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피에 젖은 동백은 아직 온전히 피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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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피에 젖은 동백은 아직 온전히 피어나지 못했다.



올해로 제주 4.3이 78주년을 맞이했다. 봄바람은 다시 제주에 불어오지만, 이 땅에 스며든 피와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제주 4.3은 단지 무고한 양민이 억울하게 희생된 슬픈 비극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조국의 영구 분단을 막고 진정한 자주독립 국가를 세우고자 했던 제주 민중의 숭고하고 치열한 ‘항쟁’이었으며, 이를 이념의 잣대로 무참히 절멸시키려 했던 잔혹한 ‘국가폭력’의 역사다.


그동안 참혹한 세월을 견뎌낸 유족과 도민, 시민사회의 피맺힌 투쟁으로 적지 않은 진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4.3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가 있었으며, 최근 수형인들에 대한 직권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과 명예 회복, 그리고 보상금 지급이라는 가시적인 조치들이 이루어졌다. 이는 국가가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고 배상의 책임을 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결코 작지 않은 성과다.


그러나 우리는 단호히 선언한다. 4.3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희생자들을 오직 ‘무고하게 죽은 자’라는 수동적인 프레임에 가두고, 분단을 막기 위해 일어섰던 도민들의 주체적인 ‘항쟁’의 역사를 은근슬쩍 지워버리며 4.3을 과거의 박제된 역사로 봉합하려는 일체의 움직임을 거부한다. 무엇보다 참극의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이자 실질적 책임자인 미군정의 책임을 묻는 일에는 철저히 침묵하고 타협하는 기만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국가폭력을 애도한다면서 현재의 국가폭력을 방조하는 작태는 더욱 뼈아프다. 기득권 정치세력은 매년 추념식에 참여해 헌화하면서, 강정마을의 공동체가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국가폭력에 의해 처참히 짓밟힐 때 외면했고, 이제는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며 제주의 숨통을 옥죄고 도민의 삶을 또다시 두 동강 내려하고 있다. 


녹색당은 요구한다. 


첫째, 4.3의 정명(正名), 즉 ‘항쟁’으로서의 역사적 진실을 온전히 회복하라.


둘째, 학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미군정의 책임을 명백히 규명하고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내라.


셋째, 4.3 정신의 진정한 계승을, 현재 제주에서 자행되는 난개발과 군사기지화라는 새로운 형태의 국가폭력을 멈추는 것으로 증명하라.


녹색당은 통탄의 역사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역사가 품었던 꺾이지 않는 저항의 불씨를 이어받을 것이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제주의 생태와 평화를 지켜내는 것만이 오늘날 우리가 4.3을 기리는 유일하고도 가장 비장한 방식이다. 진정한 해방의 땅에서 제주의 동백이 온전히 만개할 때까지, 녹색당은 국가폭력에 맞서는 현재 진행형의 항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6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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