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신당역 살인사건 2주기 - 여성들의 용기가 배신당하지 않는 사회를 향해


[논평] 여성들의 용기가 배신당하지 않는 사회를 향해

- 신당역 살인사건 2주기


2022년 9월14일, 서울 신당역에서 역무원이 흉기로 살해됐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근무지 등 피해자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은 서울교통공사, 피해자 신변 보호에 소홀했던 경찰과 검찰, 가해자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 등 공공기관의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이 원인이었다.


가해자가 직장 내에서 3년 가까이 피해자를 스토킹하는 동안, 서울교통공사는 피해자 보호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성추행, 성폭력, 스토킹 등 직장 내 젠더폭력이 만연하지만, 고충처리절차 등 직장 내의 제도는 미비하고 직장 문화는 이런 사안을 사소한 일로 취급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2022년 서울여성노동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노동자의 24.1%가 직장 내 성추행을 경험했고 35.2%가 성희롱을 경험했으며 10.1%는 스토킹을 경험했다. 그러나 77%가 대응하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이유는 ‘신고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가 가장 높았다. 직장 내 제도와 문화에 신뢰를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2021년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이 신당역 사건을 계기로 개정됐고 스토킹방지법도 시행됐다. 피해자 보호조치가 강화됐으나 여전히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 3월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스토킹이 살인으로 이어진 17건의 사건 중 피해자가 이미 가해자를 스토킹으로 신고했던 경우가 8건에 달했다.


경찰 수사 후 사건이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가면, 가해자의 유치와 석방 등에 관한 정보가 경찰에 공유되지 않는 구조는 피해자 안전을 위해 당장 개선돼야 한다. 가해자의 가석방 심사 등에 관한 정보가 피해자에게 제공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피해자 보호와 권리에 심각한 공백이 초래되고 있다.


여성혐오에 기반한 여성 대상 폭력의 전형적 형태가 스토킹이다. 성폭력과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직장과 지역, 국가가 경각심을 갖고 엄히 대해야 한다. 직장 내에서든 법적 절차에서든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분리하고, 모든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를 우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당역 사건 희생자는 스토킹 피해를 직장에 알리고, 경찰에 신고하고, 재판에 대응하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모든 일을 다했다.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굳건히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며 조직과 제도가 제 역할을 해줄 것을 믿었다. 마지막 순간조차 추가 피해를 막고 가해자 도주를 저지하기 위해 비상벨을 눌렀던 투사였다.


매일 용기 내 출근하고 일상을 버텼을 희생자의 마음을 생각한다. 더는 여성의 믿음과 용기가 배신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녹색당은 여성의 일상이 다른 이들의 그것만큼 자유롭고 평온할 수 있도록 끝내 애쓰고 싸울 것이다.


2024년 9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