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평등과 부정의에 맞서 단단한 연대를 구축하자


[논평] 불평등과 부정의에 맞서 단단한 연대를 구축하자

- 대법원의 전세사기범 감형 판결 확정에 부쳐


1월 23일, 대법원은 사기·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세사기 주범 남헌기에게 징역 7년, 공범 9명에 대해서는 무죄 혹은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남헌기에게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 추징금 115억원을, 공범 9명에게는 4-13년을 선고한 원심의 결과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자, 범죄의 심각성과 피해 규모를 감안할 때 납득할 수 없는 결과다.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주택 2708채를 보유한 ‘건축왕’ 남헌기는 개인 자금 투입은 거의 없이 대출금만 가지고 주택 소유를 늘렸지만,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본 가구만 약 3,000세대 이르고, 이중 이미 기소되어 재판 중인 사건의 피해자만 700세대에 달한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청년, 신혼부부, 70대의 노인과 같아 경제적으로 곤궁하고 취약한 상황에 있는 이들이었다. 전세사기를 당한 후 미추홀구 피해자 중 4명은 절망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런 참담한 사건 앞에서 우리는 오늘 대법원의 판결이 “희대의 전세사기범인 가해자들 편에서 집단 면죄부를 발부한 것과 같”다는, 또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가슴에 절망의 대못을 박은 잔인한 판결”이라는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전세사기 시민사회대책위의 입장에 깊이 공감하며 분노한다.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은 기본권으로 보장되어야 할 ‘집’이 이윤의 수단으로 전락한 탓이었다. 오늘의 판결은 부정의한 시스템 속에서 인권과 정의의 최후의 보루여야 할 법원이 그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불평등과 부정의에 맞서 모두의 존엄하고 평등한 삶을 요구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광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 우리는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현실이 극우주의를 부채질하는 토양이 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갈수록 안정적인 삶의 전망을 찾기 힘든 현실은 사회제도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팽배하게 만들며 사회불안정을 가속화한다. 이런 맥락에서 희대의 전세사기 주범에 대한 감형을 확정하는 대법원 판결은 규탄받아 마땅하다.


‘정의’가 사라졌다 믿는 이들이 많아지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이에 대한 해법은 이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는 일이다. 오늘의 대법원 판결을 통해 불평등과 부정의에 맞서 싸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이 길이 얼마나 지난한 투쟁과 단단한 연대를 필요로 하는지 성찰하고 다짐한다. 불평등과 부정의한 세상을 바꿔내는 길에 녹색당은 언제나 함께 할 것이다. 


2025년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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