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논평] 식량 가격 폭등, 임시방편으로 접근해서 안된다. -식량의 주권을 넘어 생명의 주권으로

녹색당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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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가격 폭등, 임시방편으로 접근해서 안된다. 

식량의 주권을 넘어 생명의 주권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밀 국제 곡물가격은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밀은 톤당 392.88달러로 지난해보다 52% 오른 가격이었다. 밀 가격 상승의 직접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인도, 중국, 유럽연합과 함께 5대 밀 생산국이다. 밀 뿐만 아니라 콩과 옥수수도 비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의 30%, 옥수수 20%, 해바라기 수출량은 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주요 곡물 생산국의 생산 불안정과 수출금지 조치는 전 세계를 강타한다. 원재료 값 상승은 밥값 상승으로 곧장 이어진다. 식비 외 주거, 의료, 교통, 에너지도 인상을 기다린다. 물가인상, 금리인상과 함께 전쟁의 유탄은 가난한 이들의 밥상으로 떨어질 것이다. 기후위기가 야기할 식량위기를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경험하기 시작했다. 


이런 재난 수준의 식량위기가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는 당장 급한 불만 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즉, 곡물 수입업체와 식품기업의 비용 절감을 위해 통관, 세제, 금융 지원을 늘리고 동유럽, 남미 등으로 대체 수입선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식량의 해외의존도를 높이고, 국내 농업생산 기반을 파괴하는 알셉(RCEP)과 CPTPP같은 대규모 FTA를 추진한다. 기업과 시장도 정부의 안이한 대책을 탓하고 개입을 촉구하지만, 그 방향은 식량안보와 식량자원화에 맞춰져 있다. 식량이 자원무기가 되고 있으니 한국도 식량을 자원화, 무기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핑계로 기업 중심 식량 생산과 개발에 공적 자금과 정책으로 지원하라는 요구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당면한 위기에 근본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에너지위기는 식량위기 그리고 전쟁위기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특히 90년대  이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농업생산 방식과 분업화된 식품생산 체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에너지 비용 상승과 곡물 생산 지역의 분쟁은 식량생산 및 식품가격 상승으로 직결되고 전 세계 농민과 노동자에게 곧바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런 취약성은 90년대 이후 급속도로 이루어진 세계화의 산물이며, 무엇보다도 WTO와 FTA를 통한 농산물 시장개방 그리고 금융이 주도하는 자유무역체제 탓이다. 곡물을 국제선물시장의 투기상품으로 만들고, 식품시장 팽창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농경지와 산림을 파괴하였으며, 토지와 물을 오염시키고 고갈시켰다. 이는 보건의료 상의 위기로도 연결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팬데믹은 농지와 산림이 사라지면서 건강한 자연의 생태적 그물망이 파괴된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농지와 산림을 더 파괴하고 글로벌 시장에 더 의존하는 에너지정책, 농업정책, 식량정책은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킬 뿐이다.


당장 글로벌 곡물 시장에서의 수급불안정만을 보아서는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할 수 없다. 가장 필요하고 근본적인 대책은 농지와 산림을 회복하고 농업 생산의 기초 단위인 농촌과 농민공동체를 재건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식량위기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방향은 ‘식량의 자원화 무기화’도, 국가-자본 관점의 ‘식량안보와 식량주권’도 아닐 것이다. 필요한 것은 시장화된 농업의 생태적 복원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더 싸게, 더 쉽게’ 식량을 확보할 것인가의 관점은 시장은 살리지만 지구를 죽이는 정책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다른 생각을 요청한다. 글로벌 자본과 식량 시장으로부터 밀과 콩과 옥수수의 해방은 곧 소, 돼지, 닭의 해방이며, 토지의 해방이고 농민의 해방이다. 식량의 주권을 넘어 생명의 주권을 되찾자. 기후위기 속에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다.


2022년 5월 9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