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전남녹색당 온라인 소식지 《떡갈나무카페》 제56호

전남녹색당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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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 머물 들판에 여전히 여름이 머물다니, 기후위기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이번 가을만 이리 더운 것이기를 바라봅니다. 구름 사이로 비친 보름달을 보며 ‘평화’만을 기도했습니다. 녹색당원님에게 평화란 무엇인가요? 여기 사람사는 이야기를 보시며 잠시 평화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떠실까요?

☞떡갈나무카페 보러가기: https://stib.ee/6qNE
☞ 녹색당원이 추천하는 오늘의 한 곡: https://www.youtube.com/watch?v=rGqtm0wmv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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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제56호)
전남녹색당 안팎의 주요 소식, 당원 인터뷰 글과 에세이 등을 담아 전해 드려요.

이번 달부터 ‘핑퐁 요리 세계’가 텃밭과 부엌을 오가며 여섯 달에 걸쳐 펼쳐집니다. ‘놀라놀라 땡땡땡’은 ‘놀 줄 아는 아이들’로 거듭나 찾아가고, 새로운 주인이며 동무를 찾는 사물들 이야기도 담아 띄웁니다.
여름 끝자락까지 쫓아와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를 떠나보내고, 가을을 맞아 더 풍성해진 떡갈나무카페에 어서들 오세요.


[한 달간 소식]
8. 30 녹색당 비상대책위 전남 간담회_(순천 ‘노플라스틱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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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대책위원회 간담회가 '녹색당의 위기,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순천의 노플라스틱 카페에서 열렸습니다. 늦은 행사 시간에도 불구하고 해남, 여수, 고흥, 순천 등지에서 참여한 당원들과 먼길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전남을 찾아준 비대위원들이 함께했어요.

저녁 7시 반부터 당원 13명이 모여 복작복작 간담회를 시작하였는데요, 비대위에서 작성한 평가서 초안을 토대로 ‘정치활동 평가, 총선 평가, 향후 정치/조직 노선에 대한 발제와 토론’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녹색당 전반에 대한 평가와 '평가의 평가'로 이야기는 시작되었지만 여러 이야기 속에 어렴풋하게나마 전남녹색당이 나아갈 방향과 길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부담 없이 준비한 글을 읽거나 녹색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정당 연설회를 시작해보자는 구체적인 제안도 있었어요. 간담회 말미에는 다같이 907 기후정의행진 피켓을 들고 인증사진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자리는 밤 10시가 넘어 늦게 정리되었지만, 임이경 당원이 직접 만든 우리밀 비건 빵과 음료, 그리고 채식 김밥으로 배를 채운 덕분에 집까지 든든하게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비대위 간담회에 대한 대대적인 당원 의견 수렴은 9월 19일에 진행한 ‘주요 쟁점 온라인 간담회’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는데요. 19일에 진행한 간담회 자료집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자료집 링크: https://docs.google.com/document/d/1Y0gmdUQUsAt2jcLjvplZJjWc5GYMuuYCy_V3ed4H89Q/edit


9. 07 기후정의행진_(서울 강남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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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는 내비라두고 시상을 바까부러!"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자본의 중심지이자 대한민국의 기후 불평등을 상징하는 강남역 일대에 3만여 명이 모였습니다. 예년에 비해 조금 이르게 진행된 기후정의행진, 그만큼 무더웠지만 그렇기에 우리의 목소리는 더욱 절박하고 선명했습니다.

전남에서는 ‘전남기후위기비상행동’이라는 연대 조직을 통해 여수, 순천, 곡성, 목포 등지에서 탑승한 70여 명이 3대의 버스로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했습니다. 전남녹색당에서도 깃발을 드높이 올리고 녹색당 사전집회와 사전 탈핵 행동, 본집회, 거리 행진에 함께했어요.

행진 중간중간에는 '풀칠 행동'과 도로 위에 눕는 '다이인 퍼포먼스' 등이 진행되었는데요. 육중한 자동차를 멈춰 세우고 침묵과 저항으로 행동하며 탈핵, 탈성장, 체제 전환을 외치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절한 투쟁의 현장이면서 동시에 흥이 넘치는 축제의 장이기도 했던 ‘907기후정의행진’ ㅡ 그날 우리는 서로의 용기와 긍지가 되어주었는데요. 열망의 물결이 지역 곳곳에서도 계속하여 넘실대면 좋겠습니다.


