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색당'을 심는 사람들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https://stib.ee/vV5C
5분만 시간 내어 전남녹색당과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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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제51호)
전남녹색당 안팎의 주요 소식, 당원 인터뷰 글과 에세이, ‘놀라놀라 글과 그림’ 등을 담아 전해 드려요.
다시 4월입니다. 희고 노란 꽃들 피고 지는 이 봄날의 복판 곳곳에서 하늘의 별이 된 10년 전 사람들을 떠올리는 우리를, 얕게든 깊게든 지난 총선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우리를 만납니다.
계절이 피고 지면서 순환하듯 우리네 삶의 이야기와 풍경들도 시나브로 피어나다 이울어감을 되풀이할 테지요. 4월이라 더 그럴까요, 연두에서 초록으로 나날이 굳세어 가는 산야의 초목 같은 묵묵한 단단함을 새기게 되는 이즈음입니다.
[한 달간 소식✍️]

3.25 조천호 박사 초청 강연회_순천(세대공감 비타민센터 2층)
3월 25일, 대기과학자이자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조천호 박사를 모시고 '기후가 아니라 정치를 바꿔야 할 때'라는 주제로 기후정치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비 내리는 월요일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담양, 여수, 고흥, 보성, 순천 등 각지에서 찾아온 50여 명의 시민이 자리를 가득 채워주었습니다. 이 강연회 참석을 계기로 '조천호 박사의 활동과 기후정치에 힘이 되고자' 녹색당에 입당해주신 분도 계셨어요.^^ (아래, 당원 인터뷰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과학자답게 여러 수치와 자료를 기반으로 당면한 기후위기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나아갈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 강연자가 잘 설명해주신 덕분에 청중들 또한 자신을 '기후시민'으로 다시금 정체화하면서 '기후정의운동, 기후시민과의 연대'의 중요성을 다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4.5 <느티나무 아래> 상영회_순천(영상미디어센터 두드림)

토종씨앗을 보존해 가려는 농부들의 이야기를 담은 <느티나무 아래>가 전남녹색당 당원참여예산 지원을 받아 4월 5일, 식목일에 상영되었습니다. 이번 상영회는 전남녹색당과 순천 ‘재미난협동조합’에서 예산을 지원하여 ‘순천토종씨연구모임’에서 주최한 행사였어요. 40명이 조금 안 되는 관람객들이 영화를 본 후 소감을 나누었답니다.
영화를 본 이들이 안타까워했던 것은 귀농자들이 귀농 초기에는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안상희 농부와 더불어 토종씨앗을 보존하는 일을 해나가지만 결국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농촌을 떠나고 안상희 님만 남게 된 장면이었어요. 소감을 나눠준 관객 중에는 텃밭농사라도 짓고 있는 이들이 많았는데, 다들 이 부분에서 할 말이 많은 듯했습니다. 선거일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열린 행사여서 그런가 농사를 지으면서도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투표를 잘하자’고 다짐하며 상영회 자리는 마무리었습니다..
이번 상영회는 당원참여예산으로 치러진 올해 첫 행사였어요. 전남녹색당에서는 당원들의 ‘작은 꿍꿍이’를 응원하며 당원프로젝트로 소정의 금액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참여예산을 통해 더 다양한 자리가 마련되길 바라며 신청을 받고 있답니다.
▸문의_010-칠이사이-1623 (한진희)
[당원 인터뷰] 전정웅(여수)

전정웅 당원님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근래에 새로 가입한 전정웅입니다. 3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여수에서 쭉 살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관심 분야가 넓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싫증을 잘 내고 게으른 편이라서, 어느 하나 끝까지 파고들지는 못하는 사람입니다.
기후과학자 조천호 박사님의 강연을 듣고 녹색당 당원이 되셨어요. 녹색당 입당 계기나 가입 당시의 마음, 생각 등에 관해 좀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기후 문제와 환경문제가 중요하다고 인식은 했지만, 약간 방관자의 태도였습니다. 가까이에 실천하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아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배우 김석훈 님의 유튜브 '나의 쓰레기 아저씨'를 보면서 더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인접한 순천의 '노플라스틱카페'나 '유익한 상점'처럼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곳이 있다는 것에서, 가까운 곳에 실천과 행동을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영향으로 저도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 노력 중입니다.
SNS를 통해 조천호 박사님의 강연이 있음을 알게 되어 참석했습니다. 강연 시작 전에 사무처장님께서 '녹색당 사무처장'이라고 소개를 하셨을때, '녹색당에서 주최/주관을 한 건데, 총선 때문에 티(?)를 못내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연을 듣고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런 강연이나 활동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정적인 참석자가 많아져야 한다. 아주 미미하지만 수강료 명목으로 당비라도 내야겠다'는 생각에 당에 가입을 했습니다.
<녹색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드는 느낌이 있는지요?
