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전남녹색당 온라인 소식지 《떡갈나무카페》 제50호

전남녹색당
2024-03-29
조회수 718


 사진

loading

"녹색당은 언제나 지혜로운 길을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이었고, 따듯한 둥지였고, 가장 강력한 동지들이었어요."

☞ https://stib.ee/8qYB


전남녹색당 온라인 소식지 《떡갈나무카페》, 우리 함께 읽어요! :)

=============================================================

2024년 3월(제50호)

전남녹색당 안팎의 주요 소식, 당원 인터뷰 글과 에세이, ‘놀라놀라 글과 그림’ 등을 담아 전해 드려요.


[한 달간 소식✍️]

전남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직 윤번제 실시

지난 1월 28일에 치러진 제10차 전남녹색당 당원대회에서 새로운 운영위원회가 구성된 후 첫 회의가 지난달 5일에 있었는데요, 운영위원 8명 모두 공동운영위원장직을 전임하는 것은 힘들다고 표명함에 따라 일부 운영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운영위원들이 돌아가면서 공동운영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답니다. 이에 따라 4월까지는 한진희 운영위원(사무처장)과 이철의 운영위원이 공동운영위원장직을 맡기로 하여 필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2.28 전남녹색당+녹색정의당 운영위원들 만남과 공동선대본 발족

 사진

loading

2월 28일 저녁, 녹색당과 녹색정의당(옛 정의당) 운영위원들이 모여 인사를 나누고 공동선거대응본부를 발족했습니다. 공동선대본부장으로는 이철의 당원이 역할을 맡아주었고요, 상황실장에는 한진희 당원, 고흥 지역위원장으로는 백종덕 당원이 나서주었습니다.  

선대본 회의에서는 현재 녹색정의당의 지지율, 역대 선거 정당 득표율 등을 토대로 정당 지지율 제고를 위한 선거 목표와 유세 일정 등을 논의하였는데요. 전남 순천을 중심으로 한 동부지역(순천, 광양, 여수 등)에서는 주말 유세와 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서부지역(목포, 영암 등)은 목포 박명기 녹색정의당 후보를 중심으로 선거 운동이 진행되고 있으니 관심있는 당원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3.11 한빛 1, 2호기 수명 연장 저지 대회_영광

loading

후쿠시마 핵 참사 13주기를 맞아 이날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한빛 1・2호기 수명 연장을 저지하기 위한 행사가 영광 한빛핵발전소 앞에서 열렸습니다. 탈핵순례단을 비롯하여 농민들과 시민들, 사회단체와 종교계 등에서 200명 가까운 이들이 모여 탈핵을 염원하는 길놀이를 벌이고 기도회를 열고 발언을 통해 탈핵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집회를 이어갔습니다.

참가자들은 한빛 1・2호기를 비롯한 노후한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즉각 멈출 것을 요구하면서 손에 손을 잡고 ‘탈핵술래’를 부르며 한빛핵발전소 정문까지 갔다 오는 것으로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3.17 녹색정의당 거리 선전전_순천

 사진

loading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을 앞두고 틈틈이 녹색정의당을 알리는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어요. 순천 아랫장 장날이었던 17일(일)에는 순천지역 당원들이 조례동/조곡동/금당 성당에서 모여 아랫장을 돌면서 유세를 벌였습니다.

전남 곳곳에 녹색정의당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건 데 이어 직접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녹색정의당을 알리고 있으니 함께하실 당원들은 사무처(010-7242-1623)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당원 인터뷰] 김키미(함평)

사진

loading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키미라고 해요. 농사지은 꽃과 열매, 뿌리와 줄기로 물들인 옷을 짓고 있어요. 판화가 취미에요. 느리고 서툰 사람이라 곰곰이 생각하다 문득 떠오르는 반성과 기도를 새겨요.


키미 님은 2014년 7월에 입당하셨어요. 입당하신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되네요. :) 녹색당 입당 계기나 가입 당시의 생각 등에 대해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또는 10년을 녹색당원으로 있게 한 마음에 관해 들려주신다면요?

제주 강정마을에서 <달빛서림>이라는 책방을 열고 살 때였어요. 자연스레 모인 친구들과 함께 당원이 되었고 우리의 첫 활동은 빈 땅에 텃밭을 일구는 것이었어요.

