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녹색당 온라인 소식지 《떡갈나무카페》 제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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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제39호)
한 달 동안 있었던 전남녹색당 안팎의 주요 소식들을 간략하게 전하면서 당원 인터뷰 글과 에세이 등을 함께 실어 띄웁니다.
[한 달 간 소식✍️]
4.16 세계녹색당총회 설명회
세월호 참사 9주기가 되는 날이기도 했던 지난 16일, 장흥 마실장 장옥에 있는 <씨앗자루>에서 세계녹색당 총회 설명회가 있었어요. 행사에 앞서 잠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평등문화약속문을 함께 소리 내어 읽었답니다. 이어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서서 이곳, 남도까지 먼 길을 달려온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로부터 6월 8일부터 3박 4일간 인천 송도에서 열릴 세계녹색당 총회와 총회 준비 과정 등에 관해 듣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10여 명의 당원과 비당원이 함께했습니다.
2017년, 영국 리버풀에서 있었던 제4차 세계녹색당 총회에서 한국녹색당이 차기 세계녹색당 총회&아시아태평양녹색당 연합총회 호스트로 선정되었어요. 100여 개 나라의 녹색당 당원/활동가들이 참여하는 세계녹색당 총회는 ‘생태적 지혜, 사회정의, 참여민주주의, 비폭력, 지속가능성, 다양성 옹호’라는 세계녹색당 헌장에 명시된 여섯 가지 정당 원칙을 토대로 “나는 왜 녹색당원인가? 우리, 녹색당원들은 어떤 정치를 해야 하는가? 이 시대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우리에게는 어떤 힘이 있는가?”를 톺아보며 서로에게 배우는 자리입니다.
오는 6월, 낡은 정치의 틈새에서 ‘다른’ 속도와 감각을 길러내어 정치 혐오를 희망으로 바꿔내려는 이들이 작은 불씨 하나씩을 품고 모입니다. 예기치 못한 마주침 속에서 경청과 성찰의 공론장이 될 다양한 녹색 지구인들의 축제에 우리 전남녹색당원들도 함께해요.
4.14 기후정의파업, 함께 살기 위해 멈춰!
생태학살을 조장하고 방기하는 정부와 기업들을 규탄하며 온 나라 곳곳의 4천여 시민들이 4월 봄날에 세종 정부청사로 모여들었습니다. 뭇 생명의 안전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주범인 정부와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를 성토하고 기후정의를 요구하기 위해서였어요.
전남지역에서는 이날, 수십 명의 시민/활동가들이 여수와 순천 등지에서 버스나 승용차를 타고 세종시로 향했는데, 전남녹색당에서는 조현나, 수나, 키미, 임이경, 문홍현경 당원이 함께했어요.
2시 본대회에 앞선 1시부터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앞에서 녹색당 사전집회도 열렸답니다. 참가 지역을 소개하면서 인사를 나누고 노래 공연과 간단 발언 후에 녹색당가를 함께 부르면서 사전집회를 마무리하고 본대회에 합류했어요.
“함께 살기 위해 정부는 친자본-반기후 정책을 당장 멈춰라!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우리가 나선다!”
본대회가 진행되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가 파업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생태학살 중단하라’, ‘기후정의 실행하라’, ‘정의로운 전환을!’ 같은 다양한 구호와 함께 파업 행진이 본격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철옹성 같은 산업부 담벼락을 참여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피켓으로 도배하고 환경부 앞 도로 위에 드러누워 ‘다이 인 멸종 저항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에너지·교통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과 생태학살 개발사업, 엉망진창인 탄소중립 기본계획의 공통점은 정부와 자본이 결탁했다는 점”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나왔어요.
한편 이 자리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은 ‘기후악당 정부’의 하루를 멈추기 위해 이날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산업부와 환경부, 국토부 등의 장관실과 대표실에 온라인으로 팩스를 보내는 ‘팩스총공 액션’을 펼치며 비폭력 직접 행동에 함께했습니다.
기후정의 - 우리가 직접 길을 낼 것입니다. 투쟁의 현장에서 꼭 다시 만나요.
● 4.14 기후정의파업 후기 보기 ☞ https://band.us/band/8312426/post/426326209
3.25 제10차 전국대의원대회
‘가장 보통의 민주주의, 가장 보통의 대표’를 지향하는 녹색당 전국 대의원대회가 전체 대의원 88명 중 76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3월 25일, 오후 1시부터 온라인(줌)으로 열렸습니다.
재석 인원 전원 합의로 제주의 안재홍 당원을 의장, 서울의 최유라 당원을 부의장으로 선출하여 의장단을 꾸리는 것을 시작으로 모둠별 안건 토론 과정을 거쳐 안건심의와 의결을 이어갔습니다. 대의원들의 꼼꼼한 논의를 거쳐 2022년 사업보고 및 평가와 결산, 2023년 녹색당의 사업계획(안)과 예산(안) 등의 5가지 주요 안건을 모두 의결하였습니다. 회의 진행 중에 정당 재산 내역보고 요청에 따라 이에 관한 보고가 있었고, 2023년 사업목표(안) 가운데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자연의 권리에 우선한다'는 문구 수정 안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안을 놓고 표결이 여러 번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생물다양성을 강조하고 자연의 권리에 주목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장장 4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대의원대회에 우리 전남녹색당에서는 이철의, 정혜성, 조현나 당원이 참석했어요. 여러 기관과 조직에서 오래 활동해오신 이철의 당원은 입당 후 처음으로 회의에 참여하며 녹색당이 그 어느 조직보다 자유롭고 민주적이라는 인상을 받으셨다고 하네요.