[당원 인터뷰] 이미라(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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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장흥군 안양면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이미라라고 합니다. 저희는 부부 의사로, 남편은 평생 미국에서 지역의료센터 기반으로 일하다가 은퇴했고, 저는 방문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매년 봄에 농사를 시작하긴 하는데 7월만 되면 손을 놓고 겨울까지 자연의 시간을 인정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풀이 무성해지면 제 시선은 구름 좋은 하늘에 머물지만 남편은 그렇지 않아서 올해같이 더운 여름에도 매일 셔츠 하나씩을 땀으로 적시면서 풀을 이기려고 하는데 그다지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낫으로 자르고 손으로 뽑는 속도로는 풀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안 보면 마음이 편할 텐데, 시력도 안 좋은 양반이 풀 자라는 건 너무 잘 보이나 보더라구요.

녹색당에 가입하게 된 동기는요?
남편이 오래된 미국 녹색당 당원입니다. 환경문제에 무지했었는데, 환경에 해가 되고 싶지 않아서 비행기도 안 타려는 적극 환경주의자인 남편 덕분에 저도 조금은 노력을 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장흥에 왔더니 녹색당원들이 꽤 있더라구요. 어느 날 녹색당 가입신청서를 보고 당원이 되었습니다. ‘물고기들의숲’이라고, 녹색당 당원이 꾸려가는 장흥의 커피 가게에 그때는 녹색당원 할인도 있었지 말입니다.

녹색당의 여러 의제 가운데 관심 있는 분야가 있나요?
의제 중에는 핵발전 반대에 관심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분리수거된 재활용품들이 실제로 어디에 있는 어떤 시설로 가서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알고 싶은데, 녹색당도 녹색환경연합에 물어봐도 잘 모르더라구요. 그걸 알면 분리수거에 동기 부여가 좀 더 될 것 같은데 말이죠.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오셨는데, 한국 생활은 어떠세요?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시골에서 살고 있어서 삶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둘 다 시골을 좋아하고, 운이 좋아 조용하고 경치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 둘 다 만족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에서는 제가 이방인이었고, 지금은 남편이 이곳에서 이방인인 지라 짠할 때가 많습니다. 어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간절한데, 워낙 시골이기도 하고 해서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친구 소개 부탁드립니다.

하시는 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려주세요.
저는 광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소속으로 방문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광주시 광산구 지역에서 주로 방문하다가 올해부터는 보성군청, 보성군장애인복지관과 협력하여 장애인건강주치의 활동을 하면서 지역이 보성, 장흥으로 넓혀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사실 저는 방문진료를 남편에게서 처음 배웠습니다. 한국에서는 왕진 가는 의사를 본 적이 없는데, 남편은 미국에서 왕진을 가더라구요. 병원 진료실에서 몇 번 봤던 환자들인데도 집에서 만나는 그 부부는 너무 달라 보였어요. 무척 아름다운 계곡에 직접 지은 집이 좋았지만, 난방이 잘 안 되고 거동이 불편한 노부부에게는 넘어지기 쉬운 공간이었죠. 장 보고 물건을 집 안으로 옮기기도 쉽지 않았고, 건강한 음식을 끼니마다 해 먹기에는 너무 쇠약하신 분들이었고. 왜 자꾸 마르는지, 왜 자꾸 넘어지는지 집에 가봤더니 금방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최대한 건강하게 평화롭게 있고 싶은 곳에서 죽을 때까지 살 수 있으려면, 방문진료가 꼭 필요하고,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치과의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위생사, 심리상담사 등등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돌볼 수 있어야 하겠구나, 이러저러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그 이상을 실천할 수 있는 삶을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곳에서 방문진료를 하고 있는 거겠죠. 올해가 가기 전에 방문진료센터를 열어서 방문진료를 더 본격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남편과 함께 방문진료 가는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소개하고 싶은 책이나 영화가 있을까요? (그 외 다른 이야기를 소개해주셔도 좋습니다.)
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기도 했지만 그 근간에 있는 가치는 표트르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협력하는 종』을 읽고 있습니다. 인간이 왜 협력하는가에 대해서 여러 시험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협력이 그저 선한 마음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미라 님에게 ‘일상에서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최강 집순이라 집에서 남편이랑 소소하게 장난치며 노는 게 제일 좋습니다. 겨울에 무슨 나무를 심을까, 어떤 꽃을 심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좋구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런 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때, 제가, 그만큼 개념이 있는 사람인가, 행동을 하는 사람인가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저는, 지구의 운명을 바꾸기에는 이제 너무 늦지 않았나, 지금 뭘 해서 뭘 바꿀 수 있나, 회의적일 때도 많고, 게다가 신념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저는 녹색당원 분들처럼 필요한 일에 기꺼이 시간과 정성을 다하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사람들이 같은 쪽을 쳐다보게 하는 힘은 그쪽으로 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쪽으로 가고 있는 사람들이더라구요. 응원하고 힘을 보태겠습니다. 모두 재미나게 사시길.