10년을 녹색당 당원으로 있게 한 마음… 저에게 녹색당은 언제나 가장 지혜로운 길을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이었고, 따듯한 둥지였고, 가장 강력한 동지들이었어요. 물론 녹색당과 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특히 선거연합 결정과 반대 의견을 가진 당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상실감을 느꼈어요.


<녹색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드는 느낌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요?

저에게 녹색당은 사람들이에요. 투쟁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며 울고 웃던 바보 같은 우리들, 뭐라도 할 수 있기에 천하무적이 되던 제주녹색당 시절이 늘 그리워요.

지금은 결혼과 이주, 대가족으로의 전환, 새로운 일로 전라도에 뿌리내리는 데 온 힘을 다하느라 녹색당 활동이 예전 같지 못해서 슬프기도 해요. 그러나 일상에서 투쟁하고 있으니 읏쌰읏쌰….


키미 님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정치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또는 키미 님이 생각하는 정치(또는 정당)란 무엇인가요?

전 사실 정치가 뭔지 모른 채 녹색당에 입당했어요. 10년 동안 하나하나 배워왔어요. 정치가 나의 식탁을 지배하고 있었구나, 나의 우울이 사회문제였구나, 이것도 폭력이었구나, 착취당하지 않는 관계와 사회를 꿈꾸는 법을 배워왔어요. 제가 생각하는 정치란 행동하는 거예요. 끝내 사랑이 이긴다는 걸 밝혀 가는 거예요.


녹색당의 여러 의제 가운데 특히 관심 있는 분야나 녹색당 이름으로 지역에서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하하하 최근 엄마, 아빠가 해오던 가업을 물려받았어요. 머릿속은 자연염색으로 가득하구요. 유기농 면이나 동물복지 울에 대한 관심에 비해 화학염색이 일으키는 오염과 질환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요.

녹색당의 선명한 초록색은 자연염색으로 표현할 수 없지만 다양한 초록색을 함께 물들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오네요.


키미 님의 일상에 대해서도 여쭤볼게요. ^^

제주에서 <같이살자 지구카페>를 운영하며 비자림로 지키는 투쟁에 함께하셨고, 담양에서는 책방 <달빛서림>, 지금은 함평에서 <단순한 것들을 기리는 노래>라는 소품점을 준비하며 멋진 활동을 이어나가고 계신데요. 여러 활동을 잇게 하는 마음은 어떤 걸까요?

사랑이에요. 친구가 제게 사랑이 너의 고질병이라고 하던데요. 제 인생 첫 활동은 산에서 내려올 때마다 쓰레기를 주워 내려오고, 해녀학교를 나온 뒤엔 성게나 문어가 아니라 바닷속 쓰레기를 주워나온 것이에요. 그건 쓰레기가 미워서가 아니라 산과 바다를 사랑하기 때문이었어요. 너무 고맙더라구요, 나를 받아주고 지켜주고 키워주는 느낌을 받았고 나는 해준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미안했어요. 그냥 그때 그 마음 그대로예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가고 싶어요. 하하 제주 비자림로 시민모니터링단의 이름이 ‘뭐라도 하는 시민모임’이었거든요 이름대로 살게 되나 봐요. 앞으로도 뭐라도 안 하면 못 살 것 같아요.


<단순한 것들을 기리는 노래>라는 소품점 이름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가게 이름을 ‘단순한 것들을 기리는 노래’로 짓게 된 이유나 소품점에 대한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파블로 네루다의 시 제목이에요. 그는 양말을 기리는 노래, 수박을 기리는 노래, 무슨 스프를 기리는 노래라는 시들을 쓰며 민중의 삶에 경의를 표했다고 해요. 사실은 또 <달빛서림>을 열고 싶었지만 소품점의 수입이 조금 나을 것 같아 소품점을 열 때 리동지가 지어준 이름이에요. 제가 판매하는 풀바구니나 유기농 양말을 소개하는 글이 마치 네루다의 시를 닮았다구요. 제가 파는 물건들을 많이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 작은 소품점의 이름은 그대로 저의 자연염색 브랜드의 이름이 되었는데, 자본주의에서 말하는 패션이나 디자인이기보다 우리 가족이 만드는 옷이란 단순한 생활을 이루는 작은 소품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불리길 바랍니다.


어느덧 봄이 찾아왔네요. 키미 님에게 봄이란 어떤 계절인가요? 혹은 키미 님이 바라는 ‘봄날’이 있을까요?

