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후쿠시마 14주기 한국・일본 녹색당 논평


[한국녹색당 논평] 후쿠시마 14주기, 퇴행의 시대에 후쿠시마의 교훈을 다시 생각한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핵분열 과정을 인간이 완벽히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다시금 철저히 부쉈다. 14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폐로는 기약이 없고 재앙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원자로 내 핵찌꺼기는 여전히 방사능을 뿜어내고 있는데 고작 0.7g의 찌꺼기만 수습했을 뿐이다. 폭발한 발전소에 퍼부은 바닷물은 고스란히 핵오염수가 되었는데 처리수라는 이름으로 전세계 바다로 투기되었다. 후쿠시마 사고의 충격으로 핵발전소 가동을 잠시 중단했던 일본 정부는 슬그머니 핵발전소를 재가동하더니 이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핵발전을 20%의 비율까지 늘리겠다고 선포했다. 정녕 인류의 재앙을 가져온 사고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인가.


일본정부와 핵산업계가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데도 핵진흥을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은 전세계적인 핵발전 회귀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앞선 1979년 스리마일 사고와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양길을 걷던 핵발전은 재생에너지라는 대안까지 부상하면서 역사의 심판을 받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들은 핵발전을 2050년까지 3배 늘리겠다는 비경제적이면서도 위험천만한 계획을 밝히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지난 9월 악명 높은 스리마일 섬 발전소 재가동을 위해 20년간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했다.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한 독일의 사례를 들 것도 없이, 지난 20년간의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을 보았을 때 조만간 재생에너지가 가격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건설시간과 설비 증감의 유동성 등 모든 측면에서 핵발전에 비해 비교우위가 된다. 그런데도 왜 역사의 교훈을 잊은 어리석은 선택이 계속되는가?


그 이면에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국제역학이 작용하고 있다. 핵발전소는 큰 초기 투자비용을 낮은 연료비로 보상받는 구조이다. 자연히 핵발전을 중단한다면 누군가에겐 큰 투자 손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핵발전소 조기 폐쇄를 부당한 정치적 공격을 통해 좌절시키기 위한 ‘핵 마피아’가 형성된다. 또한 최근 몇년 사이 급격히 증가한 안보 위협과 에너지 공급망 불안정 때문에 천연가스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고 핵무기로 전용가능한 핵발전의 유혹을 받는 국가가 늘었다.


이런 식의 역사 퇴행은 한국에서 더 질 나쁜 이유로 벌어졌다. 전임 정권에 대한 음모론적 증오에 사로잡힌 윤석열 정권은 재생에너지를 악, 핵발전을 선으로 규정하며 누구도 책임지지 못할 대형원전,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계획을 남발하고 사실상 모든 국내 핵발전소에 대한 선제적 수명연장을 추진하는 등 망상적 핵폭주 정책을 몰아붙였다.


다행스럽게도 윤석열 정권은 스스로 붕괴했으나 그 반대편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더불어민주당 역시 ‘중도 확장’이라는 미명 아래 사실상 윤석열식 정책을 계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거대 양당의 합의 하에 설계수명 50년짜리인 발전소 내부 ‘임시’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허용해 주민들에게 무제한의 핵폐기물 부담을 가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법을 통과시켰으며, 곧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한빛원전 수명연장 문제에서는 유보적 입장을 내비치며 발을 빼려 하고 있다.


핵발전 확대는 단순한 기술적·경제적 선택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시민의 권리를 위협하는 문제다. 우리는 세월호, 오송, 무안공항으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사회적 재난에서 국가의 재난 대응 역량이 얼마나 허술한지 익히 보았다. 정부는 핵발전의 안전과 장밋빛 미래에 대해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정작 사고가 났을 때 최소한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하는지에 대한 안내는 제대로 하고 있는가. 수습하지 못할 재난의 가능성을 외면하면서, 대도시와 산업계의 전력수급을 위해 땅과 주민을 수탈하는 핵발전은 명백히 비민주적이다.  후쿠시마 사고 14년 후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있는 지금, 민주주의 복원과 함께 다시 탈핵을 떠올려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3.11 후쿠시마 사고 이전으로, 12.3 비상계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의 미래는 불안하지 않은 세상, 충분히 안전한 세상, 누군가의 차별과 착취가 담보되지 않는 세상,  인간과 뭇생명이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다. 탈핵으로 시작한 태양과 바람의 정당 녹색당은 민주주의와 탈핵을 염원하는 시민들과 함께 이 세상을 열어가겠다.