[✍️당원 에세이] | 윤슬(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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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여행 가기 한 달 전부터 준비하는 ‘mbti’의 ‘j’인 나.
막상 가서 즉흥적으로 계획을 바꿔 버리는 상대방을 볼 때

음식 솜씨가 없지만 한번 잘해보려고 오늘만은 부지런히 노력했건만
앞으론 신메뉴 대신 하던 메뉴로 해달라는 장금이 입맛을 가진 아이의 한마디에

내가 무심코 한 말 한마디에
문을 닫아 버리는 사춘기 아이의 방문을 볼 때

아재 개그로 던진 말인데
다큐로 받아들여져 분위기 싸~하게 만들었다는 걸 느낄 때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건
당연히 없구나.

절대 끝날 것 같지 않던 지겨움에 몸부림칠 때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것 같던 이들이
조금씩 내 곁에서 걸음을 떼갈 때

하루, 한 달, 일 년이 쳇바퀴 같다고 느낄 때

내가 삶에 얼마나 무례했는지
세상 모든 일은 반드시 끝이 있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관심 없던 주변의 일들이
살다 보니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알았을 때

이래서 그래, 저래서 그래 하는 핑계로 살다가
지금은 이래서 해보고, 저래도 해보자고 하는 쪽으로 바뀐 나를 볼 때

늦었지만 지금이라서 다행이라는 감사함을 느낀다.

🌿 윤슬
안녕하세요.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경력 단절’로 살다가 조금 늦은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당원입니다. 활동한 게 없어 당원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차마 부끄러워 활동과 관련된 이야기보다 지금의 제 이야기를 썼습니다.
나와 보니 나이는 제일 많은데 경험은 제일 적어 여러분을 통해 어느 때는 제 돈을 들여가며 많이 배우면서 많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삶에 감사하다는 거죠.
우스갯소리처럼 삶이 무료할 땐 저처럼 유료 결제를 추천해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연재] 텃밭이 핑~하면 나는 퐁! ‘핑퐁 요리 세계 1편’_정청라(화순)

<얼떨결에 찐하게 고소해진 더덕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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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질문이든 대답하는 사람이 서 있는 지평에 따라 다른 답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요리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기로 하자. 한 달에 한두 번씩 요리 놀이를 하는 우리 집 막내 다나에게 물어본다면 “재미있는 거요. 만지고 자르고 무치고 볶고… 신나는 놀이 같은 거요.”라고 말할 것이다. 도시에서 맞벌이 가정주부로 살아가는 내 동생에게 물어본다면 “지겨운 거요. 식구들 입맛에 맞게 이것저것 해내야 하는, 건너뛰고 싶은 숙제 같은 거요.”라고 말할 가능성이 크다. 식당 밥만 먹고 사는 사람은 “비싸기도 하고 싸기도 한 거, 맛있기도 하고 맛없기도 한 거요.”라고 말하려나?