맑고 환하고 밝다는 느낌입니다.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기 전에는, 노동운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노동 관련한 현장의 사진들은 대체로 전위적인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본 녹색당의 활동 사진들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보이는 것과 달리, '어렵다'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환경에 대해 방관자적 태도였을 때는, '나 같은 사람이 함께하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SNS나 인터넷을 통해 접했던 환경 관련 활동가분들은, 어렵고 불편한 것에 노력과 인내를 하며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아직 디젤차를 타고, 일회용품도 좀 쓰기에 '나는 많이 부족한 사람, 활동가분들과 섞이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종교에 비유를 해볼게요. 저는 불교에 가까운 무교인데, 출가해서 스님이 되지 않더라도 불자의 삶은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작은 목표에 대한 실천만 있다면, 녹색당은 어렵고 힘든 정당이 전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정웅 님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정치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또는 정웅 님이 생각하는 정치(또는 정당)란 무엇인가요?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이 정치를 마주하는 순간이 아닐까요? 제 가입 동기로 예를 들어볼게요. 퇴근 후 조천호 박사님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주 52시간제가 정착되어서 가능했습니다. 주 52시간제는 정치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죠. 강연을 듣고 '나도 미약하지만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역시 일상에서의 정치의 순간이죠.
제가 생각하는 정치나 정당은, 너무 뻔한 답이에요. 어떤 것을 더 우선시해야 하는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것이 정치죠. 우선순위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것이 각각의 정당이구요. 물론 생각의 차이가 있다 보니, 보편적으로 중요한 것에 대해서도 그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게 다소 안타까워요.
녹색당의 여러 의제 중에 관심이 가거나 앞으로 더 알아보고 싶은 분야가 있을까요?
당의 의제를 넘어서,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기후 문제에 대해서 조금씩 공부하는 중입니다. 지난번 조천호 박사님 강연에서 알게 되었던 IPCC 6차 보고서도 국문판을 읽어봤구요(번역체라 좀 어색해서 읽기 힘들었지만요…), 기후 시민 관련한 책도 구하고 있습니다. 다른 의제들은 풀어나가는 방법이나 방향성, 관점에 관한 생각이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 문제는 모든 이들이 공통된 방향으로 풀어가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 가입한 지도 얼마 안 되었고, 별다른 활동을 한 적도 없다 보니 아직까지는 기후 문제가 제일 중요해 보입니다.
어느덧 봄이 찾아왔네요! 봄이 와서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봄에는 여름이 기다려집니다. 어릴 적에는 '황사'라는 표현을 더 많이 썼는데, 이제는 '미세먼지'라는 표현이 더 익숙해졌네요. 봄, 가을, 겨울에는 미세먼지가 너무 심합니다. 여름이라고 항상 쾌청하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봄/가을/겨울보다는 미세먼지도 좀 덜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봄이 오면 여름이 기다려집니다.
그런데 막상 여름에는 폭염 때문에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저는 뚱뚱해서 더위를 많이 탑니다. 제가 어릴 때는 32도를 넘어가는 날이 흔치 않았는데, 요즘은 32도는 기본이네요. 가을이 되면 쾌청할 때가 종종 있지만, 역시 '미세먼지'가 많기 때문에… 겨울도 미세먼지가 꽤 있구요. 겨울과 봄을 건너뛰고 여름이 기다려지구요. 사계절 내내 도망만 다니고 싶은 거네요.
정웅 님은 무엇을 하거나 어떤 상태일 때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일상 속에서 평온함과 행복감을 찾는 나름의 방법 또는 비결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예전에는 왜 아저씨들이 카톡이나 SNS 프로필 사진으로 꽃 사진을 선택하는지 몰랐는데, 요즘 들어 좀 공감이 되어갑니다. 지나가다 예쁜 꽃을 보았을 때, SNS에서 반려동물의 귀여운 모습을 볼 때, 연로하신 할머니가 컨디션이 좋을 때, 가족이나 친구들과 식사할 때, 조카들과 장난칠 때, 좋은 노래를 들을 때, 여행이나 운동할 때 등등 일상의 별거 아닌 것에서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
평범한 삶이 정말 힘들고 어려운 것임을 느꼈다 보니,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게 되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거나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는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환경에 관심이 있는 것도 인정욕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인정욕구 때문에 저 스스로 '깨어있는 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깨어있는 척하는 사람'이 정말 '깨어있는 사람'이 되도록, 전남녹색당 당원분들이 좋은 활동이나 모임에 많이 불러주시고, 많이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원 에세이] | 심명선(순천)
듣는 자리

옛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까요?
옛날에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아이는 이야기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이야기판이 벌어진 곳이면 어디든 가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아이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 좋아했지, 들은 것을 남에게 이야기해주지는 않았죠. 대신에 들은 이야기를 잊어버릴까봐 종이에 적어 주머니에 넣고 벽장에 모아두었답니다.