우와. 천연염색은 넓은 공간이 필요해서 폐교에 살고 있어요. 폐교는 정말 추워요. 얼마 전, 쑥이 올라오는 걸 보고 ‘살았다!!!!’ 하고 외쳤어요.


제가 바라는 봄날이라면… ‘평화’에요. 문정현 신부님의 ‘평화란 무엇인가’ 연설을 적으면 되겠네요.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 복직하는 것이 평화,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이 서식처 잃지 않는 것이 평화,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평화, 이 땅을 일궈온 농민들이 더 이상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 성매매 성폭력 성차별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쫓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


키미 님은 무엇을 하거나 어떤 상태일 때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일상 속에서 평온함과 행복감을 찾는 나름의 방법 또는 비결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전 빵을 먹을 때 행복하구요. 제 마음속에 바람처럼 시구가 산들거릴 때 행복해요.

산책을 좋아해요. 이렇게 살면 되는구나. 내가 여기 살고 있구나. 걸음 속에 자연히 깨닫고 다시 기억나게 해주잖아요. 자꾸 까먹어서 자꾸 산책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거나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 말을 하게 돼요.

“다치지 마세요.”

돌아가신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었어요. 제주 난개발 현장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강연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드렸었어요. “선생님, 어떻게 하면 더 잘 싸울 수 있습니까?” 그때 사랑하는 걸 지키고 싶어 기꺼이 더 다치려던 사람들에게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얼마나 눈물 나고 따듯하던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는 끝내 사랑이 이길 것이 헌드레드뽀센트일백프로 확실하다는 것을 외칩니다!


[✍️당원 에세이] 조영규(목포)

녹색으로 정의롭게, 함께 가는 길

사진

loading

처음으로 전남녹색당 온라인 소식지, 《떡갈나무카페》에 글을 올려봅니다. 기자회견문과 보도자료에는 그래도 친숙한데 소식지에 글을 쓰는 것은 익숙지 않아서 글이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걱정이 앞섭니다. 글이 재미없다는 것에 100% 확신을 하며, 재미없는 글이지만 읽어봐 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무안에서 살고 있고, 녹색정의당 전남도당에서 사무처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녹색당의 당적을 갖고 있는 이중당적자입니다. 기후위기와 불평등, 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정의당과 녹색당이 함께 하고 있는 지금에 있어서, 이중당적자인 것이 자연스럽지 않나 스스로 만족해 봅니다. 또한 다른 조직문화를 가진 두 당이 만나니 생소함과 신선함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거 시기 ー 정당의 당직자이기에 녹색정의당을 알리기 위한 출근선전전, 사무처 회의, 지역 현안에 대한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 일상적 업무처리를 주로 합니다. 마음은 바쁜데 생각처럼 일이 잘 되지는 않습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체감하다시피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녹색정의당이라는 당명이 국민들에게는 낯설고, 중앙당에서 전국을 돌며 당을 알리고 있지만 역부족인 건 사실입니다. 원칙을 지키고 정책 중심의 선거를 진행하는 녹색정의당이 언론과 국민에게 재미가 없다고 해야 하나?


녹색정의당은 가치에 기반한 선거연합정당입니다. 녹색정의당은 위성정당을 거부한 진보정당입니다. 가치와 원칙으로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하고 있는 녹색정의당입니다. 지역과 삶의 현장에서 녹색의 가치를 실천하고 계시는 당원들과, 어려운 선거지만 함께 했으면 합니다.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녹색으로 정의롭게’ ‘노동으로 진보답게’ 이번 선거를 헤쳐나갔으면 합니다. 4월 10일은 녹색과 노동의 가치를 꽃 피우는 날이 될 것입니다.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조영규

별명은 검은별, 돌싱으로 고향, 일로에서 홀로 살고 있으며 몸이 허락하는 한 67세까지 헌혈(176회 헌혈)을 하고 싶음, 주위에서 성격은 까칠하다고 하네요.^^


[연재_우리 집엔 사람 같은 개, 여우 같은 개가 산다②] 해와(장흥)

이 여우 같은 게? 아니, 여우 같은 개, 키미

사진

loading

"왜왜왜 내가 뭘 잘못했는데에-!"


