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폭염이 아니라 폭염 만드는 시스템을 뉴스로 만들자


[논평] 폭염이 아니라 폭염 만드는 시스템을 뉴스로 만들자


기록적인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온난화와 엘니뇨가 결합했던 2023년, 바다 온도가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올해 극한의 더위와 많은 양의 호우, 강한 태풍을 예고한 바 있었다. 그리고 예고는 현실이 되었다. 6월 한 달만 보더라도 연일 폭염, 홍수, 태풍, 대형산불 뉴스가 SNS와 신문, 방송을 가득 채우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를 찾은 순례객 1,300여명이 고온으로 인해 사망했고, 인도에서는 4만여 명의 열사병 환자가 발생했다. 미얀마,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무더위가 평년에 비해 50일 일찍 찾아왔고 곳곳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동아프리카 케냐에서는 지난 3월부터 이어진 엄청난 폭우와 댐 붕괴로 300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고, 서아프리카 사헬 지역은 폭염과 전력난이 겹치면서 환자,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브라질 남부를 덮친 대홍수로 인해  360여명이 죽거나 다치고, 130여명이 실종되는 등 사상 최악의 수해가 일어났다. 


미국의 경우 동부에는 폭염, 남서부에는 산불, 폭풍, 홍수 등 갖가지 기상 현상이 뒤섞이며 나타나고 있다. 그리스, 키프로스, 튀르키예, 이탈리아 일부 지역은 평년보다 10도씨 이상 높은 기온을 기록했고, 이중 그리스, 튀르키예는 대형 산불이 주거지와 관광지를 덮쳤다. 한국 상황도 다르지 않다. 체감하고 있듯이 6월 국내 폭염일수는 최악의 더위로 기록된 2018년을 이미 넘어섰다. 온열 질환자는 작년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문제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기상 상태가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일상 생활에 불편을 겪는 정도로 경험되는 반면, 누군가에게는 집과 생계 수단을 잃고, 건강과 목숨을 잃을 정도의 재난으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기후는 특정 계층과 집단을 중심으로  ‘위기’가 되고 ‘재난’이 되고 있다. 극한의 날씨로 인한 위험과 손상은 지역, 성별, 나이, 인종, 노동 조건, 에너지를 포함한 주거 환경 등에 따라 등고선을 그리며 계층화된다. 


옥외에서 일하는 농민과 ‘계절근로자’ 비자를 받고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 건설.청소.경비노동자, 불 앞에서 일하는 조리노동자, 한여름 헬멧 속 온도가 50도까지 육박하는 플랫폼 배달 노동자에게 폭염은 그들에게 시원한 공간에서 충분하게 휴식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한 곧바로 재해가 된다. 재난의 등고선은 쪽방촌, 반지하에 사는 주민, 홈리스의 삶을 연결한다. 이들에게 폭염은 오래된 재난이다. 


기후 재난은 비단 극한의 날씨로만 찾아오지 않는다. 재난은 노동, 에너지, 주거, 돌봄, 식량, 재생산 등 삶에 필수적인 부문에 연이은 위기를 초래한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삶의 필수 부문을 사유화한 결과, 민중들은 더욱 불평등하고 취약해진 사회의 기초 위에서 재난에 대한 적응력을 상실한 채 기후 재난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정부와 국회는 사회를 사막으로 만들며 민중들을 절망과 무기력에 빠뜨려왔다. 한국 사회는 경제의 근본이자, 우리를 먹여 살리고 길러내는 토대인 생태계, 돌봄, 재생산 노동을 땔감 삼아 태우며 경제 지표의 증가, 약탈적 금융 시장의 팽창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는 지옥행 열차를 내버려둔 채 그저 승객들을 진정시키고 민원을 해결하는 것에만 급급하고 있다. 정부 여야는 재난이 빈번해지는 시기마다 ‘취약계층 지원’, ‘재난 예방, 관리 철저’, ‘관련 예산 증액’을 꺼내들지만 정작 기후 재난을 심화시키고 있는 구조적인 원인인 반생태적이고 불평등한 정치, 경제 질서에는 손가락도 대려 하지 않는다. 재난을 예방하고, 복구하는 사업에까지 투기 자본, 토건 자본이 뛰어들고, 금융기관들은 채권을 마구 발행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파키스탄이나 동아프리카 뿔지역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기후재난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 개발은행, 민간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채권을 발행해 남반구 저개발 국가가 빚더미에 앉도록 만들고 있다. 지난 2022년 IMF는 경제 위기에 홍수 피해가 겹친 파키스탄에 대해 약 11억 7천만 달러 규모의 무담보 채권(특별인출권, SDR)을 발행한 바 있다.


무서운 속도로 악화되는 기후 재난은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무시한 오만한 성장과 개발에 대한 지구의 엄중한 경고이자, 파괴적 경제체제와 불평등한 사회 질서의 총체적 전환을 요구하는 지구의 마지막 메시지이다. 


폭염은 기후 위기에 책임이 적은 민중들에게 가장 먼저 재난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부정의하고 불평등한 질서를 뒤바꾸자. 폭염이 아닌 폭염을 일으키고 있는 정치, 경제 시스템이 뉴스가 되도록 시끄럽게 굴고 싸우자. 이윤과 권력을 위해 부정의한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려고 하는 정부와 자본의 비열한 야합을 낱낱이 드러내자. 


기후 위기의 악화 속도를 완화하고 모두가 재난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사회는 성장이 아닌 평등, 경쟁이 아닌 연대, 파괴가 아닌 돌봄의 원리로 돌아가는 사회다. 녹색당은 폭염의 최일선에 놓여진 이들의 손을 맞잡고 폭염을 일으키고 있는 시스템에 저항하며, 생태적이고 평등한 대안 사회를 만들어나갈 것임을 다짐한다.


2024년 6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