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재앙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고민 끝에 찾은 해답이 녹색당이었어요."
빗방울을 타고 전남녹색당 온라인 소식지 《떡갈나무카페》가 도착했습니다!
☞https://stib.ee/KhjA
지금 바로 함께 보시죠! :)
- [한 달간 소식✍️]
1.28 2024 전남녹색당 당원대회_벌교 <수나커피>
올해로 열 번째를 맞는 전남녹색당 당원대회가 지난달 28일 오후 3시부터 6시 무렵까지 보성 벌교에 있는 <수나커피>에서 열렸습니다
당권자 157명 중 83명이 위임하고 17명이 참석하여 치러진 이번 당원대회는 평등문화약속문 낭독과 현장 참여자들의 자기소개에 이어 2023년 활동 보고, 안건 상정과 논의, 운영위원회 구성, 올해의 당원상 시상 순서로 진행되었어요(자세한 내용은 아래, 후기와 회의록을 보시기 바랍니다).
한편 당원대회에 앞서 1시부터는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 북토크가 진행되었으며, 북토크가 시작되기 전과 당원대회 후에는 시골 밴드 <홍차와별>의 풋풋하고 아름다운 노래 공연이 있었답니다.
1.28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 북토크_벌교 <수나커피>
당원대회 2시간 전부터는 ‘모두에게 열린 북토크’가 같은 장소에서 열렸습니다.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의 저자인 우동걸 님을 초청하여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로드킬 문제를 톺아보는 자리였는데요, 현장 과학자이기도 한 글쓴이가 수년에 걸쳐 도시와 숲과 길 위를 오가며 야생동물들의 삶을 담아낸 치열한 현장 기록물인 책의 숨결이 북토크 자리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전해져 와 숙연해지기도 하던 시간이었답니다.
아래의 기록들을 통해 길 위, 숨 탄 존재들의 삶과 마주해보시길 바랍니다.
*후기 보러 가기☞ https://band.us/band/8312426/post/426326407
2.3 녹색정의당 출범대회_국회의원회관(서울 여의도)
녹색당과 정의당의 선거연합 정당인 녹색정의당 출범대회가 2월 3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있었어요. 환경과 노동, 생태와 분배, 기후와 복지가 점점 더 강하게 연결되고 있는 시대에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맞서 ‘녹색으로 정의롭게’ 생태・평등・돌봄 사회로 나아기기 위한 녹색정의당의 여정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한진희 전남녹색당 사무처장과 박지아 정의당 젠더폭력대응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된 대회는 기후위기가 사회불평등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는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 정치에 절망한 많은 이에게 새로운 정치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희망의 증거가 되는 것으로 인간과 자본의 탐욕으로 죽어가는 뭇 생명을 살리는 정치, 어떤 정체성으로도 차별받지 않는 정치, 모두의 안전을 보장받는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리였습니다.
행사는 노래패 <꽃다지>의 축하공연, 생명민중의례, 내외빈 소개와 축사, 녹색당과 정의당 대표들의 녹색정의당 출범선언, 녹색정의당 열두 출마자 소개의 순서로 2시간가량 진행된 후 마무리되었습니다,
한편 녹색정의당은 현 선거법의 독소 조항 등에 맞서 녹색당과 정의당이라는 두 소수 진보 정당이 힘을 모아 총선을 치르기 위한 ‘가치 연합’ 방식의 연대체로,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잠시 녹색정의당으로 당적을 옮겼던 20여 녹색당 당원은 선거가 끝난 후인 4월 말경에 녹색당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출범대회 동영상 보러 가기☞https://www.youtube.com/watch?v=L9HzV2GomgQ
[당원 인터뷰] 정사무엘(독일)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독일에서 살고 있는 청소년, 정사무엘입니다. 한국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고 담양과 강진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지금은 독일 NRW의 한 김나지움에 다니고 있어요. 좋은 책과 영화를 즐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역사나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23년 12월 30일! 한 해를 넘기지 않고 연말에 녹색당 당원이 되셨어요. 녹색당 입당 계기나 가입 당시의 마음, 생각에 대해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녹색당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기후나 환경 관련 행사에 부모님과 함께 자주 참여하면서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녹색당에서 하는 캠페인 같은 것들을 보면서 응원과 지지만 하고 있었죠. 그런데 최근 기후 위기에 대한 책들을 읽고 배우기 시작하면서 제가 알고 있던 것보다 인류의 미래가 훨씬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을 어느 때부턴가 우리가 피부로도 느낄 수 있게 되었잖아요. 과학자와 전문가들도 수년 전부터 인간의 멸종까지 언급하면서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고요.
그런데 너무 놀랍게도 우리 사회를 이끌어간다는 대부분의 정치 세력들은 기후 위기에 아무런 대응도 하고 있지 않거나 하는 척만 하고 있더라고요.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고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힘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필요한데, 정작 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전혀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특히나 지금 어른 세대가 만들어 놓은 미래에서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 세대의 입장에서 이건 재앙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고민 끝에 찾은 해답이 녹색당이었어요. 녹색당은 생태주의와 기후 위기 대응을 기본 당론으로 삼은 한국의 유일한 정당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당원이 되어서 조금이라도 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기후 정치를 이룩하는 데에 힘을 보태자, 당원 수 하나라도 늘리자, 해서 녹색당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녹색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느낌은 어떠신가요?
좀 뻔하다 싶긴 한데, 푸른 숲이 떠올라요. 뭇 생명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행복한 사회를 추구하는 정당이잖아요. 다양성을 존중하고, 혐오를 배격하고,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의 이미지예요. 그래서 다양한 동식물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푸른 숲이 녹색당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사무엘 님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정치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또는 사무엘 님이 생각하는 정치란 무엇인가요?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을 때 가장 많이 마주하는 것 같아요. 파렴치하거나 반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정치인들을 보며 화가 나기도 하고, 실시간으로 망가지는 미래를 바라보면서 답답하기도 해요. 특히나 요즘은 사회가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우경화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고요. 녹색당 같은 소수정당들은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너무 적다는 것도 슬프죠…
저는 정치가 모든 인민을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수많은 소수자의 목소리가 힘 있는 권력자들에 묻히지 않고 크게 울려야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특성을 가진 집단의 대표들과 개인들이 적어도 사회 안의 그 비율만큼은 원내에 진입해야 한다고 믿고 있어요.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철저히 무시당하고, 사회 참여를 제한당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소리가 정치권에 가닿았으면 좋겠어요. 또 특정 힘 있는 소수 집단, 이를테면 무슨 대학교 무슨 학과 출신들이 장악한 정치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녹색당의 여러 의제 가운데 특히 관심 있는 분야가 있을까요?
