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 반도체는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다


[논평] 반도체는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다

- 민주당의 반도체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규탄한다


4월 17일, 반도체특별법이 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었다.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산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해제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어내기 위해 발의되었다.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에 있어서 의견 대립이 있었지만, 반도체 산업이 국가의 경제 성장을 위해 중요하다는 기본 전제는 여야 모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계엄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해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견인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하지만 정말 반도체 산업과 경제 성장은 민중들에게 이로운가? 그렇지 않다. 녹색당은 반도체 산업과 반도체 특별법을 추진하는 민주당이 오히려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하려 한다.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되면 막대한 규모의 국가 예산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 조성을 위한 용수·전력 등의 공급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게 된다. 반도체 산업이 막대한 양의 자원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물과 전기는 아무 것도 없는 땅에서 솟아나지 않는다. 기후위기로 잦아질 가뭄 속 생활용수와 농업에 필요한 물이 끌어다 쓰는 과정에서 지역 수자원이 고갈된다는 점,  댐과 발전시설, 송전선로가 개발되며 인근 지역 주민들의 삶과 생태계가 위협당한다는 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현재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과 ‘해상풍력 발전 특별법’이 통과된 상태이며, 민영화를 유도하고 농촌을 파괴하는 RE100 3법 또한 발의된 상태다. 반도체 특별법은 이 모든 것을 가속화한다.


반도체특별법에 포함되어 있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인·허가 신속처리제도’ 또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폐기물처리시설의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졸속으로 처리된 바 있다. 개발이 지역 주민의 삶과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절차가 반도체 산업의 발전 앞에서 거추장스러운 걸림돌로 취급되는 것이다. 반도체특별법은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유예될 수 있다는, 기후위기 시대 용납될 수 없는 인식을 전제한다. 이처럼 민주적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며 막대한 피해와 파괴를 초래할 반도체 산업과 경제성장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지역 노동자에 대한 고려도 전무하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노동자들은 각종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어 몸이 망가져왔지만 산업재해 인정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러한 노동자들 중에는 현장 실습생으로 반도체 기업에서 일해온 고등학생들도 있다. 그런데도 반도체특별법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노동 환경에 대한 반성 없이 인력 양성을 지원하겠다며 반도체 고등학교 육성, 반도체 특성화 대학 신설과 같은 정책을 통해 10·20대 노동자들을 위험으로 내몰고자 한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밟고서 성장한 반도체 산업이지만, 기업들과 국회의원들의 말들 속에는 노동자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산업과 기업들에게 막대한 특권과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그 특권은 오직 우리의 삶과 터전을 희생시킴으로써 비로소 만들어진다. 여의도의 정치 엘리트들과 반도체 산업의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민중들의 삶을 갈아넣으면서도 이 길이 아니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며 민중들을 호도한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기만이다. 도리어 당신들이 우리의 미래를 부식시키고 있다. 반도체는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다고 말하자. 소수 특권 계층에 종속된 미래가 아니라 모두가 주인되는 미래를 열어 가기 위해, 녹색당은 반도체특별법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다.


2025년 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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