여러 해 동안 주머니에는 이야기가 가득 차고, 꽁꽁 갇혀 답답했던 이야기들은 아이를 혼내주려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아이가 자라 장가가는 날, 가는 길에 만나게 될 옹달샘과 산딸기, 청실배로 변신해 새신랑을 죽이려고요. 하지만 다행스럽게 모의를 엿들은 머슴의 기지로 신랑은 위기를 모면하게 됩니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신랑은 갇혀 있던 이야기들이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주머니를 풀어주었고, 신랑도 머슴도 잘 먹고 잘 살았답니다.
‘이야기의 본질은 곧 이야기하기’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긴 이 옛이야기를 제가 언제 처음 들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아요. 하지만 여러 옛이야기가 그렇듯, 이 이야기 역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삶의 지혜와 본질을 꿰뚫는 핵심으로 공간을 옮겨 다니고, 시간을 이어 저한테 온 것은 분명합니다. 재미난 옛이야기 한 편에 살짝 얹어진 제 이야기도 함께 누군가에게로 흘러가기를 바라며 글을 적습니다.
2005년 밀양765kV송전탑반대 운동이 시작되고 2014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 10년이 흘렀지만, 송전탑 뽑는 그날을 바라며 여전히 ‘밀양할매’의 싸움은 진행 중입니다. 마음은 더욱 간절하지만 할매들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더하여 에너지 정의는 온데간데없고, 정부의 핵 폭주 정책은 가속도가 붙어 끝을 알 수가 없는 지경이지요. 이런 상황을 마주하고,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지난해 “기후정의 시대, 탈탈 시발(始發) 선언”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7월부터 탈탈시발대의 활동으로 탈송전탑 탈핵 낭독회를 추진했습니다.
지난 1월 출간된 『전기, 밀양->서울』(교육공동체 벗, 2024)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작고 소박한 <탈탈낭독회>가 순천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어요. ‘밀양할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낯선 이야기로, 누군가에게는 주머니에 꽁꽁 묶여 있다가 풀려나 살아나는 이야기로 퍼져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 자리에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위안이 됩니다. ‘우리는 지지 않는다’는 밀양할매들의 외침이 귓가에 쟁쟁합니다.
‘밀양 탈송전탑 탈핵 운동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임을 자처한 김영희 선생님은 책 서두에 “듣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말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장소를 만든다”라고 합니다. 말하는 이가 아무리 간절히 외쳐도 듣는 이가 없다면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지요. 말의 힘은 듣는 이들이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발휘된다고 생각합니다. 말할 자리를 만들고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듣는 이의 열망이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낭독회를 준비하는 이들은 노심초사 걱정이 많습니다. 낭독할 책을 함께 읽고 여러 차례 준비 회의를 하고, 모인 이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듣는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작은 화병을 정성스럽게 탁자 위에 올려두기도 합니다. 긴 여정이 어려워 때로는 이야기 마당에 ‘밀양할매’가 함께 하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할매들의 이야기는 책 속에서 나와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 “송전탑 뽑아줄티 소나무야 자라거라” 소망을 만듭니다. 함께하는 기쁨과 더불어 밀양할매의 이야기, 이 시대의 이야기가 기억되고 되살아납니다.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10년, 세월호 참사 10주기…… 우리가 기억해야만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 사건들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시간이지만, 해결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잊지 않고 기억해야 달라질 수 있겠지요. 기억은 노력해야 가능합니다. 입 밖으로 꺼내 흐르게 할 때 사라지지 않겠죠. 지금, 여기 우리들의 이야기가 ‘갇힌 이야기’가 되어 더 큰 위험으로 몰려오지 않도록 이야기를 전하려는 ‘말하는 이’의 간절함 그리고 ‘듣는 이’로서의 열망이 만나 서로를 돌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자주, 좀 더 가까이 이야기 한 자리가 펼쳐지길 바랍니다.

🌿 심명선
어린이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입니다. 2012년부터 밀양할매들 곁에서 단단하고 품위있게, 소박하게 사는 삶을 배우고 있어요.
[연재_우리 집엔 사람 같은 개, 여우 같은 개가 산다]
* 이번 달엔 쉬어 갑니다. 다음 달에 만나요!
[알립니다]
되살이꽃 글방 3월 모임 이야기와 4월 모임 안내


여기를 보나 저기를 보나 꽃이 두 눈을 사로잡는 시절입니다. 되살이꽃글방도 나름 꽃 계열인데요, 이게 보통 꽃이 아닙니다. 영어로 리본플라워(rebornflower), 나를 다시 살게(태어나게) 하는 꽃이니 얼마나 귀한가요. 되살이꽃글방은 그 이름 덕을 입어서 그런지 이번 달에도 꿋꿋이 피어 ‘글쓰기가 왜 우리를 다시 살리는지’ 알아차리게 했습니다.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아로마오일 찔끔 몸살림’ 시간을 가지며 모임을 시작했고요, 메주꽃의 그림책 컬렉션 2탄, 유리 슐레비츠의 『내가 만난 꿈의 지도』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메주꽃은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피난 시절 이야기를 듣고 자랐기 때문에 책에서 묘사되는 피난민의 생활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고 해요. 『내가 만나 꿈의 지도』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위대한 그림책 작가는 어떻게 태어나는지를 보여주는 감동 답안 같은 책이었습니다.