●대의원대회 결과 보기☞https://www.kgreens.org/notice/?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4586336&t=board
4.3 ~ 4.7 당헌개정 당원 총투표
녹색당 창당 10주년이 되던 지난해 10월, 두 차례의 ‘지난 선거평가 및 조직체계 변화를 위한 녹색당 창당 10년 연속 대토론회’를 통해 도출된 쟁점을 바탕으로 당헌 개정안 초안이 마련되었어요. 이 초안을 토대로 한 지역당 심화 토론회, 온라인 당헌 개정 공론장과 1차 당헌 개정 의견 수렴 설문을 시작으로 하여 두 차례에 걸쳐 전국사무처 주최로 온라인 간담회가 있었고, 10개 지역 오프라인 지역순회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어서 2차 당헌 개정 의견 수렴 설문지를 통해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였고 이 내용들을 정리한 의견을 바탕으로 당헌당규개정TF에서 마련한 당헌 개정안이 올해 1월, 전국위원회에서 승인되어 지난 4월 3일부터 7일까지, 5일 동안 당헌 개정안에 대한 당원 총투표가 실시되었답니다.
투표에 참여한 당원은 당권자의 과반수인 2,178명(50.43%). 이 가운데 찬성 92,42%, 반대와 기권 각각 2.16%와 5.42%로 개정안이 통과되었음을 알려드려요.
새로운 당헌에는 대의원대회, 전국위원회, 당무위원회 등 각 의사결정 및 집행기구가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한편 장기간 이어져 온 재정난 속에서 지역당의 실무 기반 확보와 전국사무처의 안정적인 운영 간의 균형점을 찾고자 하는 내용이 주되게 담겨 있어요.
● 개정된 당헌 보기☞https://www.kgreens.org/constitution
[당원 인터뷰] 김현우(순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하이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이제는 본명보다 이 이름이 더 편안하네요.
저는 2003년 함양 녹색대학(현 함양 온배움터) 1기 학부생으로 들어가면서 '이 세계'로 건너오게 되었어요. 그 후, 2009년에 한국에서 백일 간 진행된 ‘한일 평화 순례 walk 9’ 순례에 참여하면서 일본의 친구들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네요. 그리고 2011년 10월부터 일본에서 살다가 3~4년 전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지금은 순천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세 아이의 아빠이자 '새로운 샤먼'으로서 많은 것을 잇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뿌리연구소>를 개소하고 활동하신다고 들었어요! 뿌리연구소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뿌리'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것이 떠오르세요?
저에게 '뿌리'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어떤 근원적인 것. 그리고 연결되고 확장되는 이미지가 큽니다. 일본에서 활동할 때는, '어떤 것'을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고, 모르는 사람은 말해주어도 알 수 없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코로나가 찾아오고 저에게 온 메시지는 ‘한국으로 가서 모든 것을 리셋하라’는 것이었어요.
그 후 빛과 어둠의 터널을 지나, 지금 저는, '보이지 않는 것을 형태화'하는 방향성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뿌리연구소의 정관을 살펴보면 '새로운 문명을 연구하고 그것에 필요한 이야기와 상징을 창조하는 데 목적을 둔다'이고, 사업내용은 ① 생태적인 학문을 연구, 정립하고 이에 대한 교육기관을 설립, 운영하는 방안을 연구한다.
②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예술과 치유에 관한 내용을 연구하고 이에 관한 사업을 실행한다.
③ 오래된 지혜가 담긴 기술을 발견하고 이를 가꾸어 새롭게 계승하는 방안을 연구한다.
④ 아시아의 새로운 정체성을 연구하고 생태 문명을 일구어 가는 사람과 단체를 연결한다.
⑤ 어머니들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며 어머니들의 지혜가 세상에 발현되는 데 힘쓴다.
라고 되어 있어요.
어때요? 이 중에서 함께하고 싶은 게 보이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아직 만나지 않았을 뿐, 이미 뿌리연구소의 가족입니다.^^
순천에서의 지역살이는 어떠세요? 최근의 관심사나 취미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순천에 온 계기는 <사랑어린마을배움터> 때문이에요. 아이들이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찾다가 이곳에 오게 되었어요.
근데 와보니 순천시 자체가 생태도시를 지향하기도 하고, 도시와 시골이 적당히 균형을 이루고 있는 곳인 것 같아서 참 마음에 듭니다. 순천이라는 이름도 '하늘을 따르다'여서 뭔가 보이지 않는 운명의 이끌림 같은 것도 느끼구요.
저는 제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들을 뿌리연구소에서 다 풀어놓는 느낌이에요. 일과 일상과 놀이가 분리되지 않는 삶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인 것 같아요.
녹색당에는 어떻게 해서 가입하게 되었나요?
예전에 후쿠오카 녹색당과 부산 녹색당이 교류할 때 통역으로 함께하면서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현우 님이 생각하는 정치란 무엇인가요?
일상의 커뮤니케이션이 시스템화된 것이랄까.
<녹색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어떤 이미지, 또는 느낌이신가요?
