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4] 다단계 하청 구조와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가 답이다


[논평] 다단계 하청 구조와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가 답이다

- 아리셀 참사 1주기를 맞이하여


일년 전 오늘, 경기도 화성시의 일차전지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화재가 일어나 중국과 라오스 출신의 이주 노동자 18명과 한국 노동자 5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가장 먼저 소중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명복을 다시금 빈다. 


참사 후 고용노동부는 언제나처럼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그러나 지난 20일 아리셀 가족협의회, 대책위,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참사 1주기 토론회에서도 드러났듯, 정부의 ‘‘재발 방지 대책’은 너무나 허술하고 무책임한 것이었다. 정부는 이전의 정책을 ‘대책’으로 포장해 제시했고, 그나마 새로운 ‘대책’마저 산재 발생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100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하는 등 실효성 없는 것들 뿐이었다. 그결과 산재 사망은 줄지 않았고, 올해 1분기에만 이주노동자는 가스 중독으로, 돼지 축사에서 농장주의 학대를 받다 자살하는 등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이 오히려 증가했다. 


2024년, 하루 6명 꼴로 일터로 나간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산재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이것도 개탄할 노릇이지만, 이중 눈에 띄게 높은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 비율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주노동자는 2024년 기준 전체 취업자 중 3.5%이었지만, 전체 노동자 중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 비율은 12.3%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는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평균 3.5배 정도로 산재 사망률이 높았던 것이다. 


이런 현실은 다단계 원하청 구조가 만들어낸 ‘위험의 외주화’가 ‘위험의 이주화’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단계 원하청 구조 속에서 사다리의 위에 분포한 정규직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노동권과 안전, 높은 임금을 보장받지만, 2차·3차·4차 하청으로 내려갈수록 권리와 안전, 임금 수준은 열악해진다. 이는 기업 이윤을 위한 ‘비용 절감’의 수단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용’되고 있음을, 다단계 하청 구조의 밑바닥 비정규직을 이주노동자들이 채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이처럼 노동 현장에서 구조화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다. 언어와 문화는 그 다음의 문제다. 


우리는, 또한 정부는, 산업재해를 줄이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 안전시설과 장비,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현장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며, 문제가 있을 경우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권을 보장하고 법 집행을 엄격히 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작업장 안전 보장과 피해구제 절차에서 언어 장벽으로 인해 소외되지 않도록 충분한 통역과 지원이 이뤄지는 것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와 같은 대책은 실행되지 않는다. 기업이 주인공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특히 다단계 원하청 구조의 밑바닥에 위치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주노동자는 기계와 다름 없는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윤 극대화를 위해 절감해야 할 ‘비용’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이주노동자 없이는 경제가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을 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법과 제도는 이들을 공존·공생하는 공동체의 일원이 아닌, ‘값싼 인력’으로만 취급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경제에, 또한 한국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에 기여하는 만큼만이라도 이들을 정당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제외 규정을 두지 않는, 모든 노동자에 대한 예외 없는 노동권 보장이다. 


오늘 발간 예정인 아리셀 참사 백서 제목은 “눈물까지 통역해달라”이다. 눈물이 통역이 필요할까. 하지만 여기에는 아리셀 참사 이후 유가족이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참담함과 억울함, 그리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의 부당함이 녹아 있다. 이 원통함은 태안화력 김충현 노동자를 비롯 산재로 죽은 여느 내국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통함마저 차별받지 않도록, 이주노동자들의 눈물까지 통역해낼 추모의 투쟁에 녹색당이 함께 하겠다.


차별과 착취, 위험의 외주화를 합법화한 다단계 원하청 구조를 없애라!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비정규직에게도 모든 노동자가 동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하라!


2025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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