키미는 예민하다. 직감이 뛰어나달지, 제멋대로 상상한달지 나는 목욕시킬 생각이 없었는데 목욕을 시킬 것 같다 직감을 했는지 갑자기 물어버릴 듯 짖는다. 같이 잘 놀다가도 순식간에 태도를 바꿀 때가 종종 있고 가끔은 물기도 한다. 나는 예고 없이 물릴 때면 너무 깜짝 놀라서 잠시 벙쪄 있다가 소리를 버럭 지르기도 하고 엉덩이를 찰싹 때리기도 한다.(폭력 나빠, 해와야.)


키미는 예전에 살던 마을의 옆집 아짐이, 닭장 안 닭을 고양이가 잡아 데려간다는 이유로 그 앞을 지키라고 데려다 놓은 새끼 강아지였다. 태어난 지 세 달쯤 되어 보이는 그 작은 강아지에게 자기보다 큰 닭을 지키고 고양이와 싸우라니 말이 되는가. 한동안 이름도 없이 닭장 앞을 지키고 있던 새끼강아지에게 키미라는 이름을 지어준 건 나였다. 맞다, ‘닭장 지킴이’의 키미다.


정을 안 주려고 했다. 내 형편에 솔이를 키우는 것도 벅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땐 이미 늦었다. 내가 강아지를 외모 보고 좋아했나? 암튼 키미는 너무 이쁘게 생겼다. 회색과 흰색과 갈색이 섞인 오묘한 털과 깊은 눈망울, 브이라인 얼굴형과 그 애교까지 뭐 거의 속수무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 된다고 되뇌었다. 이런 알량한 동정심(사실은 첫눈에 반한 거면서)으로 이 녀석을 데려올 수는 없다며 스스로를 타일렀다. 이게 흔히들 말하는 '입덕 부정기'가 아니었을까.


키미가 작고 여린 아가였을 땐 매일 아침 찾아가 똥을 치우고, 밥을 주고, 물을 주었다. 집을 구해다 주고, 줄을 풀어 뛰어다니게 해주었고 자꾸 고양이 똥을 찾아 먹기에 솔이에게도 안주던 간식도 사다 바쳤다. 키미는 나와 아짐이 같이 있으면 나에게 왔다. 아짐은 키미가 멍청하다고 했다. 고양이 내쫓으라고 데려다 놨더니 고양이만 보면 꼬리를 흔든단다. 주인도 못 알아본단다. 나는 할 말이 많았지만 하지 않았다.


어느 비 오는 날이었다. 키미가 있는 닭장은 우리 집 뒤편이었는데, 밤이 되자 깽깽 우는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나는 허겁지겁 키미에게로 갔다. 키미는 비에 쫄딱 젖은 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왜 집에 들어가지 않는가 봤더니 물이 차 있었다. 나는 우리 집에 있는 온갖 것들을 모아 바닥에 깔고 비가림을 해주느라 키미만큼이나 쫄딱 젖어버렸다. 아짐이 된장국과 남은 반찬을 섞어 밥을 주기에 결국 사료까지 내가 사다 놓았다. 이러니 키미가 주인이 나라고 생각할 만했겠다 싶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지나자 키미는 훌쩍 자라버렸고, 다리도 길쭉, 얼굴도 날렵해 ‘청소년’ 티가 났다. 클수록 이뻐졌다. 아짐은 키미가 그렇게 이쁘면 데려가 키우라고 했다. 고양이도 못 잡고 밥만 축내고 쓸모가 없다고 했다. 나는 아짐에게 궁시렁거리며 키울 사람을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렇게 얼마 뒤 사건이 시작되었다. 그날은 복날이 되기 이틀 전날이었다. 그날은 웬일인지 키미가 닭장 앞에 없었다.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짐 집에 찾아갔다. 키미는 그 집 마당에 묶여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낑낑거리며 우는 키미였다.


"아짐~! 계세요?"


아짐이 불편한 몸으로 문을 열고 나왔다. 나는 키미가 왜 여기 있는지, 보낼 곳을 찾았는지 물었다. 아짐은 잠깐 망설이다 허허 웃더니 "이거 데려간다는 곳도 없고 쓸모도 없어서 복날 잡아먹을라고~!" 라며 재밌는 이야기를 하듯이 말했다. 나는 놀라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그러고 싶으시냐, 아짐 필요하다고 데려와놓고 키워보니까 필요 없다며 그래도 되냐! 이제 6개월 된 애다, 어떻게 그럴 생각을 하느냐’며 아짐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아짐은 무안했는지 허허 웃다가 그럼 어쩌냐며 이미 뒷집 아재가 탕을 끓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미쳤다며 키미의 줄을 풀며 "내가 데려갈 거니까 키미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어봐요! 손도 대지 마세요!" 아짐은 "그럴래?" 하면서 또다시 허허 웃었다. 아짐이 미웠다.