굉장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그것들을 펼치지 못하고 쪼그라들어서 안타깝고 짠한 느낌. 하지만 이 시간도 더 오래, 멀리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당원이 녹색당에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래의 더 많은 당원에 대해서는 잠시 잊어버리고 지금 함께하고 있는 당원들을 살뜰히 챙기다 보면, 그리고 녹색당 본연의 정체성에 대해 집중하다 보면 사람들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요.
녹색당의 여러 의제 가운데 특히 관심 있는 분야나 녹색당 이름으로 지역에서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는 <전환자치조례연구소>의 연구원이기도 한데요. 국회의원이나 시‧군‧도의원만이 아니라 일정 조건을 갖추면 주민들이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법이 작년에 생겼습니다. 일상에서 잘못된 법들 때문에 힘들어한 경험을 해보셨을 텐데, 이제는 모순적인 틀 안에서 저항하는 것뿐 아니라 창조적으로 법을 만들고 바꿔 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죠. 일례로 이번에 제주도의 활동가들로부터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남방큰돌고래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조례안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았어요. 유라시아 대륙에는 아직 이런 법이 없어서 좋은 선례를 남기는 작업이 될 것 같아요.
이른바 '지구법'이라고 불리는 지구공동체 전체를 생각하는 생태적인 법체계가 있는데, 남미나 뉴질랜드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이런 법들이 제정되어 있어요. 그런 나라들의 공통점을 보면 아직 원주민들의 문화와 연결된 신화들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곳이라는 점이에요. 앞으로 함께할 일들이 너무 많을 것 같지 않아요?
그리고 올 한해 구례에서 옛날 집을 생태건축과 적정기술 개념으로 고쳐 나가는 프로젝트도 하려고 해요. 구들, 생태 화장실, 화덕, 장작으로 불을 피우는(혹은 태양열로 물을 데우는) 야외 목욕탕 등을 만들고 퍼머컬처 텃밭과 연결하는 ‘실험’이에요. 그리고 이 모든 작업을 워크숍을 통해 하려고요. 예산이 확보되면 동영상이나 매뉴얼로 기록을 남겨서 다른 분들도 쉽게 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또 아무래도 건축은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 여성이나 아이들도 같이 할 수 있는(오히려 여성 작업자 중심으로) 워크숍 설계를 고민하고 있어요. 또한 워크숍을 할 때 마르쉐 등과도 콜라보해서 축제처럼 진행해 보려고 해요. 돌아오는 5월 5일은 어린이날이 제정된 지 100주년 되는 기념비적인 날이기도 하고, 5월 7일은 ‘퍼머컬처데이’이기도 해서 5월 5~7일, 2박 3일간 어린이 캠프 겸 프로젝트 설명회, 마르쉐 등을 겸한 이벤트를 열 생각입니다. 많이 참가해주세요~
무엇을 하거나 어떤 상태일 때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일상 속에서 평온함과 행복감을 찾는 현우 님 나름의 방법 또는 비결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자연에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아주 분명하게 있어요. 그래서 우연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 흐름 속에 함께 흐르고 있을 때 깊은 충만감을 느낍니다. 얼마 전에 이런 문장을 들었어요.
“혼자 있을 때 기쁘고, 함께하며 즐겁다.”
혼자서 충만한 시간을 가지며 그것들이 넘쳐흐를 때 다른 존재와 함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동네 앞산을 산책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하는 소소한 일들을 매일 하려고 해요. 아름다움과 충만함을 느끼는 시간이 조금씩 몸에 스며 들어가도록 스스로를 보호하고 정화하는 일상이 저의 비결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거나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우리는 '살아가는' 동시에 '죽어가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기적 같은 매 순간순간을 마음의 소리를 따라 귀하게 쓰시길 기도드립니다.
[✍️당원 에세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보는 용기 ㅣ 홍수진(곡성)
어느새 20년이 되었다, 부산을 떠나 곡성에 산 지. 두고두고 드는 생각이지만 우주의 에너지가 나를 곡성으로 보냈다는 말 이외 어떤 것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었다. 고작 2박 3일 ‘한국건축기행 전라도편’ 답사 팀에 끼어 밟은 땅에서 그 길로 20년을 살다니.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와서는 절[寺]에서 5개월, 공동체에서 5개월을 살고 토박이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자의라고도 타의라고도 할 수 없는 신비한 시간을 사는 내내 나는 어느 때 보다 ‘here and now’에 충실했다. 공부도, 일도, 직업도 ‘here’를 떠나지 않으니 절로 방향을 잡아갔다. 그 방향으로 발을 딛고 한 발 한 발 걸으니 모든 것이 기회인 ‘now’가 있었다.
본의 아니게 장황한 정착기가 되어 버렸지만 일상의 이야기를 나눠달라는 전화를 받고서 어설픈 나의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곡성에서의 삶이 괜찮냐 묻는 사람들에게 늘 하는 대답이 있다. ‘곡성’은 아직까지는 내 인생 최고 기회의 땅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할 수 있다’는 자동일까? 타동일까? 문법적 맥락과는 무관하게 첫 번째 할 수 있는 일은 내 의지나 요구 없이 그야말로 그저 존재하는 일이다. 두 번째 할 수 있는 일은 내 역량과 의지로 내가 선택하는 일이다. 제목에서 사용한 ‘할 수 있는 일’은 첫 번째에 해당된다. 여러 가지 이유와 저항으로 첫 단계에서 용기를 내지 못했다면 아마도 곡성에서의 내 역할과 세계는 없었을 것이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맡게 된 ‘마을사무장’을 시작으로, 갑자기 늘어난 이주여성들의 삶을 목도하며 ‘한국어강사’를, 도시적 교육관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이웃들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중간지원자’ 역할을, 이웃들과 함께 우리의 일자리를 만들고 키워가기 위해 ‘협동조합’ 창업을, 성공적인 협동조합 경영이 가능하다는 걸 경험하기 위해 ‘로컬커뮤니티호텔’ 경영을….