본격 글쓰기 비평 시간엔 잡동사니를 잡동사니 아니게 하는 글부터 자신의 성향을 탐색하며 자기 긍정으로 나아가려는 글, 일상과 동화를 버무린 글, 섬세하게 내면 풍경과 소리를 담아낸 소설, 자연과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웅장한 글까지, 가지각색의 글을 읽으며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우리의 글이 어떻게 하면 우리 안에 머물지 않고 더 넓은 우리를 향해 흘러갈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다음 달 4월 모임은 30일 오후 1시 장흥 옆가게에서 있습니다. 글쓰기를 수행으로 삼아 새롭게 살고자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문을 활짝 열어둘게요. 010-4719-1558로 연락 주세요~
4월의 페미니즘・소수자 책 모임 안내 
3월 모임에서 읽은 일라이 클레어의 『눈부시게 불완전한』이 여전히 강한 울림으로 마음에 진동을 줍니다. 뇌성마비 장애를 가졌으며 젠더퀴어인 클레어가 전하는 진짜 목소리를 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께 강력 추천 드리며, 4월의 책 모임을 안내합니다.
여성작가들(황정은, 안윤, 박서련, 김멜라, 서수진, 김초엽)의 단편을 엮은 『팔꿈치를 주세요』입니다. 포털 사이트에 있는 책 소개를 옮깁니다.
“자신과 자신의 곁을 돌보는 여섯 편의 이야기는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바뀌어버린 세상에서 젠더, 인종, 나이, 계급 등의 문제를 끌어안은 채 오늘도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회복의 메세지를 전한다.”
이제는 흔히 곁을 맴돌게 된 코로나19가 처음 전세계적 악몽으로 번지던 날이 선명합니다. 마스크를 벗고 (지금은 미세먼지를 걱정하지만) 깊게 단 숨을 들이켜며 하는 상상은 코로나 다음에 무슨 일이 다가올까 하는 염려입니다. 나의 세계를 꿋꿋이 키우기에 좋은 밑거름이 되는 책 읽기 모임 ― 관심 있으신 분은 연락 주세요.
일시 : 4월 28일 일요일. 오전 11시.
장소 : 광주 들락날락작은도서관(광주 서구 내방로 338번길 12)
문의 : 수나, 010-4855-1355
당원들이 꾸리고 참여하는 ‘대안 장’ 일정
직접 농사지은 건강한 농작물,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먹거리, 손수 제작한 아름다운 공예품 등을 사고팔고 나누고 교환하며 장을 꾸려갑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면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온 전남 곳곳의 대안 장 장터에서 열릴 5월 장날 일정을 알려드려요.
🌿 마실장
5월 11일(토)과 26일(일) 오전 10시∼12시
마실장 장옥(장흥군 용산면 인암길 4) 일대
* 1・6일인 용산오일장 장날과 주말이 겹칠 때 열려요.
🌿 우리들의 해방장
5월 18일(토) 오후 2시 ~ 5시
해남공원(해남군 해남읍 구교리 308) 일대
* 올 한 해, 해방장에서는 안 쓰는 물건을 순환시키는 ‘나누장’과 함께 ‘수리할 권리’라는 키워드로 수리・수선할 물건들을 들고 나와 함께 고쳐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 장터 참여 신청 010-2224-3879
🌿 풀풀장
5월 18일(토) 정오 ~ 오후 3시
수나커피(벌교읍 태백산맥길 34)
* 올해 풀풀장은 홀수달마다 셋째 주 토요일에 열려요.
[탈핵텃밭에서 알려요!]_이런 (탈)핵 용어④_자유 래디컬
‘(탈)핵 용어에 관해 공부 좀 하고 싶은’ 당원들을 위해 마련했습니다.
관련 용어들을 하나씩 정리해가며 차근차근 알려드려요.
‣ 자유 래디컬(free radical)
방사선(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이 몸속에 들어오면 생체 조직을 구성하는 성분, 특히 우리 몸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물을 이온화하게 되는데, 이때 활성산소 같은 자유 래디컬이 만들어집니다. 자유 래디컬은 이온화되어 짝짓지 못한 홀전자(unpaired electron)를 가진 반응성이 커진 원자나 분자로, 불안정하고 화학 반응성이 매우 커서 다른 원자들과 쉽게 반응합니다. 방사선과 같은 고에너지 전자기파가 분자에서 전자를 떼어내는 역할을 하고, 주변 세포에서 전자를 빼앗아 오는 과정에서 분자가 전자를 잃는 반응을 ‘산화’라고 합니다. 자유 래디컬은 우리 몸을 산화시켜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유해 화학 인자와 같은 원리로 단백질 등 생체 분자를 마구 파괴하며,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 손상을 유발하여 암을 일으키고 기형을 초래하게 합니다.