우선 가장 관심 있는 건 물론 기후 위기 대응이죠. 제 세대와 제일 관련된 부분이니 먼저 와닿는 것 같아요. 평화, 인권, 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이 학살과 전쟁으로 죽고, 소수자와 약자라는 이름으로 억압받고, 특정 성별이라는 이유로 무수한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잖아요.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인류 공동체 전체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라 상당히 복잡하겠지만 작은 관심들이 모이면 언젠가 큰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사무엘 님의 일상에 대해서도 여쭤볼게요. 현재 독일에 거주하고 계신데, 독일을 선택한 이유나 독일 생활에 관한 이야기, 또는 독일에서 특별히 와닿는 생각 또는 느낌 등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공부하고 싶어진 계기는 아무래도 교육 시스템이 가장 커요. 한국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여전히 수십 년 전 방식의 경쟁과 서열화를 답습하고 있고 숫자 몇 개와 등급으로 청소년들을 구분 지어 가치를 매기고 있는데, 저는 이런 곳에서 공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 오로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러던 와중에 경쟁을 없애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함과 동시에 토론과 논쟁을 통한 진짜 공부하는 법을 가르친다는 독일 교육에 대해 알게 되었고, 열심히 알아본 후 제 청소년기를 독일에서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조금 살아보니 확실히 왜 최고의 선진국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았어요. 사회적 분위기나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이 굉장히 선진적이고 진보적이라고 느꼈고, 특히나 학교에서 아주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권의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는 이런 거란 걸 배웠습니다. 특히나 시도 때도 없이 하는 큰 규모의 시위와 파업 등등을 보며 우리나라와 다른 정서가 좀 부럽더라고요. 그리고 독일은 무려 녹색당이 여당… 물론 정치 체제와 상황이 한국과 좀 달라서 일대일 비교는 힘들 수 있지만, 시민들의 활발한 정치 참여와 성숙한 정치가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극우 정당인 ‘AfD’는 빼고).
물론 단점도 있는데,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게 음식인 것 같아요.ㅎㅎ 제가 느끼기에 독일 음식은 정말 맛이 없고 쓸데없이 짜거든요. 소시지나 빵 같은 서양 음식을 제가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좀 심한 수준이에요. 음식에 진심인 사람으로서 몇 년을 더 살아도 독일 요리들에는 적응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무엘 님이 좋아하는 책이나 글귀, 요새 자주 듣는 음악이나 당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음악 등등… 사무엘 님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한 가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Sufjan Stevens의 <Mystery of Love>라는 노래를 정말 좋아해요. 아마 지난 2023년도에 제일 자주 들었던 노래일 거예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로맨스 영화 <Call me by your name>의 주제곡이기도 한데, 우수에 찬 시와 잔잔한 음악이 진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가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영화 전체를 관통하듯 잘 표현해낸 노래예요.
사무엘 님은 무엇을 하거나 어떤 상태일 때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일상 속에서 평온함과 행복감을 찾는 나름의 방법 또는 비결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재미있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랑 이야기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여러 가지 주제에 관해 토론하거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져요. 서로 생각이 비슷하든 다르든 이야기를 들으면 참 즐겁더라고요. 저의 마음속 생각을 공유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거나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훌륭한 어른들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미래를 위한 정치, 청소년을 위한 정치, 참 가치를 위한 정치를 하는 녹색당을 언제나 지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당원이 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당원 에세이] 전은하(고흥)
자연에 기대어, 지구를 벗 삼아
며칠 전 내가 키우던 앵무새, 총각새 지지가 죽었다.
베트남으로 여행 간 친구네 고양이 두 마리, 강아지 두 마리를 봐주기로 해서 함께 친구네 집에서 머물던 첫날 새벽, 그 사달이 났던 것이다. 모든 것이 순식간이었다. 생명이 순식간에 저물었다. 우리네 삶도 순식간일 것이다.
내 삶의 첫 기억은 자연과 함께였다.
아마도 나와 25개월 차이 나는 동생이 태어날 즈음에 나 혼자 외가에 보내진 그때였을 듯싶다. 원주 외갓집 뒷마당에서였다. 너른 벌판(어린아이의 시각이었으므로 얼마나 넓었는지는 모르겠다)에 비가 오면 이곳저곳 웅덩이들이 생겼고 그 안에는 웬일인지 올챙이들이 바글거렸다. 난 내 꽃고무신으로 배를 만들어 그들과 함께 놀았다. 그리고 뱀이 날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뒷동산을 외할아버지와 걸어 다녔고 매일 아침, 좁은 도랑(어른 팔 너비 정도 되었을까?)을 건너가 얼기설기 판자로 지은 닭집에서 지푸라기 둥지 위로 손을 뻗어 따스한 달걀을 훔쳐 먹었다.
그렇게 시작된 기억들이 나의 전 생애를 풍요롭게 한다.
‘내가 왜 ’지구벗‘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별로 생기는 것도 없고 먹고사는 문제에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이러한 일들을 할까’라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시작이 이러한 기억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서울에서 자라난 내가 제주에서 혹은 현재 이곳 고흥에서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제주 제1호 협동조합에 합류하기 위해 건너갔던 첫날, 너무나 심란한 상황들로 인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날 새벽, 무작정 협동조합 숙소에서 바닷가로 방향을 잡아 눈바람 속을 걸어 나갔다. 길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직감을 따라 걷다 찾아간 바닷가 끝은 나에게 센과 치히로의 숲길 같은 비밀의 장소였다. 그때부터 나는 그 특별한 장소와 소통하기 시작했고 그 바다 위로 튀어나온 절벽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 절벽 위에서 쳐다보면 끝이 없는 바다와 바로 옆 절벽들의 골짜기가 보였는데, 그 높은 절벽들 사이사이 골짜기는 파도가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곳으로, ‘지옥으로 가는 문’이라는 전설이 있는 곳이었다. 내가 제주를 떠나기 전까지 나의 그 절벽 위에서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이 장소만이라도 깨끗하게 청소해주겠다고 바다와 하늘과 그곳에 임한 모든 것과 약속했다. 40~50년 전의 소주병과 정종병 파편들. 아마도 짐작건대 그곳은 누군가가 바다를 바라보고 한탄과 울분을 토하던 그런 장소였을 것이다. 서너 달 그 마을에 머무르던 시간 틈틈이 난 그 절벽과 숲과 바다로 나가 유리 쓰레기들을 치우고 난 후 그 마을을 떠나왔다.
그것이 바다를 청소하게 된 출발점이다. 많은 일을 겪은 제주를 떠나 나는 다시 고흥으로 옮겨왔고, 때를 맞춰 오랜 시간 동안(다들 알다시피 현재의 환경문제와 자본주의 관련 문제들은 산업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가속화되었다) 인간들의 이기심에 의해 극심해진 지구의 기후 문제와 생태 문제가 드디어 폭발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한 죄의식을 나름 가슴에 고스란히 안고 있던 어느 날, 고흥군에서 시행한 문화기획 프로그램에서 바다를 사랑하는 친구들을 찾을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 ‘지구벗’이라는 열린 단체(원하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음)를 만들게 된 것이다.