이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here and now’가 중심이었고 ‘할 수 있는 일을 해 보는 용기’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이웃들뿐만 아니라 가족들조차 여전히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른다.
새순 돋아 온갖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는 오늘 같은 날, 20년 삶의 궤적을 정리해 볼 기회가 주어진 것조차 놓치지 않았다. 녹색당을 알게 되고 당원으로 이름은 올렸지만 함께하는 일에는 여전히 소홀하다. 이 글은 녹색당과의 인연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용기를 내어본 최초의 사건이 되었다.
🌿 홍수진
재밌고 의미 있겠다 싶으면 뭐든지 해 보는 오지라퍼.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는 ‘전형적 ESTP’라는 말을, 가까운 이웃들에게는 ‘곡성큰손’이라는 말을 들으며 살고 있다.
[알립니다]
귀한 씨앗이 되어줄 ‘초록쌈짓돈’을 모으고 있어요
2월에 있었던 당원 총회에서의 당비 모금 결의 이후, 고흥과 순천과 해남 등지에서 몇몇 당원이 특별 당비를 보내주었습니다. 며칠 전에 섰던 장흥 마실장에서는 장흥에 거주하는 한 당원의 가족이 당비 모금 소식을 접하고는 좋은 원료들로 직접 정성껏 만들어 보내준 양질의 천연 숙성 비누를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이리하여 현재 약 60만 원의 특별 당비가 모였습니다.
활동가도 재정 규모도 시나브로 줄어들면서 전국녹색당은 물론 지역당 대부분이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전남녹색당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이런 때일수록 십시일반, 함께 힘을 모아보자고 호소하게 됩니다.
이참에 선물용으로도 좋은, 특별 제작된 양질의 초록빛 비누가 더 많은 당원의 손에 쥐어지길 바라봅니다.
* 초록비누 구매 및 특별 당비 납부 문의_010-7242-1623
+ 기부금 영수증 발행 문제로 전남녹색당 명의의 별도 계좌를 쓸 수가 없어서 특별 당비를 입금할 때 전국녹색당 계좌로 입금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이 과정에서 있을 혼란을 줄이기 위해 특별 당비 이체 시 입금자명 앞에 꼭 ‘전남000’(이)라고 밝혀주시고 이체 현황을 문자로도 꼭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보람찬 봄날을 누리고 싶다면 비치코밍파티!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이하여 다시 바다 빗질을 시작합니다.
올해 첫 비치코밍은 500여 종 고목들의 거처이면서, 섬 전체가 ‘거대한 정원’이라 불리는 고흥 쑥섬에서 진행됩니다. 제주의 곶자왈을 닮은 원시 난대림이 펼쳐지는 ‘비밀의 숲’이 있다는 쑥섬 바다에서 보람찬 봄날을 보내보아요.
참여 문의_ 010-8957-8838, 010-6475-2961
앞으로는 ‘되살이꽃 글방’이라 불러주세요
의역학글방은 이달부터 <되살이꽃 글방>으로 이름을 바꾸었어요. 글도 기존의 산노랑의역학 밴드가 아닌 되살이꽃 글방 자체 온라인 글방을 개설해서 5명의 회원이 필명도 정하고 본인 필명의 작업실을 마련했답니다. 거기에 이번주 초에 첫 필명으로 첫 글을 써서 올렸고요. 서로 비평을 달아주는 것으로 온라인 줌 글방을 대신했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고친 새 글을 지어와 4월 25일, 장흥 마을가게에서 점심 먹으면서 오프라인 글방을 열 거예요. 봄날 기도 같은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 연락주세요.
윤지선 010-4719-1558
여기에 한달에 두번, 글쓰기를 위해 멈추는 시간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글방이라는 이름으로 세상과 마음 그리고 관계를 이해해보고자 하는 특별한 멈춤의 시간을 갖고 있다.ㅡyule
페미니즘/소수자 읽기 모임
— 이 달의 책은 『완경일기』랍니다
4월에 함께 읽을 책은 완경을 맞이한 지은이가 완경과 더불어 겪게 된 몸과 마음의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해 가면서 완경의 의미를 전면적으로 묻고 있는 『완경일기』(다시 스타인키 짓고, 박소현 옮김, 민음사, 2021)입니다. 개인차가 있기야 하겠지만, 초경과 마찬가지로 완경은 여성 대부분이 이미 겪었거나 겪게 될 생애에서의 큰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번 달에는 23일 일요일 정오에 장흥 <정남진도서관> 앞에서 보기로 했답니다. 여느 때처럼 함께 점심을 먹고 나서 책과 우리의 삶/일상을 연관 지어 이야기 나눠보고 난 후에 30분간 글로 옮기고픈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보거나 본문의 일부를 필사합니다.