그렇다면 내 경우에는 어떨까? 요리를 요리 그 자체로, 요리 하나만 똑 떼어놓고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요리를 가능하게 하고, 요리를 하고야 말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파트너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무시무시한 파트너의 정체는 바로 텃밭이다. 텃밭이 주는 것을 나는 요리해야만 한다. 텃밭이 핑~하면 나는 퐁! 그런 식의 서브가 한 덩어리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 그것이 나의 요리 세계인 것이다.
사시사철 변화무쌍하게 모습을 바꾸는 텃밭 덕분에(덕분인지 때문인지) 나는 매너리즘에 빠질 겨를이 없다.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머리 아픈 고민도 필요 없다. 대신에 잘 받아쳐야 한다. 텃밭이 주는 것을 시들키거나 못 먹고 썩혀 버리는 만행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항상 부지런히 깨어있어야 한다. 밭에서 오신 귀한 생명을 어떻게 모시느냐가 바로 내 작은 손에 달려있으니. 핑퐁 요리 세계는 그렇게 해서 펼쳐지게 되었다.

* 9월 5일 목요일. 백로 절기를 코앞에 둔 어느 날, 톱낫을 무지막지하게 휘두르며 참깨 두둑 주변 풀을 베고 있었다. 그때 코끝을 스쳐오는 더덕 향기를 느꼈다. 키 큰 가막사리를 베면서 그것을 타고 오르던 더덕 넝쿨까지 댕강 베어버린 것이다. 평소에는 아까워서 잘 캐먹지 못하는 더덕, 나는 할 수 없이 뿌리만 남은 더덕을 캤다. 한 뿌리가 세 덩이로 이루어져 있는 아주 굵은 녀석이었다. 귀하신 가을 더덕 님을 어떻게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나려나.
샐러드? 더덕양념구이? 더덕오이무침? 밭에 변변한 오이가 없어서 단독으로 더덕만 무치기로 했다.

더덕을 손질해서 자르고 양념이 잘 배어들게 방망이로 탕탕 두들기기.
마늘 대신 요즘 한창인 양하를 (가위로) 작게 작게 잘라 넣어주기.
거기에 고추장, 간장, 생강조청 넣고 버무리기. 이때 참기름이나 들기름 대신 들깻가루 뿌리기로.

될 수 있으면 저녁을 6시 전에 먹으려고 부리나케 요리를 하다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들깻가루를 숟가락으로 퍼서 넣지 않고 병 채로 들이부었더니 가루가 왕창 쏟아져 내린 것이다. 오, 맙소사! 하지만 괜찮다. 먹어야 할 들깨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핑퐁 요리 세계에 실패란 없다. 다만 고소한 맛이 일품인 더덕무침이 탄생했을 뿐이다. 들깻가루가 고추장의 매운맛을 잡아주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부드러운 더덕무침. 때로 새로운 요리는 어처구니없는 실수 덕분에 발명되지 않던가.


[알립니다]

되살이꽃글방 9월 모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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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이꽃글방은 이번달에도 각각 서평으로 SF로 장르소설로 사설로 각자의 자리에서 글쓰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자기 자리에서 벗어나 잠깐 장흥 우드랜드 지하 찜질방에 모였습니다. 김밥 말기의 달인이 되신 두 분 덕에 상큼한 통오이김밥, 깻잎김밥도 맛보고요, 연희샘이 『손을 내밀었다』라는 그림책을 읽어주셔서 난민 소녀가 되어보기도 했습니다. 한때 바다였다가 히말라야 높은 산맥 속 핑크색 소금 덩어리로 긴 잠을 자던 암염이 비현실적이게도 한국의 편백숲속 지하에 이렇게나 많이 옮겨와 깔려있다니... 다섯 번의 대멸종과 눈덩이지구를 지나온 돌과 지구의 시간을 생각하자니 오묘했습니다. 한여름 땡볕 평일 한낮이라 인적 없이 평화롭고 환상적인 지하 시공간에서 글을 나누는 우리가 기후재앙시대 카타콤 도서관에 온 듯했습니다. 마침 아침낭송으로는 요즘 우치다 다쓰루 님의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를 읽었습니다. 도서관처럼 비워두는 자리, 그 사이의 길에 문지기로 있는 벗님들께 존경을! 요즘 깨자마자 바로 옆에 애미가 없으면 세상이 무너지듯 포효하는 아이의 머리맡에서 조느라 새벽 해적라디오 방송에 히치하이킹 하듯 하고 있어 이 얇은 책의 책장 한 장 넘기기 어려웠는데요, 저에 비할 바 없이 이 여름 달력 한 장 넘기기가 무겁기만 할 사람들이 생각나 내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도 다시 나무가 잎을 떨구며 가벼워지고 새벽 풀벌레 소리 짙어지는 시월에는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책장을 열어보려 합니다. 태산보다 무거워질 수도 낙엽보다 나비보다 가벼워질 수도 있는 무게로 사뭇 다른 중력 시공간을 여는 아침낭송에 함께 하실 분 연락주셔요. 010-4719-1558


