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내란농정 종식하라
- 먹거리의 자급 기반과 농업을 지키는 사회대개혁이 필요하다
3월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의 전국농민대회, 3월 25일 전봉준투쟁단의 2차 트랙터 상경. 승리의 뉘앙스를 풍기며 ‘남태령 대첩’이라 회자되는 2024년 12월의 상경 투쟁 이후에도 농민들은 계속 서울로 향하고 있다. 여전히 내란 농정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될 농삿일에 바쁜 3월이지만, 트랙터는 논밭이 아닌 아스팔트 길에 올랐고 쌀을 기르는 농민들은 곡기를 끊었다. 윤석열은 파면되었지만 내란 세력은 아직 청산되지 않았고, 그들의 내란 농정은 농민들을 계속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해 말, 농식품부는 2025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벼 재배면적 8만ha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쌀 소비량이 급감하는 것에 반해 ‘구조적 공급 과잉’이 심각하여 쌀값이 폭락한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농식품부가 쌀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근거로 사용하고 있는 통계는 가계, 외식 분야의 소비량만을 반영하였으며 가공업체의 소비량을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있다. 그렇게 누락된 쌀 소비량을 합치면 쌀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으며, 쌀 생산량은 오히려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 기조와 기후위기 등의 이유로 지난 몇 년 동안 감소해왔다. 주식임에도 완전 자급을 달성하지 못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감축이 아니라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벼 재배면적 감축을 해 온 일본이 겪고 있는 ‘쌀 대란’을 보라.
그렇다면 쌀값 폭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현장의 농민들은 그 원인을 ‘쌀 의무수입’에서 찾는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정 이후 정부는 쌀 의무수입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는 국내 쌀 생산량(약 360만t)의 11%에 달하는 연간 40만 톤에 이르렀는데, 이러한 정부의 농업 정책이 쌀값 폭락을 방치하고 농민의 생존권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양곡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농민에게 전가하고 있다. 지난 12월, 한덕수 권한대행은 양곡법을 비롯한 농업 4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이 법안들은 ‘농업 민생 4법’이라고도 불리며 내란농정이 파괴해온 농민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보루였다. 이경해 열사가 “WTO가 농민을 죽인다”라고 외쳤던 2003년에도,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농민과 농업은 가장 쉬운 희생양이다.
이러한 비민주적 농정은 작물 종류를 불문하고 국내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심플롯 사의 GMO 감자가 국내 수입 절차가 진행 중이다. 농촌진흥청의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를 ‘적합’으로 통과한 GMO 감자는 이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 절차만을 기다리고 있다. 감자 수입이 승인될 경우 국내 감자 농가들이 위협을 받는 것은 당연하며, 현재 ‘GMO 완전 표시제’가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GMO 감자 도입은 시민들의 건강권 또한 위협할 수 있다. 식약처는 다국적 농업 자본의 GMO 수입 승인 요구가 아니라 GMO 완전표시제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의 가장 큰 문제는 소농은 물론 우리나라 농업 전체의 자급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0% 이하로 떨어졌다. 경제 논리에 종속되어 국내 농업을 소홀히 해 온 지난 몇 십년 간의 농정이 꾸준히 식량 자급 기반을 망가뜨려온 결과다.
다른 한편, 농지 규제의 완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동안 서울시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농지가 개발로 소멸했다. 그동안 농업이 아닌 다른 용도로의 사용을 불가능하게 했던 농지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농지 소유와 임대, 활용을 민간과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규제가 있을 때조차 수없이 많은 농지가 대규모 산업단지이나 태양광 발전시설 등의 목적으로 전용되었다. 이제 그나마의 규제조차 사라져 지자체나 기업, 비농업인들의 농지에 대한 투기와 개발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것이다. 이는 최근 광범위하게 진행된 그린벨트 해제와도 궤를 같이 한다. 지난 2월 25일 국토교통부는 광주, 부산, 창원, 대구, 울산, 대전 등을 포함한 15곳의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평가 1등급인 토지도 포함되어 있는 약 20년 만의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인 것이다. 농지 규제 완화와 그린벨트 해제 정책은 모두 기업과 산업, 금융을 위해 농촌과 지역을 희생시킨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농촌소멸', '지역소멸'의 책임이 여기에 있다.
농민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잔인하다는 말은 상투적 수사가 아니라 절박한 현실이다. 산업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나라에서 농촌에 산다는 건 무엇일까? 어쩌면 농민들은 늘 느리고 조용한 내란 속을 살아가고 있던 것이다. 윤석열 탄핵 이후의 우리에게 내란세력 청산과 사회대개혁이 필요하다 말할 수 있다면, 내란농정의 종료와 농정대개혁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할 것이다. 남태령에서의 연대는 이제 시작이다. 내란농정, 종식하라.
