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녹색당원과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과의 간담회(사진 및 소감)

대구녹색당
202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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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4일(토) 대구 녹색당원들과 경북대학교 무슬림 유학생들의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경북대학교 무슬림 유학생들은 매일 5번 기도하는 종교적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공간으로 이슬람사원을 건축 중이지만, 인근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법원은 학생들의 건축 행위를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지만, 주민들은  이슬람 사원 건축은 주민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돼지 머리와 돼지발을 전시하고, 돼지고기 바베큐파티를 반복해서 열고 있습니다. 혐오의 문화를 맞닥뜨린 유학생들의 상황을 경청하고 마음을 나누며  녹색당원이 해야할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기 위해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간담회에 참여한 장우석 당원이 소감글을 남겨주셔서 사진과 함께 공유합니다. 




  아직 매서운 추위가 가시지 않은 지난 2월 4일 토요일 오후2시, 대구 북구 대현공원에서 무슬림 유학생 무아즈 라작(Muaz Razaq)을 만났다. 한 달여 전부터 미국 녹색당 국제위원회 소속으로 현재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오스틴(한국명 배진태) 당원이 경북대학교 무슬림 유학생들이 녹색당원들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간담회를 준비하기에 대구시당 상황이 여의치 않았지만 소수의 당원이라도 괜찮다며 일정을 잡은 것이다. 이른바 “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논란” 사안 때문이다.

  대구에서도 이 사안에 연대하는 시민 사회 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진 적은 있었지만, 대구시당 당원들이 무슬림 유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황정화 위원장을 비롯해 장정희, 이순, 장우석 당원에 이어 아주 오랜만에 박재홍 당원이 함께 했다. 이혜경 당원도 뒤늦게 합류했다. 대현공원에서 라작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우리는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진 이슬람 사원 공사 현장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반대 주민들이 걸어둔 여러 현수막들이 눈에 띄어 이곳이 현장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지난 해 12월 15일 외신에까지 보도된 “대구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 통돼지 바비큐 잔치”에 이어 간담회 이틀 전에도 “돼지 수육 잔치”가 열렸다. 임시 기도처 입구에 뉴스를 통해 보았던 돼지머리가 있었다. 그것도 세 개나. 황 위원장이 매일신문에 기고한 기명 칼럼 제목 그대로 「칼이 된 고기」(2022년 12월 23일자)였다. 함께 동행한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왜 이곳에 돼지머리를 갖다 놓았는지 궁금한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난감했다.

  라작의 배려로 뜻밖에 임시 기도처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을 위한 기도처 ‘다룰이맘경북이슬라믹센터’. 아주 오래된 주택 1층에 마련된 그곳에서 대구시당과 오스틴 당원이 가져온 떡과 한과을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미 여러 매체들과 인터뷰를 가진 라작을 비롯해 네 명의 유학생들이 자리했다. 한눈에도 오래되어 낡아 보이는 이 곳을 구한 이유는 접근성과 저렴한 가격이었단다. 건축 비용은 유학생들이 받은 장학금과 연구소에서 일한 돈을 매달 조금씩 모아 마련했다고. 반대 세력들은 이들을 후원하는 배후 조직이 있는 것 아니냐는데, 그런 조직이 있다면 처음부터 다른 장소로 옮겨서 더 큰 사원을 지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2020년 12월 무슬림 유학생들은 북구청의 허가를 받고 이 곳에 기도처를 증축하는 공사를 진행했는데, 동네 주민들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지금까지 공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들이 처음부터 주민들과 관계가 나빴던 건 아니었다. 무슬림 유학생들과 주민들은 지난 9년 동안 아무런 갈등 없이 지내왔단다. 주민들은 사원이 들어서면 지역이 ‘이슬람화’, ‘슬럼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반면, 유학생들은 누군가가 주민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준 탓에 문제가 커졌다고 억울해하고 있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무슬림들은 하루에 다섯 번씩 정해진 시간에 맞춰 기도를 해야 한다. 이것은 무슬림이라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경북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그들은 기도처가 학교 가까이 있어야지만 가능하다. 그들이 바라는 건 그 뿐이었다. 당연히 일체의 포교 활동 또한 없다. 다만 자발적으로 기도하러 오는 이들이 있다면 막진 않는다고.

  그들은 대부분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그들의 자녀들이 근처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반대 주민들이 그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험한 말이나 행동들을 하고 있단다. 그래서 아이들이 주민들에게 우리를 미워하지 말라고 손편지도 써서 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한국에, 그것도 경북대학교가 위치한 여기 대구에 공부하러 온 이들은 한국에 정착하러 온 것이 아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의 공부를 마무리하면 그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여기서 배운 것들을 각자의 자리에서 펼칠 것이다.

  간담회를 갖기 전에 있었던 약간의 긴장은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그들의 말간 얼굴에 곧 풀리고 말았다. 때로 무지가 공포가 되기도 한다. 그들은 테러리스트가 (당연히) 아닐 뿐더러 이곳에 지내는 동안 주민들과 평화롭게 지내고 싶을 뿐이다. 이슬람교은 기독교와 불교, 힌두교와 함께 세계4대 종교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신도들이 많다는 뜻이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 따르면 국내의 한국인 무슬림 수는 2018년 기준 6만 명에 달하고 이슬람사원 수도 전국에 16개, 작은 규모의 성원인 ‘무쌀라’는 80여 개에 이른다고.

  얼마 전 즐겁게 읽었던 이기호 작가의 「한정희와 나」에는 철학자 데리다에게서 유래한 ‘절대적 환대’라는 개념이 나온다. “신원을 묻지 않고, 보답을 요구하지 않고, 복수를 생각하지 않는 환대라는 것이 정말 가능한가” 하는 것이 이 작가의 의문이다. 이론적·윤리적으로는 가능하고 또 가능해야 하겠지만, 현실에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작가는 이렇게 자문한다. “이렇게 춥고 뺨이 시린 밤, 누군가 나를 찾아온다면,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때 나는 그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그때도 나는 과연 그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까?”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 역시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