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양적 성장 중심의 하수 정책은 미래를 위한 대안이 아니다!

양적 성장 중심의 하수 정책은 미래를 위한 대안이 아니다!


최근 오영훈 도지사가 하수처리장 증설로 인한 직접적 피해당사자인 월정리 해녀회를 대화 주체로 인정하고 면담을 가졌다. 오영훈 도정이 월정리 해녀회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고 동부하수처리장 문제를 민주적이고 정의롭게 해결하길 촉구한다.


쓰레기, 하수등 의 처리는 제주의 고질적인 갈등 사안으로 신설과 이전, 증설을 둘러싸고 지속적으로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다. 제주녹색당은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을 계기로 제주의 하수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을 촉구하며 제주녹색당이 제안하는 다음의 하수 정책의 방향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되길 바란다.


첫째, 양적 성장 중심의 하수 정책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하수정책이 필요하다.

2018년 수립된 제주 하수관리기본계획은 2030년 84만명의 계획 인구, 2650만명의 관광인구를 적용하여 수립되었다. 이러한 계획은 인구 감소 추세에 들어선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였으며 양적 관광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을 그대로 수용한 결과이다. 

하수처리 용량의 지속적 확대는 제주의 지하수를 무한정 뽑아 쓰겠다는 계획과 동전의 양면이다. 최근 제주도 발표에 따르면 가까운 미래에는 상수도 하루 수요량이 시설 용량을 초과해 생활용수와 농업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 부족 상황에 맞닥뜨리기 전에 지금에라도 물 수요관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바다를 기반으로 어업활동을 하는 해녀들의 증언에 따르면 하수처리장이 들어선 곳의 해양 생태계가 급격하게 황폐화되고 있다. 해녀들은 이를 직접 경험했기에 바다 생태계를 악화시키고 해녀 활동을 위협하는 하수처리장 증설에 대해 다른 누구보다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물을 무한정 뽑아쓰고 거기서 발생하는 모든 하수를 바다로 보낼 경우 제주의 미래는 가능하지 않다. 지금에라도 물 사용에 대한 적극적인 수요관리 및 발생 하수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제주에서 하수 수요관리의 핵심은 질적 관광으로의 정책 전환과 대규모 개발에 대한 규제이다.

제주도는 2016년 제주관광 질적 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질적 관광으로의 전환 전략을 선택한 바 있다. 하지만 수도, 하수, 도로, 공항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제주도의 계획은 여전히 관광객의 양적 증가를 기본으로 수립되고 있다. 이미 제주도는 오버투어리즘의 징후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감히 질적 관광 중심 정책을 수립하고 관광객 수 조절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사회기반시설 계획도 그와 부합해서 수립되어야 한다. 

에너지 소비량과 물 소비량, 하수 발생량은 거의 비례한다. 2021년 제주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던 곳은 드림타워였으며 두 번째가 신화역사공원이었다. 제주공항과 제주대학교 병원, 제주대학교를 제외하면 다소비 사업장은 모두 관광사업장이었다. 제2공항, 신항만과 같은 대규모 개발 사업은 제주의 물 문제, 하수처리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제주도정은 대규모 개발을 전면 중단하고 제주도의 지속가능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새로운 제주 비전을 세워야 한다. 


셋째, 기존 시설의 지속적인 증설은 환경정의에 어긋난다.

환경기초시설은 인구가 적은 지역에 세워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현재 도두와 판포, 월정에 위치한 하수처리장 세 곳이 제주시 50만 명의 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하수처리장으로 인한 생활 환경 및 어업 환경, 농업 환경의 악화는 작은 마을이 온전히 떠안고 있다. 님비라는 여론과 강압적인 행정, 주민들을 무시한 절차 등은 마을 내의 극심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제주도의 하수 계획은 기존 시설을 계속 증설하는 집중화 전략에 기반한다. 이는 환경을 이용하는 혜택과 그로 인한 피해와 책임을 공평하게 나눠가지는 환경정의에 크게 어긋날 뿐 아니라 면적이 넓은 지역의 하수 관로 설치 및 관로 비용 증가 등으로 비효율적이다. 

기존 시설에 하수처리를 집중하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하수 정책의 방향이 수립되어야 한다.


넷째, 하수관로 관리, 하수처리수 재사용 확대, 절수 설비 확대 등의 정책을 내실 있게 시행해야 한다.

수조원을 투입한 제주도의 분류식 하수관거 설치 사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 계속되고 있고 제주도의 하수처리수 재사용 비율과 중수도 이용은 전국 대비 낮다. 절수 설비 의무설치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도 많지만 이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증설에 앞서 제주도가 하수량을 줄이기 위해 선행해야할 정책들에 대한 평가 및 확대가 필요하다. 


제주도의 물 문제의 심각성은 도민 모두를 불안하게 한다. 물 사용 및 하수 처리 정책 수립은 소수의 전문가 중심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보통의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통해 가장 합당한 방안이 도출될 수 있으며 이는 곧 교육장으로서도 기능할 것이다. 하수 정책의 공론화가 시급하다.


2023년 6월 19일

제주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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