[놀라놀라 땡땡땡] 아이들과 비인간동물들의 반짝이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 《놀라신문》 200호



그리고 말한 이_만율(장흥 장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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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제51호)
전남녹색당 안팎의 주요 소식, 당원 인터뷰 글과 에세이, ‘놀라놀라 글과 그림’ 등을 담아 전해 드려요.
다시 4월입니다. 희고 노란 꽃들 피고 지는 이 봄날의 복판 곳곳에서 하늘의 별이 된 10년 전 사람들을 떠올리는 우리를, 얕게든 깊게든 지난 총선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우리를 만납니다.
계절이 피고 지면서 순환하듯 우리네 삶의 이야기와 풍경들도 시나브로 피어나다 이울어감을 되풀이할 테지요. 4월이라 더 그럴까요, 연두에서 초록으로 나날이 굳세어 가는 산야의 초목 같은 묵묵한 단단함을 새기게 되는 이즈음입니다.
[한 달간 소식✍️]
3.25 조천호 박사 초청 강연회_순천(세대공감 비타민센터 2층)
3월 25일, 대기과학자이자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조천호 박사를 모시고 '기후가 아니라 정치를 바꿔야 할 때'라는 주제로 기후정치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비 내리는 월요일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담양, 여수, 고흥, 보성, 순천 등 각지에서 찾아온 50여 명의 시민이 자리를 가득 채워주었습니다. 이 강연회 참석을 계기로 '조천호 박사의 활동과 기후정치에 힘이 되고자' 녹색당에 입당해주신 분도 계셨어요.^^ (아래, 당원 인터뷰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과학자답게 여러 수치와 자료를 기반으로 당면한 기후위기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나아갈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 강연자가 잘 설명해주신 덕분에 청중들 또한 자신을 '기후시민'으로 다시금 정체화하면서 '기후정의운동, 기후시민과의 연대'의 중요성을 다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영화를 본 이들이 안타까워했던 것은 귀농자들이 귀농 초기에는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안상희 농부와 더불어 토종씨앗을 보존하는 일을 해나가지만 결국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농촌을 떠나고 안상희 님만 남게 된 장면이었어요. 소감을 나눠준 관객 중에는 텃밭농사라도 짓고 있는 이들이 많았는데, 다들 이 부분에서 할 말이 많은 듯했습니다. 선거일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열린 행사여서 그런가 농사를 지으면서도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투표를 잘하자’고 다짐하며 상영회 자리는 마무리었습니다..
이번 상영회는 당원참여예산으로 치러진 올해 첫 행사였어요. 전남녹색당에서는 당원들의 ‘작은 꿍꿍이’를 응원하며 당원프로젝트로 소정의 금액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참여예산을 통해 더 다양한 자리가 마련되길 바라며 신청을 받고 있답니다.
▸문의_010-칠이사이-1623 (한진희)
[당원 인터뷰] 전정웅(여수)
안녕하세요. 근래에 새로 가입한 전정웅입니다. 3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여수에서 쭉 살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관심 분야가 넓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싫증을 잘 내고 게으른 편이라서, 어느 하나 끝까지 파고들지는 못하는 사람입니다.
기후과학자 조천호 박사님의 강연을 듣고 녹색당 당원이 되셨어요. 녹색당 입당 계기나 가입 당시의 마음, 생각 등에 관해 좀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기후 문제와 환경문제가 중요하다고 인식은 했지만, 약간 방관자의 태도였습니다. 가까이에 실천하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아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배우 김석훈 님의 유튜브 '나의 쓰레기 아저씨'를 보면서 더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인접한 순천의 '노플라스틱카페'나 '유익한 상점'처럼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곳이 있다는 것에서, 가까운 곳에 실천과 행동을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영향으로 저도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 노력 중입니다.
SNS를 통해 조천호 박사님의 강연이 있음을 알게 되어 참석했습니다. 강연 시작 전에 사무처장님께서 '녹색당 사무처장'이라고 소개를 하셨을때, '녹색당에서 주최/주관을 한 건데, 총선 때문에 티(?)를 못내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연을 듣고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런 강연이나 활동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정적인 참석자가 많아져야 한다. 아주 미미하지만 수강료 명목으로 당비라도 내야겠다'는 생각에 당에 가입을 했습니다.
<녹색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드는 느낌이 있는지요?