봄나들이를 겸하는 책 읽기와 글쓰기에 동행하실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길날 010-3145-1286
전남녹색당 온라인 소식지 《떡갈나무카페》 제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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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제39호)
한 달 동안 있었던 전남녹색당 안팎의 주요 소식들을 간략하게 전하면서 당원 인터뷰 글과 에세이 등을 함께 실어 띄웁니다.
[한 달 간 소식✍️]
4.16 세계녹색당총회 설명회
세월호 참사 9주기가 되는 날이기도 했던 지난 16일, 장흥 마실장 장옥에 있는 <씨앗자루>에서 세계녹색당 총회 설명회가 있었어요. 행사에 앞서 잠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평등문화약속문을 함께 소리 내어 읽었답니다. 이어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서서 이곳, 남도까지 먼 길을 달려온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로부터 6월 8일부터 3박 4일간 인천 송도에서 열릴 세계녹색당 총회와 총회 준비 과정 등에 관해 듣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10여 명의 당원과 비당원이 함께했습니다.
2017년, 영국 리버풀에서 있었던 제4차 세계녹색당 총회에서 한국녹색당이 차기 세계녹색당 총회&아시아태평양녹색당 연합총회 호스트로 선정되었어요. 100여 개 나라의 녹색당 당원/활동가들이 참여하는 세계녹색당 총회는 ‘생태적 지혜, 사회정의, 참여민주주의, 비폭력, 지속가능성, 다양성 옹호’라는 세계녹색당 헌장에 명시된 여섯 가지 정당 원칙을 토대로 “나는 왜 녹색당원인가? 우리, 녹색당원들은 어떤 정치를 해야 하는가? 이 시대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우리에게는 어떤 힘이 있는가?”를 톺아보며 서로에게 배우는 자리입니다.
오는 6월, 낡은 정치의 틈새에서 ‘다른’ 속도와 감각을 길러내어 정치 혐오를 희망으로 바꿔내려는 이들이 작은 불씨 하나씩을 품고 모입니다. 예기치 못한 마주침 속에서 경청과 성찰의 공론장이 될 다양한 녹색 지구인들의 축제에 우리 전남녹색당원들도 함께해요.
4.14 기후정의파업, 함께 살기 위해 멈춰!
생태학살을 조장하고 방기하는 정부와 기업들을 규탄하며 온 나라 곳곳의 4천여 시민들이 4월 봄날에 세종 정부청사로 모여들었습니다. 뭇 생명의 안전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주범인 정부와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를 성토하고 기후정의를 요구하기 위해서였어요.
전남지역에서는 이날, 수십 명의 시민/활동가들이 여수와 순천 등지에서 버스나 승용차를 타고 세종시로 향했는데, 전남녹색당에서는 조현나, 수나, 키미, 임이경, 문홍현경 당원이 함께했어요.
2시 본대회에 앞선 1시부터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앞에서 녹색당 사전집회도 열렸답니다. 참가 지역을 소개하면서 인사를 나누고 노래 공연과 간단 발언 후에 녹색당가를 함께 부르면서 사전집회를 마무리하고 본대회에 합류했어요.
“함께 살기 위해 정부는 친자본-반기후 정책을 당장 멈춰라!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우리가 나선다!”
본대회가 진행되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가 파업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생태학살 중단하라’, ‘기후정의 실행하라’, ‘정의로운 전환을!’ 같은 다양한 구호와 함께 파업 행진이 본격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철옹성 같은 산업부 담벼락을 참여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피켓으로 도배하고 환경부 앞 도로 위에 드러누워 ‘다이 인 멸종 저항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에너지·교통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과 생태학살 개발사업, 엉망진창인 탄소중립 기본계획의 공통점은 정부와 자본이 결탁했다는 점”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나왔어요.
한편 이 자리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은 ‘기후악당 정부’의 하루를 멈추기 위해 이날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산업부와 환경부, 국토부 등의 장관실과 대표실에 온라인으로 팩스를 보내는 ‘팩스총공 액션’을 펼치며 비폭력 직접 행동에 함께했습니다.
기후정의 - 우리가 직접 길을 낼 것입니다. 투쟁의 현장에서 꼭 다시 만나요.
● 4.14 기후정의파업 후기 보기 ☞ https://band.us/band/8312426/post/426326209
3.25 제10차 전국대의원대회
‘가장 보통의 민주주의, 가장 보통의 대표’를 지향하는 녹색당 전국 대의원대회가 전체 대의원 88명 중 76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3월 25일, 오후 1시부터 온라인(줌)으로 열렸습니다.
재석 인원 전원 합의로 제주의 안재홍 당원을 의장, 서울의 최유라 당원을 부의장으로 선출하여 의장단을 꾸리는 것을 시작으로 모둠별 안건 토론 과정을 거쳐 안건심의와 의결을 이어갔습니다. 대의원들의 꼼꼼한 논의를 거쳐 2022년 사업보고 및 평가와 결산, 2023년 녹색당의 사업계획(안)과 예산(안) 등의 5가지 주요 안건을 모두 의결하였습니다. 회의 진행 중에 정당 재산 내역보고 요청에 따라 이에 관한 보고가 있었고, 2023년 사업목표(안) 가운데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자연의 권리에 우선한다'는 문구 수정 안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안을 놓고 표결이 여러 번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생물다양성을 강조하고 자연의 권리에 주목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장장 4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대의원대회에 우리 전남녹색당에서는 이철의, 정혜성, 조현나 당원이 참석했어요. 여러 기관과 조직에서 오래 활동해오신 이철의 당원은 입당 후 처음으로 회의에 참여하며 녹색당이 그 어느 조직보다 자유롭고 민주적이라는 인상을 받으셨다고 하네요.
