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시청역 교통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논평] 시청역 교통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 거리를 되찾자, 걷는 것이 두렵지 않게


지난 7월 1일 밤,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인도의 보행자들에게 차량이 돌진해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치는 비극적인 사고가 벌어졌다. 난데없는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다친 분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 또한 갑작스런 사고가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 수사기관의 면밀한 규명을 바란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자동차는 편리한 교통수단인 동시에 엄청난 흉기가 된지 오래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규명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급발진과 같은 기술적 원인이나 고령 운전자의 실수와 같은 개인적 원인에 집중해 논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편리성을 강조하여 보다 거대해지고 출력 높은 자동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울수록 흉기화 정도는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의 흉기화는 어제처럼 물리적 충돌에 의한 사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가 뿜어내는 대기오염 물질에 의한 광범위한 사망과 질병을 환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아가 자동차의 온실가스가 전지구적 기후위기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뿐인가. 산을 뚫고 허물고 바다를 메우며 숲을 밀어내면서 자동차 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자행되는 폭력들도 편리함을 명분으로 그저 가려져 있다. 이를 생각하면 자동차산업은 무기산업 만큼이나 반사회적, 반생태적 산업이지만,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아 사회와 개인들의 윤리 의식을 마비시키고 있다.  


사람과 물자가 이동하기 위한 교통체계에서 자동차를 모두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자동차가 계속해서 지배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특히나 도시 교통체계에서 자동차의 특권적 지위는 어제와 같은 비극을 끊임없이 양산하는 이유가 된다. 거대한 자동차가 돌진하여, 거리를 걷고 횡단보도에서 대기하던 보행자들을 덮쳐서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적이다. 이제 사람들은 또다시 자동차가 덮칠까 거리를 걷는 것도 횡단보도 앞에서 서는 것도 두려울 일이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걷기보다는 더 많은 이들이 자동차를 운전하려 할 수 있다. 자동차 흉기화의 악순환이 강화될 것이다. 


거리를 되찾아야 한다. 흉기화된 자동차의 폭력에 맞서자. 이 사고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걷고 자전거 타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럴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내자. 마땅히 국가와 서울시가 보장해야 할 권리이기도 하다. 이번의 비극적 사건은 거리에서 자동차를 덜어내고 강화된 공공교통으로 대신하며 안전하게 보행과 자전거가 병행하는 교통의 전환을 가속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도 국가와 서울시가 앞장서 할 일이다. 녹색당은 시민들과 함께 계속 거리를 걷고 자전거를 타며 공공교통을 옹호해 나갈 것이다. 


2024년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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