지구벗을 결성해 처음 시작한 일은 해변 정화 운동(‘비치코밍’)이었다. 이후로 업싸이클링이나 제로 웨이스트 워크숍 등을 공유했으며, 더 나아가 예술과 결합한 전시회도 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선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기울어져 가는 배를 일부의 힘으로만은 세울 수 없을 것이라 예측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노력해보자, 애써보자’고 하는 일이 지금의 내가 하는 일이라서 이런 일들을 하다 보니 원래 해오던 문화예술 기획자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으나 2024년, 올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지금까지 해오던 비치코밍과 업싸이클링 활동을 기본으로 가져가면서 거기에 따로 ‘생태영화제’와 ‘생태환경문화제’ ‘북콘서트’ 그리고 공연과 마켓 행사도 들어가 있다. 사실 지원사업이 되어도 고민, 안 되어도 고민인 그런 현실이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이러한 삶의 방향과 생각을 함께 나누자고 결심한 이상 그 방향으로 열심히 걸어가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좌충우돌하면서 살아내는 것이 한결같은 내 삶이다. 크하하.
어디부터 환경이고, 어디부터 건강이고, 어디부터 문화이고, 어디부터 정치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마주치는 지점을 우선으로 하되 그 기반은 지구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내 행동과 행위의 기본이 된다.
행동력이 약한 나를 채찍질하는 문구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유럽에서 워크숍을 할 때 늘 되뇌던 “better person”이었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에서 난 이 말을 자주 사용했다. 이 말을 하면 덩치가 산만 한 유럽 친구들도 고개를 함께 끄덕이는 게 보였고 난 거기서 힘을 얻었다.
또 다른 하나는 “사랑한다면 행동하세요”란 친절한 문구다. 자연에 대한 내 사랑을 더 늦기 전에 행하는 일이 지구벗 활동이다.
힘들 때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두 문구를 나의 친애하는 녹색당 동지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 ― ‘푸른 구슬’ 지구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지구벗이며 녹색당이다.
Happy new year!
🌿 전은하(‘래’ : 제주살이 시절 닉네임)
바다, 고래, 앵무새, 고양이, 강아지, 판다, 조개, 소라, 꽃, 맛난 커피, 반짝이는 윤슬, 숲속 냄새, 지의류, 음악, 햇빛, 사막, 오리온의 벨트, 여행, 다양한 색의 어울림, 한옥 처마 빗소리, 오래된 손때 묻은 소품들, 편한 옷, 고인돌, 깊고 깊은 눈빛 등등을 좋아하는 현재 고흥에서 사는 사람.
[연재_우리 집엔 사람 같은 개, 여우 같은 개가 산다] 해와(장흥)
*오로지 글쓴이의 상상으로 반려견들의 의중을 해석한 것임을 명시합니다.
까치도, 설날도 우리 집 근처로는 오지 말아줄래요?
"솔이야 짖으려면 마당에 나가서 좀 짖어줄래?!"
이렇게 따끔(?)하게 한마디를 해도 솔이는 꼿꼿이 털을 세우고 보이지도 않는 마당을 향해 웡웡 짖는다. 이 녀석이 바로 사람 같은 개, 솔이다. 일명 ‘개솔이’라 불리는 이 녀석은 몹시 게으르고 둔해 보이지만 수하를 잘 다룰 줄 알고, 사람 말을 잘 알아듣는 명석한 두뇌를 가졌으며, 원하는 게 있으면 소리를 내지 않고도 눈빛만으로 의사 전달을 하는 데 능한 우리 집 우두머리라고 볼 수 있다.
온순하고 착하며 상황 파악을 잘하는 반면,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시킬 때는 그게 사람이든 개든 명확하게 화를 낼 줄도 안다. 사람에게 애교도 부리지만 적당한 거리감까지 유지해주니 주위의 부러움을 사곤 한다. 진도견으로, 새하얀 털을 자랑하고 2년 동안 씻지 않아도 냄새가 별로 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한다. 함께 사는 동거견 '키미'를 수하처럼 부리며 집단속까지 하는 녀석이다.
키미는 성격상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면 무조건 가서 보고 짖어줘야 하는 애다. 이 둘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키미 선에서 해결할 일과 솔이가 함께 나서줘야 하는 일이 나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집 앞에 차가 지나간다거나 뒷동산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된다거나 새가 나무 위에 앉아 약을 올린다거나 하는 일은 보통 키미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홀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키미의 모습은 근사하다. 위풍당당하게 고개를 추켜들고 개구멍으로 유유히 들어와(우리 집엔 거실과 마당이 연결된 통로가 있다) 솔이의 똥꼬 냄새를 맡는 것으로 마무리 ‘컨펌’을 받는다. 그 외에 집 앞에 개가 출몰한다거나 택배 아저씨가 짐을 들고 대문을 여는 일엔 솔이도 함께 나가 짖어준다. 물론 비가 오거나 밖이 춥거나 너무 더우면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본능을 게으름이 쉽게 이겨버린다. 이런 상황은 내가 견디기에 어렵지 않다. 마당에서 짖으면 그나마 소리가 멀어 작게 들리니까. 다만 나를 괴롭게 하는 그 외의 상황들도 있다.
바로 집 근처에서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날 때다. 키미는 냅다 먼저 달려 나가 일단 짖으며 주변을 살핀다. 그때 솔이는 굳이 나가지 않고, 귀를 쫑긋 세워 상황을 판단하다가 느낌이 좋지 않다 싶으면 집 안에서 벽에 진동이 느껴질 만큼 크게 짖어준다. 마치 '나, 집 안에 있다. 들어오려면 각오해야 할 거야' 같은 엄포다. 귀를 막아봐야 소용이 없는 큰 소리다. 보통은 하루에 한두 번 정도 이런 일이 있는데 요즘처럼 명절이 되면 마을에 사람들이 북적여서 잦은 편이다. 평소에는 말을 잘 듣는 녀석이지만 본분에 충실할 때는 말려도 소용이 없다. 상황을 판단하고 다시 자리에 누울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사실 이 녀석은 사람을 무척 좋아해서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좋아서 꼬리를 사정없이 흔든다. 낯선 사람이 집 문을 열고 들어오면 큰 소리로 짖는데 그 이유가 왠지 '냉큼 들어와서 당장 나를 만져주거라'와 비슷한 의미인 것 같다. 지인들이 집 안에 들어오면 평소에는 굳이 열지 않던 안전문을 톡톡 건드려 열어젖힌 뒤 30kg에 육박하는 몸무게로 사람들에게 뛰어오른다거나 무릎에 앉으려 한다. 자신의 무게를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 틀림없다.
여러 사람이 집에 왔을 때는 더하다.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혹여 내가 마당에 나가 있으라고 한다거나 떼어놓으려 하면 이를 드러내며 크게 화를 낸다. 나는 제압 당한다. 평소엔 볼을 깨물어도, 귀를 쑤셔도, 배를 베고 자도 가만히 있는 녀석이 사람들만 보면 꼬리 모터가 사정없이 돌아가고 커다란 혀를 날름거리며 얼굴을 핥아준다.
