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생명을 짓밟는 살처분이 있을 자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 ‘삼겹살 데이’가 아닌 ‘세계 야생동물의 날’을 맞아
3월 3일은 유엔이 선포한 세계 야생동물의 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3월 3일을 ‘삼겹살 데이’로 부르며 돼지고기의 소비를 부추기는 날로 만들어버렸다. 2002년에 구제역이 유행하면서 돼지고기 소비 진작을 위해 경기도 파주연천 축협에서 처음 시작했던 이른바 ‘데이 마케팅’이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되었다. 당시에 15만 명이 넘는 돼지가 살처분되었다는 사실은 그 사이에 까맣게 잊혀지고 있다.
안동과 파주에서 시작된 구제역으로 2010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전국에서 353만 명이 넘는 소와 돼지가 살처분을 당한 이후, 2019년까지 10년 동안 4조 원의 돈을 들여 7천만 명의 동물들이 살처분되었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돌았던 2020년에는 한 해에만 3천만 명의 생명들이 살처분되었다. 살처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그 잔혹함과 비윤리성에 경악하게 된다. 또한 비용 절감에 대한 압박과 장소 선정의 조급함 때문에 매몰지에서 침출수로 인한 토양과 수질 오염의 사례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살처분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윤리 문제뿐만 아니라 상당한 기간 지속되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오랫동안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였다.
여러 비판에 대응하여 정부는 예방적 살처분의 범위는 줄였으나, 실제로 매년 이루어지는 살처분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지는 않다. 2019년부터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57만 명에 이르는 돼지가 살처분되었고, 또한 겨울마다 유행하는 조류인플루엔자로 닭, 오리 등이 한 철에만 수백만, 수천만씩 살처분되고 있다. 2023년 한국에서 처음 발견된 럼피스킨 병으로는 소 6,455명이 희생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실을 애써 외면한채, 살처분 당하지 않은 생명은 여전히 상품으로서는 안전한 고기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식탁에서 마주하고 있다.
동물의 감염병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가축과 야생동물의 구분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일 뿐, 둘 사이의 거리는 멀지 않다는 점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멧돼지들이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훨씬 더 많은 빈도로 갇혀 있는 돼지들에게서 발병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인간과 야생동물, 그리고 가축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인류가 흔히 상상하는 순수한 야생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고, 감금해 사육하는 동물들을 제도나 기술로 보호할 수도 없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존재 자체로 가치를 갖는 생명들이 오로지 축산기업의 이윤으로 인해 관리되고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야생동물과 감금되어 있는 동물 모두가 인간의 활동과 소비로 피해받으며 살다가, 인간 활동이 촉진한 전염병과 살처분에 의해 희생되고, 조각조각 잘려 상품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인간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서라도 자연과 비인간 동물의 착취에 기반한 인간중심적 인식론과 자본주의 경제개념을 넘어서야 한다.
녹색당은 3월 3일을 ‘삼겹살 데이’로 하는 마케팅에 강력히 반대한다. 3월 3일은 ‘세계 야생동물의 날’로 기억되어야 하며, 자유로이 야생 생태계에 살아야 할 동물들이 비좁은 곳에 갇혀 살다, 병들어 땅에 산 채로 묻힌 수많은 생명들을 추모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점점 커져만 가는 자본주의 공장식 축산 시스템 속에서 인간의 욕망을 위해 감염병으로, 또 살처분으로, 그리고 상품으로 희생된 모든 생명들을 위해, 삼가 명복을 빈다.
2025년 3월 3일

[논평] 생명을 짓밟는 살처분이 있을 자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 ‘삼겹살 데이’가 아닌 ‘세계 야생동물의 날’을 맞아
3월 3일은 유엔이 선포한 세계 야생동물의 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3월 3일을 ‘삼겹살 데이’로 부르며 돼지고기의 소비를 부추기는 날로 만들어버렸다. 2002년에 구제역이 유행하면서 돼지고기 소비 진작을 위해 경기도 파주연천 축협에서 처음 시작했던 이른바 ‘데이 마케팅’이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되었다. 당시에 15만 명이 넘는 돼지가 살처분되었다는 사실은 그 사이에 까맣게 잊혀지고 있다.
안동과 파주에서 시작된 구제역으로 2010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전국에서 353만 명이 넘는 소와 돼지가 살처분을 당한 이후, 2019년까지 10년 동안 4조 원의 돈을 들여 7천만 명의 동물들이 살처분되었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돌았던 2020년에는 한 해에만 3천만 명의 생명들이 살처분되었다. 살처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그 잔혹함과 비윤리성에 경악하게 된다. 또한 비용 절감에 대한 압박과 장소 선정의 조급함 때문에 매몰지에서 침출수로 인한 토양과 수질 오염의 사례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살처분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윤리 문제뿐만 아니라 상당한 기간 지속되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오랫동안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였다.
여러 비판에 대응하여 정부는 예방적 살처분의 범위는 줄였으나, 실제로 매년 이루어지는 살처분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지는 않다. 2019년부터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57만 명에 이르는 돼지가 살처분되었고, 또한 겨울마다 유행하는 조류인플루엔자로 닭, 오리 등이 한 철에만 수백만, 수천만씩 살처분되고 있다. 2023년 한국에서 처음 발견된 럼피스킨 병으로는 소 6,455명이 희생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실을 애써 외면한채, 살처분 당하지 않은 생명은 여전히 상품으로서는 안전한 고기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식탁에서 마주하고 있다.
동물의 감염병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가축과 야생동물의 구분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일 뿐, 둘 사이의 거리는 멀지 않다는 점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멧돼지들이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훨씬 더 많은 빈도로 갇혀 있는 돼지들에게서 발병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인간과 야생동물, 그리고 가축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인류가 흔히 상상하는 순수한 야생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고, 감금해 사육하는 동물들을 제도나 기술로 보호할 수도 없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존재 자체로 가치를 갖는 생명들이 오로지 축산기업의 이윤으로 인해 관리되고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야생동물과 감금되어 있는 동물 모두가 인간의 활동과 소비로 피해받으며 살다가, 인간 활동이 촉진한 전염병과 살처분에 의해 희생되고, 조각조각 잘려 상품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인간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서라도 자연과 비인간 동물의 착취에 기반한 인간중심적 인식론과 자본주의 경제개념을 넘어서야 한다.
녹색당은 3월 3일을 ‘삼겹살 데이’로 하는 마케팅에 강력히 반대한다. 3월 3일은 ‘세계 야생동물의 날’로 기억되어야 하며, 자유로이 야생 생태계에 살아야 할 동물들이 비좁은 곳에 갇혀 살다, 병들어 땅에 산 채로 묻힌 수많은 생명들을 추모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점점 커져만 가는 자본주의 공장식 축산 시스템 속에서 인간의 욕망을 위해 감염병으로, 또 살처분으로, 그리고 상품으로 희생된 모든 생명들을 위해, 삼가 명복을 빈다.
2025년 3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