일 낫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유권자의 뜻을 개표 집계 과정에서 잘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실제 결선투표를 했더라도 (1차 투표와 결선투표 사이에 마음이 변하는 사람도 일부 있겠지만), '서OO'와 '이OO'이 결선투표를 한다면 그 유권자는 '서OO'를 뽑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선호를 미리 표시하게 하여 결선투표를 하지 않더라도 그 효과를 얻도록 하자는 취지다.
선호투표가 결선투표보다 좋은 점
선호투표가 결선투표보다 좋은 점은 단지 비용과 시간의 절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극단적인 열성 지지자'와 '극단적인 혐오자'를 가지고 있는 어떤 후보가 있다고 보자. 프랑스 식으로 결선투표를 한다면 극단적인 열성 지지자가 늘어나면 그 후보는 2등으로 결선투표에 나가게 된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 '국민전선'(지금의 '국민연합') 르펜 후보가 2017년과 2022년에 연속적으로 결선투표에 나간 것이 그러한 예이다. 만약에 결선투표제가 아니고 선호투표제였다면 최소한 2017년에는 공화당의 피용이나 '불굴의 프랑스'의 멜랑숑이 집계 과정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1차 투표에서 르펜은 21.30%, 피용은 20.01%, 멜랑숑은 19.58%를 얻었는데, 선호투표의 표현으로 말하면 이것은 1순위 투표한 사람만의 비율이고, 2순위, 3순위 등에 표기된 경우가 많은 후보가 선호투표에서는 유리하므로, 극단적인 선호/혐오를 받는 르펜보다 너른 지지를 받는 다른 후보들이 더 많은 표를 가져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결선투표가 없었다면 르펜이 부각되는 정치과정이 수반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선호투표는 대통령, 지자체장, 1인선거구와 같이 1명만을 뽑아야 하는 선거의 경우에 사용되는 '특별한 형태의' 선호투표, 다시 말해 결선투표제의 대용으로서의 선호투표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런 1명을 뽑는 선거에서의 선호투표를 '즉석 결선투표'(instant-runoff voting)라고 부른다. 2번 투표하지 않는 '결선'투표라는 의미이다.
오스트레일리아 하원이 이 선거제도를 쓴다. 하지만 한국의 기초의회 선거처럼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의 경우에도 선호투표제를 쓸 수 있다. 표의 이양방식이 지금까지 설명한 것만 조금 다르지만, 1순위 이하의 2순위, 3순위 등을 차례차례 적용하여 집계한다는 점에서 원리는 동일하다. 오스트레일리아 상원, 아일랜드 하원과, 영국, 뉴질랜드, 미국 등 여러나라의 지방의회 등이 이런 중/대선거구제 선호투표제를 사용하고 있다.
사실 의회 선거에서 1표라도 많은 1명만을 무조건 당선시키는 '다수대표제'는 가장 낡은 선거제도다. 실제로 이 방식으로만 의회 선거를 하는 나라는 OECD 38개국에서 영국, 미국, 캐나다밖에 없다. 프랑스는 이 나라들처럼 '소선거구제'지만 결선투표가 있고, 오스트레일리아 하원도 '소선거구제'지만 선호투표로 진행된다. 그 외의 많은 나라들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이거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과반수 이하로 당선자를 낸 무수한 선거구에서, 만약에 선호투표가 실시되었다면 여러 곳에서 당선자가 바뀌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무수한 '사표'(死票)를 만들면서 수백년 동안 잔존해 온 이 '반장 선거' 방식은 이제 공직선거에서 사라지게 하자.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내표그대로 - 선거제도 전면개혁연대 집행위원장입니다. 김찬휘
📰 기사 보러가기: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523811
비용·시간 다 절약... 이렇게 좋은 걸, 공직선거엔 왜 적용 안 할까?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 선거방식인 선호투표제의 장점들... 수백년 지속 '반장선거' 이제 사라지게 해야
민주당이 선호투표제를 실시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 11일 원내대표 보궐선거와 5월 13일 국회의장 경선에서 이미 권리당원 투표를 선호투표제로 진행했다. 당시 선호투표제에 대한 당내 의문이 있자,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선호투표제는 "결선투표를 위한 비용과 시간을 아끼기 위한 것"이라 답하며 "우리나라도 대선 등의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선호투표제 동시 도입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 과반의 지지도 얻지 못했는데 단 1표만 많아도 당선되는 현재의 공직선거법 제도보다, 과반의 지지를 얻어야 당선이 되는 결선투표제가 더 좋다. 둘째, 결선투표는 두 번 치러야 하지만 선호투표제는 한 번 투표로 결선투표의 효과를 낼 수 있으니 비용과 시간이 절약된다. 이렇게 좋은 제도를 왜 공직선거에서 실시하지 않는가? 나는 당내 선거를 뛰어넘어 공직선거에도 선호투표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한다.