●대의원대회 결과 보기☞https://www.kgreens.org/notice/?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4586336&t=board
4.3 ~ 4.7 당헌개정 당원 총투표
녹색당 창당 10주년이 되던 지난해 10월, 두 차례의 ‘지난 선거평가 및 조직체계 변화를 위한 녹색당 창당 10년 연속 대토론회’를 통해 도출된 쟁점을 바탕으로 당헌 개정안 초안이 마련되었어요. 이 초안을 토대로 한 지역당 심화 토론회, 온라인 당헌 개정 공론장과 1차 당헌 개정 의견 수렴 설문을 시작으로 하여 두 차례에 걸쳐 전국사무처 주최로 온라인 간담회가 있었고, 10개 지역 오프라인 지역순회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어서 2차 당헌 개정 의견 수렴 설문지를 통해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였고 이 내용들을 정리한 의견을 바탕으로 당헌당규개정TF에서 마련한 당헌 개정안이 올해 1월, 전국위원회에서 승인되어 지난 4월 3일부터 7일까지, 5일 동안 당헌 개정안에 대한 당원 총투표가 실시되었답니다.
투표에 참여한 당원은 당권자의 과반수인 2,178명(50.43%). 이 가운데 찬성 92,42%, 반대와 기권 각각 2.16%와 5.42%로 개정안이 통과되었음을 알려드려요.
새로운 당헌에는 대의원대회, 전국위원회, 당무위원회 등 각 의사결정 및 집행기구가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한편 장기간 이어져 온 재정난 속에서 지역당의 실무 기반 확보와 전국사무처의 안정적인 운영 간의 균형점을 찾고자 하는 내용이 주되게 담겨 있어요.
● 개정된 당헌 보기☞https://www.kgreens.org/constitution
[당원 인터뷰] 김현우(순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하이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이제는 본명보다 이 이름이 더 편안하네요.
저는 2003년 함양 녹색대학(현 함양 온배움터) 1기 학부생으로 들어가면서 '이 세계'로 건너오게 되었어요. 그 후, 2009년에 한국에서 백일 간 진행된 ‘한일 평화 순례 walk 9’ 순례에 참여하면서 일본의 친구들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네요. 그리고 2011년 10월부터 일본에서 살다가 3~4년 전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지금은 순천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세 아이의 아빠이자 '새로운 샤먼'으로서 많은 것을 잇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뿌리연구소>를 개소하고 활동하신다고 들었어요! 뿌리연구소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뿌리'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것이 떠오르세요?
저에게 '뿌리'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어떤 근원적인 것. 그리고 연결되고 확장되는 이미지가 큽니다. 일본에서 활동할 때는, '어떤 것'을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고, 모르는 사람은 말해주어도 알 수 없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코로나가 찾아오고 저에게 온 메시지는 ‘한국으로 가서 모든 것을 리셋하라’는 것이었어요.
그 후 빛과 어둠의 터널을 지나, 지금 저는, '보이지 않는 것을 형태화'하는 방향성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뿌리연구소의 정관을 살펴보면 '새로운 문명을 연구하고 그것에 필요한 이야기와 상징을 창조하는 데 목적을 둔다'이고, 사업내용은 ① 생태적인 학문을 연구, 정립하고 이에 대한 교육기관을 설립, 운영하는 방안을 연구한다.
②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예술과 치유에 관한 내용을 연구하고 이에 관한 사업을 실행한다.
③ 오래된 지혜가 담긴 기술을 발견하고 이를 가꾸어 새롭게 계승하는 방안을 연구한다.
④ 아시아의 새로운 정체성을 연구하고 생태 문명을 일구어 가는 사람과 단체를 연결한다.
⑤ 어머니들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며 어머니들의 지혜가 세상에 발현되는 데 힘쓴다.
라고 되어 있어요.
어때요? 이 중에서 함께하고 싶은 게 보이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아직 만나지 않았을 뿐, 이미 뿌리연구소의 가족입니다.^^
순천에서의 지역살이는 어떠세요? 최근의 관심사나 취미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순천에 온 계기는 <사랑어린마을배움터> 때문이에요. 아이들이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찾다가 이곳에 오게 되었어요.
근데 와보니 순천시 자체가 생태도시를 지향하기도 하고, 도시와 시골이 적당히 균형을 이루고 있는 곳인 것 같아서 참 마음에 듭니다. 순천이라는 이름도 '하늘을 따르다'여서 뭔가 보이지 않는 운명의 이끌림 같은 것도 느끼구요.
저는 제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들을 뿌리연구소에서 다 풀어놓는 느낌이에요. 일과 일상과 놀이가 분리되지 않는 삶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인 것 같아요.
녹색당에는 어떻게 해서 가입하게 되었나요?
예전에 후쿠오카 녹색당과 부산 녹색당이 교류할 때 통역으로 함께하면서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현우 님이 생각하는 정치란 무엇인가요?
일상의 커뮤니케이션이 시스템화된 것이랄까.
<녹색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어떤 이미지, 또는 느낌이신가요?