맑고 환하고 밝다는 느낌입니다.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기 전에는, 노동운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노동 관련한 현장의 사진들은 대체로 전위적인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본 녹색당의 활동 사진들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보이는 것과 달리, '어렵다'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환경에 대해 방관자적 태도였을 때는, '나 같은 사람이 함께하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SNS나 인터넷을 통해 접했던 환경 관련 활동가분들은, 어렵고 불편한 것에 노력과 인내를 하며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아직 디젤차를 타고, 일회용품도 좀 쓰기에 '나는 많이 부족한 사람, 활동가분들과 섞이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종교에 비유를 해볼게요. 저는 불교에 가까운 무교인데, 출가해서 스님이 되지 않더라도 불자의 삶은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작은 목표에 대한 실천만 있다면, 녹색당은 어렵고 힘든 정당이 전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정웅 님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정치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또는 정웅 님이 생각하는 정치(또는 정당)란 무엇인가요?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이 정치를 마주하는 순간이 아닐까요? 제 가입 동기로 예를 들어볼게요. 퇴근 후 조천호 박사님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주 52시간제가 정착되어서 가능했습니다. 주 52시간제는 정치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죠. 강연을 듣고 '나도 미약하지만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역시 일상에서의 정치의 순간이죠.
제가 생각하는 정치나 정당은, 너무 뻔한 답이에요. 어떤 것을 더 우선시해야 하는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것이 정치죠. 우선순위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것이 각각의 정당이구요. 물론 생각의 차이가 있다 보니, 보편적으로 중요한 것에 대해서도 그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게 다소 안타까워요.
녹색당의 여러 의제 중에 관심이 가거나 앞으로 더 알아보고 싶은 분야가 있을까요?
당의 의제를 넘어서,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기후 문제에 대해서 조금씩 공부하는 중입니다. 지난번 조천호 박사님 강연에서 알게 되었던 IPCC 6차 보고서도 국문판을 읽어봤구요(번역체라 좀 어색해서 읽기 힘들었지만요…), 기후 시민 관련한 책도 구하고 있습니다. 다른 의제들은 풀어나가는 방법이나 방향성, 관점에 관한 생각이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 문제는 모든 이들이 공통된 방향으로 풀어가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 가입한 지도 얼마 안 되었고, 별다른 활동을 한 적도 없다 보니 아직까지는 기후 문제가 제일 중요해 보입니다.
어느덧 봄이 찾아왔네요! 봄이 와서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봄에는 여름이 기다려집니다. 어릴 적에는 '황사'라는 표현을 더 많이 썼는데, 이제는 '미세먼지'라는 표현이 더 익숙해졌네요. 봄, 가을, 겨울에는 미세먼지가 너무 심합니다. 여름이라고 항상 쾌청하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봄/가을/겨울보다는 미세먼지도 좀 덜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봄이 오면 여름이 기다려집니다.
그런데 막상 여름에는 폭염 때문에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저는 뚱뚱해서 더위를 많이 탑니다. 제가 어릴 때는 32도를 넘어가는 날이 흔치 않았는데, 요즘은 32도는 기본이네요. 가을이 되면 쾌청할 때가 종종 있지만, 역시 '미세먼지'가 많기 때문에… 겨울도 미세먼지가 꽤 있구요. 겨울과 봄을 건너뛰고 여름이 기다려지구요. 사계절 내내 도망만 다니고 싶은 거네요.
정웅 님은 무엇을 하거나 어떤 상태일 때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일상 속에서 평온함과 행복감을 찾는 나름의 방법 또는 비결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예전에는 왜 아저씨들이 카톡이나 SNS 프로필 사진으로 꽃 사진을 선택하는지 몰랐는데, 요즘 들어 좀 공감이 되어갑니다. 지나가다 예쁜 꽃을 보았을 때, SNS에서 반려동물의 귀여운 모습을 볼 때, 연로하신 할머니가 컨디션이 좋을 때, 가족이나 친구들과 식사할 때, 조카들과 장난칠 때, 좋은 노래를 들을 때, 여행이나 운동할 때 등등 일상의 별거 아닌 것에서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
평범한 삶이 정말 힘들고 어려운 것임을 느꼈다 보니,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게 되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거나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는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환경에 관심이 있는 것도 인정욕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인정욕구 때문에 저 스스로 '깨어있는 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깨어있는 척하는 사람'이 정말 '깨어있는 사람'이 되도록, 전남녹색당 당원분들이 좋은 활동이나 모임에 많이 불러주시고, 많이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원 에세이] | 심명선(순천)
듣는 자리
옛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까요?
옛날에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아이는 이야기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이야기판이 벌어진 곳이면 어디든 가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아이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 좋아했지, 들은 것을 남에게 이야기해주지는 않았죠. 대신에 들은 이야기를 잊어버릴까봐 종이에 적어 주머니에 넣고 벽장에 모아두었답니다.