2025년 3월 11일

녹색당,  녹색당 국제위원회, 녹색당 탈핵위원회




[일본녹색당 논평(한국어 번역)]

3.11 후쿠시마 핵사고로부터 14년

지속되는 위기에 맞서, 탈핵과 사회 전환을 위한 결의를 새롭게 다진다


동일본대지진과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한 번 3.11을 맞이하고 있다.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여전히 많은 피해자와 피난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환경 오염과 지역 사회 붕괴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폐로 절차와 녹아내린 핵연료 제거,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 역시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작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은 시카 핵발전소가 정비 중이었기에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건물과 도로를 비롯한 인프라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핵재난 대응책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본 정부의 재난 대응 지침이 얼마나 허술하게 구축되었는지가 명백히 드러났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번 지진이 드러낸 수많은 중대한 문제들을 축소하고 외면한 채, 여전히 지역 주민들에게 위험과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심각한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핵발전 확대를 핵심으로 한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이시바 정권이 수립한 제7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는 기존의 "가능한 한 핵발전 의존도를 낮춘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명확한 핵발전 확대 정책으로 선회했다. 이는 단순한 핵발전소 재가동을 넘어, 신규 발전소 건설과 기존 발전소의 재건축까지 포함하는 전면적 핵발전 확대 정책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도쿄전력이 관리하는 가시와자키 가리와 핵발전소 6, 7호기의 재가동도 니가타현 주민들과 전국 각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 토양을 전국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며, 교육 현장에서도 이러한 정부 정책을 주입하기 위한 "방사선 부교재" 사용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후쿠시마 사고가 보여준 핵발전의 심각한 위험성과 방사능의 위협을 무시한 채, 또다시 "안전 신화"를 조장하려는 일본 정부의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가 14년 전 3.11에서 배워야 할 것은, 핵발전이 본질적으로 위험하며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핵발전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으며, 기후위기 대응을 막는 걸림돌에 불과하다.


우리는 다시 한번,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및 전력회사들이 핵발전소 사고 피해를 외면하고, 위험성을 축소하며, 사고의 기억을 희석시키면서 핵발전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나아가 탈핵·탈탄소 사회 실현, 경제 성장과 개발주의에서 탈피한 지역 분권형 사회로의 전환, 갈등 없는 평화로운 세계와 지역사회 구축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일본 및 전 세계 동료들과 함께 온 힘을 다할 것을 결의한다.


2025년 3월 11일

일본녹색당 운영위원회





[일본녹색당 논평(원어)]

14年目の「3.11」 

-進行する危機を前に、脱原発と社会の転換への決意を新たにします 


東日本大震災と東京電力福島第一原発事故から14年目の「3.11」を迎えました。 

 

原発事故による多くの被災者・避難者の生活困窮、環境汚染、地域社会の分断など、その影響は今なお深刻です。 先行きの見えない廃炉処理やデブリ取り出し、処理汚染水の海洋放出問題など、収束も見通せていません。

昨年の能登半島地震では、志賀原発が停止中だったこともあり、過酷事故には至らなかったものの、道路やインフラの寸断や家屋の倒壊などにより、原子力災害対策はほぼ機能せず、政府の災害対策指針があらゆる点で破綻していることが露わになりました。ところが政府は、その地震で明らかになった多くの重要な課題を矮小化・無視したまま、リスクや負担を立地住民に押し付け続けています。


また、政府は、深刻な気候危機対策を名目に「原発推進GX」を掲げてきまたが、石破政権下で策定された第7次エネルギー基本計画において、これまでの計画で明記されていた「原子力依存度を可能な限り低減する」とする文言を削除し、明確な推進へと大転換しました。原発の再稼働だけでなく、新設や建て替えまで進めようとしています。「3.11」事故を越した東京電力が管理する柏崎刈羽原発6・7号機の再稼働も、新潟県民や県内の多くの懸念の声を無視して、強硬に進められようとしています。

さらに、放射能で汚染された土砂を全国で活用する方針も示し、教育現場でもこれらの政府方針を垂れ流す「放射線副読本」の活用も打ち出されています。

14年前の原発事故の深刻さや放射能の危険性を無視した新たな「安全神話」が推し進められようとしていることに、強く抗議しなければなりません。


14年前の「3.11」から学ぶべきは、原発の危険性とその持続不可能性であり、社会や経済の根本的な転換の必要性です。また、原発は、再生可能エネルギーの拡大を阻害するという点で、気候危機対策を妨げるもの以外の何物でもありません。


私たちは、政府や東京電力をはじめ各電力会社が原発事故の被害を無視し、核エネルギーの危険性を矮小化し、事故の風化を図りながら原発を推進することに、あらためて強く抗議します。

そして、脱原発・脱炭素社会の実現、経済の物質的成長と開発主義から地域分散型社会への転換、争いの無い平和な世界と地域を創ることの重要性をあらためて確信し、そのために、国内・世界中の仲間たちと共に全力を尽くす決意を新たにします。


緑の党グリーンズジャパン運営委員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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