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3] 노동자와 지역민의 삶 파괴하는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자


[논평] 노동자와 지역민의 삶 파괴하는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자 

- 한전의 도서발전노동자 집단해고에 부쳐  


대한민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며 난관에 봉착해있다. 윤석열 정권이 핵 진흥을 중심으로 에너지 민영화, 시장화 정책에 한껏 열을 올리며 반기후·반노동·반지역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노동자와 지역민의 반발로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에 반대하는 홍천 군민들의 투쟁을 비롯한 경유 지역민들의 저항이 강릉안인, 삼척블루파워, GS동해전력, 한국남부발전 삼척빛드림본부 등 동해안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막아세우고 있다. 송전망 구축이 지연됨에 따라 지난 7월 전력거래소는 강릉, 삼척지역 화력발전소 3곳에 발전 정지를 통보했다. 수도권의 전력 수요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대기업 이윤 활동에 전기를 대주기 위해 전력수급 계획은 크나큰 차질을 빚고 있다.


김대중 정권 이래 '은밀한 민영화'가 이루어진 국내 에너지 체계는 당면한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지 못하고 시간과 재원을 낭비하면서 무능력하게 고꾸라지고 있다.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비용 대비 편익이 낮은 국내 재생에너지 부문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여전히 전체 발전량의 10퍼센트를 넘지 못하고 있고, 90% 이상을 민간 기업이 독식하고 있어 공익적인 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정의로운 전환은 난망한 상황이다. 


한편 전력 산업 내부에서 진행된 민영화 결과, 다단계 간접고용 관행이 발전소에서도 재현되었다. 불법파견, 차별적인 고용 조건, ‘위험의 외주화’ 등 간접고용 구조에서의 불합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궁지로 몰았다. 그 결과 전력 산업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민주적 통제는 더욱 어려워졌다. 


예컨대 한전의 자회사 한전KPS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정비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업체를 20년간 열다섯 차례나 갈아치웠다. 경북 울진 핵발전소에서 발전 보조원, 화학시료 채취원, 변전소 보조원으로 일했던 하청업체 노동자 8명은 한국수력원자력 정규직 노동자들과 혼재되어 근무했다. 전남 영광 핵발전소에서 방사능·방사선 농도를 확인하고, 출입자의 방사선 오염 여부를 감시해온 보건물리원 39명 중 24명은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원청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으며 2019년 울진핵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수원 소속 노동자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같은 배경에서 전국 66개 섬 발전소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한전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였고, 지난해 6월 승소했다. 법원은 한전의 직접 업무 지시를 받으며 배전 시설을 유지·관리해온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한다고 판결했지만, 한전은 이들에게 소송을 취하하면 자회사로 전환해주겠다며 압박했다. 그리고 지난 8월, 한전은 이를 거부한 184명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녹색당은 집단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는 184명의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도서발전지부 노동자들을 적극 지지하며 연대할 것을 다짐한다. 녹색당은  발전노동자와 더불어, 서울과 수도권의 풍요를 위한 식민지로 전락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로 인한 피해에 저항하는 이들과 함께 대안적인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는 길에 나설 것이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노동자를 집단 해고하는 정부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마찬가지의 이유로 노동자와 지역민들을 숫자와 비용으로 환산하려들 것이다. 이제는 발전소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발전소 밖에서 탈핵과 정의로운 기후위기 대응을 외치는 광범위한 시민들과 사회운동이 만나 공동의 투쟁을 벌려나가야 한다. 에너지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세력들에 맞서고 있는 노동자, 지역민들의 투쟁을 연결하고, 새로운 투쟁을 시작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 투쟁은 생태적이고 공공적이며 민주적인 재생에너지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노동자, 민중이 주도하는 거대한 싸움이 되어야한다.


2024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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