설 전부터 며칠째인지 모르겠다. 차가 섰다가 가는 소리,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내는 웃음소리,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 앞집에서 고기 구워 먹는 소리 등 주변에서 온갖 낯선 잡음이 나니 솔이도 얌전히 있지를 못한다. 이럴 땐 ‘개소리’들 때문에 집을 떠나는 게 상책이다 싶다. 한편으로는 어디서든 짖기라도 하는 것이 다행인가 생각한다. 짖을 때는 일어나 서성거리거나 마당에 나가보기도 하니 말이다. 잠자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터라 하루 24시간 중 19시간은 누워있거나 코를 골며 자는 것 같기 때문이다.
명절 때 내가 집에만 박혀있으니 콧바람 쐬게 해주려는 깊은 뜻이라고 생각해버리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이번 설은 날씨가 따뜻하다. 어딜 가볼까. 우리 개솔이 덕에 마시는 콧바람에 기분이 좋다. 다들 새해에는 무엇을 하셨으려나?
🌿 해와
안녕하세요, 해와입니다. 전남 장흥에 살며 이런저런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전남녹색당 당원 여러분에게 저희 단란한 가족을 소개하고 싶어서 에세이를 써보겠다고 자처했답니다. 앞으로 한동안 솔이와 키미의 이야기로 《떡갈나무카페》 한 부분을 채워보겠습니다. 이쁘게 재밌게 가볍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알립니다]
‘22대 총선 비례 후보 선출 당원 총투표’에 함께해 주세요
4월 10일에 치러질 22대 총선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를 확정하기 위한 당원 총투표가 19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오는 23일(금) 저녁 6시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앞서 발송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정유현, 허승규, 황정화 세 후보의 출마의 변과 토론 내용 등을 참조하여 투표에 참여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되살이꽃 글방 모임
동지팥죽과 슈톨렌으로 한 해를 닫고 연 날이 어저께 같은데 까치까치 양력설 지나고 우리우리 설날도 지나며 떡국도 두 그릇 먹었구요. 입춘방을 나누고, 지금 내리는 우수 절기 봄장마 같은 비를 지나면 곧 대보름이네요. 저 큰 달에 지구와 우리 몸의 70퍼센트의 물이 이끌리며 크게 출렁이면, 이제는 정말 꽃눈 잎눈 다 눈뜨고 나만 마음의 눈을 뜨면 될 것 같은,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일 터. 코로는 매화 향기 쫓으며 손으로는 쑥을 캐고 밭을 일구며 저마다의 글밭을 가꾸게 될 듯합니다.
새해 들어 다시 시작된 6시 아침 낭송은 어느덧 우응순 샘의 『시경 강의 3:회풍・정풍』 페이지를 넘기고 있고요, 월수금 저녁 8시 글쓰기방은 이어지고 있어요. 생활글도 좋고 주제글도 좋아요. 이번 달도 마지막 주 화요일, 장흥 마을가게에서 점심 글밥 나누며 오프 글방 엽니다. 내 일상과 내면 주제 혹은 사회탐구 글 쓰고자 하는 글벗이여, 저마다 내면에 그려 넣던 겨울나무마다 다 마음의 눈을 떠서 환히 피어나는 봄날이기를. 함께 책이불 덮으며 글밥 나누실 분 연락주세요~ 지선 010-4719-1558
페미니즘/소수자 읽기 모임
지난 1월 모임에서는 클레어 키건의 소설 『맡겨진 소녀』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었습니다. 술술 읽히는 가벼운 소설이라고 생각하며 읽다 보면, 작은 감동이 조금씩 묻어나다가 끝내 감동의 물결에 휩싸이게 되는 참으로 멋진 소설 두 편을 공유했습니다. 『맡겨진 소녀』를 영화화한 <말 없는 소녀> 역시 훌륭합니다. 긴 겨울을 나느라 고단해진 몸과 마음을 따듯하게 위로해 줄 책과 영화를 추천합니다.
다가올 2월 모임에 관해 안내해요.
"우리는 돈 없이 살 수 있을까? 진짜 혁명은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지 않는 습관에서 시작된다.“ 책, 『0원으로 사는 삶』의 뒤표지에 쓰여 있는 문구를 옮깁니다.
책의 도입부에서 저자인 박정미 님은 말합니다. "집세를 내지 않더라도 전기를 쓰는 한 전기세를 내야 한다. 채소는 자급자족하지만 두유와 사과, 견과류는 자체적인 수급이 어렵다. 오토바이에 넣어줄 밥에 멍멍이들의 밥도 마련해야 한다. 이것들은 여전히 포기하기 힘든 나만의 소박한 럭셔리이자 돈을 주고 사는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아주 가끔 돈벌이에 나선다."
자급자족의 영역을 조금씩이지만 단단히 넓히고, 소비하는 나의 영역을 조금씩이지만 유연하게 좁히는 저자의 경험이 아주 낯설지는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2월 25일 일요일, <들락날락작은도서관>(광주 서구 내 방로 338번 길 12)에서 오전 11시 만나기로 했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연락 주세요. 살짝 호기심 생기면 그것도 연락 주세요. 수나 010-4855-1355
당원들이 꾸리고 참여하는 ‘대안 장’ 2024년 3월 일정
직접 농사지은 건강한 농작물,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먹거리, 손수 제작한 아름다운 공예품 등을 사고팔고 나누고 교환하며 장을 꾸려갑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면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온 대안 장 장터에서 열릴 봄맞이 장날 일정을 알려드려요.
🌿 마실장(1‧6일인 용산오일장 장날과 주말이 겹칠 때 열려요.)
-3월 16일(토) 오전 10시~12시
-장흥군 용산면 마실장 장옥(용산면 인암길 4) 일대
🌿 풀풀장
-3월 16일(토) 정오∼오후 3시
-벌교읍 <수나커피>(태백산맥길 34)
[‘탈핵텃밭’에서 알려요!] 이런 (탈)핵 용어②_베크렐(Bq)과 시버트(Sv)
‘(탈)핵 용어에 관해 공부 좀 하고 싶은’ 당원들을 위해 마련했습니다.
관련 용어들을 차근차근, 조목조목 알려드려요.
‣ Bq(베크렐)
물질의 방사능 오염도 측정 단위로, 방사성 물질이 1초에 원자핵을 몇 번 붕괴하는지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방사선을 발견한 공로로 퀴리 부부와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프랑스의 물리학자, 앙리 베크렐의 이름에서 따왔다.
음식의 방사능 기준치로 Bq/kg(킬로그램당 배크렐)을 사용하며, 한국의 경우 아이오딘(iodine=요오드iod(jod) - I)과 세슘(cesium - Cs)은 영유아용 식품과 유제품 50Bq/kg, 기타 식품 100Bq/kg을 방사능 기준치로 하고 있다. 2019년 7월 이후 승인된 아파트는 실내 라돈(우라늄과 라듐이 붕괴되면서 땅으로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 기체) 기준치, 148Bq/m³을 적용 중이다.