나는 그렇게 무작정 키미를 데리고 그 집을 나오고 나서야 대책을 강구했다. 솔이는 한 번도 다른 강아지와 동거를 해본 적이 없고, 자기보다 작은 녀석들을 금방 물어버릴 만큼 사나워지기도 한다. 그날, 생각을 하느라 집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키미와 마을을 몇 번 돌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키미를 잠시 밖에 묶어두고 마당에서 놀던 솔이를 집안으로 들여보낸 다음, 솔이가 키미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집안을 뒤적이며 벽으로 세울 만한 온갖 것들을 모아 임시 격리 공간을 만들었다. 다행히 키미는 안전하게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는 앞으로 키미와 함께 살며 필요한 것들을 헤아려 보았다. 생활하기에도 빠듯하던 내가 거금을 들여 집안에 넣어 둘 안전 펜스를 사들이고 각종 그릇과 배변 패드를 구입했다. 거기에 중성화 수술까지…. 통장이 거덜 났다.


솔이와 키미가 동거한 지 2주쯤 지나니 같이 놀고 장난치기 시작했다. 종일 가만히 있는 솔이에게 그나마 운동을 시켜주고, 질투심으로 긴장을 주는 새 식구가 생겨 다행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다만 키미가 우리 집으로 오기 전 몇 개월간의 기억이 힘들었던 모양인지, 나를 아직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것인지 여전히 극도의 긴장 상태일 때가 잦다는 것이 걱정이다. 더구나 피부병이 심해 자주 긁고 때마다 목욕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에 한몫하는 것 같다.


나는 키미와 자주 싸운다. 일테면 밤에 마당에서 키미가 허공을 보고 짖기를 멈추지 않을 때 나는 키미에게 "아니야! 아무것도 없다고! 시끄럽다고!" 말하면 키미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짖는다. "야! 넌 저게 안 보이냐? 뭔가 이상하다고! 내가 내쫓아주고 있잖아, 바보야! 가만히 있어봐!" 하며 투닥거리고, 내가 집에 귀가할 때는 마당으로 쪼르르 달려나와서 짖는다. "너 빨리빨리 안 다닐래?! 시간이 몇 시야?! 빨리 들어와!" 하는 것 같다, 마치 엄마처럼.


어쩌다 내가 사료 근처에 있으면 신경도 안 쓰다가 갑자기 먹기 시작하고,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저리 가라며 짖는다. 그럴 때 "왜왜왜, 뭐? 내가 어쨌다고! 안 뺏어먹어! 그거 내 취향 아니거든!"이라고 대꾸라도 하면 칵 물어버릴 때가 있다. 근데 키미 이놈의 자식은 자기가 물어놓고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물었으니까 열받았겠지?' 같은 눈빛으로 멀찍이서 꼬리를 흔들며 쳐다본다. 그럴 때 키미를 바로 오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솔이야~" 라고 부르면 된다. 그럼 솔이보다 더 빨리 내 앞에 와 앉는다. 내가 자기보다 솔이를 더 많이 만져주는 걸 못참는다. 으휴, 내가 화를 어떻게 내나. 이 여우 같은... 여우같이 생긴 개 같으니라고!

사진

loading

지금도 이 글을 쓰는 내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나같이 게으른 애에게 저렇게 에너지 넘치고 질투가 많은 아이가 오게 될 줄이야. 처음엔 솔이처럼 곰 같은 애랑 살다 키미랑 살게 되니 낯선 것들투성이였다. 지금도 언제 어디서든 갑자기 녀석을 쳐다봐도 십중팔구 나만 보고 있는 키미 덕에 하루에 열 번 이상은 웃게 되는 것 같다, 살맛이 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올해로 키미와 동거한 지 3년. 앞으로는 조금 더 친해지자. 적어도 예고는 제대로 하고 무는 쪽으로! 피차 노력 좀 하자, 키미야. 사랑한다!