굉장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그것들을 펼치지 못하고 쪼그라들어서 안타깝고 짠한 느낌. 하지만 이 시간도 더 오래, 멀리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당원이 녹색당에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래의 더 많은 당원에 대해서는 잠시 잊어버리고 지금 함께하고 있는 당원들을 살뜰히 챙기다 보면, 그리고 녹색당 본연의 정체성에 대해 집중하다 보면 사람들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요.
녹색당의 여러 의제 가운데 특히 관심 있는 분야나 녹색당 이름으로 지역에서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는 <전환자치조례연구소>의 연구원이기도 한데요. 국회의원이나 시‧군‧도의원만이 아니라 일정 조건을 갖추면 주민들이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법이 작년에 생겼습니다. 일상에서 잘못된 법들 때문에 힘들어한 경험을 해보셨을 텐데, 이제는 모순적인 틀 안에서 저항하는 것뿐 아니라 창조적으로 법을 만들고 바꿔 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죠. 일례로 이번에 제주도의 활동가들로부터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남방큰돌고래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조례안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았어요. 유라시아 대륙에는 아직 이런 법이 없어서 좋은 선례를 남기는 작업이 될 것 같아요.
이른바 '지구법'이라고 불리는 지구공동체 전체를 생각하는 생태적인 법체계가 있는데, 남미나 뉴질랜드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이런 법들이 제정되어 있어요. 그런 나라들의 공통점을 보면 아직 원주민들의 문화와 연결된 신화들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곳이라는 점이에요. 앞으로 함께할 일들이 너무 많을 것 같지 않아요?
그리고 올 한해 구례에서 옛날 집을 생태건축과 적정기술 개념으로 고쳐 나가는 프로젝트도 하려고 해요. 구들, 생태 화장실, 화덕, 장작으로 불을 피우는(혹은 태양열로 물을 데우는) 야외 목욕탕 등을 만들고 퍼머컬처 텃밭과 연결하는 ‘실험’이에요. 그리고 이 모든 작업을 워크숍을 통해 하려고요. 예산이 확보되면 동영상이나 매뉴얼로 기록을 남겨서 다른 분들도 쉽게 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또 아무래도 건축은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 여성이나 아이들도 같이 할 수 있는(오히려 여성 작업자 중심으로) 워크숍 설계를 고민하고 있어요. 또한 워크숍을 할 때 마르쉐 등과도 콜라보해서 축제처럼 진행해 보려고 해요. 돌아오는 5월 5일은 어린이날이 제정된 지 100주년 되는 기념비적인 날이기도 하고, 5월 7일은 ‘퍼머컬처데이’이기도 해서 5월 5~7일, 2박 3일간 어린이 캠프 겸 프로젝트 설명회, 마르쉐 등을 겸한 이벤트를 열 생각입니다. 많이 참가해주세요~
무엇을 하거나 어떤 상태일 때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일상 속에서 평온함과 행복감을 찾는 현우 님 나름의 방법 또는 비결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자연에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아주 분명하게 있어요. 그래서 우연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 흐름 속에 함께 흐르고 있을 때 깊은 충만감을 느낍니다. 얼마 전에 이런 문장을 들었어요.
“혼자 있을 때 기쁘고, 함께하며 즐겁다.”
혼자서 충만한 시간을 가지며 그것들이 넘쳐흐를 때 다른 존재와 함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동네 앞산을 산책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하는 소소한 일들을 매일 하려고 해요. 아름다움과 충만함을 느끼는 시간이 조금씩 몸에 스며 들어가도록 스스로를 보호하고 정화하는 일상이 저의 비결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거나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우리는 '살아가는' 동시에 '죽어가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기적 같은 매 순간순간을 마음의 소리를 따라 귀하게 쓰시길 기도드립니다.
[✍️당원 에세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보는 용기 ㅣ 홍수진(곡성)
어느새 20년이 되었다, 부산을 떠나 곡성에 산 지. 두고두고 드는 생각이지만 우주의 에너지가 나를 곡성으로 보냈다는 말 이외 어떤 것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었다. 고작 2박 3일 ‘한국건축기행 전라도편’ 답사 팀에 끼어 밟은 땅에서 그 길로 20년을 살다니.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와서는 절[寺]에서 5개월, 공동체에서 5개월을 살고 토박이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자의라고도 타의라고도 할 수 없는 신비한 시간을 사는 내내 나는 어느 때 보다 ‘here and now’에 충실했다. 공부도, 일도, 직업도 ‘here’를 떠나지 않으니 절로 방향을 잡아갔다. 그 방향으로 발을 딛고 한 발 한 발 걸으니 모든 것이 기회인 ‘now’가 있었다.
본의 아니게 장황한 정착기가 되어 버렸지만 일상의 이야기를 나눠달라는 전화를 받고서 어설픈 나의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곡성에서의 삶이 괜찮냐 묻는 사람들에게 늘 하는 대답이 있다. ‘곡성’은 아직까지는 내 인생 최고 기회의 땅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할 수 있다’는 자동일까? 타동일까? 문법적 맥락과는 무관하게 첫 번째 할 수 있는 일은 내 의지나 요구 없이 그야말로 그저 존재하는 일이다. 두 번째 할 수 있는 일은 내 역량과 의지로 내가 선택하는 일이다. 제목에서 사용한 ‘할 수 있는 일’은 첫 번째에 해당된다. 여러 가지 이유와 저항으로 첫 단계에서 용기를 내지 못했다면 아마도 곡성에서의 내 역할과 세계는 없었을 것이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맡게 된 ‘마을사무장’을 시작으로, 갑자기 늘어난 이주여성들의 삶을 목도하며 ‘한국어강사’를, 도시적 교육관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이웃들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중간지원자’ 역할을, 이웃들과 함께 우리의 일자리를 만들고 키워가기 위해 ‘협동조합’ 창업을, 성공적인 협동조합 경영이 가능하다는 걸 경험하기 위해 ‘로컬커뮤니티호텔’ 경영을….