‣ Sv(시버트)
생물체가 맞은 방사선의 양(방사능 물질에 의한 신체의 충격량 또는 방사선 피폭량)을 말한다. Sv는 상당히 큰 단위여서 보통 이의 1/1000에 해당하는 mSv(밀리시버트)를 쓴다. 국제방사선방호협회는 일반인이 노출되어도 되는 방사선량을 연간 1mSv, 유럽방사선학회는 0.1mSv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국립과학원에서는 노출 허용 가능한 방사선 기준치란 없고, 아주 낮은 방사선이라도 노출되면 그에 따라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놀라놀라 땡땡땡] 아이들과 비인간동물들의 반짝이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빗방울을 타고 전남녹색당 온라인 소식지 《떡갈나무카페》가 도착했습니다!
☞https://stib.ee/KhjA
지금 바로 함께 보시죠! :)
1.28 2024 전남녹색당 당원대회_벌교 <수나커피>
올해로 열 번째를 맞는 전남녹색당 당원대회가 지난달 28일 오후 3시부터 6시 무렵까지 보성 벌교에 있는 <수나커피>에서 열렸습니다
당권자 157명 중 83명이 위임하고 17명이 참석하여 치러진 이번 당원대회는 평등문화약속문 낭독과 현장 참여자들의 자기소개에 이어 2023년 활동 보고, 안건 상정과 논의, 운영위원회 구성, 올해의 당원상 시상 순서로 진행되었어요(자세한 내용은 아래, 후기와 회의록을 보시기 바랍니다).
한편 당원대회에 앞서 1시부터는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 북토크가 진행되었으며, 북토크가 시작되기 전과 당원대회 후에는 시골 밴드 <홍차와별>의 풋풋하고 아름다운 노래 공연이 있었답니다.
*회의록 보러 가기☞ https://band.us/band/8312426/post/426326390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의 저자인 우동걸 님을 초청하여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로드킬 문제를 톺아보는 자리였는데요, 현장 과학자이기도 한 글쓴이가 수년에 걸쳐 도시와 숲과 길 위를 오가며 야생동물들의 삶을 담아낸 치열한 현장 기록물인 책의 숨결이 북토크 자리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전해져 와 숙연해지기도 하던 시간이었답니다.
아래의 기록들을 통해 길 위, 숨 탄 존재들의 삶과 마주해보시길 바랍니다.
2.3 녹색정의당 출범대회_국회의원회관(서울 여의도)
한진희 전남녹색당 사무처장과 박지아 정의당 젠더폭력대응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된 대회는 기후위기가 사회불평등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는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 정치에 절망한 많은 이에게 새로운 정치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희망의 증거가 되는 것으로 인간과 자본의 탐욕으로 죽어가는 뭇 생명을 살리는 정치, 어떤 정체성으로도 차별받지 않는 정치, 모두의 안전을 보장받는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리였습니다.
행사는 노래패 <꽃다지>의 축하공연, 생명민중의례, 내외빈 소개와 축사, 녹색당과 정의당 대표들의 녹색정의당 출범선언, 녹색정의당 열두 출마자 소개의 순서로 2시간가량 진행된 후 마무리되었습니다,
한편 녹색정의당은 현 선거법의 독소 조항 등에 맞서 녹색당과 정의당이라는 두 소수 진보 정당이 힘을 모아 총선을 치르기 위한 ‘가치 연합’ 방식의 연대체로,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잠시 녹색정의당으로 당적을 옮겼던 20여 녹색당 당원은 선거가 끝난 후인 4월 말경에 녹색당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출범대회 동영상 보러 가기☞https://www.youtube.com/watch?v=L9HzV2GomgQ
[당원 인터뷰] 정사무엘(독일)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독일에서 살고 있는 청소년, 정사무엘입니다. 한국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고 담양과 강진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지금은 독일 NRW의 한 김나지움에 다니고 있어요. 좋은 책과 영화를 즐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역사나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23년 12월 30일! 한 해를 넘기지 않고 연말에 녹색당 당원이 되셨어요. 녹색당 입당 계기나 가입 당시의 마음, 생각에 대해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녹색당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기후나 환경 관련 행사에 부모님과 함께 자주 참여하면서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녹색당에서 하는 캠페인 같은 것들을 보면서 응원과 지지만 하고 있었죠. 그런데 최근 기후 위기에 대한 책들을 읽고 배우기 시작하면서 제가 알고 있던 것보다 인류의 미래가 훨씬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을 어느 때부턴가 우리가 피부로도 느낄 수 있게 되었잖아요. 과학자와 전문가들도 수년 전부터 인간의 멸종까지 언급하면서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고요.
그런데 너무 놀랍게도 우리 사회를 이끌어간다는 대부분의 정치 세력들은 기후 위기에 아무런 대응도 하고 있지 않거나 하는 척만 하고 있더라고요.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고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힘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필요한데, 정작 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전혀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특히나 지금 어른 세대가 만들어 놓은 미래에서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 세대의 입장에서 이건 재앙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고민 끝에 찾은 해답이 녹색당이었어요. 녹색당은 생태주의와 기후 위기 대응을 기본 당론으로 삼은 한국의 유일한 정당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당원이 되어서 조금이라도 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기후 정치를 이룩하는 데에 힘을 보태자, 당원 수 하나라도 늘리자, 해서 녹색당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녹색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느낌은 어떠신가요?
좀 뻔하다 싶긴 한데, 푸른 숲이 떠올라요. 뭇 생명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행복한 사회를 추구하는 정당이잖아요. 다양성을 존중하고, 혐오를 배격하고,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의 이미지예요. 그래서 다양한 동식물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푸른 숲이 녹색당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사무엘 님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정치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또는 사무엘 님이 생각하는 정치란 무엇인가요?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을 때 가장 많이 마주하는 것 같아요. 파렴치하거나 반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정치인들을 보며 화가 나기도 하고, 실시간으로 망가지는 미래를 바라보면서 답답하기도 해요. 특히나 요즘은 사회가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우경화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고요. 녹색당 같은 소수정당들은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너무 적다는 것도 슬프죠…
저는 정치가 모든 인민을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수많은 소수자의 목소리가 힘 있는 권력자들에 묻히지 않고 크게 울려야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특성을 가진 집단의 대표들과 개인들이 적어도 사회 안의 그 비율만큼은 원내에 진입해야 한다고 믿고 있어요.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철저히 무시당하고, 사회 참여를 제한당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소리가 정치권에 가닿았으면 좋겠어요. 또 특정 힘 있는 소수 집단, 이를테면 무슨 대학교 무슨 학과 출신들이 장악한 정치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녹색당의 여러 의제 가운데 특히 관심 있는 분야가 있을까요?