🌿 해와

안녕하세요, 해와입니다. 전남 장흥에 살며 이런저런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전남녹색당 당원 여러분에게 저희 단란한 가족을 소개하고 싶어서 에세이를 써보겠다고 자처했답니다. 앞으로 한동안 솔이와 키미의 이야기로 《떡갈나무카페》 한 부분을 채워보겠습니다. 이쁘게 재밌게 가볍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알립니다]

조천호 녹색정의당 비례후보 초청 강연회가 열려요

사진

loading

“지난 20년간 매일 아침 기후변화 자료를 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해왔지만, 그동안 단 한 번도 기후 데이터가 완화된 적이 없다. … 우리 세대가 (석탄과) 원전을 더 쓰면 다음 세대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다.” ‘다급해서’ 녹색정의당과 함께하게 되었다는 조천호 당원을 모시고 강연회를 엽니다.

지구의 물질적 유한성을 인류가 외면해온 탓에 초래된 지금의 생태기후위기를 이겨내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정치가 개개인의 현실을 반영하기 마련인 일상 속에서 어떻게 기후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등에 관해 ’30년 대기과학자’, 조천호 비례후보를 통해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강연회는 3월 25일(월) 6시 30분, 순천 비타민센터 2층(순천시 서문로 7-2)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참여 문의: 010-칠이사이-1623 (한진희)


영화, <느티나무 아래>를 공동체 상영합니다

사진

loading

빠르게 변해가는 생태환경 속에서 점점 뿌리 내릴 자리를 잃어가는 터박이씨앗들. 긴 세월,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며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서 지금에 이른 터박이씨앗들과 이 씨앗들을 보전해온 농부들을 오롯이 담아낸 다큐멘터리, <느티나무 아래>가 우리를 찾아옵니다. 함께하셔서 아름답고 강한 씨앗들과 농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면 좋겠습니다.

전남녹색당 ‘당원 참여 예산’으로 진행되는 이번 상영회는 식목일인 4월 5일(목), 저녁 7시에 순천시 <영상미디어센터 두드림>에서 열립니다.

👉 참여 문의: 010-이팔삼팔-9110 (조현나)


되살이꽃 글방 모임

사진

loading

똑똑. 안녕하세요? 2월 후기를 들고 온 되살이꽃 글방의 空라라입니다.^^

올해부터는 돌아가며 후기와 모임 안내 글을 쓰기로 해서 이렇게 인사를 건네어요.


저는 글방 모임의 시작이 화요 태극권 모임 분들과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 것부터라고 보고 있담돠. 여럿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이 진귀한 시간이 저에겐 글방 모임의 덤인 셈~


지난달부터는 청라 님의 몸풀기 시간이 더해졌어요. 청라 님의 구령에 맞춰 팔도 손도 등도 쭉쭉 펴다 보면 손끝 머리끝까지 시원한 바람이 통하는 것 같답니다. 여기저기서 점심 먹은 게 쑤욱 쑥 내려가는 소리도 들리구요~ 혹시 엄습할지도 모르는 식곤증 방지도 되는 1석 3조의 몸풀기람돠.


이번 달부터는 그림책을 사랑하시는 연희 샘의 그림책 읽어주는 코너도 시작되었어요. 그 첫 시간, 첫 번째 책으로 『오소리 아저씨의 소중한 선물』을 선사 받았는데요. 엄마 따라온 두 아이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넘 반가웠답니다.

2월엔 다들 글에 변화가 많았어요. 누군가는 시를, 누군가는 동화로 형식의 변화가 있었다면 또 누군가는 카렌 암스트롱과 아리랑을 접목시키는 파격적인 영감을 선보였구요. 또 누구는 쑥과 관련된 경험을 잔뜩 풀어 놓아 마치 '따뜻한 백과사전' 같다는 평을 들었었죠. 이런 변화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매어져 있던 끈을 느슨하게 풀어놓은 데서 온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어요. 뭔가에 덜 얽매인다면 더 자유로지는 거니까 좋은 변화가 아닐까 싶어요. 세상 여기저기서도 좋은 변화의 소식들이 들려왔으면 좋겠네요.