여러 해 동안 주머니에는 이야기가 가득 차고, 꽁꽁 갇혀 답답했던 이야기들은 아이를 혼내주려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아이가 자라 장가가는 날, 가는 길에 만나게 될 옹달샘과 산딸기, 청실배로 변신해 새신랑을 죽이려고요. 하지만 다행스럽게 모의를 엿들은 머슴의 기지로 신랑은 위기를 모면하게 됩니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신랑은 갇혀 있던 이야기들이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주머니를 풀어주었고, 신랑도 머슴도 잘 먹고 잘 살았답니다.
‘이야기의 본질은 곧 이야기하기’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긴 이 옛이야기를 제가 언제 처음 들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아요. 하지만 여러 옛이야기가 그렇듯, 이 이야기 역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삶의 지혜와 본질을 꿰뚫는 핵심으로 공간을 옮겨 다니고, 시간을 이어 저한테 온 것은 분명합니다. 재미난 옛이야기 한 편에 살짝 얹어진 제 이야기도 함께 누군가에게로 흘러가기를 바라며 글을 적습니다.
2005년 밀양765kV송전탑반대 운동이 시작되고 2014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 10년이 흘렀지만, 송전탑 뽑는 그날을 바라며 여전히 ‘밀양할매’의 싸움은 진행 중입니다. 마음은 더욱 간절하지만 할매들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더하여 에너지 정의는 온데간데없고, 정부의 핵 폭주 정책은 가속도가 붙어 끝을 알 수가 없는 지경이지요. 이런 상황을 마주하고,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지난해 “기후정의 시대, 탈탈 시발(始發) 선언”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7월부터 탈탈시발대의 활동으로 탈송전탑 탈핵 낭독회를 추진했습니다.
지난 1월 출간된 『전기, 밀양->서울』(교육공동체 벗, 2024)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작고 소박한 <탈탈낭독회>가 순천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어요. ‘밀양할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낯선 이야기로, 누군가에게는 주머니에 꽁꽁 묶여 있다가 풀려나 살아나는 이야기로 퍼져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 자리에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위안이 됩니다. ‘우리는 지지 않는다’는 밀양할매들의 외침이 귓가에 쟁쟁합니다.
‘밀양 탈송전탑 탈핵 운동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임을 자처한 김영희 선생님은 책 서두에 “듣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말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장소를 만든다”라고 합니다. 말하는 이가 아무리 간절히 외쳐도 듣는 이가 없다면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지요. 말의 힘은 듣는 이들이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발휘된다고 생각합니다. 말할 자리를 만들고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듣는 이의 열망이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낭독회를 준비하는 이들은 노심초사 걱정이 많습니다. 낭독할 책을 함께 읽고 여러 차례 준비 회의를 하고, 모인 이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듣는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작은 화병을 정성스럽게 탁자 위에 올려두기도 합니다. 긴 여정이 어려워 때로는 이야기 마당에 ‘밀양할매’가 함께 하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할매들의 이야기는 책 속에서 나와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 “송전탑 뽑아줄티 소나무야 자라거라” 소망을 만듭니다. 함께하는 기쁨과 더불어 밀양할매의 이야기, 이 시대의 이야기가 기억되고 되살아납니다.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10년, 세월호 참사 10주기…… 우리가 기억해야만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 사건들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시간이지만, 해결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잊지 않고 기억해야 달라질 수 있겠지요. 기억은 노력해야 가능합니다. 입 밖으로 꺼내 흐르게 할 때 사라지지 않겠죠. 지금, 여기 우리들의 이야기가 ‘갇힌 이야기’가 되어 더 큰 위험으로 몰려오지 않도록 이야기를 전하려는 ‘말하는 이’의 간절함 그리고 ‘듣는 이’로서의 열망이 만나 서로를 돌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자주, 좀 더 가까이 이야기 한 자리가 펼쳐지길 바랍니다.
어린이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입니다. 2012년부터 밀양할매들 곁에서 단단하고 품위있게, 소박하게 사는 삶을 배우고 있어요.
[연재_우리 집엔 사람 같은 개, 여우 같은 개가 산다]
* 이번 달엔 쉬어 갑니다. 다음 달에 만나요!
[알립니다]
되살이꽃 글방 3월 모임 이야기와 4월 모임 안내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아로마오일 찔끔 몸살림’ 시간을 가지며 모임을 시작했고요, 메주꽃의 그림책 컬렉션 2탄, 유리 슐레비츠의 『내가 만난 꿈의 지도』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메주꽃은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피난 시절 이야기를 듣고 자랐기 때문에 책에서 묘사되는 피난민의 생활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고 해요. 『내가 만나 꿈의 지도』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위대한 그림책 작가는 어떻게 태어나는지를 보여주는 감동 답안 같은 책이었습니다.