선호투표제에 대해 알아보자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제일 좋아하는 한 명에만 기표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들의 순위를 매겨 투표하는 방식이다. 집계 방식은 다음과 같다. 1순위로 선택된 후보의 표를 집계하고, 과반 득표자가 있다면 개표가 종료되고 그가 당선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다면 가장 적은 1순위 표를 얻은 후보를 탈락시킨다. 이때 탈락하는 후보를 1순위로 찍었던 투표용지들에 적힌 2순위 후보에게, 이 탈락하는 표를 이양한다. 왜냐하면 탈락하지 않고 잔류한 후보 중에 그 유권자가 가장 지지하는 사람이 곧 2순위 후보이기 때문이다.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이것을 쉽게 투표 용지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이번에는 남은 3명 중의 최저 득표자인 '박OO'이 탈락한다. 그럼 '박OO'을 1순위로 뽑은 첫 번째 표는 '서OO'로, 두 번째 표는 ('최OO'은 이미 탈락했으므로) 3순위인 '서OO'로, 세 번째 표도 '서OO'로 귀속되므로(그림의 점선 화살표 참조), '서OO'가 9표가 되어 과반이 넘어 당선되게 된다( 1차에 '최OO'로부터 넘어온 1표는 3순위 '이OO'로 귀속되지만 당락에는 변동이 없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조화인가'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 보면 매우 합리적이다. 1순위로 '박OO'을 하고 2순위로 '서OO'을 찍은 유권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박OO'이면 되면 제일 좋지만, 그게 안되면 '서OO'가 되는 것이 그나마 제일 낫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유권자의 뜻을 개표 집계 과정에서 잘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실제 결선투표를 했더라도 (1차 투표와 결선투표 사이에 마음이 변하는 사람도 일부 있겠지만), '서OO'와 '이OO'이 결선투표를 한다면 그 유권자는 '서OO'를 뽑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선호를 미리 표시하게 하여 결선투표를 하지 않더라도 그 효과를 얻도록 하자는 취지다.
선호투표가 결선투표보다 좋은 점
선호투표가 결선투표보다 좋은 점은 단지 비용과 시간의 절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극단적인 열성 지지자'와 '극단적인 혐오자'를 가지고 있는 어떤 후보가 있다고 보자. 프랑스 식으로 결선투표를 한다면 극단적인 열성 지지자가 늘어나면 그 후보는 2등으로 결선투표에 나가게 된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 '국민전선'(지금의 '국민연합') 르펜 후보가 2017년과 2022년에 연속적으로 결선투표에 나간 것이 그러한 예이다. 만약에 결선투표제가 아니고 선호투표제였다면 최소한 2017년에는 공화당의 피용이나 '불굴의 프랑스'의 멜랑숑이 집계 과정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1차 투표에서 르펜은 21.30%, 피용은 20.01%, 멜랑숑은 19.58%를 얻었는데, 선호투표의 표현으로 말하면 이것은 1순위 투표한 사람만의 비율이고, 2순위, 3순위 등에 표기된 경우가 많은 후보가 선호투표에서는 유리하므로, 극단적인 선호/혐오를 받는 르펜보다 너른 지지를 받는 다른 후보들이 더 많은 표를 가져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결선투표가 없었다면 르펜이 부각되는 정치과정이 수반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선호투표는 대통령, 지자체장, 1인선거구와 같이 1명만을 뽑아야 하는 선거의 경우에 사용되는 '특별한 형태의' 선호투표, 다시 말해 결선투표제의 대용으로서의 선호투표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런 1명을 뽑는 선거에서의 선호투표를 '즉석 결선투표'(instant-runoff voting)라고 부른다. 2번 투표하지 않는 '결선'투표라는 의미이다.
오스트레일리아 하원이 이 선거제도를 쓴다. 하지만 한국의 기초의회 선거처럼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의 경우에도 선호투표제를 쓸 수 있다. 표의 이양방식이 지금까지 설명한 것만 조금 다르지만, 1순위 이하의 2순위, 3순위 등을 차례차례 적용하여 집계한다는 점에서 원리는 동일하다. 오스트레일리아 상원, 아일랜드 하원과, 영국, 뉴질랜드, 미국 등 여러나라의 지방의회 등이 이런 중/대선거구제 선호투표제를 사용하고 있다.
사실 의회 선거에서 1표라도 많은 1명만을 무조건 당선시키는 '다수대표제'는 가장 낡은 선거제도다. 실제로 이 방식으로만 의회 선거를 하는 나라는 OECD 38개국에서 영국, 미국, 캐나다밖에 없다. 프랑스는 이 나라들처럼 '소선거구제'지만 결선투표가 있고, 오스트레일리아 하원도 '소선거구제'지만 선호투표로 진행된다. 그 외의 많은 나라들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이거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과반수 이하로 당선자를 낸 무수한 선거구에서, 만약에 선호투표가 실시되었다면 여러 곳에서 당선자가 바뀌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무수한 '사표'(死票)를 만들면서 수백년 동안 잔존해 온 이 '반장 선거' 방식은 이제 공직선거에서 사라지게 하자.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내표그대로 - 선거제도 전면개혁연대 집행위원장입니다. 김찬휘
📰 기사 보러가기: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523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