페미니즘・소수자 읽기 9월 모임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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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에는 장흥의 정남진도서관 근처 정자에서 모였지요. 한낮의 해는 정자의 그늘을 점점 좁게 만들고, 우리는 동그랗게 모여 앉아 스테파니 스탈의 『빨래하는 페미니즘』을 이야기했습니다. 여름 사이 탄 얼굴을 한 맑은 눈동자의 사람들이 서로의 근황을 전하고, 각자 챙겨온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그렇게 한낮의 여름 모임을 스르르 흘려보냈습니다.

이제 9월, 야외 모임 하기 딱 좋은 그 계절이 다가왔어요.
이번 달에는 바바라 스톡의 『철학자, 강아지, 결혼』, 마영신의 『엄마들』 ― 이렇게 두 권의 만화책을 읽기로 했어요. 평소 이 모임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 오던 샛별 님께서 8월 모임에 게스트로 오셨다가 이 책들을 추천해 주셨어요.

『철학자, 강아지, 결혼』은 최초의 여성 철학자 히파르키아가 결혼을 위해 아테네로 떠나며 그동안 믿으라고 배워온 것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진정한 좋은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가만히 턱을 괴고 사뭇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고요.
『엄마들』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지만, 외려 가장 모르는 ‘엄마’의 세계를 다룹니다. 위대한 어머니와 억척스러운 아줌마 사이의 간극에서 우리도 한 번쯤 생각해 보자고요. 우리 엄마는 어땠더라? 나는 어떤 아줌마(아저씨? ‘아니, 둘 다 아니야’ 포함)지?

최초의 여성 철학자와 억척스럽고 뻔뻔한 엄마 사이에서 어떤 읽기와 감상이 이루어질지 궁금합니다. 모임에 관심 있으신 분은 연락 주세요.

・일시 : 9월 30일(월) 오전 11시 30분
・장소 : 장흥 정남진도서관 앞
・문의 : 수나(010-4855-1355)


당원들이 꾸리고 참여하는 ‘대안 장’ 9~10월 일정
직접 농사지은 건강한 농작물,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먹거리, 손수 제작한 아름다운 공예품 등을 사고팔고 나누고 교환하며 장을 꾸려갑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면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온 전남 곳곳의 대안 장 장터에서 열릴 9월과 10월 장날 일정을 알려드려요.

‣ 마실장
・9월 21일(토) 저녁 6∼8시, 10월 6일(일)과 26일(일) 오전 10시~12시
・마실장 장옥(장흥군 용산면 용인길 4) 일대
* 마실장은 1・6일인 장흥 ‘용산오일장’ 장날과 주말이 겹칠 때 열립니다.
* 장터 참여 신청과 문의 : 010-9611-0119

‣ 우리들의 해방장
・9월 21일(토) 저녁 5∼8시
・해남도서관(해남군 해남읍 서성1길 33)
* 비가 올 예정이라 이번엔 실내에서 열어요.
* 장터 참여 신청과 문의 : 010-2224-3879
* 10월엔 쉬어갑니다.

