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사회적 소수자를 지우지 않는 정치가 사회통합의 근간이다


[논평] 사회적 소수자를 지우지 않는 정치가 사회통합의 근간이다

- '모두의 대통령'을 표방한 이재명 대통령 취임에 부쳐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어제 새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많은 시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이와 함께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민주주의의 퇴행과 정치적 혼돈의 시간도 일단은 막을 내린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내란청산’을 말하며 12.3 내란 사태가 윤석열과 주변 몇몇의 일탈인 것처럼 말한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민주당 정부에서는 ‘내란청산’을 명분으로 한 다양한 입법과 행정조치가 예상되고 있다. 오늘 내란특검법을 비롯한 ‘3대 특검법’이 통과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란청산은 필요하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이전 거대 양당의 정치가 진정 노동자와 시민의 삶의 문제를 반영하는 민주주의였다면 내란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와 시민의 삶은 가중되는 경제적 양극화와 기후위기 속에서 더없이 위태로워졌지만, 거대 양당은 ‘성장’을 명분으로 대기업에 온갖 특혜와 지원을 몰아주면서 시민의 삶의 보호와는 무관한 ‘서로 죽이기’식 정쟁에만 몰두했다. 전례없는 규모로 확장된 극우정치도 더없이 심화된 사회적 불평등과 이로 인해 증폭된 서민들의 불안과 불신, 불만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내란사태의 원인을 오로지 윤석열에서만 찾는 것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희망을 어둡게 만든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시민의 삶과 동떨어진 구태 정치가 대선 기간에도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주요 후보들은 대선을 맞아 저마다의 정책공약을 내걸었지만, 정책을 충분히 설명하고 토론하는 대신 상호비방과 인신 공격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만이 차별 금지, 노동 존중, 기후정의의 의제를 제기하면서 정책 선거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지만, TV토론회를 제외하고는 이런 목소리가 대중적으로 알려질 기회는 종종 차단 당했다. 소수 원외정당이 지워지는 대선은 사회적 소수자가 삭제된 현실 정치를 거울처럼 반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취임식에서 ‘사회통합’을 내세우면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약속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민생’을 되살리고 ‘혐오와 대결’을 넘어서기 위해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겠다는 의지도 덧붙였다. 우리는 이것이 공허한 약속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지금까지 정치에서 지워진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일이다. 20년 넘게 차별금지를 위해 싸워왔던 여성과 성소수자, ‘위험의 외주화’ 시스템에서 끊임없이 죽어가는 노동자들, 폐쇄와 함께 삶의 기반을 잃을 위기에 처한 석탄발전소 노동자들, 가진 자를 위한 부동산 주거 정책 속에서 끊임없이 외면 당하며 불안과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서민들,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의 성장 정책 속에서 고통을 강요 당하는 농어민, 지역 주민, 자연생태계를 계속 지우는 정치로 ‘사회통합’은 이뤄지지 않는다.


녹색당은 ‘모두의 대통령’을 약속한 이재명이 말하는 ‘모두’에 누가 포함되는지 꼼꼼히 지켜보며 감시하며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정치의 본연이 되는 날까지 싸울 것이다.  


2025년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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