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논평] 더 강력하고 더 너른 기후정의운동으로 나아가자. - COP27 폐회에 부쳐

녹색당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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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더 강력하고 더 너른 기후정의운동으로 나아가자. 

 - COP27 폐회에 부쳐


기후위기를 낳은 주범들은 회피와 지연, 훼방과 책임전가로 일관했다. 회의장 곳곳에는 화석연료 업계를 대변하는 로비스트 636명이 어슬렁거렸다. 기후위기의 피해국들과 기후정의운동은 북반구 국가들의 역사적 “책임(liability)”에 대한 “배상(reparation)” 혹은 “보상(compensation)”을 요구했지만, 미국과 EU 등은 “인도적 지원(humanitarian assistance)”을 고집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되어 ‘공통의, 하지만 차별화된 책임’을 제창한 지 30년, 27번째 열린 당사국총회(COP)는 폐막일을 이틀이나 넘겨 진행되었지만 그 ‘차별화된 책임’을 구체화하고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도출해 내는 데 실패했다. 


모든 언론은 이번 COP27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에 대한 합의에 이른 것이 큰 역사적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과 EU가 최종 순간까지 이에 반대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 합의를 끌어낸 것도 기후재난 당사국들과 기후정의운동의 집합적 노력의 소산이란 점에서, 이 작은 승리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얼마를, 누가, 언제까지, 어떻게 낼 것인지, 아무것도 얘기되지 못했다. COP27 결정문은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와 관련된 상당한 재정적 비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되어 있다. COP27은 기후위기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회피하고 실질적 과업에 대해서는 추상적 표현으로 우회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55개국이 지난 20년 동안 입은 피해는 5,250억 달러(약 70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2030년까지 77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2009년 코펜하겐 COP15에서는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여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겠다고 합의했지만 그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액수를 정했는데도 전혀 이행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액수조차 정하지 못한 것이다. COP27 결정문은 코펜하겐 합의가 이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선진국들에 목표 달성을 “촉구”하고 있다. 과연 이런 도덕적 호소와 자발적 이행의 기대로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편 COP27은 1.5℃ 억제와 탄소배출 감축 목표 설정에도 실패한 회의로 기록될 것이다. 결정문은 1.5℃ 억제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퍼센트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할뿐, 2025년에 탄소배출 정점(peak)을 찍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은 제외했다. 메탄 등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서는 “당사국들이 추가적인 감축 노력을 고려해 줄 것을 되풀이한다.”고 결정문은 말하고 있다. COP27은 주요 배출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어떤 새로운 약속도 이루어내지 못했다.      


COP27은 화석연료 사용 감축 및 중단에 대한 어떤 진전도 이루어내지 못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모든 화석연료에 대한 단계적 감축’의 내용이 포함되지 못했고 “탄소배출이 줄어들지 않는 석탄 발전(unabated coal power)의 단계적 감축”이라는 글래스고 COP26의 표현이 재현되었다. “탄소배출이 줄어들지 않는(unabated)”이라는 표현은 ‘탄소포집기술(CCUS)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이라는 의미다. 이는 역으로 탄소배출 감축 기술을 적용한 화석연료 사업에는 투자해도 된다는 근거가 되어 왔다. 결정문은 “저배출 에너지 및 재생 에너지(low-emission and renewable energy)”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풍력 및 태양광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핵발전, 탄소저감 기술을 적용한 석탄발전소, 그리고 천연가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즉 표준적 석탄발전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일체의 에너지원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COP27의 진정한 승자는 화석연료 로비스트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린피스 독일지부의 마르틴 카이저는 COP27 결과에 대해 “거대하게 벌어진 상처 위에 붙인 작은 반창고와 같다.”고 묘사했다. 국제정치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합의에 실패하여 수많은 인류와 뭇생명에게 측량할 수 없는 고통을 가중시켜 온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과 EU가 끝까지 거부하려 했던 ‘손실과 피해 기금’을,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은 바로 전 세계적인 기후정의운동의 압력이다. 기후정의운동의 국제적 단결과 연대 없이는 그 어떤 기후악당국도, 초국적 화석연료 기업도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에 끝까지 반대한 곳이 EU이며, EU 중 독일, 오스트리아, 핀란드, 벨기에,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 6개국은 녹색당이 참여한 정부가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6월에는 한국에서 ‘세계 녹색당 총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 녹색당은 총회에서 기후정의를 향한 세계 녹색당 운동의 방향에 대해서 진지한 대화를 나눌 것이다. 전 세계 녹색당이 기후정의운동의 최선두에 설 수 있도록 한국 녹색당은 언제나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고 또 싸울 것이다. 


2022년 11월 22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