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임보라 목사를 추모하며


임보라 목사를 추모하며


2월 4일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가 별세했다. 임보라 목사는 평생을 배제된 자, 차별받는 자 곁에서 함께 싸우고 함께 웃고 울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서, 교회 내 성평등 실현을 위한 노력 속에서, ‘퀴어 성서 주석’ 번역본 출간을 통해서 임 목사는 이 사회의 폭력과 혐오, 차별과 불평등에 온몸으로 맞섰다. 특히 2013년 임 목사가 담임 목회를 시작한 섬돌향린교회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공동체이자 안식처가 되었다. 


한국의 일부 대형 교단은 임 목사의 이런 활동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임 목사를 ‘이단’이라 규정하고 유무형의 폭력을 자행했다. 하지만 임 목사는 꿋꿋했다. 어디서나 “성소수자는 성경적으로도 죄인이 아니며 당연히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뜻을 당당하게 밝혔다. 임 목사가 자신의 몫으로 짊어졌던 일은 단지 기독교 내부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기득권 정치가 부추긴 불의와 혐오의 화살을, 임 목사는 맨 앞에서 온 몸으로 맞았던 것이다. 우리는 그 화살을 막아주지도, 함께 맞아주지도 못했던 것이다. 


임보라 목사는 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 모두가 임보라가 되어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목사님 편히 쉬세요. 


2023.2.6.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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