이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here and now’가 중심이었고 ‘할 수 있는 일을 해 보는 용기’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이웃들뿐만 아니라 가족들조차 여전히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른다.
새순 돋아 온갖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는 오늘 같은 날, 20년 삶의 궤적을 정리해 볼 기회가 주어진 것조차 놓치지 않았다. 녹색당을 알게 되고 당원으로 이름은 올렸지만 함께하는 일에는 여전히 소홀하다. 이 글은 녹색당과의 인연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용기를 내어본 최초의 사건이 되었다.
🌿 홍수진
재밌고 의미 있겠다 싶으면 뭐든지 해 보는 오지라퍼.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는 ‘전형적 ESTP’라는 말을, 가까운 이웃들에게는 ‘곡성큰손’이라는 말을 들으며 살고 있다.
[알립니다]
귀한 씨앗이 되어줄 ‘초록쌈짓돈’을 모으고 있어요
2월에 있었던 당원 총회에서의 당비 모금 결의 이후, 고흥과 순천과 해남 등지에서 몇몇 당원이 특별 당비를 보내주었습니다. 며칠 전에 섰던 장흥 마실장에서는 장흥에 거주하는 한 당원의 가족이 당비 모금 소식을 접하고는 좋은 원료들로 직접 정성껏 만들어 보내준 양질의 천연 숙성 비누를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이리하여 현재 약 60만 원의 특별 당비가 모였습니다.
활동가도 재정 규모도 시나브로 줄어들면서 전국녹색당은 물론 지역당 대부분이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전남녹색당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이런 때일수록 십시일반, 함께 힘을 모아보자고 호소하게 됩니다.
이참에 선물용으로도 좋은, 특별 제작된 양질의 초록빛 비누가 더 많은 당원의 손에 쥐어지길 바라봅니다.
* 초록비누 구매 및 특별 당비 납부 문의_010-7242-1623
+ 기부금 영수증 발행 문제로 전남녹색당 명의의 별도 계좌를 쓸 수가 없어서 특별 당비를 입금할 때 전국녹색당 계좌로 입금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이 과정에서 있을 혼란을 줄이기 위해 특별 당비 이체 시 입금자명 앞에 꼭 ‘전남000’(이)라고 밝혀주시고 이체 현황을 문자로도 꼭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보람찬 봄날을 누리고 싶다면 비치코밍파티!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이하여 다시 바다 빗질을 시작합니다.
올해 첫 비치코밍은 500여 종 고목들의 거처이면서, 섬 전체가 ‘거대한 정원’이라 불리는 고흥 쑥섬에서 진행됩니다. 제주의 곶자왈을 닮은 원시 난대림이 펼쳐지는 ‘비밀의 숲’이 있다는 쑥섬 바다에서 보람찬 봄날을 보내보아요.
참여 문의_ 010-8957-8838, 010-6475-2961
앞으로는 ‘되살이꽃 글방’이라 불러주세요
의역학글방은 이달부터 <되살이꽃 글방>으로 이름을 바꾸었어요. 글도 기존의 산노랑의역학 밴드가 아닌 되살이꽃 글방 자체 온라인 글방을 개설해서 5명의 회원이 필명도 정하고 본인 필명의 작업실을 마련했답니다. 거기에 이번주 초에 첫 필명으로 첫 글을 써서 올렸고요. 서로 비평을 달아주는 것으로 온라인 줌 글방을 대신했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고친 새 글을 지어와 4월 25일, 장흥 마을가게에서 점심 먹으면서 오프라인 글방을 열 거예요. 봄날 기도 같은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 연락주세요.
윤지선 010-4719-1558
여기에 한달에 두번, 글쓰기를 위해 멈추는 시간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글방이라는 이름으로 세상과 마음 그리고 관계를 이해해보고자 하는 특별한 멈춤의 시간을 갖고 있다.ㅡyule
페미니즘/소수자 읽기 모임
— 이 달의 책은 『완경일기』랍니다
4월에 함께 읽을 책은 완경을 맞이한 지은이가 완경과 더불어 겪게 된 몸과 마음의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해 가면서 완경의 의미를 전면적으로 묻고 있는 『완경일기』(다시 스타인키 짓고, 박소현 옮김, 민음사, 2021)입니다. 개인차가 있기야 하겠지만, 초경과 마찬가지로 완경은 여성 대부분이 이미 겪었거나 겪게 될 생애에서의 큰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번 달에는 23일 일요일 정오에 장흥 <정남진도서관> 앞에서 보기로 했답니다. 여느 때처럼 함께 점심을 먹고 나서 책과 우리의 삶/일상을 연관 지어 이야기 나눠보고 난 후에 30분간 글로 옮기고픈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보거나 본문의 일부를 필사합니다.
봄나들이를 겸하는 책 읽기와 글쓰기에 동행하실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길날 010-3145-1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