2025년 4월 14일

[논평] 내란농정 종식하라
- 먹거리의 자급 기반과 농업을 지키는 사회대개혁이 필요하다
3월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의 전국농민대회, 3월 25일 전봉준투쟁단의 2차 트랙터 상경. 승리의 뉘앙스를 풍기며 ‘남태령 대첩’이라 회자되는 2024년 12월의 상경 투쟁 이후에도 농민들은 계속 서울로 향하고 있다. 여전히 내란 농정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될 농삿일에 바쁜 3월이지만, 트랙터는 논밭이 아닌 아스팔트 길에 올랐고 쌀을 기르는 농민들은 곡기를 끊었다. 윤석열은 파면되었지만 내란 세력은 아직 청산되지 않았고, 그들의 내란 농정은 농민들을 계속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해 말, 농식품부는 2025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벼 재배면적 8만ha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쌀 소비량이 급감하는 것에 반해 ‘구조적 공급 과잉’이 심각하여 쌀값이 폭락한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농식품부가 쌀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근거로 사용하고 있는 통계는 가계, 외식 분야의 소비량만을 반영하였으며 가공업체의 소비량을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있다. 그렇게 누락된 쌀 소비량을 합치면 쌀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으며, 쌀 생산량은 오히려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 기조와 기후위기 등의 이유로 지난 몇 년 동안 감소해왔다. 주식임에도 완전 자급을 달성하지 못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감축이 아니라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벼 재배면적 감축을 해 온 일본이 겪고 있는 ‘쌀 대란’을 보라.
그렇다면 쌀값 폭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현장의 농민들은 그 원인을 ‘쌀 의무수입’에서 찾는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정 이후 정부는 쌀 의무수입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는 국내 쌀 생산량(약 360만t)의 11%에 달하는 연간 40만 톤에 이르렀는데, 이러한 정부의 농업 정책이 쌀값 폭락을 방치하고 농민의 생존권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양곡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농민에게 전가하고 있다. 지난 12월, 한덕수 권한대행은 양곡법을 비롯한 농업 4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이 법안들은 ‘농업 민생 4법’이라고도 불리며 내란농정이 파괴해온 농민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보루였다. 이경해 열사가 “WTO가 농민을 죽인다”라고 외쳤던 2003년에도,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농민과 농업은 가장 쉬운 희생양이다.
이러한 비민주적 농정은 작물 종류를 불문하고 국내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심플롯 사의 GMO 감자가 국내 수입 절차가 진행 중이다. 농촌진흥청의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를 ‘적합’으로 통과한 GMO 감자는 이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 절차만을 기다리고 있다. 감자 수입이 승인될 경우 국내 감자 농가들이 위협을 받는 것은 당연하며, 현재 ‘GMO 완전 표시제’가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GMO 감자 도입은 시민들의 건강권 또한 위협할 수 있다. 식약처는 다국적 농업 자본의 GMO 수입 승인 요구가 아니라 GMO 완전표시제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의 가장 큰 문제는 소농은 물론 우리나라 농업 전체의 자급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0% 이하로 떨어졌다. 경제 논리에 종속되어 국내 농업을 소홀히 해 온 지난 몇 십년 간의 농정이 꾸준히 식량 자급 기반을 망가뜨려온 결과다.
다른 한편, 농지 규제의 완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동안 서울시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농지가 개발로 소멸했다. 그동안 농업이 아닌 다른 용도로의 사용을 불가능하게 했던 농지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농지 소유와 임대, 활용을 민간과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규제가 있을 때조차 수없이 많은 농지가 대규모 산업단지이나 태양광 발전시설 등의 목적으로 전용되었다. 이제 그나마의 규제조차 사라져 지자체나 기업, 비농업인들의 농지에 대한 투기와 개발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것이다. 이는 최근 광범위하게 진행된 그린벨트 해제와도 궤를 같이 한다. 지난 2월 25일 국토교통부는 광주, 부산, 창원, 대구, 울산, 대전 등을 포함한 15곳의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평가 1등급인 토지도 포함되어 있는 약 20년 만의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인 것이다. 농지 규제 완화와 그린벨트 해제 정책은 모두 기업과 산업, 금융을 위해 농촌과 지역을 희생시킨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농촌소멸', '지역소멸'의 책임이 여기에 있다.
농민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잔인하다는 말은 상투적 수사가 아니라 절박한 현실이다. 산업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나라에서 농촌에 산다는 건 무엇일까? 어쩌면 농민들은 늘 느리고 조용한 내란 속을 살아가고 있던 것이다. 윤석열 탄핵 이후의 우리에게 내란세력 청산과 사회대개혁이 필요하다 말할 수 있다면, 내란농정의 종료와 농정대개혁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할 것이다. 남태령에서의 연대는 이제 시작이다. 내란농정, 종식하라.
2025년 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