본격 글쓰기 비평 시간엔 잡동사니를 잡동사니 아니게 하는 글부터 자신의 성향을 탐색하며 자기 긍정으로 나아가려는 글, 일상과 동화를 버무린 글, 섬세하게 내면 풍경과 소리를 담아낸 소설, 자연과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웅장한 글까지, 가지각색의 글을 읽으며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우리의 글이 어떻게 하면 우리 안에 머물지 않고 더 넓은 우리를 향해 흘러갈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다음 달 4월 모임은 30일 오후 1시 장흥 옆가게에서 있습니다. 글쓰기를 수행으로 삼아 새롭게 살고자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문을 활짝 열어둘게요. 010-4719-1558로 연락 주세요~
4월의 페미니즘・소수자 책 모임 안내
3월 모임에서 읽은 일라이 클레어의 『눈부시게 불완전한』이 여전히 강한 울림으로 마음에 진동을 줍니다. 뇌성마비 장애를 가졌으며 젠더퀴어인 클레어가 전하는 진짜 목소리를 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께 강력 추천 드리며, 4월의 책 모임을 안내합니다.
여성작가들(황정은, 안윤, 박서련, 김멜라, 서수진, 김초엽)의 단편을 엮은 『팔꿈치를 주세요』입니다. 포털 사이트에 있는 책 소개를 옮깁니다.
“자신과 자신의 곁을 돌보는 여섯 편의 이야기는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바뀌어버린 세상에서 젠더, 인종, 나이, 계급 등의 문제를 끌어안은 채 오늘도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회복의 메세지를 전한다.”
이제는 흔히 곁을 맴돌게 된 코로나19가 처음 전세계적 악몽으로 번지던 날이 선명합니다. 마스크를 벗고 (지금은 미세먼지를 걱정하지만) 깊게 단 숨을 들이켜며 하는 상상은 코로나 다음에 무슨 일이 다가올까 하는 염려입니다. 나의 세계를 꿋꿋이 키우기에 좋은 밑거름이 되는 책 읽기 모임 ― 관심 있으신 분은 연락 주세요.
일시 : 4월 28일 일요일. 오전 11시.
장소 : 광주 들락날락작은도서관(광주 서구 내방로 338번길 12)
문의 : 수나, 010-4855-1355
당원들이 꾸리고 참여하는 ‘대안 장’ 일정
직접 농사지은 건강한 농작물,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먹거리, 손수 제작한 아름다운 공예품 등을 사고팔고 나누고 교환하며 장을 꾸려갑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면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온 전남 곳곳의 대안 장 장터에서 열릴 5월 장날 일정을 알려드려요.
🌿 마실장
5월 11일(토)과 26일(일) 오전 10시∼12시
마실장 장옥(장흥군 용산면 인암길 4) 일대
* 1・6일인 용산오일장 장날과 주말이 겹칠 때 열려요.
🌿 우리들의 해방장
5월 18일(토) 오후 2시 ~ 5시
해남공원(해남군 해남읍 구교리 308) 일대
* 올 한 해, 해방장에서는 안 쓰는 물건을 순환시키는 ‘나누장’과 함께 ‘수리할 권리’라는 키워드로 수리・수선할 물건들을 들고 나와 함께 고쳐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 장터 참여 신청 010-2224-3879
🌿 풀풀장
5월 18일(토) 정오 ~ 오후 3시
수나커피(벌교읍 태백산맥길 34)
* 올해 풀풀장은 홀수달마다 셋째 주 토요일에 열려요.
[탈핵텃밭에서 알려요!]_이런 (탈)핵 용어④_자유 래디컬
‘(탈)핵 용어에 관해 공부 좀 하고 싶은’ 당원들을 위해 마련했습니다.
관련 용어들을 하나씩 정리해가며 차근차근 알려드려요.
‣ 자유 래디컬(free radical)
방사선(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이 몸속에 들어오면 생체 조직을 구성하는 성분, 특히 우리 몸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물을 이온화하게 되는데, 이때 활성산소 같은 자유 래디컬이 만들어집니다. 자유 래디컬은 이온화되어 짝짓지 못한 홀전자(unpaired electron)를 가진 반응성이 커진 원자나 분자로, 불안정하고 화학 반응성이 매우 커서 다른 원자들과 쉽게 반응합니다. 방사선과 같은 고에너지 전자기파가 분자에서 전자를 떼어내는 역할을 하고, 주변 세포에서 전자를 빼앗아 오는 과정에서 분자가 전자를 잃는 반응을 ‘산화’라고 합니다. 자유 래디컬은 우리 몸을 산화시켜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유해 화학 인자와 같은 원리로 단백질 등 생체 분자를 마구 파괴하며,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 손상을 유발하여 암을 일으키고 기형을 초래하게 합니다.
[놀라놀라 땡땡땡] 아이들과 비인간동물들의 반짝이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 《놀라신문》 200호
▸ 새 알람
그리고 말한 이_만율(장흥 장수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