우선 가장 관심 있는 건 물론 기후 위기 대응이죠. 제 세대와 제일 관련된 부분이니 먼저 와닿는 것 같아요. 평화, 인권, 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이 학살과 전쟁으로 죽고, 소수자와 약자라는 이름으로 억압받고, 특정 성별이라는 이유로 무수한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잖아요.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인류 공동체 전체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라 상당히 복잡하겠지만 작은 관심들이 모이면 언젠가 큰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사무엘 님의 일상에 대해서도 여쭤볼게요. 현재 독일에 거주하고 계신데, 독일을 선택한 이유나 독일 생활에 관한 이야기, 또는 독일에서 특별히 와닿는 생각 또는 느낌 등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공부하고 싶어진 계기는 아무래도 교육 시스템이 가장 커요. 한국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여전히 수십 년 전 방식의 경쟁과 서열화를 답습하고 있고 숫자 몇 개와 등급으로 청소년들을 구분 지어 가치를 매기고 있는데, 저는 이런 곳에서 공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 오로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러던 와중에 경쟁을 없애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함과 동시에 토론과 논쟁을 통한 진짜 공부하는 법을 가르친다는 독일 교육에 대해 알게 되었고, 열심히 알아본 후 제 청소년기를 독일에서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조금 살아보니 확실히 왜 최고의 선진국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았어요. 사회적 분위기나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이 굉장히 선진적이고 진보적이라고 느꼈고, 특히나 학교에서 아주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권의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는 이런 거란 걸 배웠습니다. 특히나 시도 때도 없이 하는 큰 규모의 시위와 파업 등등을 보며 우리나라와 다른 정서가 좀 부럽더라고요. 그리고 독일은 무려 녹색당이 여당… 물론 정치 체제와 상황이 한국과 좀 달라서 일대일 비교는 힘들 수 있지만, 시민들의 활발한 정치 참여와 성숙한 정치가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극우 정당인 ‘AfD’는 빼고).
물론 단점도 있는데,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게 음식인 것 같아요.ㅎㅎ 제가 느끼기에 독일 음식은 정말 맛이 없고 쓸데없이 짜거든요. 소시지나 빵 같은 서양 음식을 제가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좀 심한 수준이에요. 음식에 진심인 사람으로서 몇 년을 더 살아도 독일 요리들에는 적응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무엘 님이 좋아하는 책이나 글귀, 요새 자주 듣는 음악이나 당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음악 등등… 사무엘 님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한 가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Sufjan Stevens의 <Mystery of Love>라는 노래를 정말 좋아해요. 아마 지난 2023년도에 제일 자주 들었던 노래일 거예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로맨스 영화 <Call me by your name>의 주제곡이기도 한데, 우수에 찬 시와 잔잔한 음악이 진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가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영화 전체를 관통하듯 잘 표현해낸 노래예요.
사무엘 님은 무엇을 하거나 어떤 상태일 때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일상 속에서 평온함과 행복감을 찾는 나름의 방법 또는 비결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재미있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랑 이야기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여러 가지 주제에 관해 토론하거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져요. 서로 생각이 비슷하든 다르든 이야기를 들으면 참 즐겁더라고요. 저의 마음속 생각을 공유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거나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훌륭한 어른들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미래를 위한 정치, 청소년을 위한 정치, 참 가치를 위한 정치를 하는 녹색당을 언제나 지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당원이 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당원 에세이] 전은하(고흥)
자연에 기대어, 지구를 벗 삼아
베트남으로 여행 간 친구네 고양이 두 마리, 강아지 두 마리를 봐주기로 해서 함께 친구네 집에서 머물던 첫날 새벽, 그 사달이 났던 것이다. 모든 것이 순식간이었다. 생명이 순식간에 저물었다. 우리네 삶도 순식간일 것이다.
내 삶의 첫 기억은 자연과 함께였다.
아마도 나와 25개월 차이 나는 동생이 태어날 즈음에 나 혼자 외가에 보내진 그때였을 듯싶다. 원주 외갓집 뒷마당에서였다. 너른 벌판(어린아이의 시각이었으므로 얼마나 넓었는지는 모르겠다)에 비가 오면 이곳저곳 웅덩이들이 생겼고 그 안에는 웬일인지 올챙이들이 바글거렸다. 난 내 꽃고무신으로 배를 만들어 그들과 함께 놀았다. 그리고 뱀이 날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뒷동산을 외할아버지와 걸어 다녔고 매일 아침, 좁은 도랑(어른 팔 너비 정도 되었을까?)을 건너가 얼기설기 판자로 지은 닭집에서 지푸라기 둥지 위로 손을 뻗어 따스한 달걀을 훔쳐 먹었다.
그렇게 시작된 기억들이 나의 전 생애를 풍요롭게 한다.
‘내가 왜 ’지구벗‘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별로 생기는 것도 없고 먹고사는 문제에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이러한 일들을 할까’라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시작이 이러한 기억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서울에서 자라난 내가 제주에서 혹은 현재 이곳 고흥에서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제주 제1호 협동조합에 합류하기 위해 건너갔던 첫날, 너무나 심란한 상황들로 인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날 새벽, 무작정 협동조합 숙소에서 바닷가로 방향을 잡아 눈바람 속을 걸어 나갔다. 길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직감을 따라 걷다 찾아간 바닷가 끝은 나에게 센과 치히로의 숲길 같은 비밀의 장소였다. 그때부터 나는 그 특별한 장소와 소통하기 시작했고 그 바다 위로 튀어나온 절벽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 절벽 위에서 쳐다보면 끝이 없는 바다와 바로 옆 절벽들의 골짜기가 보였는데, 그 높은 절벽들 사이사이 골짜기는 파도가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곳으로, ‘지옥으로 가는 문’이라는 전설이 있는 곳이었다. 내가 제주를 떠나기 전까지 나의 그 절벽 위에서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이 장소만이라도 깨끗하게 청소해주겠다고 바다와 하늘과 그곳에 임한 모든 것과 약속했다. 40~50년 전의 소주병과 정종병 파편들. 아마도 짐작건대 그곳은 누군가가 바다를 바라보고 한탄과 울분을 토하던 그런 장소였을 것이다. 서너 달 그 마을에 머무르던 시간 틈틈이 난 그 절벽과 숲과 바다로 나가 유리 쓰레기들을 치우고 난 후 그 마을을 떠나왔다.
그것이 바다를 청소하게 된 출발점이다. 많은 일을 겪은 제주를 떠나 나는 다시 고흥으로 옮겨왔고, 때를 맞춰 오랜 시간 동안(다들 알다시피 현재의 환경문제와 자본주의 관련 문제들은 산업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가속화되었다) 인간들의 이기심에 의해 극심해진 지구의 기후 문제와 생태 문제가 드디어 폭발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한 죄의식을 나름 가슴에 고스란히 안고 있던 어느 날, 고흥군에서 시행한 문화기획 프로그램에서 바다를 사랑하는 친구들을 찾을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 ‘지구벗’이라는 열린 단체(원하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음)를 만들게 된 것이다.