그럼, 다시 돌아온 냉이, 쑥, 달래, 머위로 초록 기운 잔뜩 충전하시며 3월 되살이꽃 글방 소식도 기다려 주시길~ 벌써 반이 넘어가는 ‘바가바드 기타 강연’ 새벽 낭송과 저녁 글쓰기도 이어가고 있어요. 함께하고픈 이는 공일공-4719-일오오팔로 연락 주세요~


페미니즘/소수자 읽기 모임

사진

loading

지난 2월은 박정미 작가님의 『0원으로 사는 삶』을 함께 읽었습니다. 광주 작은 도서관에서의 만남이 급변경돼 장흥 길날 님 집에서 만났어요. 모임에 앞서 이른 점심을 먹으며 반가운 안부를 나눕니다. 따듯한 호박죽, 뜨끈한 미역국, 달짝지근한 호빵, 달콤한 브라우니 등등. 서로의 안부를 묻는 입은 말 하느라 바쁘고 먹느라 바쁘고 그래요.

『0원으로 사는 삶』은 어떤 이에게는 과거의 여행을 떠올리는 추억의 앨범으로, 어떤 이에게는 현재의 소비하는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어떤 이에게는 미래의 나도 한 번쯤은 레인보우게더링 같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자극으로 재밌고 알차게 읽혔지요.


3월 모임을 안내합니다.

일라이 클레어, 『눈부시게 불완전한』입니다. 뇌성 마비를 가졌으며 젠더퀴어인 작가, 일라이 클레어는 말합니다. "불완전한 것은 무엇인가? 아마, 우리 모두의 삶이며, 그런 불완전성과 취약성을 눈부신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의 인식일 것이다." ‘극복과 치유 너머의 장애 정치’라는 부재 역시 앞으로 펼쳐질 배움에 대해 기대하게 됩니다. 좋은 책 각자 읽고 풍부한 감상, 공유해요.

3월 24일 일요일 오전11시, 광주 들락날락작은도서관(광주 서구 내방로 338번길 12)

👉 참여 문의: 010-사팔오오-1355 (수나)


당원들이 꾸리고 참여하는 ‘대안 장’ 2024년 4월 일정

직접 농사지은 건강한 농작물,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먹거리, 손수 제작한 아름다운 공예품 등을 사고팔고 나누고 교환하며 장을 꾸려갑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면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온 전남 곳곳의 대안 장 장터에서 열릴 4월 장날 일정을 알려드려요.


🌿 마실장(1・6일인 용산오일장 장날과 주말이 겹칠 때 열려요.)

4월 6일(토)과 21일(일), 오전 10시∼12시

마실장 장옥(장흥군 용산면 인암길 4) 일대


🌿 해방장

올해 해방장은 ‘수선하다’라는 열쇳말을 품고서 펼쳐집니다.

4월 20일(토), 오후 2시 ~ 5시 ∥ 해남공원(해남군 해남읍 구교리 308) 일대

지구의 날(4/22)을 맞아 ‘어린이 그림대회’가 열려요!


* 풀풀장은 지난주 토요일인 3월 16일에 올해 첫 장을 열었고, 앞으로 홀수달 셋째 주 토요일마다 열릴 예정입니다.


[탈핵텃밭에서 알려요!] 이런 (탈)핵 용어③ 저선량 피폭

‘(탈)핵 용어에 관해 공부 좀 하고 싶은’ 당원들을 위해 마련했습니다.

관련 용어들을 차근차근, 조목조목 알려드려요.


‣ 저선량 피폭(Low-Dose Ionising Radiation Exposure)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국제방사선방호협회>에서 규정하고 있는 일반인 1인당 연간 방사선 허용 기준은 1밀리시버트(1mSv)다. 핵발전 관련 공공기관에서는 ‘기준이 1mSv이므로 검출된 양이 그보다 적어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듣고 안심하게 되지만, 방사선은 피폭량이 아무리 적어도 유해하다. 누적되는 선량에 따라 해로움의 정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엑스레이(X-ray) 촬영이나 시티(CT) 검사 때 사용하는 의료용 기기에서 나오는 방사능 또한 당연히 몸에 해롭다. 이러한 기기들에 노출되는 만큼 암 발병률 또한 높아지므로 치료 목적으로 불가피하게 사용해야 한다면 최소화해야 한다. 방사선 허용 기준인 1mSv는 불가피하게 방사선에 노출되는 경우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이 이상으로 불필요하게 추가되는 방사선에는 노출되지 말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놀라놀라 땡땡땡] 아이들과 비인간동물들의 반짝이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가르랑 합창단>

사진

loading

그리고 쓴 이_박다랑(화순 어시랑마을)

보러가기 ☞https://band.us/band/8312426/post/426326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