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외국인 가사노동자 ‘수입’이 저출생 대책일 수 없다


[논평] 외국인 가사노동자 ‘수입’이 저출생 대책일 수 없다


내년 상반기에 외국인 가사노동자 1200명을 도입한다는 고용노동부 계획이 확정됐다. 돌봄 수요 충족과 양육 비용 절감을 위한 외국 인력 확대라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대책의 일환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필리핀 가사노동자 100명 시범사업 또한 8월이면 시작된다. 외국인 간병인·요양보호사 도입도 뒤따를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은 ‘돌봄 서비스 수요 해결’을 명분으로 국가가 맡아야 할 공공 돌봄의 역할을 축소하고 시장에 맡기려 한다. 돌봄을 민영화하고 ‘값싼’ 이주노동자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저출생 대책으로 둔갑한 것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 지불 능력이 있는 한에서만 받을 수 있는 시장적 돌봄은 모두의 기본권이어야 할 돌봄 받을 권리를 축소하며 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할 뿐, 저출생 대책과 무관하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  


국가적 부의 차이에 따라 형성된 글로벌 돌봄 사슬에 의존해 돌봄서비스를 ‘저렴한 이민자’에게 외주 주겠다는 구상은 성차별, 인종차별, 계급차별적이다. 저출생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문제의 핵심을 오도한다. 돌봄은 여성의 일이며 주변부의 일이라는 인식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여성은 재생산을 극도로 거부하며 삶에 불안정성을 더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이런 계획에 대해서 필리핀노동조합회의, 자유노동자연맹 등 필리핀 노동계도 필리핀 가사도우미 사업에서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와 처우 보장은 결여돼 있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현재 사업장 변경의 자유조차 허용되지 않는 고용허가제 안에서, 국가의 감독행정이 미치기 어려운 가사노동의 조건까지 더해지면, 이주 가사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임이 자명하다.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수입’이 한국사회 노동 전반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음에 주목한다. 정부와 자본은 최근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하며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는 해외 가사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차별금지’를 명시한 헌법과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금지 협약’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일자, 유학생·배우자의 돌봄 취업을 허용하는 우회로를 통해 이를 회피하려 하고 있다. 이것이 정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교두보는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돌봄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 조건이다. 돌봄의 근원적 특성을 외면한 채 돌봄을 여성정책으로만 보거나, 성장과 이윤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지금의 위기는 이주민과 여성, 노동자의 값싼 돌봄을 강요하는 현행 사회경제체제의 변화, 모두의 돌볼 권리와 돌봄 받을 권리가 사회의 기본적 구성 원리로 자리잡히는 변화를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우리는 돌봄을 시장에서 판매되고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바라보는 정부의 접근에 단호히 반대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싼 돌봄 서비스’가 아니라 상호의존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돌봄의 공적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다. 이렇게 돌봄이 본연의 의미를 되찾고 정당한 사회적 의제로 재정립될 때 저출생 또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6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