지구벗을 결성해 처음 시작한 일은 해변 정화 운동(‘비치코밍’)이었다. 이후로 업싸이클링이나 제로 웨이스트 워크숍 등을 공유했으며, 더 나아가 예술과 결합한 전시회도 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선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기울어져 가는 배를 일부의 힘으로만은 세울 수 없을 것이라 예측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노력해보자, 애써보자’고 하는 일이 지금의 내가 하는 일이라서 이런 일들을 하다 보니 원래 해오던 문화예술 기획자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으나 2024년, 올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지금까지 해오던 비치코밍과 업싸이클링 활동을 기본으로 가져가면서 거기에 따로 ‘생태영화제’와 ‘생태환경문화제’ ‘북콘서트’ 그리고 공연과 마켓 행사도 들어가 있다. 사실 지원사업이 되어도 고민, 안 되어도 고민인 그런 현실이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이러한 삶의 방향과 생각을 함께 나누자고 결심한 이상 그 방향으로 열심히 걸어가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좌충우돌하면서 살아내는 것이 한결같은 내 삶이다. 크하하.
어디부터 환경이고, 어디부터 건강이고, 어디부터 문화이고, 어디부터 정치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마주치는 지점을 우선으로 하되 그 기반은 지구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내 행동과 행위의 기본이 된다.
행동력이 약한 나를 채찍질하는 문구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유럽에서 워크숍을 할 때 늘 되뇌던 “better person”이었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에서 난 이 말을 자주 사용했다. 이 말을 하면 덩치가 산만 한 유럽 친구들도 고개를 함께 끄덕이는 게 보였고 난 거기서 힘을 얻었다.
또 다른 하나는 “사랑한다면 행동하세요”란 친절한 문구다. 자연에 대한 내 사랑을 더 늦기 전에 행하는 일이 지구벗 활동이다.
힘들 때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두 문구를 나의 친애하는 녹색당 동지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 ― ‘푸른 구슬’ 지구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지구벗이며 녹색당이다.
Happy new year!
바다, 고래, 앵무새, 고양이, 강아지, 판다, 조개, 소라, 꽃, 맛난 커피, 반짝이는 윤슬, 숲속 냄새, 지의류, 음악, 햇빛, 사막, 오리온의 벨트, 여행, 다양한 색의 어울림, 한옥 처마 빗소리, 오래된 손때 묻은 소품들, 편한 옷, 고인돌, 깊고 깊은 눈빛 등등을 좋아하는 현재 고흥에서 사는 사람.
[연재_우리 집엔 사람 같은 개, 여우 같은 개가 산다] 해와(장흥)
*오로지 글쓴이의 상상으로 반려견들의 의중을 해석한 것임을 명시합니다.
까치도, 설날도 우리 집 근처로는 오지 말아줄래요?
이렇게 따끔(?)하게 한마디를 해도 솔이는 꼿꼿이 털을 세우고 보이지도 않는 마당을 향해 웡웡 짖는다. 이 녀석이 바로 사람 같은 개, 솔이다. 일명 ‘개솔이’라 불리는 이 녀석은 몹시 게으르고 둔해 보이지만 수하를 잘 다룰 줄 알고, 사람 말을 잘 알아듣는 명석한 두뇌를 가졌으며, 원하는 게 있으면 소리를 내지 않고도 눈빛만으로 의사 전달을 하는 데 능한 우리 집 우두머리라고 볼 수 있다.
온순하고 착하며 상황 파악을 잘하는 반면,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시킬 때는 그게 사람이든 개든 명확하게 화를 낼 줄도 안다. 사람에게 애교도 부리지만 적당한 거리감까지 유지해주니 주위의 부러움을 사곤 한다. 진도견으로, 새하얀 털을 자랑하고 2년 동안 씻지 않아도 냄새가 별로 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한다. 함께 사는 동거견 '키미'를 수하처럼 부리며 집단속까지 하는 녀석이다.
키미는 성격상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면 무조건 가서 보고 짖어줘야 하는 애다. 이 둘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키미 선에서 해결할 일과 솔이가 함께 나서줘야 하는 일이 나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집 앞에 차가 지나간다거나 뒷동산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된다거나 새가 나무 위에 앉아 약을 올린다거나 하는 일은 보통 키미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홀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키미의 모습은 근사하다. 위풍당당하게 고개를 추켜들고 개구멍으로 유유히 들어와(우리 집엔 거실과 마당이 연결된 통로가 있다) 솔이의 똥꼬 냄새를 맡는 것으로 마무리 ‘컨펌’을 받는다. 그 외에 집 앞에 개가 출몰한다거나 택배 아저씨가 짐을 들고 대문을 여는 일엔 솔이도 함께 나가 짖어준다. 물론 비가 오거나 밖이 춥거나 너무 더우면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본능을 게으름이 쉽게 이겨버린다. 이런 상황은 내가 견디기에 어렵지 않다. 마당에서 짖으면 그나마 소리가 멀어 작게 들리니까. 다만 나를 괴롭게 하는 그 외의 상황들도 있다.
바로 집 근처에서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날 때다. 키미는 냅다 먼저 달려 나가 일단 짖으며 주변을 살핀다. 그때 솔이는 굳이 나가지 않고, 귀를 쫑긋 세워 상황을 판단하다가 느낌이 좋지 않다 싶으면 집 안에서 벽에 진동이 느껴질 만큼 크게 짖어준다. 마치 '나, 집 안에 있다. 들어오려면 각오해야 할 거야' 같은 엄포다. 귀를 막아봐야 소용이 없는 큰 소리다. 보통은 하루에 한두 번 정도 이런 일이 있는데 요즘처럼 명절이 되면 마을에 사람들이 북적여서 잦은 편이다. 평소에는 말을 잘 듣는 녀석이지만 본분에 충실할 때는 말려도 소용이 없다. 상황을 판단하고 다시 자리에 누울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사실 이 녀석은 사람을 무척 좋아해서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좋아서 꼬리를 사정없이 흔든다. 낯선 사람이 집 문을 열고 들어오면 큰 소리로 짖는데 그 이유가 왠지 '냉큼 들어와서 당장 나를 만져주거라'와 비슷한 의미인 것 같다. 지인들이 집 안에 들어오면 평소에는 굳이 열지 않던 안전문을 톡톡 건드려 열어젖힌 뒤 30kg에 육박하는 몸무게로 사람들에게 뛰어오른다거나 무릎에 앉으려 한다. 자신의 무게를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 틀림없다.
여러 사람이 집에 왔을 때는 더하다.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혹여 내가 마당에 나가 있으라고 한다거나 떼어놓으려 하면 이를 드러내며 크게 화를 낸다. 나는 제압 당한다. 평소엔 볼을 깨물어도, 귀를 쑤셔도, 배를 베고 자도 가만히 있는 녀석이 사람들만 보면 꼬리 모터가 사정없이 돌아가고 커다란 혀를 날름거리며 얼굴을 핥아준다.
설 전부터 며칠째인지 모르겠다. 차가 섰다가 가는 소리,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내는 웃음소리,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 앞집에서 고기 구워 먹는 소리 등 주변에서 온갖 낯선 잡음이 나니 솔이도 얌전히 있지를 못한다. 이럴 땐 ‘개소리’들 때문에 집을 떠나는 게 상책이다 싶다. 한편으로는 어디서든 짖기라도 하는 것이 다행인가 생각한다. 짖을 때는 일어나 서성거리거나 마당에 나가보기도 하니 말이다. 잠자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터라 하루 24시간 중 19시간은 누워있거나 코를 골며 자는 것 같기 때문이다.