‣ 풀풀장
・9월 21일(토) 정오∼오후 3시
・카페 한스고방(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길 34)
* 올해 풀풀장은 ‘홀수달’ 셋째 주 토요일마다 열리고 있어요.
* 장터 참여 신청과 문의 : 010-4855-1355, 인스타그램 @pulpul.market


[+나눔 코너] 나는 빼고 당신은 더하고
이번 달부터 ‘나눔 코너’를 마련합니다. 필요 없어진(필요 없는) 물건들이 새로운 자리에서 날개를 펴도록 기꺼이 주고받아 보아요.
첫 나눔 마당은 수나 당원이 살뜰히 열어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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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즙기+다용도 다지기
물려받고는 한 번도 안 쓰다가 계속 안 쓰게 될 것 같아 나눔 해요. 초창기 제품이지만 사용은 무리 없이 된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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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기
8년 전에 구입하고 4년 정도 아주 잘 썼어요. 사용감은 있지만 빵은 잘 구워집니다.
* 착즙기와 토스트기 ― 직거래와 택배, 모두 가능해요.(택배비 별도)
* 연락처: 수나 010-4855-1355

* 누군가에게 소용 닿을 것 같은 무언가를 나누고 싶다면 《떡갈나무카페》(수나 010-4855-1355)로 편히 알려 주세요.


[탈핵텃밭에서 알려요!]이런 (탈)핵 용어⑨_이상기후 보고서
(탈)핵 열쇳말에 관해 ’공부 좀 하고 싶은’ 당원들을 위해 마련했습니다.
관련 용어들을 한 가지씩 차근차근 알려드려요.

이상기후 보고서
하루 이틀 정도 되는 짧은 시간 동안의 기상 상태를 나타내는 ‘날씨’와 30년 정도 되는 오랜 기간의 기상 상태를 일컫는 ‘기후’는 서로 다른 말로, 기후위기나 기후재난은 날씨 변화가 오랜 기간 반복되고 있음을 나타내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0년 이후로 매년 봄에 ‘이상기후 보고서’를 내놓고 있는데요. 국무조정실과 기상청이 주관하고 환경부, 농림부, 질병관리청 등 24개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발간하는 이 보고서에는 전 해에 발생한 이상고온, 가뭄, 집중호우, 매우 큰 기온 변동 폭 등 이상기후 발생 내용과 분야별 피해 현황, 대응에 관한 내용 등이 담겨 있어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이상기후는 이제 일상이 되다시피 했는데요. 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혹한, 가뭄과 집중호우가 되풀이되는 날씨 양극화 현상이 무시로 일어나고 있어요. 해를 거듭할수록 평균 기온이 오르는 중이고, 온열질환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답니다.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도 늘어나는 중이고요. 일례로 지난 4월에 발표된 우리나라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수는 2022년, 1564명에서 이듬해엔 2818명으로 크게 늘었답니다. 식물 66종의 평균 개화 시기도 50년 전과 비교해 14일이나 빨라졌고요.

매년 관련 수치를 갱신 중인 이상기후 보고서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종잡을 수 없는 이상기후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하루하루, 모두가 온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지난 추석 연휴에도 백로 절기가 무색하도록 지속된 무더위 속에서 혹독한 열대야를 보내야 했는데요, 내년에 발간될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새로 쓰이게 될지 벌써 염려가 되네요.

+ 이상기후 보고서에 담긴 자세한 내용은 ‘기상청 기후정보포털(www.climate.go.kr) 열린마당 ― 발간물(「이상기후 보고서」)’을 통해서 볼 수 있어요.

<9월의 탈핵텃밭>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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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줄 아는 아이들] 아이들의 반짝이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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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아닌 하석으로 불러야 하나 싶은 요즘이라 남녘 바다는 아직도 수영하기 좋은데요,
물이 빠지면 작은 우주처럼 아름다운 조수웅덩이를 발견해서 땅끝아해 아이들과 놀고 있어요. 작은구슬산호말이 펄럭이고 털군부가 꼬물꼬물 지나가는 걸 지켜봐요. 풀색꽃해변말미잘의 하와이안 춤에 손끝을 살짝 가져다 대면 쏙 하고 움츠러드는 촉감 컨텍트. 영상매체와 플라스틱에만 익숙해져 가는 아이들의 눈과 손에 이날 하루만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우주와 접속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