명절 때 내가 집에만 박혀있으니 콧바람 쐬게 해주려는 깊은 뜻이라고 생각해버리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이번 설은 날씨가 따뜻하다. 어딜 가볼까. 우리 개솔이 덕에 마시는 콧바람에 기분이 좋다. 다들 새해에는 무엇을 하셨으려나?
안녕하세요, 해와입니다. 전남 장흥에 살며 이런저런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전남녹색당 당원 여러분에게 저희 단란한 가족을 소개하고 싶어서 에세이를 써보겠다고 자처했답니다. 앞으로 한동안 솔이와 키미의 이야기로 《떡갈나무카페》 한 부분을 채워보겠습니다. 이쁘게 재밌게 가볍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알립니다]
‘22대 총선 비례 후보 선출 당원 총투표’에 함께해 주세요
4월 10일에 치러질 22대 총선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를 확정하기 위한 당원 총투표가 19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오는 23일(금) 저녁 6시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앞서 발송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정유현, 허승규, 황정화 세 후보의 출마의 변과 토론 내용 등을 참조하여 투표에 참여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되살이꽃 글방 모임
동지팥죽과 슈톨렌으로 한 해를 닫고 연 날이 어저께 같은데 까치까치 양력설 지나고 우리우리 설날도 지나며 떡국도 두 그릇 먹었구요. 입춘방을 나누고, 지금 내리는 우수 절기 봄장마 같은 비를 지나면 곧 대보름이네요. 저 큰 달에 지구와 우리 몸의 70퍼센트의 물이 이끌리며 크게 출렁이면, 이제는 정말 꽃눈 잎눈 다 눈뜨고 나만 마음의 눈을 뜨면 될 것 같은,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일 터. 코로는 매화 향기 쫓으며 손으로는 쑥을 캐고 밭을 일구며 저마다의 글밭을 가꾸게 될 듯합니다.
새해 들어 다시 시작된 6시 아침 낭송은 어느덧 우응순 샘의 『시경 강의 3:회풍・정풍』 페이지를 넘기고 있고요, 월수금 저녁 8시 글쓰기방은 이어지고 있어요. 생활글도 좋고 주제글도 좋아요. 이번 달도 마지막 주 화요일, 장흥 마을가게에서 점심 글밥 나누며 오프 글방 엽니다. 내 일상과 내면 주제 혹은 사회탐구 글 쓰고자 하는 글벗이여, 저마다 내면에 그려 넣던 겨울나무마다 다 마음의 눈을 떠서 환히 피어나는 봄날이기를. 함께 책이불 덮으며 글밥 나누실 분 연락주세요~ 지선 010-4719-1558
페미니즘/소수자 읽기 모임
지난 1월 모임에서는 클레어 키건의 소설 『맡겨진 소녀』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었습니다. 술술 읽히는 가벼운 소설이라고 생각하며 읽다 보면, 작은 감동이 조금씩 묻어나다가 끝내 감동의 물결에 휩싸이게 되는 참으로 멋진 소설 두 편을 공유했습니다. 『맡겨진 소녀』를 영화화한 <말 없는 소녀> 역시 훌륭합니다. 긴 겨울을 나느라 고단해진 몸과 마음을 따듯하게 위로해 줄 책과 영화를 추천합니다.
다가올 2월 모임에 관해 안내해요.
"우리는 돈 없이 살 수 있을까? 진짜 혁명은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지 않는 습관에서 시작된다.“ 책, 『0원으로 사는 삶』의 뒤표지에 쓰여 있는 문구를 옮깁니다.
책의 도입부에서 저자인 박정미 님은 말합니다. "집세를 내지 않더라도 전기를 쓰는 한 전기세를 내야 한다. 채소는 자급자족하지만 두유와 사과, 견과류는 자체적인 수급이 어렵다. 오토바이에 넣어줄 밥에 멍멍이들의 밥도 마련해야 한다. 이것들은 여전히 포기하기 힘든 나만의 소박한 럭셔리이자 돈을 주고 사는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아주 가끔 돈벌이에 나선다."
자급자족의 영역을 조금씩이지만 단단히 넓히고, 소비하는 나의 영역을 조금씩이지만 유연하게 좁히는 저자의 경험이 아주 낯설지는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2월 25일 일요일, <들락날락작은도서관>(광주 서구 내 방로 338번 길 12)에서 오전 11시 만나기로 했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연락 주세요. 살짝 호기심 생기면 그것도 연락 주세요. 수나 010-4855-1355
당원들이 꾸리고 참여하는 ‘대안 장’ 2024년 3월 일정
직접 농사지은 건강한 농작물,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먹거리, 손수 제작한 아름다운 공예품 등을 사고팔고 나누고 교환하며 장을 꾸려갑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면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온 대안 장 장터에서 열릴 봄맞이 장날 일정을 알려드려요.
🌿 마실장(1‧6일인 용산오일장 장날과 주말이 겹칠 때 열려요.)
-3월 16일(토) 오전 10시~12시
-장흥군 용산면 마실장 장옥(용산면 인암길 4) 일대
🌿 풀풀장
-3월 16일(토) 정오∼오후 3시
-벌교읍 <수나커피>(태백산맥길 34)
[‘탈핵텃밭’에서 알려요!] 이런 (탈)핵 용어②_베크렐(Bq)과 시버트(Sv)
‘(탈)핵 용어에 관해 공부 좀 하고 싶은’ 당원들을 위해 마련했습니다.
관련 용어들을 차근차근, 조목조목 알려드려요.
‣ Bq(베크렐)
물질의 방사능 오염도 측정 단위로, 방사성 물질이 1초에 원자핵을 몇 번 붕괴하는지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방사선을 발견한 공로로 퀴리 부부와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프랑스의 물리학자, 앙리 베크렐의 이름에서 따왔다.
음식의 방사능 기준치로 Bq/kg(킬로그램당 배크렐)을 사용하며, 한국의 경우 아이오딘(iodine=요오드iod(jod) - I)과 세슘(cesium - Cs)은 영유아용 식품과 유제품 50Bq/kg, 기타 식품 100Bq/kg을 방사능 기준치로 하고 있다. 2019년 7월 이후 승인된 아파트는 실내 라돈(우라늄과 라듐이 붕괴되면서 땅으로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 기체) 기준치, 148Bq/m³을 적용 중이다.
‣ Sv(시버트)
생물체가 맞은 방사선의 양(방사능 물질에 의한 신체의 충격량 또는 방사선 피폭량)을 말한다. Sv는 상당히 큰 단위여서 보통 이의 1/1000에 해당하는 mSv(밀리시버트)를 쓴다. 국제방사선방호협회는 일반인이 노출되어도 되는 방사선량을 연간 1mSv, 유럽방사선학회는 0.1mSv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국립과학원에서는 노출 허용 가능한 방사선 기준치란 없고, 아주 낮은 방사선이라도 노출되면 그에 따라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놀라놀라 땡땡땡] 아이들과 비인간동물들의 반짝이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